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로) "우리는 다시 전부를 원한다"
2020.05.10 17:41
수정 : 2020.05.11 11:29기사원문
21세기 맹위를 떨치던 늙은 자본주의의 위력이 쇠퇴할 조짐을 보이자 디지털로 표상되는 플랫폼 자본주의가 만개했다. 소위 '백수의 시대"라는 대량 실업의 시대가 목전에 다가왔다 인공지능과 자동화, 빅데이터는 그 전주곡이다. 누구든 예외는 없다. 정부예산으로 힘겹게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한계점에 도달했다. 지난 산업화 시대의 알고리즘은 수명을 다했다.사용자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고수익을 창출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자본이 모이는 것도 그래서다. 산업자본과 달리 플랫폼 기업에서는 수확체감의 법칙이 아니라 수확체증의 법칙이 전면화된다. 물적자본이나 인적자본이 아닌 무한대의 데이터를 기초로 이윤을 창출해서다. 데이터의 집적은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경제는 산업화의 지층을 뚫고 균열을 내며 사회를 급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사회의 모든 이윤은 디지털로 집결중이다. 당연히 전통적 고용구조도 이같은 변화의 소용돌이속에 해체될 위기에 처했다.
공공에서 예산을 투입하든 민간에서 혁신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앞으로 언감생심이다.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경제의 새 판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우리에게 무척 낯선 기본소득은 사회적 보호장치에 너무나도 자주 부족했던 '보편성'과 '무조건성'이라는 논리를 더해 제도의 골조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조건을 달지말고 사회적 부의 선분배와 무조건적 지급을 말한다.. 기실 모든 소득의 90%는 이전 세대가 축적한 지산의 외부효과다. 이전 세대들의 축적된 지식과 노동에 의해 성취된 부라는 관점에서 소득의 분배를 바라보자는 의미에서 그렇다. 기본소득은 보편적 복지의 출발점이자 대량실업을 최소화할수 있는 방책으로 꼽힌다. 눈앞에 재앙이 닥치고 있는데도 고용체제를 과거와 동일하게 유지한다는 발상은 너무 낭만적이다.
칼폴라니가 말한 것처럼 경제가 다시 정치에 착근하는 것. 모든 중대한 경제적 결정은 정치적 선택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시장은 시장고유의 논리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특정 재화와 서비스를 어떨게 교환할지에 관한 정치적 결정의 결과다. 자본주의의 고도화는 소득과 일자리를 경제적 생산성 추세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도록 강제한다. 더 큰 문제는 일자리와 임금이 부의 창출과 분리되면서 노동의 양극화가 더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부가 사회 전체적으로 공유되지 않고 일자리가 없어지면 지식 주도의 혁신경제가 아무리 장밋빛 미래를 약속해도 그 경제는 영속할수 없다.
코로나19로 불거진 암물한 미래의 모습은 기본소득이라는 지난 역사적 과제를 다시 소환하고 있다. . 다만 플랫폼 기업들이 흡혈귀처럼 빨아들이는 빅데이터의 소유권은 또 다른 쟁점이다.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는 데이터는 정작 소유권이 누구인지에 대한 근원적 고민이 생략됐다. 데이터 소유권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플랫폼 자본주의의 운명이 결정된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