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공무원까지 재산공개는 지나치다
2021.03.30 18:00
수정 : 2021.03.30 18:00기사원문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투기 근절대책으로 공직자 재산등록 범위를 9급 하위직 공무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원칙적으로 모든 공직자가 재산을 등록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직사회 저변이 부글부글 끓는 기류도 감지된다.
물론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에 단호해야 한다. 개발정보를 빼내 부당이익을 취할 싹을 미리 자르는 게 맞다. 다만 모기를 보고 칼을 뽑는 식 과잉대응이 과연 온당할까. 개발정보에 접근조차 어려운 하위직을 잠재적 범죄자 리스트에 올리니 말이다. 바야흐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민심은 비등점으로 치닫고 있다. 이 시점에 여권이 부동산 투기 공직자를 민족 반역자와 동일시하며 오버하니 '선거용 물타기'라는 의심을 사는 것이다.
정부는 여태껏 LH 사태에 연루된 고위직들의 차명거래 등 투기 실체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그래서 전 공직자 재산등록의 실효성이 의문이다. 중앙·지방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 등을 죄다 등록하면 대상자가 150만여명에 이른다. 직계 존·비속을 포함하면 640만명이 넘는다. 이들의 재산변동을 관리하는 것 자체가 행정력 낭비일 수 있다. 예컨대 공립학교 교사나 양성평등위원회 직원들이 투기정보와 무슨 상관이 있나.
무엇보다 LH 사태 직후 "윗물은 맑은데 아랫물이 흐리다"(이해찬 전 대표)는 등 여권 수뇌부의 전도된 인식이 문제다. 문재인정부가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동의 없이 일방적 임명을 강행한 고위직들을 돌아보라. 부동산 투기 혐의 꼬리표를 단 인사들이 부지기수였다. 이번에 과도한 전세보증금 논란으로 경질된 김상조 당시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도 다운계약서 작성과 위장전입 의혹 등으로 구설에 올랐었다. 재개발 지역에 투기한 전 청와대 대변인은 친여 위성정당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어찌 보면 이처럼 혼탁한 윗물을 거르지 않아 작금의 3기 신도시 투기판을 키운 꼴이다. 그렇다면 고위직 인사들의 투기 의혹을 제대로 문책하는 게 급선무다. 공직자 재산등록 범위 확대 등 제도개선은 추후 국민적 합의를 거쳐 시행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