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부진·금리인상에… 경기 '약화→둔화'로 가는 한국
2022.12.07 18:23
수정 : 2022.12.07 18:23기사원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월 경제동향'에서 "글로벌 경기둔화로 수출부진이 가시화된 가운데 금리인상이 지속되며 가계와 기업의 심리지수가 악화되는 등 향후 경기둔화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우리 경제에 대한 평가는 지난 9월 '경제회복세 약화'로 진단이 부정적으로 돌아선 데 이어 갈수록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엔 '성장세 약화와 함께 경기둔화 가능성 시사 지표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한 것에서 이달엔 더욱 직접적인 표현을 썼다.
이처럼 암울한 진단이 나온 배경에는 수출부진이 첫손에 꼽힌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14.0% 줄어 10월(-5.7%)보다 감소폭이 커졌다. 대중국 수출(-25.5%)이 대폭 줄어든 탓이다. 반도체는 29.8% 급감해 4개월 연속 줄었다. 10월 수출물량은 1년 전보다 3.4% 감소하는 등 수출지표가 부정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긴축,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지정학적 긴장 장기화 등으로 세계 경기의 하방 압력이 확대되면서 수출부진이 가시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는 제조업 부진으로 이어져 10월 전 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1.5% 줄었다. 4개월 연속 감소다. 감소 폭으로는 2020년 4월(-1.8%)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제조업을 포함하는 광공업 생산(-1.1%)은 자동차(22.8%)의 높은 증가세에도 ICT(-6.1%), 1차금속(-18.5%), 화학제품(-13.2%) 등의 부진으로 감소 전환했다. 제조업은 평균 가동률(75.1%에서 72.4%)이 급락하고 재고율(122.1%)은 전월(121.4%)에 이어 높은 수준을 지속하며 부진한 모습이다.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달 75에서 이달 70으로 내려갔다. 비제조업 업황 BSI도 지난달 77, 이달 76으로 올 들어 최저 수준이다.
소비 회복세는 둔화하는 모습이다. 10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2% 감소해 두 달 연속 줄었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6.5로 전월(88.8)에 이어 100을 하회했다. 지수가 100보다 아래이면 장기평균(2003∼2021년)과 비교해 소비심리가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물가 고공행진도 여전하다. 11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0% 올랐고, 물가의 기조적 흐름이 반영된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도 4.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10월 취업자 수는 9월(70만7000명)과 비슷한 67만7000명 증가하는 등 대면업종 중심으로 생산과 고용 시장은 양호한 흐름을 유지했다. 숙박음식점업(9만4000명에서 15만3000명)의 증가세가 확대됐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부진도 완화됐다. 10월 설비투자는 16.8%, 건설투자는 8.3% 증가율을 기록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달 경제동향과) 전반적인 평가는 비슷한데 경기둔화 가능성을 지난달보다 더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