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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좀먹는 '경제 간첩', 산업스파이 엄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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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중국 반도체 회사로 이직하면서 반도체 핵심 공정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보기술범죄수사본부는 23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삼성전자에서 상무, 부장, 연구원을 지냈던 10명을 기소했다. 이들이 기술을 넘긴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불과 10년 만에 중국 1위 D램 업체로 몸집을 키웠다. 검찰이 밝힌 기술탈취 과정은 영화에서 볼 법한 첩보전을 방불케 한다. 삼성 출신들이 주도한 기술탈취는 CXMT 초창기인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치밀한 계획에 따라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삼성에는 퇴직 후 일정 기간 경쟁사로 이직을 제한하는 규정이 있는데, 이를 우회하기 위해 CXMT는 위장 비료회사까지 차렸다. D램 기술을 빼내는 과정에서 삼성 연구원을 지냈던 모씨는 600단계에 달하는 D램 공정 정보를 노트에 자필로 베껴 적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해 정보를 입력하면 보안시스템에 적발될 수 있다고 보고 아날로그 방식의 메모를 택한 것이다. 이들은 "항상 국정원이 주변에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라" "체포되면 하트 네 개(♥♥♥♥)를 전파하라"는 지시 문자를 공유하기도 했다. 기술탈취에 대한 죄의식은 애초부터 없었고, 수사 가능성까지 대비한 산업스파이들의 무모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한때 한국 대표기업의 인재였던 이들이 이렇게까지 몰락한 것은 돈 앞에 이성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CXMT는 핵심인력을 영입 대상으로 삼아 퇴직 당시의 2~4배에 달하는 연봉을 제시했다. 개발실장급에게는 최대 30억원을 지급했고, 계약금 성격으로 1년치 연봉을 일시불로 주기도 했다. 이들의 기술탈취로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만 5조원가량의 매출이 줄었을 것이라고 검찰은 추산했다. 이는 D램 시장에서 한 해 수출물량 감소만 따져본 것이며, 실제 중장기적인 피해 규모는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D램 공정 기술탈취로 CXMT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가져왔어야 할 생산과 수출 물량을 가져갔다. 무엇보

가맹점 사장 정보까지 털려, 보안 패러다임 전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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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에서 가맹점 대표자의 개인정보 19만건이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2022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3년여에 걸쳐 최소 5개 영업소 직원 12명이 연루됐다고 한다. 휴대폰 번호 18만여건과 성명 및 생년월일이 포함된 정보까지 무차별 유출됐다. 이는 단순 정보유출 사건으로 넘길 게 아니다. 사실상 조직적 일탈 사건이다. 정보유출 목적과 방식은 더욱 혀를 내두르게 한다. 정보를 빼돌린 목적은 신규 카드 모집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그런 개인적 욕심을 위해 모니터 화면을 카메라로 촬영해 설계사에게 전달하는 원시적 방법을 사용했다. 이번 사건은 정보유출 규모 면에서 보면 이전 사태보다 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건의 특성상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올해 발생한 정보유출 사태들을 되돌아보면 외부 해킹, 내부자 범죄, 시스템 취약점 등 다양한 경로로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있다. 쿠팡의 경우 내부자가 중국으로 정보를 빼돌렸는데, 신한카드는 영업 현장 단위에서 정보가 새어나갔다. 정보유출은 더 이상 중앙서버 해킹이나 외부 침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이번 사태가 여실히 보여줬다. 유출 경로가 다층화·다변화되면서 기존의 중앙집중식 보안체계만으로는 더 이상 개인정보를 지킬 수 없게 됐다. 보안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특히 신한카드 사례는 말단 영업 현장에서 보안 취약성이 크다는 점이 드러난 사건이다. 통상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중앙의 시스템 관리에 역점을 둔다. 그러나 중앙 시스템이 아무리 견고해도 수백, 수천개의 영업점과 수만명의 직원이 접근하는 정보를 완벽히 통제할 수는 없다. 더구나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현장 직원들이 손쉽게 정보에 접근해 유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허술함을 알 수 있다. 마케팅 동의도 받지 않은 정보를 영업현장 일선의 직원들이 자기 마음대로 사익을 위해 유출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수도 없이 정보보안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