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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비공식작전’의 재물손괴죄

입력 2023.12.01 11:15수정 2023.12.01 11:15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비공식작전’의 재물손괴죄


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은 1986년 레바논에서 한국 외교관이 납치됐다가 약 21개월만에 생환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실제 사건을 각색한 내용이지만 국가는 국민에게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작품 속에서, 3기수 후배에게 근무지 배치에서 밀린 외교관 민준(하정우 분)은 후배의 책상에 놓인 축하 꽃바구니에 모기약을 뿌리고, 필기구 통을 책상에서 떨어뜨린 뒤에 필기구들을 책상 밑으로 차버립니다. 이처럼 홧김에 우발적으로 한 행동은 재물손괴죄가 성립할까요?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재물손괴죄는 소유권의 이용가치를 보호하기 위하여 규정된 것입니다.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비공식작전’의 재물손괴죄


재물은 유체물 및 관리할 수 있는 동력을 의미하는데 동산, 부동산, 경제적 교환가치 유무를 불문합니다. 문서는 사문서, 공문서 모두 포함하고, 사문서의 경우에는 권리·의무에 관한 것이든 사실 증명에 관한 것이든 불문합니다.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 기록은 사람의 지각으로 인식할 수 없는 방식에 의하여 만들어진 기록을 의미하는데 광학기록도 포함합니다. 재물, 문서, 특수매체 기록은 타인 소유를 의미하고, 자기점유, 타인점유를 불문합니다. 문서의 경우도 타인 소유이면 자기명의, 타인 명의를 불문합니다.

손괴는 재물 등에 직접 유형력을 행사해 소유자의 이익에 반하는 물체의 상태변화를 가져오는 일체의 행위를 말합니다. 예를 들면, 기계를 분해하거나 금반지를 금니로 만드는 경우, 자동차의 타이어의 바람을 빼는 경우 등이 손괴에 해당합니다.

즉, 물체 자체가 소멸되는 것은 물론이고, 원래의 목적에 일시적이라도 사용할 수 없는 경우나 중요한 부분의 훼손뿐만 아니라 간단히 수리할 수 있는 경미한 훼손도 손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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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닉은 재물 등의 소재를 불명하게 하여 그 발견을 곤란하게 하는 것을 의미하고, 기타 방법은 식기에 방뇨하여 기분상 다시 사용할 수 없게 하는 경우처럼 사실상, 감정상으로 그 물건을 본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할 수 없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합니다.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여 재물손괴죄가 성립하는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부담할 수 있습니다. 고의가 아닌 과실로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면 재물손괴죄는 성립하지 않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만 있습니다. 과실에 의한 재물손괴에 대해서 처벌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절도죄, 사기죄, 횡령죄 등의 재산죄가 친족 사이에서 발생하면 그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하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됩니다. 그렇지만 재물손괴죄는 재산죄임에도 강도죄와 마찬가지로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비공식작전’의 재물손괴죄


민준이 우발적으로 후배의 꽃바구니에 모기약을 뿌린 것도 재물인 꽃바구니를 손괴한 것에 해당하여 재물손괴죄가 성립할 것입니다.
책상에 놓인 후배 필기구 통을 가방으로 일부러 쳐서 떨어뜨린 후에 떨어진 필기구들을 찾기 어렵게 책상 밑으로 차버린 것은 은닉에 해당하여 이 또한 재물손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꽃바구니에 모기약을 뿌리고 필기구들을 책상 밑으로 차버린 행위가 재물손괴죄가 성립하는 것과 별개로 후배는 민준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민준의 이러한 행위가 고의가 아닌 과실에 의한 행위라면 재물손괴죄는 성립하지 않고 손해배상 책임만 질 것입니다.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비공식작전’의 재물손괴죄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사진=‘비공식작전’ 포스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