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한진家 경영권 다툼, 참 볼썽사납다
2020.02.02 17:12
수정 : 2020.02.02 17:12기사원문
'남매의 난'이 결국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유감이다. 그러잖아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재벌을 보는 눈이 매섭다. 이 마당에 남매가 재계 13위 재벌의 경영권을 놓고 맞붙은 모습은 볼썽사납다. 21세기 들어 한진가(家)만큼 여론의 질타를 받은 재벌은 찾기 힘들다. 지난해 4월 부친 사망 후 한진가는 겉으론 가족 간 화합을 다짐했으나 속으론 더 곪았다. 전 세계 항공시장은 중국발 전염병 공포로 비상이 걸렸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현재 한진그룹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과거의 재벌 내분은 반면교사다. 가장 최근엔 롯데그룹이 형제의 난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다수의 집안 사람들이 재판정을 들락거리며 고초를 치렀다. 어느 정권이든 재벌을 손보는 것은 손해가 아니다.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는 4월엔 총선이 잡혀 있다. 조원태·조현아 남매가 과연 이러한 세상 이치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조원태 회장에게 당부한다. 결국 모든 책임은 실권을 쥔 회장에게 돌아간다. 반대파를 설득하고 일반주주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 역시 경영 능력이다. 더구나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6.52%)은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 오는 3월 주총에서 본인의 사내이사 연임건이 통과된다는 보장이 없다. 엇비슷한 지분율(6.49%)을 가진 누나 조 전 부사장을 적으로 돌린 것은 패착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도 당부한다. 지난해 12월 대한항공 일반직 노조는 "본인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경영권 분쟁을 야기하는 것은 사회적 공분을 더욱 가중시킨다"며 조 전 부사장을 비판했다. 어떤 명분을 내세우든 조 전 부사장은 한진가 이미지에 먹칠을 했고 경영권 싸움을 촉발한 장본인이다. 3월 주총에서 남동생 조 회장과 표대결을 벌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선택인지 한번 더 생각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