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막가는 한진家 경영권 다툼, 참 볼썽사납다

항공시장에 전염병 불똥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한진그룹의 경영권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구체적으론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간의 싸움이다. 두 사람은 남매(조 전 부사장이 누나)다. 조 전 부사장은 행동주의펀드인 KCGI, 반도건설과 3자 동맹을 맺었다. 셋이 합치면 지주사인 한진칼에서 조원태 회장이 가진 지분을 월등히 앞선다. 3자 동맹은 지난달 31일 공동입장문을 통해 "한진그룹의 현재 경영상황이 심각한 위기"라며 "그것이 현재의 경영진에 의해 개선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회장을 향한 공개적인 선전포고문인 셈이다.

'남매의 난'이 결국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유감이다. 그러잖아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재벌을 보는 눈이 매섭다. 이 마당에 남매가 재계 13위 재벌의 경영권을 놓고 맞붙은 모습은 볼썽사납다. 21세기 들어 한진가(家)만큼 여론의 질타를 받은 재벌은 찾기 힘들다. 지난해 4월 부친 사망 후 한진가는 겉으론 가족 간 화합을 다짐했으나 속으론 더 곪았다. 전 세계 항공시장은 중국발 전염병 공포로 비상이 걸렸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현재 한진그룹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과거의 재벌 내분은 반면교사다. 가장 최근엔 롯데그룹이 형제의 난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다수의 집안 사람들이 재판정을 들락거리며 고초를 치렀다. 어느 정권이든 재벌을 손보는 것은 손해가 아니다.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는 4월엔 총선이 잡혀 있다. 조원태·조현아 남매가 과연 이러한 세상 이치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조원태 회장에게 당부한다. 결국 모든 책임은 실권을 쥔 회장에게 돌아간다. 반대파를 설득하고 일반주주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 역시 경영 능력이다. 더구나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6.52%)은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 오는 3월 주총에서 본인의 사내이사 연임건이 통과된다는 보장이 없다. 엇비슷한 지분율(6.49%)을 가진 누나 조 전 부사장을 적으로 돌린 것은 패착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도 당부한다.
지난해 12월 대한항공 일반직 노조는 "본인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경영권 분쟁을 야기하는 것은 사회적 공분을 더욱 가중시킨다"며 조 전 부사장을 비판했다. 어떤 명분을 내세우든 조 전 부사장은 한진가 이미지에 먹칠을 했고 경영권 싸움을 촉발한 장본인이다. 3월 주총에서 남동생 조 회장과 표대결을 벌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선택인지 한번 더 생각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