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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서승재, 백하나 등 지금 대한민국은 '배드민턴 제국'이다… 단군 이래 최강의 '황금세대'가 완성됐다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2 07:00

수정 2025.12.22 07:20

1992년 바르셀로나 영광? 2008년 이용대 윙크? 지금이 '진짜'다
태양 안세영, 우주 서승재, 백하나-이소희 '철벽'
중국 항저우에서 울려 퍼진 3번의 애국가
세계 배드민턴, 이제 한국이 통치한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보자.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이토록 완벽하고, 이토록 압도적인 '절대 1강'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양궁? 쇼트트랙? 물론 위대하다. 하지만 올해 배드민턴은 그에 비견될만큼 대단하다. 1년 365일, 전 세계를 돌며 매주 열리는 투어 대회에서 타국 선수들의 영혼까지 탈탈 털어버리는 종목은 지금 배드민턴이 유일하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단군 이래 최강'이라 불리는 배드민턴 황금세대를 목격하고 있다.

과거 한국 배드민턴은 '난세의 영웅'에 의존했다.

박주봉이 있었고, 김동문이 있었고, 이용대가 있었다. 그들이 은퇴하면 암흑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것은 한두 명의 천재가 이끄는 게릴라전이 아니다. 완벽한 시스템과 선수층으로 세계를 짓밟는 '정규군'의 대폭격이다.

[항저우=신화/뉴시스] 배드민턴 안세영,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파이널스 여자단식 우승. 2025.12.21. /사진=뉴시스
[항저우=신화/뉴시스] 배드민턴 안세영,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파이널스 여자단식 우승. 2025.12.21. /사진=뉴시스

21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왕중왕전' BWF 월드투어 파이널스는 그 '제국 선포식'이었다. 적진 한복판인 중국에서, 중국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은 우승컵 5개 중 3개를 쓸어 담았다. 남의 잔칫상을 엎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밥상을 통째로 들고 나왔다.

구성원을 보면 전율이 인다. 여자 단식에는 '살아있는 여제' 안세영이 있다. 무릎이 부서져라 뛰며 기어코 시즌 11승을 따낸 그녀의 투혼은 이미 인간의 범주를 넘어섰다. 상금 100만 달러 돌파는 그녀가 흘린 땀의 아주 작은 보상일 뿐이다.

남자 복식에는 '기록 파괴자' 서승재가 있다. 안세영보다 더 많은 1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이 '복식의 신'은 파트너 김원호와 함께 세계 배드민턴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일본의 전설 모모타 겐토의 기록을 지워버린 순간, 세계 배드민턴의 중심축은 도쿄에서 서울로 완전히 넘어왔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여자복식 백하나와 이소희(좌측부터).연합뉴스
여자복식 백하나와 이소희(좌측부터).연합뉴스

여기에 여자 복식 백하나-이소희는 어떤가. 26년 만에 왕중왕전 2연패를 달성한 이들의 수비는 '통곡의 벽' 그 자체다. 뚫을 테면 뚫어보라는 식의 질식 수비에 세계 랭커들이 줄줄이 나가떨어졌다.

항저우 체육관에 애국가가 세 번이나 울려 퍼질 때, 중국 관중들의 허탈한 표정은 한국 팬들에게 최고의 카타르시스였다.
"한국을 넘지 않으면 우승은 없다"는 절망감을 전 세계에 심어준 것이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다.
안세영의 독주 체제에 서승재-김원호의 화력 지원, 백하나-이소희의 철벽 방어까지. 2025년의 한국 배드민턴은 그야말로 '무적 함대' 그 자체였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