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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러’ 김대웅 감독 “나문희 役, 실제 어머니에서 기인”

입력 2018.05.10 17:49수정 2018.05.10 17:51
[fn★인터뷰] ‘레슬러’ 김대웅 감독 “나문희 役, 실제 어머니에서 기인”

영화 '레슬러'의 김대웅 감독이 배우진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드러냈다.

김대웅 감독은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fn스타와 만나 개봉 소감과 작품 소개를 전했다.

'레슬러'는 전직 레슬러에서 프로 살림러로 변신한 귀보(유해진 분)의 평화롭던 일상이 유쾌하게 뒤집히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살림 9단 아들 바보 귀보와 그를 둘러싼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에피소드가 선사하는 유쾌한 재미와 웃음이 주 관전 포인트로 작용된다.

극 중 유해진은 요리에 빨래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20년차 프로 살림러 귀보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극장가에 유쾌한 웃음을 선사했다.

유해진의 티켓파워와 이야기의 힘을 '레슬러'는 개봉 첫 날 국내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먼저 아버지의 성장기를 다루게 된 계기에 대해 김대웅 감독은 “이 시나리오를 하기 전 8편의 시나리오 모두가 아들과 아버지를 다루고 있다. 부자간의 굳건한 관계에 마음이 간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어 “‘레슬러’는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실제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썼다. 극 중 귀보가 창틀에 밥을 둔다. 실제 나의 어머니도 밥이 남으면 창틀에 두고 나중에 혼자 드신다. ‘엄마 나랑 대화하기 싫어?’라는 대사도 실제로 어머니와 대화하다가 나온 대사다”라고 후문을 전했다.

레슬링이라는 소재가 신선하면서도 색다르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는 원래 설정이 수영이었다면서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드라마 ‘나의 아저씨’, 예능 ‘나물 캐는 아저씨’ 등 최근 아저씨를 주제로 한 이야기가 인기다. 이처럼 아저씨라는 소재가 극을 만들며 어떤 매력으로 작용했을까. 김대웅 감독은 “4년 전 써놨던 시나리오라 아저씨 시대의 트렌드를 전혀 생각을 못했다”고 밝혔다.
[fn★인터뷰] ‘레슬러’ 김대웅 감독 “나문희 役, 실제 어머니에서 기인”


옆집 소녀가 친구 아빠를 사랑하는 설정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20살 차이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며 ‘레슬러’는 개봉 전부터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김대웅 감독은 허심탄회하게 “시나리오를 쓰면서 누군가는 불편하게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기에 더욱이 유해진을 캐스팅하고 싶었다.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 이야기가 아니라 친근하고 동네 삼촌 같은 이야기다”라고 토로했다.

또한 “엉뚱한 여자 아이가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그런 이야기지만 사랑이 포인트가 아니라 두 부자 사이에 가영이 들어오면 균열이 생기면서 각자 성장하는 이야기다”라고 전했다.

이어 “가영이라는 엉뚱한 캐릭터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성경과 얘기하면서 가영이에 대한 서사를 만들었지만 거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싶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자연스럽게 이성경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이성경이라는 배우를 ‘역도소녀 김복주’로 처음 접했다, 캐릭터가 통통 튀어서 시나리오를 줬는데 하루 만에 연락이 오더라. 정말 가영이라는 캐릭터가 살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쾌활하고 고집도 있고 생각도 있는 '가영'스러웠다”고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나문희, 유해진, 황우슬혜까지 배우들의 열연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호평이 쏟아질 만큼 ‘레슬러’는 배우들이 돋보이는 영화다.

김대웅 감독은 먼저 유해진에 대해 “귀보라는 캐릭터와 잘 맞았다. 친근함보다 ‘멋’이 있다. 유머러스하며서도 남성미, 또 지적이시다. 촬영하면서 계속 공부를 하시더라. 이래서 역시 우리나라 탑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나문희와 실제 어머니가 흡사하다고 말문을 연 김대웅 감독은 “나문희 선생님이 맡은 역이 사실 저희 어머니와 똑같다"고 고백했다.

이에 대해 "나문희 선생님께 이 사실을 말씀드렸더니 저희 어머니 목소리를 녹음해달라고 하셨다. 녹음 파일을 들으시면서 연습하시더라”고 유난히 리얼했던 장면의 비결을 전했다.

그런가 하면 ‘레슬러’는 김민재라는 신예 배우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김대웅 감독은 “민재가 오디션을 보면서 본인의 아버지 이야기를 했다. 시나리오를 울면서 봤다더라. 진정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고 말하며 김민재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김민재가 드라마 촬영이랑 겹쳤는데도 어떻게든 소화해내고 싶다는 악으로 하는 부분도 있었다. 마지막 전국체전 장면을 찍을 때 김민재가 많이 아팠다. 더 하면 다치거나 큰일 날 것 같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잘 해내더라. 앞으로 잘 될 친구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김대웅 감독은 “귀보라는 저희 아버지 이름을 가지고 영화를 찍었다.
앞으로도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 다음 작품도 그 이야기를 할 것 같다"고 말해 그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처럼 감독의 가족관을 여실히 담아낸 '레슬러'는 현재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추격하며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그의 진정성 어린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kqls_star@fnnews.com fn스타 우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