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표준화로 금융동맹의 지속가능성 높여야"

      2024.04.24 19:28   수정 : 2024.05.02 16:21기사원문
"데이터 표준을 제정해야 핀테크 금융동맹의 진입장벽이 낮아질 수 있다. 경제·시장의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금융동맹이 필요하다. 표준화가 중요한 통신업계처럼 금융업계도 표준 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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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스테어 마일 러프버러대 교수는 24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2024 FIND·25회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마일 교수는 '핀테크 금융동맹과 도전과제'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수천 개 은행·증권사·보험사 등이 수익을 내기 위해 금융서비스와 상품을 판매하는 경쟁을 하는데 금융동맹은 '금융이 경쟁이다'라는 인식을 극복하고 협력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마일 교수는 경쟁모델이 가진 한계로 △대형은행의 높은 시장점유율로 인한 가격인상 우려 △잘못된 정보 유통으로 인한 금융불안 가능성 △경제 생산비용 사각지대 등을 꼽았다.


마일 교수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금융동맹이 필요하고, 그 핵심에 '금융서비스 운영 표준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표준이 금융동맹의 주요 목표 중 하나"라며 "예를 들어 웹 3.0은 금융기관이 돈을 안전하게 유지하고 보관하다가 은행이 파산하면 바로 돈이 돌아오고, 소비자가 더 좋은 서비스를 찾아 은행을 옮길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금융서비스 표준화를 통해 예금주가 더 많은 권한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마일 교수는 '표준화'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통신업계와 비교를 통해 금융권에서도 표준 제정·채택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에는 기술표준만 다루는 직원이 따로 있다. 표준이 있으면 운영비용이 내려가고 진입장벽이 낮아진다"며 "손해 보는 기업들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주주들은 이익을 보게 된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투명성 확보와 위험관리 측면에서도 표준화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대표적 지급결제국가 표준인 ISO20022와 달리 다른 금융서비스 표준화는 더디다는 게 마일 교수 판단이다. 금융회사 내 소속법인 거래 상황을 알 수 있게 하는 글로벌 법인식별부호(LEI), 포트폴리오 관련 리스크 산정을 자동화해 금융회사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자동변환을 돕는 표준계약인 ACTUS 등이다.

예컨대 글로벌 LEI 시스템을 통해 700여개 산하법인을 갖고 있는 JP모건이 어떤 기업과 거래하는지 볼 수 있고, 금융거래 처리를 자동화할 수 있다. ACTUS는 금융회사들이 포트폴리오에 맞춰 리스크관리를 고도화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자동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규제당국에 보고할 때도 시간과 비용을 덜 수 있다.

또 국제상공회의소에서 주도하는 '국제무역 관련 페이퍼리스(paperless)' 이니셔티브 또한 활성화가 필요한 금융서비스 표준이라고 언급했다. 주요 7개국(G7)과 우리나라에 디지털 표준 이니셔티브를 도입하면 국가 간 교역을 9조달러 이상 늘려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적극적 추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일 교수는 "새로운 표준을 제정하고 실행하려면 수백만, 수천만 달러의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며 "진입장벽이 낮아져 기존 기업 시장영향력이 낮아지는 것도 회사들이 표준화를 꺼리는 이유"라고 했다.

마일 교수는 비용 수반에도 불구하고 시장경제 체질개선을 위한 표준화, 이를 통한 금융동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당국과 사회 이해관계자들, 국가 차원에서 기업들과 시장경제 기능을 개선시키기 위해 금융동맹을 채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박신영 서혜진 김나경 이승연 박문수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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