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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에서 블루투스까지”...응원도구의 무한변신

입력 2017.04.25 15:07수정 2017.04.25 15:15
[기획|콘서트 관람문화②] “풍선에서 블루투스까지”...응원도구의 무한변신

생각해보면, 우리는 공연장을 찾을 때 응원도구 하나씩은 꼭 들고 있었다. 그 도구의 존재는 꽤나 중요했다. 공연 관람을 하며 손이 허전해서? 그것도 그렇지만, 응원도구는 소속감과 유대감을 형성해주는 교복과 같은 존재의 의미가 크다.

우비를 입은 팬들은 가수를 상징하는 형형색색의 풍선을 손에 쥐었다. 때로는 플래카드나 현수막이 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기술은 점점 좋아졌고, 풍선을 비롯한 물품들은 야광봉과 전광판 등으로 변모했다. 심지어 현재는 향수를 자극하는 풍선 모양의 야광봉도 등장했다.

그러나 수많은 아이돌이 생겨나면서 색깔로 구분하는데 한계가 드러났다. 상징 색깔을 두고 거친 싸움을 벌이는 일이 많아졌다. 마침내 기획사들은 각기 개성을 살려 야광봉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색깔부터 모양, 발광력까지 무궁무진한 야광봉의 세계가 열린 것이다.

[기획|콘서트 관람문화②] “풍선에서 블루투스까지”...응원도구의 무한변신


◇ 야광봉, 가수와 팬덤을 덧입다

최근 아이돌 사이에서는 최소 두 가지 이상의 색깔을 조합한 상징색이 유행하고 있다. 단순한 원색이 아니라, 일명 ‘팬톤 컬러’인 구체적인 색상끼리의 만남이다. 로즈쿼츠+세레니티(세븐틴), 네온 마젠타+애프리콧(트와이스), 비비드 플럼+스페잇 바이올렛(아스트로), 로즈골드+트윙클 실버(크나큰), 블루 아톨+블레이징 옐로우(빅톤)와 같은 식이다.

이 색상들이 과거 흔히 볼 수 있던 막대형 야광봉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색상에 가수를 표현하는 모양이나 로고를 더해 제작한다. 상징성이 뛰어난 만큼, 야광봉에도 이름이 붙기 시작했다.

빅스는 그룹명 첫 글자인 V를 본 따 ‘별빛봉’을 제작했고, 인피니트와 엑소는 각각의 로고를 새겨 ‘여봉’과 ‘에리디봉’을 사용하고 있다. 비투비는 그룹명 ‘본 투 비트(Born to beat, 음악을 위해 태어나다)’의 의미로 노래가 흘러나오는 듯한 나팔 모양의 ‘나팔봉’을 가지고 있다.

팬들을 향한 사랑을 담아 이름을 붙이는 경우도 있다. 지드래곤이 디자인해 화제를 모았던 빅뱅의 ‘뱅봉’은 팬클럽 VIP에서 착안한 왕관 모양이다. 비스트 역시 팬클럽 뷰티를 형상화한 장미 모양의 ‘로즈봉’을, 에이핑크는 팬클럽 판다의 모양을 본 딴 ‘판다봉’을 만들었다.

갓세븐은 팬클럽 아가새(I GOT 7)를 옮긴 ‘아가봉’을, 방탄소년단은 팬덤 아미(Army)를 연상케 하는 폭탄 모양의 ‘아미밤’을 제작했다. 마마무는 팬클럽 무무로부터 ‘무봉’을 탄생시켰다.

재미있는 별명이 붙기도 한다. 샤이니는 그룹의 영어 뜻 ‘빛나다’와 어울리는 보석 모양의 야광봉을 만들었는데, 모양이 마치 뗀석기 같다고 해서 ‘샤석기’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기획|콘서트 관람문화②] “풍선에서 블루투스까지”...응원도구의 무한변신


◇ ‘응원→참여’...블루투스 야광봉의 의미

겹치지 않는 비주얼의 야광봉은 미관상 아름다울뿐더러, 가수의 성격을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 더 나아가 야광봉의 머리를 따로 제작해 판매하는 등의 현상은 이제 야광봉이 ‘소장가치’까지 지닌 도구로 격상했음을 보여주는 예다.

그 결과 탄생한 블루투스 야광봉은 응원도구의 근본적인 역할부터 관객의 참여까지 수행하는 진화된 물품이다. 이 도구는 공연장 내 관계자들이 기계조작을 하면 블루투스가 내장된 야광봉의 불빛 등이 일괄적으로 바뀌는 원리다.

국내에서는 엑소가 최초로 사용했으며 현재는 방탄소년단, 세븐틴, 트와이스 등이 활용하고 있다. 아직 도입된 지 얼마 안 된 기술에 섬세한 조작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부 그룹만 보유하고 있는데, 점차 그룹수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관계자는 블루투스 야광봉의 도입 목적에 대해 “응원봉의 다양한 활용 및 관람객들에게 지속적인 콘텐츠 서비스 보내는 등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블루투스 야광봉의 가장 큰 역할이자 중요한 변화는 ‘관객의 참여’다. 블루투스 야광봉은 관객이 ‘직접 공연을 만들어나가는’ 참여로서 범위를 확장했다. 이 야광봉의 색깔은 보통 노래의 리듬이나 퍼포먼스 분위기 등에 따라 달라진다. 각 좌석마다 다른 색깔을 부여해 글자나 모양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일종의 연출인 셈이다.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좀 더 적극적으로 즐기고 ‘함께’ 할 수 있는 행위는 팬들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 팬들은 블루투스 야광봉을 보며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하며, 자부심까지 가진다.

SM 관계자는 블루투스 야광봉 도입 후 팬들의 반응에 대해 “IoT 기반의 응원봉이라는 점만으로도 팬들의 기대감이 높고 반응이 좋았다. 신개념 응원봉에 어울리는 외관 디자인으로도 만족도가 높았으며, 공연장에서의 연출 효과를 경험한 팬들의 호응도 뜨거웠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팬들이 좋은 반응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공연 연출에 함께 참여한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도 좋은 추억을 선사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블루투스 야광봉의 등장은 응원도구가 ‘응원’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진화다. 더 이상 팬덤이 가만히 응원만 하는 존재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이렇게 팬덤의 역사와 함께 흘러온 야광봉의 변천사는 콘서트 관람문화의 빛을 밝히고 있다.

[기획|콘서트 관람문화①] 공연장을 채우는 각기 다른 응원방식
[기획|콘서트 관람문화②] “풍선에서 블루투스까지”...응원도구의 무한변신
[기획|콘서트 관람문화③] 진정한 관객의 조건

/lshsh324_star@fnnews.com 이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