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벤처캐피털에 과감한 물꼬 터주길

      2020.06.11 17:18   수정 : 2020.06.11 17:18기사원문
정부가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비장의 무기를 벼르고 있다. 바로 대기업 자금을 벤처캐피털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1일 "일반지주사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Corporate Venture Capital)을 제한적으로 보유하는 방안을 7월 중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 회의에서다.

CVC 허용은 정부가 지난 1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처음 밝혔다. 그 배경엔 코로나 경제위기가 있다.
바이러스 탓에 성장률, 수출, 고용이 죽을 쑤고 있다. 덩달아 벤처투자도 줄었다. 올 1~3월 신규 벤처펀드 결성액은 약 5050억원에 그쳐 작년동기비 21% 넘게 줄었다. 제2 벤처 붐을 일으키려는 문재인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그 돌파구가 기업형 벤처캐피털이다. 풍족한 기업 자금을 벤처시장으로 흘려보내는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문재인정부가 기업형 벤처캐피털 허용을 들고 나온 것은 그 자체로 큰 결단이다. 진보세력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금산분리 룰을 스스로 허무는 일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벤처펀드는 금융업으로 분류된다. 산업자본, 곧 대기업에 이를 허용하면 금산분리 원칙에 어긋난다. 그래서 정부는 늘 '제한적'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등 조심스럽다.

그러나 이왕 마음을 먹었으면 제대로 푸는 게 낫다. 외환위기 뒤 2001년에 도입된 벤처지주사 제도가 반면교사다. 그때 김대중정부도 대기업 자금을 벤처로 끌어들일 요량으로 벤처지주사 제도를 고안했다. 대기업이 별도 벤처지주사를 세워 혁신 스타트업을 자회사로 거느리는 구조다. 하지만 이 제도는 곧 유명무실해졌다. 성공 확률이 지극히 낮은 벤처를 굳이 자회사로 두는 것 자체가 기업엔 부담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기업이 벤처캐피털 시장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구글, 페이스북 등은 될성부른 벤처가 나타나면 곧바로 낚아챈다. 지분을 투자하거나 아예 인수하기도 한다. 벤처사업가도 대기업 투자를 반긴다. 이러니 스타트업 생태계에 늘 활력이 넘친다.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기업형 벤처캐피털의 물꼬를 트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곧 발의한다.
법안은 일반지주사가 주식을 가질 수 없는 대상에서 CVC를 빼는 내용이다. 금산분리라는 큰 틀은 유지하되 벤처 활성화를 꾀할 수 있는 묘수라고 본다.
김 의원과 정부의 찰떡 공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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