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菌)
2020.02.02 17:11
수정 : 2020.02.02 17:11기사원문
알고 보니 대단한 기여를 했다.
농경사회는 전염병의 숙주 노릇을 했다. 사람이 한곳에 모여 살아야 균을 퍼뜨리기가 쉽다. 균이 더 반긴 것은 도시다. 사람이 오밀조밀 모인 데다 위생은 형편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행운은 교역로의 발달이다. 14세기 유럽을 뒤흔든 흑사병은 "중앙아시아로부터 벼룩이 우글거리는 모피들이 유라시아의 동서 축을 따라 유럽으로 신속하게 운반되었다." 지금은 세균의 대륙 간 이동 시대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비행기를 타고 가까운 한국, 일본은 물론 미국, 유럽, 호주 등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중이다.
천연두는 서기전 1600년쯤, 한센병은 서기전 200년쯤, 소아마비는 1840년, 에이즈는 1959년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으로 또 어떤 균이 인류를 괴롭힐지 모른다. 21세기에도 도시화는 대세다. 한국인은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다닥다닥 붙어산다. 각자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닐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세균만 살판나게 생겼다. 균이 인류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다이아몬드 교수의 혜안이 오히려 섬뜩한 요즘이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