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투자 경쟁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빅테크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업체에 수년 단위 물량 확보를 먼저 요청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간 '사는 쪽(고객사)'이 가격 및 물량을 주도하던 것과 달리 메모리 업체(공급사)로 협상력이 이동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분기에서 1년 등 짧은 주기로 가격 협상이 이뤄지던 관행이 점차 깨지면서, 메모리 산업이 단기 가격 변동 중심에서 중장기 계약 기반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전닉스 "메모리 장기계약 확대"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진행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나란히 메모리 장기공급계약(LTA) 확대 흐름을 공식화했다. 분기 단위에서 1년 단위로 가격 협상이 일반적이던 기존 거래 구조에서 벗어나 수년 단위로 물량을 묶는 계약이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실제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들과 다년 공급 계약을 추진 중이며 일부는 이미 체결했다"고 밝혔다.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AI 수요 확신을 바탕으로 고객들이 중장기 물량 확보를 먼저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역시 고객들의 중장기 물량 확보 요구가 크게 늘고 있다며, 기존 단일 구조의 계약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과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메모리 3강 중 한 곳인 마이크론도 기존 LTA를 넘어 5년 단위의 구체적인 전략고객계약(SCA)을 체결했다고 밝히는 등 주요 업체 전반에서 장기계약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속에서 고객사들이 공급 부족과 가격 변동성을 핵심 리스크로 인식하면서, 가격 협상보다 물량 확보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고객사 입장에서는 가격을 일부 양보하더라도 장기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며 "반대로 LTA를 체결하지 못한 고객사는 제한된 잔여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수용해야 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