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전만 해도 은색으로 된 하얀 알갱이를 중년 남성들이 입에 털어 넣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하얀 알갱이는 싸한 맛으로 텁텁한 입을 상쾌하게 해주는 '은단(銀丹)'이다. 은단의 뿌리는 일본에서 지금도 판매되는 '인단(仁丹)'에서 찾을 수 있다. 모리시타 히로시라는 일본인이 1895년 대만에 군인으로 출병했다가 현지인들이 복용하는 것을 보고 감초, 계피..
2023-09-07 18:21:56장노년층이 기억하는 '기쁜소리사'라는 상호를 지금도 드물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면 전국에 10여곳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 주로 개인이 운영하는 전자제품 수리점이나 유통업체다. 사실 기쁜소리사는 수십년 전까지 서울에서 전자제품 유통을 주로 하고 수리도 해주던 주식회사 형태의 기업으로 신문에 광고도 내던 규모가 큰 업체였다. 광고에 ..
2023-08-17 18:22:151904년 프랑스에서 시판된 '코티분(粉)'은 일제강점기에 국내에 처음 들어왔다. 국산 '박가분'이 팔릴 때인데 코티분을 쓰면 왠지 우월감을 느꼈다고 한다. 1937년 박태원이 쓴 소설 '여인성장(女人盛裝)'에 나오는 내용이다.6·25 전쟁의 상처가 아물어 가면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성들의 욕구는 커졌지만 쓸만한 분 하나 없었다. 코티분은 부르는 게 값이어..
2023-08-10 17:42:35양복을 맞춰 입은 적이 있는 중장년층이라면 '골덴텍스(GOLDENTEX·골든텍스)'라는 글씨가 새겨진 양복지의 끝단을 기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모직의 본고장 영국과 이탈리아, 미국에서도 인정받은 최고의 국산 옷감이다. 섬유공장들이 다 파괴되고 없던 6·25 직후의 양복 옷감은 군용 모포나 다름없었다. 좋은 양복은 마카오에서 밀수입된 영국산 양복지..
2023-08-03 18:43:33일본에서 조미료가 개발된 것은 1908년이었다. 도쿄대 교수 이케다 기쿠나가 어느 날 저녁을 먹다가 "여보, 이 국물이 도대체 무슨 국물인데 이렇게 맛이 있소?"라고 물었다. 부인은 다시마 국물이라고 대답했다. 이케다는 맛을 내는 성분이 '글루탐산나트륨'(MSG)임을 확인하고 '아지노모도'(味の素·아지노모토)라는 이름을 붙여 이듬해 상품으로 만들어 냈..
2023-07-20 18:09:211905년 독립운동가 박용만 선생은 미국 네브래스카주로 건너가 한인소년병학교를 세워 한국에서 데려간 학생들을 교육시켰다. 독립전쟁을 벌일 독립군을 양성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이었다. 그중에 유일한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미시간대 경영학과와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유일한은 1926년 귀국해 서울 종로 덕원빌딩에 유한양행을 설립했다. 건물 2층에서 소아과..
2023-07-13 18:33:47화신백화점은 일제강점기 5대 백화점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인이 세운 것이다. 1932년 서울 종로에 화신백화점을 개업한 사업가 박흥식(1903~1994)은 총독부 산하 8개 단체의 직함을 맡은 친일 인사였다. 반민특위 제1호 체포자로 법정에 섰다가 무죄로 풀려난 그는 안창호 선생을 돕고 협성실업학교(현 광신방송예술고·서울 관악구 신림동) 재단 이사장을 지내는..
2023-07-06 18:36:13알렉산드르 6세(역사상 가장 타락한 교황), 프랑수아 1세(프랑스 왕), 파가니니, 가토 기요마사(임진왜란 때의 왜장), 톨스토이, 나폴레옹, 하이네, 카사노바.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바로 매독에 걸렸거나 매독으로 죽었다는 것이다. 매독은 중세에 전 유럽 인구의 20%가 걸렸을 정도로, 당시 창궐한 페스트만큼 무서운 전염병이었다. 나폴레옹이 패배한 원인을 매독으..
2023-06-29 18:44:50[파이낸셜뉴스]알렉산드르 6세(역사상 가장 타락한 교황), 프랑수아 1세(프랑스 왕), 파가니니, 가토 기요마사(임진왜란 때의 왜장), 톨스토이, 나폴레옹, 하이네, 카사노바.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바로 매독에 걸렸거나 매독으로 죽었다는 것이다. 매독은 중세에 전 유럽 인구의 20%가 걸렸을 정도로, 당시 창궐한 페스트만큼 무서운 전염병이었다. 나폴레옹이 패배한 원인을..
2023-06-29 11:00:00광고가 많지 않던 시절 해태제과는 중요한 광고주였다. 초창기에는 양갱, 캬라멜(캐러멜)이 주력상품이었고 대부분 이 제품들이 광고에 나왔다(조선일보 1956년 6월 2일자·사진). 해태제과는 홈페이지에 '순수한 민족자본과 우리 기술로 세워진 국내 최초의 식품회사'라고 소개하고 있다. 상상의 동물로 광화문 앞에 있는 해태라는 이름을 선택한 것도 민족자본..
2023-06-22 18:03:46마이신(항생제)이 널리 쓰이면서 전통 종기치료제 고약(膏藥)은 거의 잊힌 존재가 됐다. 종기는 모낭에서 발생한 염증을 말한다. 위생 관념이 적었던 시절에 종기는 흔한 질병이었다. 심하면 고름이 빠진 자리에 심지를 넣고 고약을 붙였다. 고약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가정마다 비치해 뒀던 상비약이었다. 일제강점기부터 유명했던 두 고약은 '이명래 고약'과 '조고약..
2023-06-15 18:19:02우리나라에 콜라는 언제 들어왔을까. 1950년대 신문 연재소설계를 평정했던 소설가 장덕조(1914~2003)의 소설 '허영의 풍속'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심 변호사는 코카콜라를 먹고 한청은 같은 코카콜라에 위스키를 타셔 마셨다." 장덕조는 여성으로서는 유일하게 한국전쟁 종군기자로 참여해 휴전협정을 취재했던 언론인이자 소설가였다. 이 대목이 실린 때..
2023-06-08 18:04:05하야카와 도쿠지는 일본 최초로 기계식 연필을 발명했는데 제품 이름이 '에버-레디 샤프'였다. 샤프펜슬로 불리게 된 기계식 연필을 만들던 회사는 나중에 '샤프전자'로 발전했다. 샤프펜슬의 등장으로 국내 연필 제조업체는 큰 타격을 받았고, 설상가상 중국산 연필도 몰려왔다. 그래도 연필 업체들은 꿋꿋이 버텼다. 중장년층이 또렷이 기억하는 동아연필도 건재하다...
2023-06-01 18:23:12조정래의 소설 '한강'에는 허약해진 친구에게 '원기소' 한 병을 선물하는 장면이 나온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어느 TV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은 이렇게 말했다. "정혜씨는 내게 원기소 같은 존재예요." 원기소는 여러 글에서 '힘을 북돋워 주는 것'이라는 의미로 흔히 쓰였다. 먹을 것이 풍부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을 보낸 중장년층이면 원기소로 영양..
2023-05-25 18:36:48최초의 국산 자동차로 알려진 지프형 '시발'(始發) 자동차가 개발된 것은 1955년 7월 무렵이었다. 우리가 시발 자동차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미군이 버리고 간 지프 엔진을 활용하고 드럼통을 두드려 펴서 차체를 만들었다는 것 정도다. 미군 지프는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 사용된, 지붕이 없는 '윌리스 MB'로, 전쟁영화에도 자주 등장한다. 당시 기사들을 보면 시발 ..
2023-05-18 18:54:25광복 후 최초의 여성잡지 '여원'과 학생을 위한 종합잡지 '학원'을 발행한 김익달(1916~1985)이라는 인물이 있다. 일본 와세다대학을 수료하고 대양출판사를 설립해 3000여종의 책을 펴낸 1세대 출판인이라는 것만으로는 김익달 선생을 다 설명하지 못한다. 선생은 양심적 출판인으로 존경을 받았으며, 특히 학생과 농촌을 위한 출판에 노력을 기울여 우리 출판역사에 ..
2023-05-11 18:27:25일제강점기에 일본 생활화학 기업 '라이온'이 '라이온 치마'라는 치약을 국내에 들여와 광고를 하며 판매했다. '치마(齒磨)'란 이를 갈아내는 분말이라는 뜻이다. 서민들에겐 칫솔도 구경하기 어려운 시절이라 널리 보급되지는 못했다. 요즘 쓰는 튜브 형태의 액상 치약은 미국 콜게이트사가 1896년 무렵 선보였다. 광복 후 라이온 치마마저 판매망이 끊기고 서민들은 ..
2023-05-04 18:16:03일제강점기 서울에 있었던 5대 백화점은 미쓰코시, 히라다, 조지야, 미나카이 그리고 화신이었다. 화신만 한국인 박흥식이 창립했고, 나머지는 모두 일본인이 세운 것이다. 히라다와 미나카이는 미쓰코시 근처 충무로에 있었다. 미쓰코시는 광복 후 동화백화점을 거쳐 삼성에 인수돼 신세계백화점이 되었다. 조지야는 미도파백화점으로 바뀌었다가 롯데가 합병했다. 종..
2023-04-27 18:10:186·25전쟁 직후에는 이렇다 할 기업이 없어 지면에 나오는 광고도 변변한 것이 없었다. 영화, 주류 광고가 대부분이었는데 그중에 눈에 띄는 광고가 샘표간장이다. 중장년층이라면 "보고는 몰라요, 들어서도 몰라요, 맛을 보고 맛을 아는~"이라는 샘표간장 광고 노래가 기억에 남아 있을 것이다. 1961년에 나온 이 CM송은 국내 최초라고 한다. '하숙생'..
2023-04-20 18:04:40하이트진로가 내놓은 '켈리(Kelly)'라는 새로운 맥주가 광고를 시작했다. 켈리는 '테라'와 함께 쌍두마차로 뛰며 라이벌 오비맥주의 '카스'를 잡는 게 목표다. 예나 지금이나 한국 맥주의 양대 산맥은 오비맥주와 크라운맥주다. 족보를 따져 보면 켈리는 크라운의 작은 손자 격이다. 아버지는 '하이트', 형은 물론 테라다. 2011년까지 하이트는 국내 맥주시장 왕좌를 지..
2023-04-13 18:20:10크리스마스 날인 1963년 12월 25일자에 이런 기사가 나온다. "신진공업 사장 김창원씨는 자기 회사에서 생산한 '신성호'(사진) 세단 1대를 청와대를 찾아 박정희 대통령에게 기증했다. 신성호는 일본에서 만든 새나라 택시에 손색이 없을 만큼 외양과 기관이 충실하다."박정희는 그 8일 전인 12월 17일 제5대 대통령에 막 취임했다. 한국 자동차의 효시는 195..
2023-04-06 18:45:18"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 나는야 꿈을 꾸며 꽃 파는 아가씨." 이렇게 시작되는 가수 금사향(1929~2018)의 '홍콩 아가씨'가 발표된 것은 휴전 이듬해인 1954년, 부산에서였다. 희망이라고는 없었던 전후의 찌든 삶에 이국적인 정취의 이 노래는 잠시나마 위로를 주었다. 때마침 그해 8월 29일 한국과 홍콩 간의 항로가 개척되어 우리 여객기가 홍콩에 ..
2023-03-23 18:16:09삼성그룹 창업자인 이병철 선대 회장이 청년기에 여러 사업을 벌이다 실패를 맛본 후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세운 것은 1938년 3월이었다. 글로벌 그룹 삼성의 출발점이다. 삼성상회는 청과류와 어물 유통업을 하면서 '별표 국수'라는 상표로 국수도 제조해 판매했다. 별표 국수는 맛이 좋다고 소문이 나 가게 앞이 소달구지를 끌고 사러 온 사람들로 붐빌 정도였다고 한..
2023-03-19 18: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