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인건비 무서워…'셀프 식당' 는다

      2018.04.04 17:15   수정 : 2018.04.04 17:15기사원문


#. 지난 3일 서울 신촌 대학가의 한 작은 카페. 인근의 여느 카페와 달리 커피머신 돌아가는 소리만 요란하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하는 주문 소리는 어디에도 들리지 않는데 가게 안에선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이 만들어져 나오고 이내 고객이 커피를 받아 든다. 키오스크 때문이다.

메뉴를 선택한 뒤 컵의 사이즈, 아이스와 핫, 샷 추가 등 옵션을 선택하면 바로 결제하기 창이 뜬다. 카드를 넣었다 빼니 영수증이 출력되고, 안에선 들어온 주문표를 보고 음료를 만들어낸다. 혼자 음료를 만들던 사장님은 "손님이 많이 몰리는 시간을 제외하곤 아르바이트생을 쓰지 않는다"며 "인건비가 덜 나가니 가격 면에서 확실히 경쟁력이 있고, 수입도 전보다 낫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정책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셀프서비스'를 도입하는 가게들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 업체를 중심으로 운영되던 셀프주문 기기 키오스크가 동네 음식점과 카페 등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다 비운 접시를 스스로 치우는 '셀프퇴식' 뷔페도 등장했다. 고객에게 약간의 수고스러움을 부가하는 것으로, 저항이 크고 매출감소를 부를 수 있는 가격인상을 피하고자 하는 고육책인 셈이다. 하지만 서비스 품질 저하와 고객불편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무인화와 함께 '셀프' 바람

4일 업계에 따르면 셀프서비스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대학가는 가격인상에 대한 저항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기자가 찾은 이 셀프계산 서비스 카페의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은 단돈 900원이다. 카페라테나 카페모카 등 다른 메뉴 역시 1600~1800원 사이로 2000원을 넘는 메뉴는 거의 없었다. 카페 주인은 "대부분 손님이 학생이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키오스크 덕분에 인근 다른 가게에 비해 100~200원 정도 가격을 낮출 수 있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실제 바로 길 건너편의 '싸고 양 많은'을 앞세운 한 카페의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은 1500원이다.

점심 시간에 찾은 서울 여의도 IFC몰 외식매장에도 키오스크가 쉽게 눈에 띄었다. 아워홈이 운영하는 '푸드 엠파이어'에는 2대의 무인 키오스크가 있다. 점심시간 등 사람이 몰리는 시간을 겨냥해 계산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셀프서비스는 주문에 그치지 않는다. 이랜드 계열의 뷔페형 외식 브랜드는 '셀프퇴식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랜드파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애슐리 클래식 매장 13곳에 셀프서비스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기존 매장에서는 다 먹은 접시를 옆에 두면 아르바이트생이 와서 치운다. 하지만 이 매장에선 이용객이 직접 자신이 사용한 식기와 집기, 종이매트 등을 정리해야 한다. 이랜드파크 관계자는 "셀프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서비스 저하.고객불편 논란도

하지만 셀프서비스 도입을 놓고 고객불편과 서비스 품질 저하 논란도 일고 있다. 키오스크를 도입한 카페에서 만난 대학생 임모씨(22)는 "커피처럼 간단한 메뉴는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하는 게 훨씬 편하다"며 "다른 곳보다 가격도 저렴해 자주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대학원생 김예림씨(26)는 "최근 학교 앞 한 음식점에서 메뉴의 맛과 선택메뉴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사람이 없어 우왕좌왕하다보니 어느새 키오스크 뒤로 사람들이 많이 서 있었다"며 "눈치가 보여 결국 아무거나 시키게 됐다"고 지적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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