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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무열, ‘대립군’ 속 행동하는 곡수와의 교집합

입력 2017.05.31 09:19수정 2017.05.31 09:19



[fn★인터뷰②] 배우 김무열, ‘대립군’ 속 행동하는 곡수와의 교집합



인터뷰①에 이어서...

김무열은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으며 대화를 활기로 가득 채웠다. 실없는 농담을 던지기도 하고, 자신이 키우는 반려묘 이야기를 펼쳐낼 땐 들뜸과 천진함까지 혼재했다. 그러나 배우의 눈으로 들어가고, 작품 속으로 들어갈 때면 한없이 진중했고 묵직했다. 길지 않은 말들에도, 배우라는 숙명을 마주하고 있는 그의 앞으로 스스로 치열한 고뇌를 벌였던 그 시간들이 자연스레 그려졌다.

지난 2002년 창작 청소년 뮤지컬 ‘짱따’로 데뷔한 그는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그리스’, ‘김종욱 찾기’ ‘쓰릴 미’ 등으로 거대한 팬덤을 양산해내며 등으로 대극장과 소극장을 넘나드는 무대 위 히어로로 입지를 다졌다. 2009년 ‘한국뮤지컬대상’의 남우주연상까지 손에 쥔 그는 전역 후 ‘킹키부츠’를 통해 화려한 복귀를 알리며 녹슬지 않은 인기를 증명했다. 뿐만 아니라, 브라운관과 스크린까지 자유자재로 오가며 제대로 된 멀티플레이어의 면모를 선보였고 여전히 그는 스스로 예술인으로서의 갈증을 미처 다 채우지 못한 욕심 많은 배우다.

“공연과 영화는 각각의 매력이 있어요. 영화는 필름카메라 찍고 나서 필름 맡겨놓고 사진관에 사진 찾으러가는 설렘 같은 게 있어요. 현장에서의 수많은 고민과 심혈을 기울인 정성으로 만들어낸 작품이잖아요. 수많은 사람들과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느낌이고 그 협업이 감동적일 때가 있어요. 공연은 현장성이죠. 그 시간과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그 때 아니면 없는 거잖아요. 공연은 예술이니까요. 작은 실수가 있더라도 그 시간과 공간을 함께 했을 때가 가진 고유성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이 있죠. 꿈같은 거예요.”

자신에게 고향과 같은 무대 안과 밖의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금세 관객의 눈빛을 마주하고 있는 무대 위 배우로 변모한 듯 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이 ‘킹키부츠’ 공연 당시 바라봤던 흥겨운 관객들을 떠올리며 즐거워했다.

“연극 가르쳐주신 선배님들이 분장한 채로 돌아다녀서도 안 되고 그 상태로 관객들과 만나도 안 된다고 하셨어요. 저는 그걸 신념처럼 믿고 있어요. 관객들이 작품 속에서 느꼈던 걸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배우의 인간적인 매력도 좋지만, 일단 우리의 기본적인 만남은 작품이 매개가 되었잖아요. 이번 ‘대립군’ 같은 경우도 김무열을 못 알아보겠다는 평가도 들리는데 저는 그게 너무 좋아요. 제 판타지를 충족시킨 느낌이에요.”


[fn★인터뷰②] 배우 김무열, ‘대립군’ 속 행동하는 곡수와의 교집합


인터뷰 내내 겸손한 모습만 내비쳤던 그에게 잘하는 무언가가 있냐고 물었다. 어려운 질문이라며 멋쩍은 듯 웃더니 이내 내놓은 답은 ‘자책’이라는 다소 의아한 장기였다. 하지만 곧 그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저는 자책을 잘하는 것 같아요.(웃음) 열등감이 제가 있는 편이거든요. 그게 저한테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변해요. 열등감에서 끝나지 않고 그것을 극복하거나 헤쳐 나가려는 게 있거든요.”

김무열은 현재 또 다른 도전의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 사투 중이다. 장항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스릴러 영화 ‘기억의 밤’에서 강하늘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연말 전 개봉을 계획하고 있고, 그 전에 박희순, 이경영 등의 배우들과 촬영했던 허준형 감독의 ‘머니백’ 가을 개봉까지 앞두고 있다. 그는 쉼 없이 배우 여정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대립군’을 촬영하면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이 있어요. 난 뭐하면서 살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저 자신한테 많이 했어요. 특히 잊고 살았던 것들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죠. 주로 작품을 통해서 삶을 배우고 또 개인적인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깨닫기도 하니까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도 예전 사춘기 때나 했을 법한 질문인데 그것을 또 진심을 다해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fn★인터뷰②] 배우 김무열, ‘대립군’ 속 행동하는 곡수와의 교집합


이러한 심도 깊은 고민이 외면으로 드러나서였을까. 베일을 벗은 ‘대립군’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 중 하나로 꼽혔던 김무열의 두각은 허투루 발현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김무열의 방대한 가능성까지 함께 발견했다.

“감사하죠. 항상 저는 정진하고 준비하고 있었어요. 관객 분들에게 발견되는 걸 원하기 보다는 제가 항상 (관객에게) 이야기를 걸고 있었던 거예요. 배우가 하는 일이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말을 거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번 이야기는 관객 분들에게 어떤 말을 걸 지의 의미가 컸어요. 기능적으로 이 작품을 통해서 김무열이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기대는 접어두려고 하고 있어요.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니까요. 어차피 길게 할 거니까요. 길게 오래오래 하고 싶어서 앞으로도 꾸준히 이 일을 하는 저의 태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관객에게 이야기를 건넨다는 게 무슨 의미냐고 묻자 그는 “어떤 한 어린 소년이 내 이야기를 듣고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겠다 싶은 거예요. 제가 송강호 선배님을 보면서 느꼈던 것처럼요. 어쩔 때는 배우가 광대 같기도 하고 누구보다 더럽게 놀아야 하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그런 면에서 봤을 때는 상당히 고귀한 직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렇게 시작해서 세상을 바꿀 수도 있잖아요. 그게 문학이나 예술이 가진 힘이잖아요.”라고 말하는 그를 보니 꼭 ‘돈키호테’가 떠올랐다.

/9009055@naver.com fn스타 이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