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다시 한번 '거상(巨商)'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간판타자 송성문(29)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되면서, 키움은 또다시 두둑한 '돈 보따리'를 챙기게 됐다. 선수는 꿈의 무대를 밟고, 구단은 막대한 현금을 챙기는 이른바 '히어로즈식 윈-윈(Win-Win)' 모델의 완성이다. AP통신 등 현지 언론은 22일(한국시간) 송성문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년 총액 1,500만 달러(약 222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 계약의 숨은 승자는 단연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다.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따르면, 보장 계약 금액이 2500만 달러 이하일 경우 이적료는 전체 액수의 20%로 산정된다. 이에 따라 키움은 송성문의 보장 계약액 1500만 달러의 20%인 300만 달러(약 44억 원)를 즉시 확보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계약 세부 조항에 따라 키움의 지갑은 더 두꺼워질 수 있다. 2030년 상호 옵션(연봉 700만 달러)이 발동될 경우 키움은 해당 연봉의 20%인 140만 달러를 추가로 받는다. 여기에 신인상, MVP 투표 순위 등에 따른 인센티브(최대 600만 달러)가 달성될 경우, 인센티브의 15%까지 추가 수익으로 잡힌다. 모든 옵션을 최대로 충족할 경우, 키움이 송성문 한 명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이적료 총액은 무려 530만 달러(약 78억 원)에 달한다. 이번 송성문의 이적으로 키움 히어로즈는 KBO리그 역사상 전무후무한 '이적료 수익' 기록을 세우게 됐다. 키움은 전신 넥센 시절 강정호(피츠버그)를 시작으로 박병호(미네소타), 김하성(샌디에이고), 이정후(샌프란시스코), 김혜성(LA 다저스), 그리고 송성문까지 야수 6명을 모두 포스팅으로 미국에 보냈다. 이들을 통해 키움이 벌어들인(혹은 벌어들일) 이적료 누적 총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강정호(약 500만 달러), 박병호(1,285만 달러), 김하성(552만 달러), 이정후(최대 1882만 달러), 김혜성(최대 465만 달러)에 이번 송성문의 예상 수익까지 합산하면 약 5215만 달러(한화 약 770억 원)에 육박한다. 웬만한 중소기업의 연 매출을 선수 이적료로만 벌어들인 셈이다. 물론, 키움의 이러한 행보에 '빛'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짙은 '그림자'도 함께 드리워져 있다. 모기업의 지원 없이 운영되는 네이밍 스폰서 구단의 숙명이라고는 하나, 매년 주축 선수들을 해외로 떠나보내며 "결국 선수 장사로 구단을 연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팬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상당하다. 구단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선수단 전체 연봉 지급액은 KBO가 규정한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제) 하한선'조차 채우지 못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벌어들인 돈을 전력 보강에 쓰지 않는다"는 '짠물 경영'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이유다. 하지만 자본 논리가 지배하는 프로 스포츠 시장에서 키움이 보여준 생존 방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기업에 손을 벌리는 타 구단들과 달리, 자체적으로 선수를 육성해 메이저리그로 수출하고 그 수익으로 구단을 운영하는 '자생적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비록 '셀링 클럽'이라는 비아냥과 '선구자적 구단'이라는 찬사가 공존하지만, 송성문의 샌디에이고행은 키움 히어로즈가 KBO리그에서 살아남는 그들만의 방식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증명한 사례로 남게 됐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다시 한번 '거상(巨商)'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간판타자 송성문(29)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되면서, 키움은 또다시 두둑한 '돈 보따리'를 챙기게 됐다. 선수는 꿈의
2025-12-22 13:13:09
[파이낸셜뉴스] 일본 프로야구(NPB)를 평정한 '56홈런의 사나이' 무라카미 무네타카(25)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됐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환호'보다는 '의문'에 가깝다. 당초 1억 달러(약 1400억 원) 이상의 잭팟이 예상됐던 거포가, 예상을 훨씬 밑도는 2년 3400만 달러(약 504억 원)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일본 선수에 대한 거품이 꺼졌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야마모토 요시노부나 사사키 로키 등 투수 자원들은 여전히 천문학적인 금액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유독 무라카미에게만 이런 냉혹한 잣대가 적용되었을까. 그리고 이 현상이 최근 MLB에 진출한 한국의 송성문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무라카미의 계약 규모가 축소된 가장 큰 원인은 '불확실성'이다. MLB 구단들은 그의 파워가 아닌 히트 툴에 의문부호를 던졌다. MLB닷컴 등 현지 매체들은 무라카미의 2022년 이후 급증한 삼진 비율과 떨어진 콘택트 능력을 집중 조명했다. NPB 투수들의 공에도 헛스윙이 늘어난 타자가, 평균 구속 150km/h 중반을 상회하고 변칙적인 무브먼트가 난무하는 MLB 투수들을 상대로 공을 맞힐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화이트삭스가 제시한 2년 계약은 "와서 실력으로 증명해 보라"는 이른바 '쇼케이스(Showcase)' 성격이 짙다. 수비 역시 발목을 잡았다. 무라카미는 3루수지만 MLB 기준으로는 수비 범위가 좁다는 평가다. 1루수로 전향하자니 타격에서의 압도적인 생산성이 필요하고, 지명타자로 쓰자니 일본에서만큼의 파괴력을 미국에서도 보여줘야 하는데 이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확실한 수비'가 보장되지 않은 거포 유망주는 MLB 시장에서 리스크가 큰 자산으로 분류된다. 보스턴의 요시다 마사타카가 수비 불안으로 인해 트레이드 루머에 시달리는 현실도 무라카미의 가치 평가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최근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은 송성문(전 키움)의 사례는 더욱 흥미롭다. 무라카미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자원으로 분류되어 생각보다 헐값에 계약을 했다면, 송성문은 '확실한 유틸리티와 준수한 콘택트'를 무기로 시장에서 제 값을 받아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야구와 일본 야구가 어마어마한 격차를 내고 있다는 것과 무라카미의 나이가 매우 젊다는 것을 고려하면 송성문의 3년 1900~2200만달러의 계약은 상당한 수준이다. 송성문은 무라카미만 한 파워는 없지만,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수비 활용도와 KBO리그에서 검증된 클러치 능력, 그리고 상대적으로 낮은 삼진 비율이 강점이다. 무라카미가 1억 달러 눈높이에서 3400만 달러로 추락하며 자존심을 구긴 반면, 송성문은 시장의 적정가 혹은 그 이상의 대우를 받으며 안착했다. 이는 MLB 구단들이 이제는 막연한 '아시아 홈런왕'의 환상보다는, 팀에 즉시 보탬이 되는 '육각형 내야수'를 더 선호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결국 무라카미는 25세라는 젊은 나이를 무기로 'FA 재수'를 택한 셈이 됐다. 2년간 화이트삭스에서 MLB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고 30홈런 이상을 기록한다면, 27세가 되는 2028년에는 다시 한번 대형 계약을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 '일본 내수용 거포'라는 꼬리표를 떼기 힘들어진다. 이번 계약은 무라카미 개인에게도, 그리고 아시아 거포를 바라보는 MLB의 시선에도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일본 프로야구(NPB)를 평정한 '56홈런의 사나이' 무라카미 무네타카(25)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됐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환호'보다는 '의문'에 가깝다. 당초 1억 달러(약 1400억 원) 이상의 잭팟이
2025-12-22 07:12:55
[파이낸셜뉴스]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보자.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이토록 완벽하고, 이토록 압도적인 '절대 1강'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양궁? 쇼트트랙? 물론 위대하다. 하지만 올해 배드민턴은 그에 비견될만큼 대단하다. 1년 365일, 전 세계를 돌며 매주 열리는 투어 대회에서 타국 선수들의 영혼까지 탈탈 털어버리는 종목은 지금 배드민턴이 유일하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단군 이래 최강'이라 불리는 배드민턴 황금세대를 목격하고 있다. 과거 한국 배드민턴은 '난세의 영웅'에 의존했다. 박주봉이 있었고, 김동문이 있었고, 이용대가 있었다. 그들이 은퇴하면 암흑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것은 한두 명의 천재가 이끄는 게릴라전이 아니다. 완벽한 시스템과 선수층으로 세계를 짓밟는 '정규군'의 대폭격이다. 21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왕중왕전' BWF 월드투어 파이널스는 그 '제국 선포식'이었다. 적진 한복판인 중국에서, 중국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은 우승컵 5개 중 3개를 쓸어 담았다. 남의 잔칫상을 엎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밥상을 통째로 들고 나왔다. 구성원을 보면 전율이 인다. 여자 단식에는 '살아있는 여제' 안세영이 있다. 무릎이 부서져라 뛰며 기어코 시즌 11승을 따낸 그녀의 투혼은 이미 인간의 범주를 넘어섰다. 상금 100만 달러 돌파는 그녀가 흘린 땀의 아주 작은 보상일 뿐이다. 남자 복식에는 '기록 파괴자' 서승재가 있다. 안세영보다 더 많은 1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이 '복식의 신'은 파트너 김원호와 함께 세계 배드민턴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일본의 전설 모모타 겐토의 기록을 지워버린 순간, 세계 배드민턴의 중심축은 도쿄에서 서울로 완전히 넘어왔다. 여기에 여자 복식 백하나-이소희는 어떤가. 26년 만에 왕중왕전 2연패를 달성한 이들의 수비는 '통곡의 벽' 그 자체다. 뚫을 테면 뚫어보라는 식의 질식 수비에 세계 랭커들이 줄줄이 나가떨어졌다. 항저우 체육관에 애국가가 세 번이나 울려 퍼질 때, 중국 관중들의 허탈한 표정은 한국 팬들에게 최고의 카타르시스였다. "한국을 넘지 않으면 우승은 없다"는 절망감을 전 세계에 심어준 것이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다. 안세영의 독주 체제에 서승재-김원호의 화력 지원, 백하나-이소희의 철벽 방어까지. 2025년의 한국 배드민턴은 그야말로 '무적 함대' 그 자체였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보자.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이토록 완벽하고, 이토록 압도적인 '절대 1강'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양궁? 쇼트트랙? 물론 위대하다. 하지만 올해 배드민턴은 그에 비견될만큼
2025-12-22 07:00:00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배드민턴 왕중왕전(BWF 월드투어 파이널스)에서 우승컵 3개를 휩쓴 대한민국 선수단에 깊은 감사와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25년은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전 세계가 우리 선수들의 성과에 경이와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보다 더 자랑스러울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이날 열린 결승전에서 여자 단식(안세영), 남자 복식(김원호-서승재), 여자 복식(이소희-백하나) 등 3개 종목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대통령은 적지인 중국에서 거둔 성과에 대해 남다른 감격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중국 항저우 땅에 애국가가 세 번이나 울려 퍼졌다"며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다"고 전했다. 또한, 대기록을 작성한 선수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그 의미를 되새겼다. 단일 시즌 최다 우승 타이기록(11승)을 세운 '셔틀콕 여제' 안세영(삼성생명), 이를 넘어 최다 우승 신기록(12승)을 합작한 남자 복식의 김원호-서승재(삼성생명), 그리고 대회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여자 복식의 이소희-백하나(인천국제공항)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화려한 영광 뒤에 숨겨진 선수들의 노고도 잊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 오기까지 선수들이 흘렸을 셀 수 없는 땀과 눈물, 그리고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오늘만큼은 모든 부담을 내려놓고 마음껏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길 기원한다"고 격려했다. 한편, 세계 최강의 위용을 과시한 배드민턴 대표팀은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할 예정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배드민턴 왕중왕전(BWF 월드투어 파이널스)에서 우승컵 3개를 휩쓴 대한민국 선수단에 깊은 감사와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
2025-12-22 06:30:00
[파이낸셜뉴스] 2025년 12월 21일, 전 세계 배드민턴계의 시선은 '셔틀콕 여제' 안세영의 11번째 우승에 쏠려 있었다. 하지만 역사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아무도 도달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 '시즌 12관왕'의 고지를 밟은 남자. 바로 서승재(삼성생명)다. 서승재는 이날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남자 복식 결승에서 김원호와 짝을 이뤄 중국의 량웨이컹-왕창 조를 2-0으로 완파했다. 이 승리로 서승재는 올 시즌 '12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는 단순한 우승이 아니다. 세계 배드민턴 역사책의 가장 윗줄을 덮어버린 '혁명'이다. 지금까지 배드민턴 역사상 단일 시즌 최다 우승 기록은 2019년 남자 단식의 전설, 모모타 겐토(일본)가 세운 11승이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현대 배드민턴의 살인적인 일정을 고려할 때, 이 기록은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이라 단언했다. 하지만 서승재는 그 '영원'을 단 6년 만에 깨뜨렸다. 올 시즌 김원호와 함께 11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지난 1월 태국 마스터스에서는 진용(요넥스)과 호흡을 맞춰 우승을 차지했다. 합계 12승. 단식도 아닌, 파트너와의 호흡이 생명인 복식에서 파트너를 바꿔가며 만들어낸 이 기록은 그가 얼마나 압도적인 '우승 청부사'인지를 증명한다. 서승재의 12승이 더욱 경이로운 이유는 그의 '전천후 능력' 때문이다. 그는 코트 뒤에서는 대포알 같은 스매싱으로 상대를 윽박지르고, 네트 앞에서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상대의 허를 찌른다. 파트너가 김원호든 진용이든 상관없다. 서승재가 코트에 서는 순간, 그 팀은 우승 후보 1순위가 된다. 결승전 상대였던 중국의 량웨이컹-왕창 조는 세계 최정상급 듀오다. 게다가 장소는 중국 항저우였다. 하지만 서승재의 라켓 앞에서 중국의 '짜요' 함성은 40분 만에 탄식으로 바뀌었다. 1세트 12-12 동점 상황에서 연속 3득점으로 흐름을 가져온 서승재의 클러치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올 한 해 우리는 안세영의 금빛 스매싱에 환호했다. 하지만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승률 90%를 넘나드는 안세영(11승)보다 더 많이 이기고, 더 많이 시상대 맨 윗자리에 선 선수는 서승재(12승)다. 이제 세계 배드민턴계는 인정해야 한다. 대한민국에는 '여제' 안세영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배드민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즌을 보낸 '복식의 신' 서승재가 버티고 있다. 2025년은 서승재의 해였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2025년 12월 21일, 전 세계 배드민턴계의 시선은 '셔틀콕 여제' 안세영의 11번째 우승에 쏠려 있었다. 하지만 역사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아무도 도달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 '시즌 12관왕'의 고지를
2025-12-21 22:36:03
[파이낸셜뉴스] 21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 1만여 관중의 일방적인 "짜요(힘내라)" 함성은 비명이 되었고, 이내 침묵으로 바뀌었다. 세계 배드민턴의 무게추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완벽하게 이동했음을 알리는 '대관식'이 적진 한복판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모두의 시선이 '셔틀콕 여제' 안세영의 그랜드 슬램과 시즌 11승에 쏠려 있을 때, 한국 배드민턴은 더 무시무시한 역사를 쓰고 있었다. 이번 BWF 월드투어 파이널스는 안세영 개인의 독무대가 아닌, '팀 코리아'의 완벽한 시스템 승리였다. 이날 가장 주목해야 할 숫자는 안세영의 '11'이 아니다. 바로 남자 복식 서승재(삼성생명)가 달성한 '12'다. 서승재-김원호 조는 결승에서 중국의 자존심 량웨이컹-왕창 조를 단 40분 만에 2-0으로 완파했다. 홈 어드밴티지와 관중의 압박감을 고려하면 사실상 '학살'에 가까운 경기력이었다. 이 승리로 서승재는 파트너 김원호와 함께 시즌 11승을 합작했고, 연초 진용(요넥스)과 거둔 1승을 더해 개인 통산 시즌 12승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는 2019년 일본의 모모타 겐토가 세운 '신의 기록' 11승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단식이 아닌 파트너와의 호흡이 절대적인 복식에서, 그것도 파트너를 바꿔가며 12번의 우승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서승재가 단순한 선수가 아닌 '전술의 핵'이자 '우승 청부사'임을 증명한다. 안세영이 '여제'라면, 서승재는 배드민턴계의 '신(God)'이 된 셈이다. 여자 복식 백하나-이소희의 활약은 '화룡점정'이었다. 일본의 후쿠시마-마쓰모토 조를 상대로 보여준 2-0 완승은 이들이 왜 '왕중왕'인지 보여줬다. 특히 올 시즌 우승이 다소 부족했던 갈증을 가장 큰 무대에서, 대회 2연패로 씻어내며 '큰 경기에 강한 DNA'를 입증했다. 한국 선수가 이 대회 2연패를 달성한 것은 1998-1999년 김동문-나경민 조 이후 무려 26년 만이다.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이소희-백하나의 우승은 한국 배드민턴의 허리가 얼마나 튼튼한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안세영 타도에만 집중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여자 단식, 남자 복식, 여자 복식 트로피가 모두 한국행 비행기에 실렸다. 그것도 자신들의 안방인 항저우에서 말이다. 안세영은 물론이고, 서승재-김원호의 압도적인 스피드, 백하나-이소희의 짠물 수비까지. 한국 배드민턴은 이제 특정 스타 한 명에게 의존하는 팀이 아니다. 2025년 12월 21일, 항저우는 기억할 것이다. 세계 최강 중국을 '들러리'로 세우고, 애국가를 세 번이나 울려 퍼지게 만든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위대했던 밤을.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21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 1만여 관중의 일방적인 "짜요(힘내라)" 함성은 비명이 되었고, 이내 침묵으로 바뀌었다. 세계 배드민턴의 무게추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완벽하게 이동했음
2025-12-21 22:31:31
중국 항저우의 올림픽스포츠센터가 거대한 도서관처럼 변해버렸다. "짜요"(파이팅)를 외치던 1만 중국 관중의 함성도, 세계 2위 왕즈이의 거친 숨소리도 '여제'의 대관식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간판 안세영(23·삼성생명)이 2025년의 끝자락에서 전무후무한 역사를 써내려갔다. 안세영은 21일(한국시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2025 여자 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왕즈이를 상대로 세트 스코어 2-1(21-13 18-21 21-10) 승리를 거뒀다. 무려 1시간36분에 걸친 혈투였다. 이로써 안세영은 올 시즌 11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는 2019년 남자 단식의 전설 모모타 겐토(일본)가 세운 단일 시즌 최다 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기록이다. 더불어 안세영은 올 시즌 승률 94.8%(73승 4패)라는 비현실적인 수치를 남겼다. 배드민턴 역사상 그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신의 영역'이다. 1세트를 21대 13으로 가볍게 이긴 안세영은 2세트 왕즈이의 반격에 고전했다. 7-8로 뒤진 상황에서 두 선수는 무려 74번이나 셔틀콕을 주고받는 '지옥의 랠리'를 펼쳤다. 안세영은 몸을 날려 수비해냈지만, 간발의 차로 실점한 뒤 코트에 대자로 뻗어버렸다. 탈진에 가까운 상태였다. 설상가상으로 3세트에서는 왼쪽 햄스트링 통증으로 다리를 절뚝이는 모습까지 보였다. 하지만 여제의 진가는 위기에서 빛났다. 3세트 8-6 상황에서 믿기지 않는 집중력으로 내리 7점을 쓸어 담으며 승기를 잡았다. 다리는 멈칫거렸지만, 라켓은 더 날카롭게 춤췄다. 안방에서 우승을 노리던 왕즈이는 안세영의 투혼에 질려버린 듯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안세영은 이번 우승으로 왕즈이와의 상대 전적을 16승 4패로 벌렸고, 올 시즌 맞대결 8전 전승이라는 '천적 관계'를 완벽하게 구축했다. '머니게임'에서도 새로운 역사가 탄생했다. 우승상금 24만달러를 추가한 안세영은 남녀 통틀어 사상 최초로 단일시즌 상금 100만달러(약 14억원)를 돌파한 선수가 됐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안세영은 관중석을 향해 양손 검지를 펴 보이며 '11승'을 자축했다. 항저우의 밤하늘 아래,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국보가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우뚝 서 있음을 전 세계에 선포하는 순간이었다. 전상일 기자 중국 항저우의 올림픽스포츠센터가 거대한 도서관처럼 변해버렸다. "짜요"(파이팅)를 외치던 1만 중국 관중의 함성도, 세계 2위 왕즈이의 거친 숨소리도 '여제'의 대관식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간판
2025-12-21 21:14:57
[파이낸셜뉴스] "완성형이 된 그녀를 대체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골치가 아프다." 일본 배드민턴의 간판 야마구치 아카네가 이번 월드투어 파이널스 준결승에서 안세영에게 완패한 뒤 남긴 말이다. 세계 랭킹 상위권에 포진하며 안세영과 소위 '빅4'를 형성했던 경쟁자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한마디다. 안세영(삼성생명)이 2025년, 배드민턴 코트를 라이벌들의 '무덤'으로 만들어버렸다. 안세영은 21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우승으로 시즌 11승, 승률 94.8%라는 비현실적인 성적표를 완성했다. 하지만 이 숫자보다 더 무서운 것은 안세영이 보여준 '진화'의 과정이다. 과거 안세영을 수식하는 단어는 '좀비'였다. 셔틀콕이 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끈질기게 걷어 올리는 질식 수비가 트레이드마크였다. 하지만 2025년의 안세영은 달랐다. 기존의 '통곡의 벽' 같은 수비력에, 상대의 빈틈을 포착하면 주저 없이 꽂아 넣는 날카로운 스매싱까지 장착했다. 수비형 선수에서 완벽한 '공수 겸장'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러한 진화는 오랜 천적 관계마저 청산하게 만들었다. 안세영은 올 시즌 최대 라이벌인 중국의 천위페이를 상대로 7번 싸워 5번을 이겼다. 통산 전적을 15승 15패 동률로 맞추며 '천위페이 공포증'을 완전히 지워냈다. 야마구치와의 상대 전적 역시 17승 15패로 뒤집었다. 이제 더 이상 안세영에게 '천적'이나 '징크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안세영이 기록한 승률 94.8%(73승 4패)는 남자 단식의 전설 빅토르 악셀센(94.4%)조차 넘어서는 수치다. 올 시즌 치른 77경기 중 실제로 패배한 경기는 기권패를 제외하면 단 3경기뿐이다. 사실상 코트에 나서는 순간 승리는 안세영의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뜻이다. 스포츠 세계에서 영원한 강자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안세영이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그 격언을 비웃는 듯하다. 수비 하나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소녀가 이제 공격까지 통달한 '완전체'가 되어 군림하기 시작했다. 적수 없는 독주 체제, '안세영의 시대'는 이제 막 1막을 올렸을 뿐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완성형이 된 그녀를 대체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골치가 아프다." 일본 배드민턴의 간판 야마구치 아카네가 이번 월드투어 파이널스 준결승에서 안세영에게 완패한 뒤 남긴 말이
2025-12-21 21:00:00
중국 항저우의 올림픽스포츠센터가 거대한 도서관처럼 변해버렸다. "짜요"(파이팅)를 외치던 1만 중국 관중의 함성도, 세계 2위 왕즈이의 거친 숨소리도 ‘여제’의 대관식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간판 안세영(23·삼성생명)이 2025년의 끝자락에서 전무후무한 역사를 써내려갔다. 안세영은 21일(한국시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2025 여자 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왕즈이를 상대로 세트 스코어 2-1(21-13 18-21 21-10) 승리를 거뒀다. 무려 1시간 36분에 걸친 혈투였다. 이로써 안세영은 올 시즌 11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는 2019년 남자 단식의 전설 모모타 겐토(일본)가 세운 단일 시즌 최다 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기록이다. 더불어 안세영은 올 시즌 승률 94.8%(73승 4패)라는 비현실적인 수치를 남겼다. 배드민턴 역사상 그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신의 영역’이다. 승부의 분수령은 2세트였다. 7-8로 뒤진 상황에서 두 선수는 무려 74번이나 셔틀콕을 주고받는 ‘지옥의 랠리’를 펼쳤다. 안세영은 몸을 날려 수비해냈지만, 간발의 차로 실점한 뒤 코트에 대자로 뻗어버렸다. 탈진에 가까운 상태였다. 설상가상으로 3세트에서는 왼쪽 햄스트링 통증으로 다리를 절뚝이는 모습까지 보였다. 하지만 여제의 진가는 위기에서 빛났다. 3세트 8-6 상황에서 믿기지 않는 집중력으로 내리 7점을 쓸어 담으며 승기를 잡았다. 다리는 멈칫거렸지만, 라켓은 더 날카롭게 춤췄다. 안방에서 우승을 노리던 왕즈이는 안세영의 투혼에 질려버린 듯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안세영은 이번 우승으로 왕즈이와의 상대 전적을 16승 4패로 벌렸고, 올 시즌 맞대결 8전 전승이라는 ‘천적 관계’를 완벽하게 구축했다. ‘머니 게임’에서도 새로운 역사가 탄생했다. 우승 상금 24만달러를 추가한 안세영은 남녀 통틀어 사상 최초로 단일 시즌 상금 100만달러(약 14억원)를 돌파한 선수가 됐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안세영은 관중석을 향해 양손 검지를 펴 보이며 ‘11승’을 자축했다. 항저우의 밤하늘 아래,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국보가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우뚝 서 있음을 전 세계에 선포하는 순간이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중국 항저우의 올림픽스포츠센터가 거대한 도서관처럼 변해버렸다. "짜요"(파이팅)를 외치던 1만 중국 관중의 함성도, 세계 2위 왕즈이의 거친 숨소리도 ‘여제’의 대관식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간판
2025-12-21 20:29:15
실력만 ‘여제’가 아니었다. 통장 잔고도 확실한 ‘월드 클래스’다. ‘셔틀콕 여제’ 안세영(삼성생명)이 배드민턴 라켓 하나로 전 세계를 평정하며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았다. 안세영은 21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우승으로 24만 달러(약 3억 4천만 원)의 상금을 챙겼다. 이로써 안세영의 올 시즌 누적 상금은 무려 100만 3175달러(약 14억 8570만 원)를 찍었다. 이 숫자가 얼마나 대단한 것이냐면 배드민턴 역사상 단일 시즌 상금 100만 달러를 돌파한 선수는 안세영이 ‘최초’다. 자신이 2023년에 세웠던 종전 기록(약 57만 달러)을 불과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불려버렸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따로 있다. 안세영이 벌어들인 통산 상금(약 256만 달러)이 무려 183주 동안 남자 단식 세계 1위를 지켰던 덴마크의 ‘살아있는 전설’ 빅토르 악셀센(약 228만 달러)을 뛰어넘었다는 점이다. 남녀 통틀어 역대 상금 랭킹 1위. 남자 선수들조차 안세영의 아성을 넘지 못한다는 뜻이다. 비결은 압도적인 성적이다. 안세영은 올해 나갔다 하면 우승했다. 슈퍼 1000, 750 등 굵직한 대회만 골라 11개의 트로피를 수집했다. 이는 2019년 일본의 모모타 겐토가 세운 역대 최다 우승 기록과 타이다. 여기에 BWF가 최근 대회 상금 규모를 대폭 늘린 것도 ‘안세영 재테크’에 불을 지폈다. 실력으로 세계를 씹어 지배하니, 부는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이제 겨우 20대 초반인 안세영. 실력도, 기록도, 그리고 통장도 역대 최고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팬들은 벌써부터 궁금해한다. “과연 안세영의 전성기는, 그리고 그녀의 연봉은 어디까지 치솟을까?”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실력만 ‘여제’가 아니었다. 통장 잔고도 확실한 ‘월드 클래스’다. ‘셔틀콕 여제’ 안세영(삼성생명)이 배드민턴 라켓 하나로 전 세계를 평정하며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았다. 안세영은 21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BWF 월드투어 파
2025-12-21 20:2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