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회사채 4일 상장폐지
2024.04.03 18:21
수정 : 2024.04.03 21:47기사원문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지난 2021년 발행한 공모채 '태영건설68'은 4일 상장폐지된다.
태영건설이 발행한 회사채 잔액은 총 2800억원 규모로, 이 가운데 1000억원이 공모 회사채다.
이번 공모채 상장폐지는 태영건설이 '의견거절'이 담긴 감사보고서를 제출한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태영건설의 당기순손실은 1조5793억원에 달한다. 자본총계 역시 마이너스(-) 5617억원 수준이다. 공모채의 상장폐지는 전체 회사채의 원금 손실 가능성을 의미한다. 특히 태영건설 공모채는 공격적 투자 성향의 개인 투자자들이 지난해 말 이후 사들였다.
지난해 12월 워크아웃 신청 전후로 액면가 9500원 수준이던 채권이 6000원대로 떨어지면서 '투기판'이 열렸다. 상장폐지된 회사채는 이론상으로 장외에서 거래할 수 있으나 개인이 장외에서 채권을 거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장외시장은 주로 기관들이 억 단위로 채권을 주고 받아 주식시장의 장외시장과는 다르다. 사모채는 기관들이 들고 있는 것으로 장외거래만 된다. 그러나 해당 채권의 매매는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관도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태영건설 회사채 투자자는 공·사모채 모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채권자들이 원금을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는지 알려면 회사의 청산가치를 봐야 한다"면서 "만약 채권단에서 법정관리를 통해 회생시킨다면 채권단의 결정에 따라 변제율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보증기금도 손실을 볼 전망이다. 공모채 1000억원어치를 제외하고, 1800억원 가운데 600억원이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으로 발행됐다. 신보가 지난해 2~3월 보증을 섰다. P-CBO는 보통 자체 신용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저신용기업의 신규발행 B~BBB등급 회사채를 기초로 발행된다. 신보는 1년 만에 600억원어치의 휴지조각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신보의 손실은 혈세 낭비로, 기업 퍼주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태영건설의 회사채가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건설채 역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한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미 BBB~A급 건설사들에 대해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앞서 한국신용평가 등은 올해 들어 GS건설, 신세계건설, 대보건설 등의 신용등급 또는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한신평은 올해 들어 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업체, 상대적으로 재무부담이 큰 BBB급 이하 건설사들의 신용도를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