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위기 넘기니 노조리스크'..삼성-SK 반도체, 노조 요구에 몸살
2024.03.19 05:00
수정 : 2024.03.19 14: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실적 부진 터널을 지난 반도체 업계가 노조리스크라는 암초를 만났다. 실적 개선 명분을 앞세운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사측을 거세게 압박하는 등 노사 갈등이 회복세의 반도체 업황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산하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는 지난 15일 2024년도 임금 및 단체협상 개별교섭 상견례를 요구하는 공문을 사측에 전달했다.
복수노조 사업장인 SK하이닉스는 기술사무직 노조와 한국노총 소속 이천공장·청주공장의 전임직(생산직) 노조 등 총 3개의 노조가 있다. SK하이닉스는 매년 개별 노조와 별도의 임금협상을 진행한다. 기술사무직 노조는 SK하이닉스에 근무하는 4급(대졸자 신입) 이상 기술사무직 직원들이 중심이 돼 2018년 설립됐다.
이번 달부터 노사의 임금협상이 본격적으로 개시되는 가운데 임금인상률, 복지 등 근로조건 개선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매년 임금인상률 등을 놓고 노사간 입장 차가 컸던 만큼 올해도 양측이 간극을 줄이기까지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분기 영업이익 흑자 전환 시 인상분 소급 지급을 전제로 임금인상률 4.5% 및 위기극복 특별격려금 120만원 지급에 합의한 바 있다. 수익 정상화 시점까지 임금 인상 시점을 미루는데 노사가 동의한 결과다. 다만, 지난해 4·4분기 SK하이닉스가 346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5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만큼 노조는 올해 더 높은 인상임상률을 요구하며 사측을 압박할 공산이 크다. 실제 기술사무직 노조는 교섭에 앞서 전체 조합원들에게 설문을 실시해 200여개의 교섭요구안을 취합했다. 노조는 안건 중 우선순위를 정해 교섭에 반영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노사도 전날 최종 임금협상에 돌입했으나,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3차례에 걸친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조정 회의도 끝내 중지 결정이 내려져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전삼노가 공개한 조합원 수는 2만명 가량으로, 삼성전자 전체 직원 수(12만명)의 17%에 달한다. 전삼노는 오는 4월5일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시작했다. 전삼노는 조합원 찬성률이 80%를 넘겨 파업 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2022년, 2023년에도 쟁의권을 확보했지만, 실제 파업을 하진 않았다. 올해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1969년 회사 설립 이후 55년 만에 처음이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