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경제부총리가 11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의 화상 면담에서 "한국 경제시스템은 굳건하다. 긴급 대응체계는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으로 정치·사회적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대 동맹인 미국과의 긴밀한 경제·금융 협력에 어떠한 균열도 없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한국의 정치 급변과 후폭풍에 미국 등 주요국들이 불안과 의심으로 주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주요 교역국에 한국의 경제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적극 설명하고 확인시키는 것은 경제당국이 해야 할 당연한 처사다. 정치 불안과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기업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 급변하는 환율에 경영계획을 다시 짜야 하고, 조세·경제정책이 바뀔 수 있는 여러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수출 계약을 추진 중이거나 국내외 투자를 진행 중인 기업들은 어려움이 클 것이다. 해외 파트너들은 계약 체결을 미룰 것이다. 내년 3월로 예정된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계약도, K2 전차 폴란드 추가 수출 협상 등 굵직한 거래가 차질을 빚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반도체와 같은 대규모 설비 투자에 필요한 인허가와 세제 특례, 전기·용수·도로 등 인프라 지원 정책이 줄줄이 지연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러니 기업들은 이미 집행한 투자와 현상만 유지한 채, 내년 투자계약을 전면 보류하고 사태 추이를 주시하는 게 당연하다. 정국 혼란 속에서 그나마 기업인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다. 11일 한미 기업인들은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나 양국 간 경제 동맹을 재확인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제35차 한미재계회의 총회인데, 4대 그룹 인사를 포함한 역대 최대 규모의 민간 사절단 40여명이 참여했다. 비상계엄과 탄핵사태 이전에 준비된 행사이긴 하지만, 혼란한 국내 사정에서도 주요 기업인들이 경제외교사절 격으로 대거 참석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기업인들이 트럼프 2기 정부 인사와 만나 한국 기업의 대미투자가 미국 내 생산·고용에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을
우리나라 인공지능(AI) 경쟁력이 글로벌 2군 수준에 불과하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73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한 'AI 성숙도 매트릭스' 보고서에 나온 결과다. 캐나다, 중국, 싱가포르, 영국, 미국(알파벳 순) 5개국이 AI에 대한 높은 수준의 준비상태를 보인 'AI 선도국가'로 분류됐다. 한국은 호주, 핀란드,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말레이시아, 스페인, 대만 등과 함께 'AI 안정적 경쟁국가'에 포함됐다. BCG 보고서는 우리가 알고 있던 경쟁력 순위와 확연히 다르다. 우리 정부가 AI 관련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한국이 글로벌 3위권이라는 점을 강조해와서다. 영국 토터스미디어가 발표하는 '글로벌 AI 순위'를 주로 인용해왔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중국에 이어 3위권에 속한다. 물론 조사 방법에 따라 보고서 내용이 다를 수 있다. 최근까지 AI에 대한 정부의 공식 판단은 안심할 단계라는 인식을 줬다. 그러나 글로벌 AI 판도 변화를 보고 있으면 한국의 AI 발전 속도가 심각하게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거대언어모델 분야는 미국의 빅테크가 이미 평정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나마 거대언어모델을 활용한 응용 비즈니스 분야에서 선전을 기대하지만 이마저도 역부족인 상황이다. 실제로 오픈AI,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가 쏟아내는 새로운 AI 비즈니스 서비스들을 보면 앞날이 캄캄할 지경이다. 가령 생성형 AI를 활용한 이미지 생성 서비스는 동영상으로 급속 이동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 내놓는 서비스들은 이미지 생성 서비스 단계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 9월 대통령 직속 국가AI위원회를 출범시킨 바 있다. 당시 야심차게 제시한 목표는 2027년까지 AI 분야에서 미국·중국에 이은 3대 강국(G3)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었다. 현재 글로벌 AI 경쟁 구도를 보면 정부의 목표가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 의아하다. 우리의 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