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조 추경 날림 심사, 세금이 쌈짓돈인가
2020.07.01 18:03
수정 : 2020.07.01 18:03기사원문
이날 상임위 곳곳에서 온갖 진풍경이 펼쳐졌다. 야권의 견제 없이 176석 거여의 전횡이 빚은 결과였다. 상임위 평균 심사시간은 두 시간에도 못 미쳤고, 운영위는 불과 47분 만에 마쳤다. 기획재정위에선 '짜고 치는' 요식적 심사에 질린 정의당 의원이 "심의가 아닌 통과 목적의 상임위에 동의하지 않겠다"며 퇴장했다. '3일 본회의 추경 처리'라는 당청 수뇌부의 오더를 여당 측이 충실히 따르는 과정에서 빚어진 해프닝일 듯싶다.
그러나 역대급 추경안을 날림으로 심사해서는 안 될 이유는 차고 넘친다. 통계청의 5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라. 제조업 가동률은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체감경기는 최악인데 긴급 코로나 재난지원금이 풀리면서 소비만 반짝 늘었을 뿐이었다. 올 상반기 1, 2차 추경이 실물경제를 살리는 데 주효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3차 추경안을 뜯어봐도 이런 전철을 답습할 소지가 적잖아 보인다. 9조원 일자리사업을 데이터 구축과 책 배달이나 100대 명산 순찰요원 등 '단기 알바' 충원으로 채우는 식이어서다.
이러니 백번 추경을 편성해도 얼어붙은 경제를 녹일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순 없는 노릇이다. 혹여 공수처법 후속입법 등 여당의 역점 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3차 추경안을 다뤄서는 더욱 안 될 말이다. 거여는 열린 자세로 야당인 미래통합당을 예결위에 참여시켜 정상적 심사를 도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