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벤처 미국선 이방인.. 한번 실패땐 재기 어렵다"

      2016.04.12 22:33   수정 : 2016.04.12 22:33기사원문

글로벌 정보기술(IT) 산업의 본고장이자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들의 요람으로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빨리, 일찍, 자주 실패하라'라는 격언이 진리로 통한다. 그러나 '이방인'인 한국 스타트업들은 이 격언에서 예외다. 언어장벽과 비자 문제 등 행정적 장애물이 있어 한 번의 시행착오는 낙오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창업자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게 성공 창업가들의 조언이다. 소프트웨어(SW) 개발자 등 뛰어난 엔지니어와 협력할 수 있고, 풍부한 자본을 갖춘 벤처캐피털(VC)의 직설적 피드백을 바탕으로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어 글로벌 시장 공략의 교두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얼리어답터'(남보다 먼저 신제품을 사서 써보는 사람)가 많아 각종 아이디어 제품의 테스트베드(시험대)로 가장 적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리콘밸리 진출에 성공한 한국인 창업자들은 "미국 현지에서 한 번의 실패는 매우 치명적"이라며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여라

이상원 퀵소 대표는 12일 경기 성남 분당 네이버 본사(그린팩토리)에서 열린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콘퍼런스' 무대에 올라 "기술 상용화와 투자유치 등 창업과정에서 스타트업이 겪는 시행착오는 치명적일 수 있다"며 "이를 최소화하려면 업계 최고의 인재를 고용하고, 분야별 전문가를 영입할 역량이 되지 않는다면 고문으로라도 함께 파트너십을 맺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실리콘밸리에서 창업과 사업 확장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5명의 창업가는 실리콘밸리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성공 노하우를 제시했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국 창업에 나선 이 대표는 손가락 끝이나 손마디로 스마트폰 화면을 톡톡 건드려 작동시키는 '핑거센스' 기술을 바탕으로 실리콘밸리에서 100억원 넘는 투자를 유치했다. 또 최근에는 중국 화웨이 스마트폰에 이 기술을 탑재했으며, 알리바바와 사업제휴 계약도 마쳤다. 이 과정에서 특허와 법률, VC 등 분야별 전문가를 고문으로 영입해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일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펀딩이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며 "자금이 고갈되기 3~6개월 전부터 다음 펀딩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때 유명 VC별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분석하면 어떤 VC가 자신의 회사 기술에 관심을 갖고 투자에 나설지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조언이다.

■뉴욕 '실리콘앨리' 진출도 유망

미국시장 진출을 고민하는 스타트업들에 실리콘밸리 못지않게 뉴욕 내 창업단지인 '실리콘앨리'도 기회의 땅으로 꼽히고 있다.

전 세계에서 35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앱) '눔(NooM)'을 출시한 정세주 눔 대표는 "뉴욕은 다양한 국적의 인재들이 몰려 있고, 투자유치에 필요한 자산관리사나 투자사 관계자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늘 만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고 전했다.


현재 눔은 14개국에서 온 100명 이상의 임직원을 두고 있으며, 현재까지 총 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또 최근에는 뉴욕시의 헬스케어정책 개혁에 동참, 현지 유명 병원.보험사와 제휴해 공공의료분야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정 대표는 "한국인으로서 언어장벽이나 비자 문제 등을 해결한 뒤에야 그나마 현지인들과 동일 출발선에 설 수 있었다"며 "자신의 논리를 분명히 세워서 투자자에게 사업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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