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30일’의 협박죄

입력 2023.10.22 12:08수정 2023.10.22 12:08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30일’의 협박죄


남녀가 만나서 서로 사랑을 하다가 좋은 기억과 부푼 기대를 가지고 결혼하여 부부가 됩니다. 좋았던 추억과 부푼 희망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나쁜 기억과 불편한 감정으로 변하여 부부는 이혼하게 됩니다.

영화 ‘30일’(감독 남대중)은 결혼과 이혼을 소재로, 협의이혼 절차를 진행 중이던 부부가 교통사고로 같이 기억상실증에 걸리면서 발생하는 해프닝을 그린 작품입니다. 약간 과도하지만 다양한 패러디와 톡톡 튀는 코믹한 내용이 재미를 더하는 것 같습니다.

작품 속에서, 정열(강하늘 분)은 나라(정소민 분)와의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해서 나라의 부모님을 찾아갑니다. 나라의 아버지는 정열에게 총까지 겨누고 죽이겠다고 이야기하면서까지 결혼을 반대합니다. 총을 겨누면서 죽이겠다는 행위를 통해서 협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30일’의 협박죄


협박죄는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개인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하는 범죄입니다. 해악을 고지하여 상대방이 그 의미를 인식하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협박죄가 성립합니다.

해악의 고지가 현실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지 못한 경우에는 협박죄 미수범으로 처벌됩니다. 해악의 고지가 상대방에게 도달하였으나 상대방이 이를 지각하지 못하였거나 고지된 해악의 의미를 인식하지 못한 경우도 협박죄의 미수가 됩니다.

협박죄의 협박은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해악의 현실적 발생가능성이나 행위자의 해악실현의사가 없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행위자가 해악을 실현할 의사가 있다는 인상을 주었고 상대방도 해악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인식하면 협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30일’의 협박죄


승려가 조상천도제를 지내지 않으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 협박에 해당하는지 문제된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해악의 고지는 길흉화복이나 천재지변의 예고로서 행위자(승려)에 의하여 직접·간접적으로 좌우될 수 없는 것이고, 가해자가 현실적으로 특정되어 있지도 않으며 해악의 발생가능성이 합리적으로 예견될 수 없다고 하여 협박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협박죄는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협박죄와 같은 반의사불벌죄는 폭행죄, 명예훼손죄, 과실치상죄 등이 있습니다. 존속협박죄는 반의사불벌죄이나 특수협박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반의사불벌죄는 공소가 제기되기 전 수사단계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서가 제출되면 검사는 피의자를 불기소 처분합니다. 공소가 제기된 후 재판단계에서 처벌불원서가 제출되면 법원은 피고인에 대해서 공소기각합니다. 즉, 처벌불원서가 제출되면 피고인은 처벌되지 않습니다.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30일’의 협박죄


통상적으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하고 합의하면서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작성합니다. 가해자의 배상 약속을 믿고 처벌불원서를 먼저 제출한 피해자는 가해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불원서를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철회할 수 있습니다.

나라의 아버지가 결혼을 반대하면서 정열에게 엽총으로 쏘겠다고 한 것은 특수협박죄가 성립할 수도 있습니다.
특수협박죄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협박하는 경우에 성립합니다. 엽총은 위험한 물건에 해당합니다.

그렇지만 결혼 허락을 받으러 온 딸의 남자친구에게 결혼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총을 쏠 부모가 있을까요? 정열도 아마 나라의 아버지가 결혼을 반대한다는 강력한 의사표시의 한 방법으로 총을 겨눈 것으로만 받아들였다면 특수협박죄는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30일’의 협박죄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사진=‘30일’ 포스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