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도 "연봉 더" 외친 노조… 삼성전자, 창사 첫 파업 분수령
2024.04.08 11:09
수정 : 2024.04.08 15:12기사원문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노총 산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오늘 오후 12시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올해 임금교섭 쟁의 찬반투표 개표 및 입장 발표를 한다.
앞서 전삼노는 지난 3월14일 중앙노동위원회 3차 조정회의에서 '조정 중지' 결정이 나오면서 쟁의권을 확보했다. 지난 5일까지 전삼노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쟁의 찬반투표에서 찬성률이 50%를 넘으면 합법적 파업이 가능하다. 전삼노는 찬성률 80% 이상을 목표로 사업장별 순회 투쟁을 벌이며 투표를 독려해왔다. 삼성전자 노조는 2022년과 2023년에도 쟁의권을 확보했으나, 실제 파업을 진행하지는 않았다. 노조가 파업에 나설 경우 1969년 창립 이래 55년 만에 첫 파업이다.
전삼노 조합원 수는 실적 부진으로 인한 성과급 불만이 고조된 지난해 말부터 급증하는 추세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전삼노 조합원 수는 2만5662명이다. 이는 삼성전자 전체 임직원(12만4000명)의 20.6%에 달한다. 삼성전자 내 5개 노조 중 조합원 수가 가장 많다.
전삼노는 올해 임금 인상률을 둘러싸고 사측과 줄다리기 협상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는데 실패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와 임금 조정 협의를 통해 올해 기본 인상률 3.0%, 성과 인상률 2.1% 등 5.1%의 평균 인금인상률에 합의했다. 지난해(4.1%)보다 1.0%p 인상됐다. 올해 예상 소비자 물가 인상률(2.6%)의 2배 수준이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에도 직원 사기 진작 차원에서 5%대 인상을 결정했다.
노사협의회는 회사를 대표하는 사용자 위원과 직원을 대표하는 근로자 위원이 참여해 임금 등 근로조건을 협의하는 기구로, 삼성전자는 매년 노조 협상과 별개로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인상률을 정해왔다.
전삼노는 노사협의회와의 임금인상 합의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임금인상률 6.5%, 특별성과급 200% 등 기존 요구안도 고수하고 있다. 전삼노는 지난 1일 손우목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 200여명이 노사협의회와 합의안 철회를 요구하며 경계현 반도체(DS) 부문장(사장) 집무실 진입을 시도하는 등 강경 투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지난해 유례없는 반도체 업황 침체 여파로 실적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DS부문에서만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냈다. 2023년 매 분기 조 단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순현금도 2022년 104조8900억원에서 지난해 79조6900원까지 뚝 떨어졌다. 불과 1년새 순현금이 25조원 이상 증발한 셈이다. 이에 삼성전자 DS부문은 경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모두 경영 실적 악화 책임을 지고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