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질 만큼 떨어져 상승여력 충분… 저평가 블루칩 유망"

      2019.01.17 18:11   수정 : 2019.01.17 18:11기사원문

"지난 10년간 주가가 제자리에서 맴돌았다. 지난해 말까지 악재가 선 반영된 만큼 올해는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 개인들은 코스피200 블루칩 위주로 낙폭이 컸던 제조업종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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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치투자 1세대'인 신영자산운용 이상진 고문(사진)은 올해 증시를 이렇게 진단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비관적 전망을 내놓은 것과는 다르다.

이 고문은 "2018년 한해 동안 코스피가 23% 넘게 빠졌고, 선진국인 미국 다우지수와 일본 니케이지수도 각각 20%, 26% 이상 하락했다"며 "지난해 악재가 많이 반영됐기 때문에 올해 시장은 최소 'L'자형을 보일 것이다.
국내 증시만 보면 50% 이상 상승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코스피의 지난해 연말 기준 주가순이익비율(PER)이 8배로, 금융위기 수준"이라며 "OECD국가 평균 주가순이익비율이 12~13배 수준인데 한국도 이 정도 수준까진 반등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수출주도형 업종 전망 밝아

이 고문이 올해 증시를 밝게 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타결 가능성, 미국이 금리인상 폭을 완만하게 속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또 하반기로 갈수록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과 협력하는 등 정책기조가 바뀔 가능성도 기대할 만하다고 봤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5000억달러 규모가 대체로 미국 국민의 소비품이고 원자재는 거의 없다. 옷이나 의류 등은 스리랑카, 인도 등 중국을 대체할 신흥국이 많다"며 "이 때문에 미국이 중국보다 다소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더욱이 미국은 내년 11월 대선이 있어 중국과의 분쟁을 어떻게든 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인상과 관련해서는 원자재 하락 국면이 금리인상 기조를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간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핑계로 경기과열 사전예방 조치로 금리를 올린다고 했던 명분이 약화될 수 있어서다. 이 고문은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과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비관론자들의 진단처럼 반도체의 역할을 무시할 순 없지만 반도체 이외에 수출주도형 업종들의 선전이 기대된다. 실제 지난해 1조1000억달러의 사상 최대 무역규모를 달성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언급했다. 반도체 경기가 좋지 못해 수출이 감소할 수 있으나 일각의 예상과는 달리 비관적이지 않다는 진단이다.

다만, 중국발 불확실성 변수는 올해 증시 최대 변수라고 우려했다. 이 고문은 "2018년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율이 6.7%라고 중국정부는 밝히고 있지만 미국 전문가들은 3%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며 "올해는 중국정부가 GDP 성장률을 6.5%로 얘기하지만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래도 6%선만 중국이 부양 의지를 지켜준다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정부도 최근 사드 이후 한국 내 정서가 악화된 것을 알고, 이를 달래주기 위해 우호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지표보다 경기 체감온도 봐야

이 고문은 그간 숨죽여왔던 국내 제조업들의 부활을 올해 증시의 관전 포인트로 제시했다. 지난 2~3년간 주가가 저조했던 철강, 화학, 조선, 자동차, 정유, 식품 업종이 제 목소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4차산업혁명과 관련해 전 세계가 오버베팅한 측면이 크다. 그간 홀대받던 전통적 제조업, 이를테면 시멘트, 건설 등이 대우받을 시기가 왔다"며 "지난해 말 4차산업혁명의 대표 테마인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알파벳) 관련주들이 폭락하는 것을 보고, 이제야 시장이 이성을 찾는 것 같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개인들은 직접 종목 투자가 힘든 만큼 블루칩 코스피200 종목 중심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고문은 "펀드의 경우 지난해엔 액티브 유형과 특히 가치주유형 펀드들이 많이 저조했는데 지금과 같은 국면에선 가치주유형 펀드들로 눈길을 돌릴 만하다"고 강조했다. 이 고문은 레버리지나 인버스 유형에 과도하게 기대하지 말라고도 했다. 올해는 하락에 베팅하는 것보단 상승에 베팅해야 돈을 벌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고문은 경제를 볼 때 주요 지표도 중요하지만 결국 체감온도가 답이라는 견해도 내놓았다. 그는 "전문가의 말에 흔들려선 안 된다. 시장은 상당히 영악하다"며 "일례로 삼성전자도 지난해 말까지 모두가 안 좋게 봤지만 올 연초에 바닥을 치고 4만원대를 회복했다. 지난해보다 이익 전망이 안 좋은 데도 주가는 왜 오르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6개월 정도 미리 악재를 선반영하는 것이 증시다.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가 20% 이상 빠졌는데 올해 경기가 안 좋은 것까지 선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위기가 답이다. 반등할 기회도 훨씬 크다.
사상 최대치의 무역 성장에 연봉 1억 이상 샐러리맨도 15%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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