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노량: 죽음의 바다’의 정당행위

입력 2023.12.29 14:33수정 2023.12.29 14:33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노량: 죽음의 바다’의 정당행위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는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장군 3부작 중 2014년 ‘명량’, 2022년 ‘한산:용의 출현’에 이은 마지막 작품입니다.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과 충무공 이순신의 죽음을 다룬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 ‘형만 한 아우 없다’라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들은 황급히 퇴각하려는 왜군들을 살해하고 왜군의 배를 격파합니다. 이처럼 전쟁 중에 침략하는 적군을 살해하고 적의 군함을 파괴하는 것이 살인죄, 특수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조선 수군들이 왜군들을 살해하면 살인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창이나 칼등의 위험한 물건으로 왜군들에게 상해를 가하면 특수상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며, 왜군의 배나 장비를 부수면 특수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노량: 죽음의 바다’의 정당행위


즉, 어떤 행위가 범죄로 성립되려면 미리 정해진 법률에 규정된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하며, 책임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어떤 행위가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위법성조각사유 중 하나인 정당행위로 인정되면 그 행위는 범죄로 성립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A가 고의로 B를 체포하면 A의 행위는 체포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그 행위는 위법하고 책임이 인정되어 A에게 체포죄가 성립합니다. 그러나 A가 물건을 훔치는 절도 현행범인 B를 체포하였다면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없어 체포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정당행위란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를 말합니다. 정당행위는 정당방위, 긴급피난, 피해자의 승낙 등과 더불어 법률에 규정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의 위법성을 소멸시키는 위법성조각사유 중 하나입니다.

정당행위 중 법령에 의한 행위의 대표적인 것은 공무원의 법령에 근거한 직무집행 행위입니다. 즉, 공무원이 법령에 의해서 요구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법익침해적인 강제력을 행사하는 행위는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없어집니다,

예를 들면, 교도관의 사형수에 대한 사형 집행이나 경찰관의 영장에 의한 피의자 체포, 구속, 피의자에 대한 압수, 수색 등은 살인죄, 체포죄 등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정당행위로서 위법하지 않아 범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노량: 죽음의 바다’의 정당행위


노동쟁의행위도 법령에 의한 정당행위입니다. 근로자의 쟁의행위는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의한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노동쟁의행위가 정당행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요건과 절차 등이 준수되어야 합니다.

정당행위 중 업무로 인한 행위란 직업 의무의 정당한 수행을 위해 합목적적으로 요구되는 행위를 말합니다. 즉, 변호사가 법정에서 변론의 필요 때문에 명예훼손죄 등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더라도 업무로 인한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없어집니다.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의 지배적인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원칙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합니다. 예를 들면, 이사회 결의와 관리규정에 따라서 관리비 체납자의 점포에 단전 조치한 것은 정당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들이 조선을 침략한 왜군들을 살해하고 왜군의 배를 격파하는 것은 살인죄나 특수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이는 조선 수군의 업무로 인한 행위인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없어 범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노량: 죽음의 바다’의 정당행위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사진=‘노량’ 포스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