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쉬기라도 해야 전통시장 찾아" vs 소비자 "마트 쉬면 온라인서 소비"

      2022.08.09 07:00   수정 : 2022.08.09 22:34기사원문
10년간 지속돼 온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가 폐지 논의를 거치면서 논란이 들끓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는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2에 따라 대형 마트.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이 매달 이틀은 의무휴업을 하고 추가로 오전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다. 최근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 관련 논의를 공식화 하자 소상공인들과 소비자들의 입장이 갈렸다.

소상공인들은 규제를 없애면 지역 상권에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에 반해 소비자들은 제도의 실효성이 의심된다며 폐지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소상공인 "마트 쉬어야 매출 늘어"

8일 기자가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만난 소상공인들은 입을 모아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폐지에 대해 반대했다.


경동시장은 도보로 10분 이내 거리에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가 2곳이나 있다. 따라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폐지 시 직격탄을 맞는 시장이다. 때문에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가 쉬기라도 해야 사람들이 전통시장을 찾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형마트가 생기기 전부터 40년간 경동시장에서 채소를 팔았다는 A씨는 "휴일이 대목인데 대형마트가 문 열면 지장이 크다"며 "마트가 문 연 날은 하루 매출이 20만원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손님이 없는 매장에서 채소를 다듬고 있던 B씨는 "마트가 쉬면 확실히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는 편이다. 하루에 3분의 1은 더 판다고 보면 된다"며 "마트가 문 연 휴일엔 특히 젊은 사람들이 다 마트로 몰린다"고 한숨을 쉬었다.

30년 가까이 채소를 팔아온 전모씨는 "젊은 사람은 휴업일 전에 물건을 미리 사고 시장에 잘 안 오는 것 같지만 그래도 나이 든 사람은 당장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 전통시장에 온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에어컨 없고 주차 불편… 마트 쉬면 온라인 쇼핑"

온라인 구매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다. 제도가 10년 이상 유지되면서 온라인 등 다른 소비 채널이 많이 생겨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류모씨(28)는 경동시장이 가까이 있지만 대형마트가 쉬면 온라인을 선택했다. 류씨는 "장 보러 갈 때 차를 자주 쓰는데 시장은 주차가 불편하고 여름엔 더워서 꺼리게 된다"며 "시장을 살리려면 대형마트를 강제로 휴업시킬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투자하는 등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제가 전통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도 있었다.

5년 전 동대문구 제기동에 살던 당시 경동시장을 이용했다는 김모씨(31)는 "가격이 싸고 식품들이 신선해 휴일에는 인근 홈플러스보다 붐비는 게 경동시장"이라며 "자체 경쟁력을 키우면 규제가 없어도 사람들이 많이 찾을텐데 정부가 과잉보호하면 오히려 전통시장이 개선되거나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주부 구모씨(52)는 "매일 장 보는 것도 아닌데 하루 쉰다고 해서 동네 슈퍼를 가지 않는다"며 "기다렸다가 다음에 마트에 간다.
오히려 이 동네는 대형마트가 문 닫으면 풍선효과로 하나로마트만 사람이 붐빈다"고 말했다.

의무휴업 폐지는 시기 상조라는 주장도 있었다.
장모씨(26)는 "월 2회 대형마트에 못 가면 누군가에겐 고작 불편함이겠지만 누군가에겐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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