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공연

재미도 명분도 없다?! 'K' 빠진 'K팝 시상식'

입력 2024.01.15 17:18수정 2024.01.15 17:18
[Fn★뮤직텔] 재미도 명분도 없다?! 'K' 빠진 'K팝 시상식'


알다시피 'K팝'의 'K'는 'Korea', 즉 대한민국을 의미한다.

이제는 K팝이 하나의 고유명사로 자리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단어가 됐지만, 이것이 상징하는 바는 생각보다 훨씬 더 크다.

음악사에서 특정 국가를 가리키는 기호가 장르로 인정받고 범용적으로 사용된 경우는 K팝을 제외하면 브릿팝이나 J팝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국명이 'K'로 시작하는 또 다른 나라의 음악이 아무리 유행을 하더라도 K팝의 'K'가 한국을 가리키는 것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K팝의 중심과 기반이 대한민국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정작 1년의 성과를 결산하는 각종 시상식이나 가요제에는 이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다.

◇ 'K 빠진 K팝 시상식'

현재 가요계에서 진행되는 주요 시상식으로는 'MAMA', '멜론뮤직어워드', '서울가요대상', '골든디스크', '서클차트뮤직어워즈', '한터뮤직어워즈', '더팩트뮤직어워즈', 'AAA'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외의 소규모 시상식을 제외해도 한 해 동안 무려 8개의 K팝 관련 시상식이 개최되는 것으로, 한 눈에도 '너무 많다'고 느껴질 법하다.

당연히 이러한 과도한 시상식으로 인한 여러 폐해가 벌어지고 있으며, 그중 가장 논란을 빚는 것이 바로 개최지의 문제다.

실제로 상기한 8개의 시상식 중 정작 K팝의 중심인 한국에서 개최된 시상식은 절반에 불과하다.

'더팩트뮤직어워즈', '멜론뮤직어워즈', '써클차트뮤직어워즈', 그리고 개최를 앞두고 있는 '한터뮤직어워즈'까지만 국내에서 시상식을 진행했거나 진행할 예정이다. 그 중에서도 '한터뮤직어워즈' 만이 서울에서 개최하는 유일한 시상식이다.

이외에 나머지 시상식은 모두 해외 개최를 선언하고 일본 혹은 동남아 각국으로 떠났다. 'K팝 시상식'을 표방하고 있지만, 정작 'K'가 빠져버린 셈이다.

◇ 왜 해외에서 개최할까

이들이 해외 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일단 시상식을 개최하게 되면 티켓 판매대금은 물론이고 각종 스폰서십과 광고 등 주최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적지 않다.

문제는 이것이 '성공적으로 개최됐다'는 가정 하에서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출연진이 나오는 8개의 시상식이 모두 다 성공을 거두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보니, 안정적으로 티켓을 판매하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해외 개최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겉으로는 'K팝과 문화의 수출', '상호 문화 교류', 'K팝 세계화의 전초기지', '도전 정신' 등과 같은 그럴싸한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말 그대로 표면적인 이유일 뿐 그 이면에는 '수익 창출'이 자리하고 있단 점은 업계 관계자라면 대부분이 인정하는 사실이다.

실제로 가장 먼저 해외 개최를 시작했던 MAMA는 물론이고 다른 시상식들 모두 '이미 K팝이 인기를 얻고 자리를 잡은' 일본과 '한한령' 이전의 중화권,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 권을 개최지로 선정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정말로 '도전정신'과 'K팝과 문화의 수출'이 주요 목적이었다면 세계에서 가장 큰 음악시장을 가진 북미나 현대문화의 중심지인 유럽에서 먼저 개최를 했어야 그나마 설득력이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시도한 시상식은 아직까지도 전무하다.

◇ 한계에 다다른 해외 개최

이처럼 금전적인 이익을 쫓아 너도나도 해외 개최를 선언하다 보니, 그에 따른 부작용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일례로 '공영방송' KBS가 일본에서 개최한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은 지정 좌석 티켓 가격을 2만 2000엔(약 20만원), VIP석은 4만 엔(약 36만원)이라는 고가로 책정해 국내는 물론 일본 현지에서까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제는 심지어 개최 자체가 취소된 시상식까지 나왔다. 태국 방콕의 라차망칼라 국립경기장은 연이은 앞선 K팝 시상식 개최를 예고했으나 두번째 행사가 취소되어 현지 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첫번째 시상식의 티켓 가격은 약 18만원에서 최대 25만원까지로 책정됐고, 취소된 두번째 시상식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태국의 1인당 명목 GDP는 7808달러로, 3만6752달러에 달하는 한국의 1/4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구성과 출연진의 공연에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는 태국이 아니라 어느 나라라도 부담스러운 가격이란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 K팝을 진짜 K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과거 MBC '무한도전'의 '홍철 없는 홍철팀'은 웃음이라도 줬다. 하지만 'K 없는 K팝 시상식'은 어떠한 재미도, 명분도 찾기 어렵다.

물론 사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명분도 정당성도 모호한데다가, 정작 K팝의 종주국인 한국의 팬들을 외면하는 작금의 시상식들의 행태는 어딘가 대단히 잘못돼 보인다.

음악 시상식의 대명사인 '빌보드 뮤직어워즈'나 '그래미 뮤직어워즈'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전전하며 개최한다고 하면 이를 순순히 납득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마찬가지로 K팝 시상식이 진정으로 K팝을 대표하는 시상식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개최하고 세계 각국의 K팝 팬들이 한국을 찾게 만들어야 하는 게 마땅하다.

여러 K팝 시상식 주최사들이 망각하고 있는 이 '당연하고 마땅한 사실'을 지금이라도 다시 곱씹어봐야 하지 않을까.

본문에서는 시상식의 해외 개최에 대해서만 언급했으나, 이외에도 현재 시상식에는 산적한 문제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스스로의 권위를 떨어트리는 나눠먹기식 수상과 후보자들의 시상식 불참과 보이콧 등이 그렇다.


이에 진짜 K팝과 K팝 팬들을 위한 축제가 되는 시상식의 탄생을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이를 위한 노력 역시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이를 그저 이상론, 낙관론으로 치부하기엔, 현재 시상식이 갖는 문제점이 너무나도 커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힘을 모으는 것이야말로 더 나은 K팝 시상식이 탄생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nterjin@fnnews.com 한아진 기자 사진=각 시상식 공식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