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 16개로 가방 뚝딱, 친환경 섬유의 무한도전

      2022.02.26 08:45   수정 : 2022.02.26 08:4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먹고 버린 생수병의 재탄생

정부 및 산업계의 플라스틱 순환 생태계 조성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폐플라스틱을 이용한 재활용 제품이 다양해지고 있다. '지속가능성'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패션업계에서도 쉽게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이른바 '재생 플라스틱 섬유'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재생 플라스틱 섬유는 폐플라스틱으로 만든다. 폐플라스틱 중에서도 재활용하기 좋은 고품질 페트가 원료로 쓰인다.


재생 플라스틱 섬유는 버려진 페트병을 세척해 일정한 크기로 파쇄한 후 열을 가해 길게 뽑아낸다. 먹고 버린 생수병이 물리적 공정을 거쳐 섬유로 재탄생하는 순간이다. 페트병의 원료와 폴리에스터 원단의 원료가 같다는 점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페트병 쓰레기를 재가공해 최초로 옷을 만든 건 해외의 한 유명 의류기업이었다. 친환경을 지향하는 해당 기업은 1993년 폐페트병으로 만든 상의를 세상에 내놓았다.

새 옷을 만들기 보다 있는 자원을 재활용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이 상의를 만드는데 500ml 페트병 34개가 들어갔다고 한다.

약 30여 년이 흐른 지금은 맨투맨, 후드티, 플리스, 가방 등에 재생 플라스틱 섬유가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국내의 한 가방 브랜드는 500ml 폐페트병 16개로 만든 가방을 판매 중이다. 모든 제품은 재생 플라스틱 섬유로만 제작하며, 가방 모양대로 섬유를 편직 하기 때문에 버려지는 자투리 천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더 이상의 재활용 불가능해

하지만 재생 플라스틱 섬유는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한번 재활용을 거쳐 만들어진 옷과 가방은 사용 이후 쓰레기가 되는 수순을 밟는다. 제작 과정에서 염색 및 다른 소재와의 혼합 등이 생기는 탓이다.

진정한 플라스틱 순환을 위해서는 섬유를 다시 섬유로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페트를 섬유로 만드는 대신 '보틀 투 보틀' 재활용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존재한다. 보틀 투 보틀은 다 쓴 페트병을 다시 페트병으로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미 유럽연합(EU)의 보틀 투 보틀 재활용 비율은 20~30% 수준이라고 한다.
이에 반해 한국은 식품용으로 사용했던 페트병을 다시 페트병으로 재활용하는 게 올해부터 가능하게 됐다.

재활용 선진 국가에 비하면 한발 늦은 상황이지만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의무제'와 함께 플라스틱 순환 경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sun@fnnews.com 양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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