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개 동시에 사용하며
각각 답변을 비교, 재해석
AI 큐레이터의 역량 필요
각각 답변을 비교, 재해석
AI 큐레이터의 역량 필요
음식도 급하게 먹으면 체하듯이 새로운 IT 기술도 급하게 오남용했다가는 큰 부작용에 직면하게 된다.
또 하나의 부작용은 바로 AI 과의존이다. 흔히 AI 중독으로도 불리는 이 현상은 AI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과다하게 사용하는 증상을 말한다. 필자와 장슈난 박사과정 등이 공동수행하여 올해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한 연구는 서울의 대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AI 과의존을 일으키는 원인을 추적해 보았다. 대학생들에게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AI 과의존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오히려 그러한 자신감(학술용어로는 학업 자기효능감)이 낮을수록, 학업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AI 의존성이 상승했다. 또한 AI를 이용했을 때 성과가 높을 것이라는 기대 역시 AI 의존성에 영향을 미쳤다. 학업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낮을수록 학업 스트레스는 높아지고, 그러다 보니 신기술인 AI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키우면서 AI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것이 연구의 요지다. AI 의존성이 초래하는 부정적 결과에는 나태함이 늘어날 수 있고,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수용해버릴 수 있으며, 창의성이 감소하거나 독립적 사고가 줄어들 우려가 있다는 점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AI 과의존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필자의 처방은 한 개의 생성형AI만 쓰기보다는 여러 개의 생성형AI를 동시에 사용하면서 각각의 답변을 비교하고, 자신이 그것 중에 양질의 답변을 조합하거나 재해석할 수 있는 이용자의 AI 리터러시를 가지라는 것이다. 이제 이용자에게는 여러 개의 생성형AI를 큐레이션할 수 있는 AI 큐레이터로서의 역량이 필요해지는 시기가 다가왔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생성형AI에는 동영상이나 이미지파일을 만들어주는 것도 있다. 최근에는 이용자가 어떤 캐릭터의 특성이나 스토리의 세계관을 입력하기만 하면 그것을 바탕으로 웹소설, 이미지, 동영상 등 원하는 문화상품을 자동으로 제작해주는 AI 서비스도 등장했다. 이제 꿈만 꾸는 몽상가도 AI라는 도구를 만났을 때 그 꿈을 눈에 보이는 실체로 전환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렇게 생성형AI가 고도화될수록 우리에게는 양질의 결과물을 선별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러한 역량은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독서, 여행, 교육 등 직간접 경험과 첨단 기술에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는 테크놀로지 이용 경험, 친숙도 등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A라는 생성형AI가 환각을 통해 엉뚱한 답을 내놓더라도 B, C, D의 답변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다 보면 그러한 오답을 가려내는 눈을 가질 수 있다. 문제는 A부터 D 사이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창의적 답변, 양질의 답변인데 그것은 AI와 그것을 만든 인간 양자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할 것이다.
김장현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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