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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의 수장, 이준익…시대극 귀재의 담담한 귀환

입력 2017.06.14 10:32수정 2017.06.14 10:38




[fn★말말말] ‘박열’의 수장, 이준익…시대극 귀재의 담담한 귀환


‘왕의 남자’ ‘사도’ ‘동주’ 등 다양한 시대상을 다채롭게 풀어내는데 탁월한 연출력을 지닌 이준익 감독이 이번엔 일본 제국을 뒤흔든 조선 최고의 불량 청년 ‘박열’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이준익 감독은 13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단로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박열’의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 그는 주연 배우인 이제훈, 최희서와 함께 ‘박열’이 갖는 의미부터 숨겨진 이야기까지 거침없이 풀어냈다.

◇ 저예산으로 작업한 이유

“적은 예산으로 이 영화를 찍는 게 제 목표였다. ‘동주’ 때도 마찬가지다. 실존 인물의 진심을 전달할 때, 화려한 볼거리나 과도한 제작비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다. 최소의 조건으로 찍어야 그 당시의 그들이 가진 진정성을 깊숙하게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제 판단이다”


◇ 극중 등장하는 멜로디의 정체

“일제강점기 때 현대무용가로 활동했던 최승희라는 분의 대단한 음악을 쓴 것이다. 1930년대 일본에서 활동했던 분인데, 그 분의 공연이 미국에서 있었을 때 피카소와 헤밍웨이와 채플린이 와서 구경할 정도였다. 피카소는 그림을 그려주고 헤밍웨이는 글을 선물했다고 한다. 최초의 한류열풍의 월드스타이면서 위대한 예술가였다. 그 분이 일본 콜롬비아 레코드에서 직접 육성으로 녹음한 것을 저희가 찾았다. 하지만 최승희 씨의 친일행적이 크게 남아서 위대한 예술가가 아이러니하게도 각광받지 못하는 불행한 역사로 기억됐다”

◇ 일반적인 일제강점기 시대극과는 달리 밝은 톤으로 ‘박열’을 그려낸 의도

“일제강점기 시대의 영화를 찍을 때는 진지하고 엄숙해야 한다는 관습도 있다. 하지만 박열이라는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을 보면, 일본 제국주의는 하찮은 것이라는 호기가 있다. 그 호기를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을 했고 재판까지 주도한다. 이제껏 독립군을 다룬 영화를 보면 그들의 활약상을 그리거나 억울함을 뱉는 호소였다면 ‘박열’은 이성적으로 잘못된 것을 따질 수 있어야 했다. 실제 박열이 그랬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조선이 가진 특유의 익살과 해학만이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동주’ ‘사도’ ‘박열’ 등 실존 인물을 그려온 소감

“실존인물이라 해도 어느 시대인지에 따라 다르다. ‘황산벌’은 1300년 전, ‘왕의 남자’는 500년 전, ‘사도는 250년 전, ’박열‘은 90년 전이다. 사실 근현대의 인물을 영화화한다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일이다. 지나치게 미화를 하면 왜곡이 되고 폄하를 하는 것 역시 안 좋은 것이다. 그래서 어렵고 위험한 선택들을 많이 해야 한다.
또한 후손들이 살아있기 때문에 그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아야 한다.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건과 활약만 영화화하는 것도 예의 없는 것이다. 인간관과 세계관, 가치관에 관심을 가져주고 인물을 통해서 바라본 시대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 ‘박열’은.

“‘박열’은 반일 영화가 아니다. 일제 강점기를 떠나 어느 시대에나 있는 부당한 권력에 저항해고 진실을 추구하려는 젊은이의 뜨거운 함성 같은 영화다”



/9009055_star@fnnews.com fn스타 이예은 기자 사진 fn스타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