한미 vs 북러 ‘우주전쟁’ 본격 돌입

      2023.12.04 07:00   수정 : 2023.12.04 0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근 남북이 모두 군사정찰위성을 쏘아 올렸다. 우리나라는 미국, 북한은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서다. 한미와 북러가 각기 뭉쳐 ‘우주전쟁’에 돌입한 모습이다.

북한의 위성 발사 강행에 대한 대응도 북측이 일일이 맞불을 놓고 있다. 독자 대북제재에 맞선 독자제재, 9·19남북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에는 파기를 선언하고 나섰다.

러 도움 北위성 vs 미 발사체 南위성..서로 제재·군사합의 파기
3일 외교가 등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21일 러시아의 기술자문을 받아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쏘아 올렸다. 올해 세 번째 시도 만에 궤도에 안착시켰고, 한국·미국·일본 등 주요 표적지역들을 촬영했다고 주장한 뒤 지난 1일부터 본격 가동했다. 북한 선전매체 조선중앙방송은 3일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의 정찰위성운영실이 전날부터 임무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도 전날 첫 정찰위성을 미국 밴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발사해 궤도에 안착시켰고, 곧바로 해외 지상국과 첫 교신에도 성공했다. 미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이다. 본격적인 임무에 돌입하는 건 운용시험평가를 거친 뒤로 내년 상반기 이내일 전망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남북 위성의 성능 차이는 10배 이상이라는 분석이다. 국방부도 해상도와 전자광학(EO)·적외선(IR) 카메라 성능상 세계 5위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거기다 우리 정찰위성은 2025년까지 4대 더 띄워 5대를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북한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제거하는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대량응징보복(KMPR) 3축 체계 역량이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북한 위성 발사에 대한 강경대응도 신속히 이뤄졌다. 만리경 1호 발사 이튿날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임에도 즉각 군사합의 일부 조항 효력을 정지해 비무장지대(DMZ) 비행금지구역 감시·정찰을 재개했다. 또 1일에는 북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과 군수공업부 소속 등 위성·탄도미사일 개발 관여자 11명을 독자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미일과 호주도 동시에 대북제재에 나서며 국제사회 차원의 단호한 대응 의지를 표하기도 했다. 특히 이로써 북한의 자금조달책 중 하나인 가상자산 탈취를 맡는 해킹조직 ‘김수키’에 대해 한미일이 모두 제재하게 됐다.

북한도 곧장 맞불을 놓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대응 논의를 하자 위성 운용을 ‘자주권’이라 강변하며 정당화했다. 같은 논리로 우리 정부의 군사합의 효력정지를 일방적 위반이라 규정해 전면 파기를 선언하고 DMZ 내 감시초소(GP) 무장을 복원했다. 대북제재에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대조선 제재정책의 입안과 집행에 관여한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인물들과 기관, 단체들에 대하여 대응조치들을 적용한다는 것을 선포한다”며 ‘맞불 제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제재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향후 후속대응으로 군사합의 전체 효력정지와 내년부터 비상임이사국을 맡게 되는 안보리를 통한 대북압박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군사합의의 경우 국방부는 군사합의 전면 효력정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유관기관에 전달한 상태이고, 이에 통일부는 추가 효력정지 없이도 북한의 군사적 조치에 대한 대응조치는 즉시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이 추가로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나서면 군사합의 전체 효력정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내년 안보리 공조 vs 北위성 자기합리화 중러 비호
안보리는 내년부터 우리나라와 일본이 비상임이사국으로 참여한다.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함께 한미일 공조로 안보리 틀 내에서의 대북압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의 중대성과 북한의 인권유린을 알려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북한은 정찰위성 운용과 군사합의 파기에 대한 자기합리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 정찰위성 발사를 문제 삼으면서다. 안보리에서도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인 중국·러시아의 비호 아래 정당성을 강변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군사논평원 명의 글에서 “윤석열 역적패당은 우리의 합법적이고 정정당당한 정찰위성 발사를 북남 군사분야 합의서 일부 조항 효력정지의 직접적 구실로 내들었다”며 “북남 군사분야 합의서의 어느 조항, 어느 문구에도 정찰위성 발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 없다. 합의서를 깨버리기 위한 고의적인 도발로서 초보적인 명분조차 세울 수 없는 비논리적인 생억지”라고 비난했다. 이어 “만약 우리의 위성 발사가 북남 군사분야 합의서에 대한 ‘위반’으로 된다면 적들이 지금까지 쏘아올린 위성들은 무엇이라 해야 하는가”라고 반발했다.

통신은 또 윤 대통령 장모의 실형과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언급하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충격적인 사건을 일으켜 우리의 군사적 대응을 유발하고 심각한 통치 위기의 탈출구를 찾아보려는 것이 윤석열 역적패당의 또 다른 흉심”이라고 주장키도 했다.

안보리에선 미측과 설전을 벌이고 중러가 비호에 나섰다. 지난달 27일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주재미국대사가 북한 위성 발사에 대한 안보리 대응을 촉구하자 김성 북한 대사는 “북한이 단행한 정찰위성 발사는 날로 침략적 성격이 명백해지고 있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의 엄중한 군사적 준동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에 목적을 둔 합법적이고 정당한 자위권 행사이고, 이는 철저히 정당방위권에 속한다”고 반박했다.

미북 설전에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러시아 차석대사는 “미 대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안보리 회의를 소집해 북한이 홀로 만든 상황에 의한 희생자로 자신을 나타낸다”며 “올해 3월 우리는 이미 미일한이 북한 국경과 직접적으로 맞닿은 곳에서 벌인 무력 실기동훈련에 대한 주의를 이사회에 환기시킨 적이 있다. 미 주도하에 실시된 프리덤실드와 쌍용훈련은 엄청난 규모였다”고 지적했다.


겅솽 중국 차석대사도 나서 “미국은 한반도 긴장을 우려한다면서도 이 기회를 틈타 동맹을 강화하고 국가연합 간 대결을 촉발하며, 동맹국을 군사 훈련에 동원해 한반도 긴장과 경쟁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거들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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