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②) 벤처투자 '트라이앵글' 균형 맞춰라
    (3·②) 벤처투자 '트라이앵글' 균형 맞춰라

    정책금융 비중 줄여라정권 임기내 성과 내기 위해 퍼주기식 자금 집행.. 선심성 지원에 중복투자 넘쳐벤처투자 정책금융 비중 GDP 대비 7.33%.. OECD국 평균의 두배옥석 가려라선택과 집중 못하면 좀비기업까지 키워 벤처생태계 악순환엔젤이 발굴한 기업 캐피털이 끼어들어 진흙탕 싸움 말아야민간 투자기관 영역 넓혀라정부 지원금보다 민간 투자 확대돼야 자생적 창업생태계 활성화문제는 대부분 후기단계에 안정적 투자.. 벤처캐피털 역할 퇴색창업 생태계의 원활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정부와 민간 벤처업계의 투자패턴 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창업기업들의 자생적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대원칙에 입각해 무늬만 창업벤처인 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시혜적 지원을 과감히 줄이는 동시에 안정적 수익을 좇아 창업 후기단계에 진입한 기업 투자를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는 민간 투자기관들의 행태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구시대적 투자시장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세 가지 관점의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기본적으로 정부의 정책지원금과 민간의 엔젤 및 벤처투자 간 비중을 놓고 볼 때 정부 지원금을 줄이고 민간 투자가 확대되는 게 자생적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목소리다.아울러 정부 정책지원금이 불가피하더라도 중복지원의 문제점을 해소하는 동시에 될성부른 창업기업에 선별투자하는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민간 엔젤 및 벤처캐피털 업계도 기존의 보수적 투자관행을 깨고 혁신기업을 발굴하기 위한 인프라를 재구축해 초기 창업벤처투자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정책금융 '선택과 집중' 절실역대 정부마다 정권 내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벤처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을 막무가내식으로 늘리는 게 관행처럼 자리잡았다. 한정된 정책지원금을 선심성으로 뿌리다 보니 이를 악용한 한계기업들의 지원금 타먹기라는 부작용도 끊이지 않는 데다, 잠재성 높은 우량 예비창업기업들이 제때 자금수혈을 받지 못하는 구축효과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정부의 무분별 선심성 정책자금 지원관행이 우리나라 벤처생태계의 자생력을 오히려 갉아먹는 아이러니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현 정부 역시 이 같은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부의 양적 지원은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옥석'을 가리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고, 초기창업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9월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금은 지난 2008년 3조1500억원(1만5441개)에서 2013년 4조8900억원(4만244개)으로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기 신용보증 자원 규모 역시 49조원에서 75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책금융의 비중(2007~2010년 평균)도 7.3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16%를 크게 웃돈다. OECD 회원국 중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일본(12.14%) 정도다. 미국(0.45%)과 영국(0.03%)과는 비교도 안된다. 그러나 중기 정책금융이 양적으로 팽창했지만 효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우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지원정책의 성과를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결과가 좋지 않은 정책들은 재구조화하거나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중기 정책금융은 담보나 신용이 부족해 민간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리기 어려운 중기를 지원하는 것이 본래 목적이다. 문제는 성장성이 높지만 일시적 경영난에 봉착한 기업보다는 영업을 통한 생존이 불투명한 기업에 자금이 흘러갔다는 점이다. 중복.쏠림 지원도 적지 않다. 또 지원을 받은 기업의 생산성 제고 효과도 전무하다시피 했다. 20조원을 투입했음에도 부가가치 창출 효과는 오히려 퇴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보다는 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지분에 투자하는 벤처금융산업 역시 정책금융 의존도가 높지만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결성조합 출자자 비중을 보면 금융기관(산은.정금)의 비중이 22.6%(12.6%), 연금.공제회 20.4%, 정책기관(모태펀드) 17.0%(14.7%), 기타단체(성장사다리) 12.4%(10.7%)에 달했다. 유효상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정부의 정책자금은 '옥석 가리기'를 통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고 이를 가려낼 능력이 없다 보니 지금은 정부의 정책자금을 기술력이 담보되지 않은 기업까지 모두 골고루 나눠주고 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결국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할 정책자금이 한계기업의 연명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지적이다.■민간 투자기관 제역할 위한 혁신 시급 그렇다고 정부의 정책지원 정책을 싸잡아 매도하는 것도 창업생태계 복원을 위해선 바람직하지 않다. 국내 민간 투자기관들의 역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정부가 구멍난 자금 수혈을 떠맡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우선 민간 투자기관들도 '될성부른 떡잎'을 가려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실제 한국벤처캐피탈협회(KVCA)가 조사한 업력별 투자추이를 보면 지난해 국내 창업투자사들이 투자한 창업 3년 미만인 초기기업은 전체의 46.8%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 이들 초기기업에 투자한 자금은 전체의 30.8%에 불과하다. 반면 창업한 지 7년을 넘긴 후기기업에 대한 금액 비중은 44.4%로 초.중.후기 가운데 가장 높다. 높은 투자 위험을 짊어지는 대신 높은 수익을 얻는 벤처캐피털의 역할이 퇴색하고 있는 셈이다. 이 탓에 우리나라 벤처캐피털 산업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실제 2011년 105개를 기록했던 국내 창업투자회사 수는 2015년 1월 말 현재 101개사로 오히려 줄었다. 같은 기간 결성조합 출자지 비중 역시 13.3%에서 11.7%로 오히려 감소한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투자기관에도 일대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선 전문 벤처캐피털리스트 육성이 시급하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초기엔 불확실성이 매우 크고 경합하는 기술들 간에 우열을 가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력이 많지 않다"며 "국민연금 등 연금이 나서서 빨리 민간전문가 육성 등 시장의 기초를 마려하는 것이 자본의 공급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아울러 엔젤투자자와 기존 벤처캐피털 업계 간 투자대상을 둘러싼 이전투구 관행도 자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자생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엔젤투자자가 창업기업에 미리 투자했지만 이를 일부 벤처캐피털에서 끼어들어 다툼이 벌어지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 척박한 민간투자기관 시장이 이전투구에 빠져 왜소해지는 딜레마에 빠지는 형국이다.실제로 최근 들어 여의도 금융가에선 증권사 애널리스트, 운용사 펀드매니저 등을 중심으로 자생적인 전문 벤처캐피털리스트 그룹이 형성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록 20개 남짓의 소수이고 자금력도 한정적이지만 지금껏 벤처캐피털의 투자형태와는 다른 그룹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기존 창업투자회사들에 비해 적은 자금력 탓에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재무제표만 보고 투자를 유보했던 기존 벤처캐피털들이, 이들 소수의 전문투자자들이 성장성이 돋보이는 초기기업을 발굴하고 나면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기회를 빼앗아 가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특별취재팀

    2015-09-30 16:57:44
  •   이인호 서울대 교수 '벤처금융산업 보고서'
    이인호 서울대 교수 '벤처금융산업 보고서' "국민연금이 벤처 키워라"

    국내 벤처 생태계를 업그레드하기 위해선 국민연금 등 연금 펀드들이 벤처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사진) 지난 8월 '한국의 기술혁신 지원 금융정책과 벤처금융산업'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연금의 벤처투자를 허용한 후 벤처 투자규모와 기업의 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한 미국의 사례를 국민연금의 벤처투자 확대의 근거로 꼽고 있다. 실제 미국은 지난 1979년 노동부의 ERISA법(종업원 퇴직 소득 보장법)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연금이 벤처기업을 비롯한 미공개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1978년 미국 벤처캐피탈 기금 중 15%(2억18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연금 비중은 1988년 46%(30억달러)까지 늘었고, 벤처기업 역시 650개 넘게 육성됐다. 문제는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을 벤처투자에 쓸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에 대해 "흔히 벤처투자는 매우 위험한 것이라는 생각이 큰데 이는 개별 투자의 경우에는 맞는 이야기지만 많은 벤처기업들을 모았을 때에는 대수의 법칙에 따른 위험의 분산을 달성할 수 있고, 소수의 성공적 투자가 나머지 실패를 상쇄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이 벤처시장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선 인력 양성과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벤처 시장의 건전한 발전은 이윤추구 유인이 커다란 민간이 주도해야 하는 만큼 국민연금의 기여는 가능한 빨리 민간전문가 육성 등 시장의 기초를 마련하는데 치중하는 것이 자본의 공급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기술혁신의 경우 투자 대상들을 평가하는 것도 어렵고 초기 투자 이후 그들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보듯 벤처투자자는 단순히 투자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신생기업이 정착할 수 있을 때까지 많은 기술적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민연금 같은 공적 기관의 역할이 매우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김병용 김용훈 고민서 김은희 기자

    2015-09-30 16:57:38
  •   (3·⑦) 창업은 마라톤, 위기 언덕 함께 넘을 '페이스 메이커' 찾아라
    (3·⑦) 창업은 마라톤, 위기 언덕 함께 넘을 '페이스 메이커' 찾아라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 이제범 전 다음카카오 신사업 총괄은 지난 2007년 블로그를 공유하는 '부루 닷컴'을 만들었지만, 3개월만에 서비스를 접어야만 했다. 소비자들은 기존에 이용 가능한 사이트가 있었기에 '부루 닷컴'에 큰 매력을 못느꼈다. 문제점을 개선해 다시 만든 게 '위지아 닷컴'. 처음엔 잘 되는 듯 했지만 결국 비슷한 이유로 실패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두 번의 실패 속에서 큰 교훈을 얻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먼저 시장을 선점하고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는 것. 그는 배수진을 쳤다. '대화'라는 기능 하나에 초점을 맞춰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모바일 메신저를 만들어냈다. 당시 스마트폰 시장이 형성되던 초창기 시절, 개발자들은 완벽한 서비스를 준비하려는 경향 때문에 1년 넘게 개발에 몰두하면서 시기(타이밍)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최소한의 인력으로 최단기간 내에 론칭하자는 원칙을 갖고, 기획자 1명, 개발자 2명, 디자이너 1명 등 총 4명으로 승부를 걸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카카오톡'이 나온 과정이다.성공반열에 오른 벤처 사업가는 물론, 창업 현장에 몸담고 있는 관계자들 사이에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는 말은 격언이 됐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삼각 트라이앵글 가운데 사업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창업단계 도전자들이 한방 승부로 대박을 꿈꾸는 것과는 한참 동떨어진 현실이다. 창업 아이디어 다음 단계인 원활한 투자 유치와 마지막 단계인 기업공개 역시 창업 성공을 위한 핵심 열쇠이지만 창업 초기의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성공의 백미'로 꼽힌다. 혁신적 실패라는 고배를 마시고 재기에 나선 국내 창업가들로부터 '성공의 정석'을 들어봤다.■취업실패 대안용 창업은 백전백패취업과 실업 이후 "창업이나 해볼까"라는 요량으로 스타트업에 나선 경우는 '백전백패'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기업가정신으로 똘똘 뭉친 프로급 선수들간 경연장에서 절박함이 없는 예비창업자가 들어설 곳은 없다는 말이다.지난해 창업진흥원에서 발표한 '2013년 창업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창업을 하고자 하는 주된 동기로 응답자의 82.2%(복수응담)가 '창업 이외의 진로보다 더 큰 경제적 수입을 위한다'는 경제적 동기를 언급했다. 이어 취업난 및 직장전망이 불투명해서 이를 위한 대안으로 창업을 택했다는 응답이 33.4%나 차지했다.'최고경영자(CEO)로서 얻게 되는 명성과 기업경영을 통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겠다'는 자아실현동기와 '독특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갖고 사업화를 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은 각각 3.4%와 3.0%에 불과했다.실제 서울의 한 사립대 어문계열을 전공했던 20대 이모씨는 전형적인 '취포자(취업포기자)'였다. 3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원하던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돌연 그는 창업으로 진로를 전향했다. 평소 모바일 게임을 좋아하는 취미 활동을 경험 삼아 1인 벤처를 만들었고, 2년간 사업을 꾸려나갔다.하지만 그는 창업에 집중했던 시기가 6개월에 불과했다고 털어놨다. 나머지 1년 반 동안 이씨는 취업준비와 사업을 동시에 이어나갔다. 그는 "처음부터 창업에 큰 뜻을 갖고 뛰어든 게 아니었기 때문에, 사업 도중 자금이 부족하고 힘들어질 때마다 중도 포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현재 그는 전문직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스타트업 4년 차인 박모씨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는 벤처업계 단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될성부른 스타트업들만 모아도 열에 절반 이상은 낙오하기 마련"이라며 "주변을 보더라도 생계형 창업으로 성공한 사례는 단 한 건 찾아볼까 말까 할 정도로 어렵다"고 말했다.■유행성 아이디어로 지속가능경영은 불가능최근 들어 금융·IT업계에는 정부의 핀테크 활성화 정책에 따라 온라인 금융플랫폼을 내놓는 스타트업들이 늘었다. 문제는 대부분이 모바일 지급결제 사업에만 국한돼 있다는 점이다.이와 관련해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스타트업에게서 남들보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간 아이디어를 기대하지만, 실제 핀테크 경진대회를 열면 금융 서비스로 채택할 만한 기발한 아이템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미 모바일 지급결제 플랫폼은 더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시장인데도 불구하고 워낙 업계 관심이 집중됐던 시장이다보니 (창업가들도) 유행따라 가듯 너도나도 매달리고 있는 형국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또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창업에 성공할 수 있다'라는 생각은 금물이라는 게 벤처업계 지적이다.지금 이 순간에도 유사한 사업아이템을 갖고 창업을 준비하는 스타트업은 많을 뿐더러, 그 아이디어가 실제로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지 판단할 근거는 부족하다. 특히 해당 아이템의 시장성이 크더라도 업계 내 지배적 우위에 위치한 기업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는 상황은 비일비재하다.창업진흥원에 따르면 10명 중 8명(84.0%)은 창업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창업 교육 시 필요한 부문은 △창업아이템 분석 및 지재권 관리(50.3%) △창업자금 지원 및 조달방법(35.1%) △창업자 투자능력 등 역량분석(26.9%) △재무관리 등 기업경영일반(12.1%) △사업 인허가 등 기업설립(2.9%) △기타(1.4%) 순이었다.■혼자만 똑똑한 창업자는 '글쎄'스타트업의 대부분(96.1%)은 창업 자금을 자기 자본으로 조달한다. 정부금융이나 벤처캐피탈·엔젤투자를 받는 경우는 각각 6.9%와 0.4%에 불과하다. 창업 이후의 지분구조에서도 창업자와 창업자 가족 및 친지가 차지하는 지분이 전체의 97.2%를 차지한다.그렇다보니 스타트업의 모든 의사결정은 창업자 단독으로 이뤄지는 사례가 많다. 아이디어 사업개진에서부터 팀원 충원 등 창업 초창기 결정해야 할 상당수 중요 의사결정 과정은 주관적이기 쉽다.업계 관계자는 "창업자가 자금줄을 쥐고 있는 상황에선, 창업자 스스로 자신을 과신하는 경우와 투자금 회수에 급급해 돈이 목표가 되는 딜레마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이런 상황에선 결국 스타트업의 성공시킬 수 있는 주된 요소로 '사람'이 꼽힐 수 밖에 없다. 사업자 스스로 자신의 역량과 태도에 과신하지 않고, 팀원 등 주변인의 조언에 귀를 열는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한다. 좋은 아이템을 가진 스타트업이더라도 혼자만 똑똑한 사업자는 실패하기 쉽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창업은 마라톤…중장기 비전 필수모바일 생체인증 업체 대표 박모씨는 지난해 1억 적자로 실패를 한 후, 다시 재도전하기까지 배운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1년 내 달성해야 하는 단기 목표는 있었지만, 빠르게 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할 중장기 비전은 갖추지 못했다는 것.그는 "창업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을 정도로 유망했지만, 사업 개진 이후 3년 후 모델 등 장기 계획이 없었던 탓에 해외 시장에 진출할 기회까지 놓쳤었다"면서 "창업은 단거리 달리기로 오인했던 게 주된 실패 요인이었다"고 말했다.창업진흥원 설문 결과를 보면, 손익분기점을 초과한 기업은 평균 14.3개월차에 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85.4%) 손익분기점을 넘긴다.문제는 앞의 사례처럼 이익이 나는 기업으로 한단계 성장하더라도,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이어지는 경우에 대한 가능성은 줄어든다. 일례로 '기업공개를 계획하고 있는가'라는 설문에 대해 99.97%가 해당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또한 기술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부서 및 인력 보유 현황에서도 10곳 중 한 곳 만이 장기 사업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산학 협력이나 정부 및 국가 연구기관과의 협력, 대기업 및 중소기업 등과의 공동 개발도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지만 실제 협력이 이뤄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중소·벤처기업 등과의 협력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16.6%, 여타 응답은 0.6%에 불과했다.협력 관계에서도 '없다'는 의견(81.4%)을 제외하면, 단순히 업종별 친목 모임 및 정보 공유가 대부분(16.2%)었다.LED 관련 업체 고위 임원은 "기술 공동 사용을 한다든가, 공동 판매를 위한 유통 제휴, 브랜드 공동 제작 및 공동 연구개발 등 다양한 방면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들끼리 협력을 도모할 수 있지만, 혼자서 다 해내려는 마음에 실패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고 전했다. 해당 업체의 경우 R&D(연구개발) 비용 절감 차원에서 여타 경쟁업체와의 공동 개발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김병용 김용훈 고민서 김은희 기자

    2015-09-29 17:12:12
  •   (2·③)  두번 실패 끝에 재기 성공한 조용호 라플라스 대표
    (2·③) 두번 실패 끝에 재기 성공한 조용호 라플라스 대표

    "재창업의 기본은 단연 콘텐츠입니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법무, 세무, 투자, 마케팅 등에 대한 이해 또한 중요합니다. 전문가의 멘토링과 창업자간의 네트워킹, 자금 확보가 새로운 출발에 가장 큰 도움이 됐습니다." 두 번의 뼈저린 실패 끝에 성공가도에 올라선 라플라스 조용호 대표(34·사진)는 결국 재기의 핵심이 '노하우'와 '펀딩'에 있다고 강조했다. 물고기를 쥐어주기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스스로 체득할 수 있도록, 물고기를 잡는 도구를 낚시꾼이 직접 꾸려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2011년 컴퓨터 그래픽 및 프로그래밍 개발회사를 운영하다 한 차례 폐업을 경험했다. 여행 전용 가방이라는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야심차게 업종을 전환, 라플라스를 설립해 승승장구하나 했지만 투자 철회 등을 겪으면서 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그는 "투자, 마케팅은 물론 창업 생태계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게 가장 큰 패인이었다"며 "투자유치를 결정짓고 난 뒤 자금을 끌어다 제품생산을 강행하고 유통업체와 납품계약까지 체결했는데 투자자가 갑작스럽게 철회하는 바람에 순식간에 사기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투자자의 생리를 잘 알았더라면 지금보다는 행복한 그림이 그려졌을 것이라고 조 대표는 전했다. 그는 "밴처캐피탈 등이 투자심사에 대해 투명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창업자에게는 말해주지 않는 뒷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벤처기업협회, 서울시 청년창업센터, 창업진흥원 등이 제공하는 재창업 지원사업을 적극 활용했다. 각종 창업경진대회에 나가 연이어 수상하면서 사업 가능성도 확인했다. 그는 "교육, 멘토링 등을 통해 밴처캐피탈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동료 스타트업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아이디어 공유 등 상호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자칫 회사를 큰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법무나 세무 관련 상담 역시 큰 도움이 됐다고 조 대표는 전했다. 그러나 자금 측면에서는 정부지원에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지원금은 규모가 작고 사무실 등 현물로 제공되는 경우가 잦은 데다 대부분 시제품 개발, 마케팅 등으로 용도가 제한돼 마음놓고 쓸 수 없어 회사 운영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이야기다. 민간시장에서 재창업 기업이 자금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자금 확보야말로 재창업의 가장 큰 걸림돌인 셈이다. 조 대표는 "재창업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기술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한 차례 대출을 받았던 이들이 낮은 신용도 등으로 두 번째 기회를 쉽게 얻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라플라스는 창업경진대회 수상과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등 2여년간의 준비를 거쳐 올 6월 정식 판매를 시작했다. 첫 초도 물량 1200개는 두 달만에 완판됐다. 최근 스위스, 독일에서 수출 계약을 맺었으며 조만간 일본, 미국과의 계약도 성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 대표는 "샘소나이트를 위협하는 가방 브랜드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며 "각종 지원에서 벗어나 스스로 성장해 나가야 하는 시기인 만큼 매출 확대에 사활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패를 딛고 일어서려는 창업자를 위한 조언으로 그는 "대표의 역할은 네트워크를 만들고 기회를 찾아가는 것"이라면서도 "무기가 될 콘텐츠를 탄탄하게 만들되 정부지원책 등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특별취재팀

    2015-09-24 17:53:33
  •   (2·③) 한번만 넘어져도 신용불량 낙인 '너무 쓴 실패의 맛'
    (2·③) 한번만 넘어져도 신용불량 낙인 '너무 쓴 실패의 맛'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는 평균 2.8회 실패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회장은 8번의 실패 끝에 세계 시가총액 2위 기업이 수장이 됐다. 우버의 공동창립자 트래비스 캘러닉이나 페이팔의 공동창립자 매긋 레브친, 징가의 창립자 마크 핑거스도 실패의 경험을 딛고 정보기술(IT) 기업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창업시장에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은 정설로 통한다. 그러나 국내 창업시장에서 실패는 그냥 실패다. 패자부활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창업생태계를 방치한 채 개천에서 용 나듯 성공한 한 두개 기업의 탄생을 기다려서는 '21세기형 창업국가'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패자부활 없이 글로벌 스타트업도 불가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전체 사업장의 약 13% 가량이 폐업한다. 2009~2013년 연도별 창업·폐업 현황을 보면 매년 약 100만개의 기업이 새롭게 탄생하고 80만~90만개의 기업이 폐업하면서 연간 600만개 내외의 기업이 생존하고 있다. 창업기업 생존율은 더 낮은 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년차 창업기업 중 38%만이 사업을 이어간다. 4년차의 경우 33.4%가 살아남고 5년차가 되면 생존율은 30.9%로 떨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공하는 기업보다는 실패하는 기업이 많아진다는 의미다. 이는 5년차 기준 유럽(47%)이나 미국(43%)의 창업기업이 생존할 확률에 비해서도 월등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재창업 조사연구에 따르면 2000~2011년 1년 이상 매출액을 발생한 기업 가운데 폐업한 약 8만2000여곳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폐업 기업의 대표이사가 재창업을 한 경우는 5904건으로 7.2%에 불과하다. 실패의 과정에서 습득한 경험과 지식이 새 출발의 디딤돌이 되지 못한 채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플래시애니메이션 제작사를 차렸다가 한 차례 폐업을 경험한 김모씨(32)는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탓에 2년도 채 안 돼 접어야 했다"며 "새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지만 여유자금이 많지 않은 데다 대출은 이미 받을 대로 받았고 정부 지원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해 고민중이다. 주변에서도 전부 만류한다"고 털어놨다. 반면 차명으로 재창업하는 비율은 약 40%대로 추정된다. 신용불량정보 등으로 인한 경제활동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차명 창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재창업에 도전하는 비율이 낮음에도 재창업에 도전하고자 하는 수요가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리 사회내 패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탓에 재창업 의지가 강한 기업가들이 차명이라는 편법으로 부활을 노리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13년 창조경제연구회 조사에서도 경영주 본인의 보증의무가 면제될 경우 (재)창업하겠다는 의견이 전체의 69%에 달했다. 보증의무 존재 시 재창업 의사(11%)와 확연히 다른 수치다. 허영구 한국벤처협회 정책협력실장은 "실패한 창업기업을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는 상당히 미흡하다"며 "특히 연대보증, 체납 세금 등에 따른 신용불안은 재도전을 막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허 실장은 실패를 경험한 창업자는 물론 첫 창업자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도록 재창업이 원활한 창업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색내기 넘어 근본처방책 나와야 다행히 박근혜 정부에서 패자부활이 가능한 창업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도 각종 정책을 추진 중이다. 중소기업청·중소기업진흥공단의 재도전지원센터,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의 재도전 중소기업경영자 힐링캠프, 신용보증기금의 재도전 재기지원 보증 등이 대표적이다.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후속 대책도 대기중이다. 대표적으로 정부는 올초 '창조적 금융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재창업 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기술보증기금 기준 신용등급 AA 이상 우수기업에 대한 창업자 연대보증을 자동면제하고 경영주 본인 보증 면제 대상도 창업기업에서 비창업기업까지 확대키로 한 것이다. 신용정보 등록.관리 기간도 최장 5년에서 1년으로 단축해 성실한 실패자에 대한 주홍글씨를 제거해 나갈 계획이다. 연대보증 사슬에 묶여 패자부활이 어려운 구조에서는 창업 생태계가 제대로 구현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럼에도 패자부활을 뒷받침할 근본적인 접근법에 한참 못미치고 있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 벤처캐피털 업체 스파크랩 글로벌 벤처스가 지난해부터 분석해온 스타트업 생태계 정비도시 분석조사에 따르면 서울은 80점 만점에 58점을 기록했다. 스타트업 환경이 우수한 나라로 꼽힌 것이다. 그러나 '법제도.정책인프라' 평가에선 5점을 받는데 그쳤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회사가 파산할 때 CEO 개인이 보상해야 한다는 법률이 존재하는 데다 회사보상과 개인보상 간에 명환한 경계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패가 재도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 벤처 전문 매체 벤처비트는 "미국에 만약 이런 법률이 존재했다면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기업 수는 현재의 절반에 미치지도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에서도 생색내기식 패자부활 정책을 넘어선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내놓은 공정성장 3법이 대표적이다. 안 의원이 최근 내놓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은 현행법의 유효기간을 10년 연장하고 벤처기업 관련 정보 등을 담은 종합관리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겠다는 것이 주 골자다. 이와 함께 제시한 '국세기본법 일부개정안'에서는 특별조치법에 따라 벤처기업으로 확인 받은 창업 3년 이내의 벤처기업에 제2차 납세의무를 지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사실상 벤처기업이 쉽게 재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실 관계자는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되는 경제로 성장하기 위해 창업이 실패하더라도 재도전 기회로 이어질 수 있는 시장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창업토양 마련, 벤처기업 간 협력기반 구축, 연대보증제 개선 등을 통해 재창업이 용이한 창업생태계를 이룩하겠다"고 전했다. 재창업에 도전중인 곽충렬 뭉술 대표는 "앞선 실패의 경험이 시장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영업력이나 기술력 등은 창업자 본인이 터득해야 겠지만 정부가 이들에게 든든한 지지대가 돼줄 필요는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김병용 김용훈 고민서 김은희 기자

    2015-09-24 17:53:27
  •   <2·②> 자생적 창업환경 위협하는 제도·장치
    <2·②> 자생적 창업환경 위협하는 제도·장치

    40배 대구혁신센터 C-Lab 프로그램 원단 캐드 프로그램 개발업체 '월넛' 매출 작년 3000만원서 1년새 12억원으로 늘어 30% 특허무효심판서 중기가 이기는 비율 대기업, 특허무효심판 통해 벤처들 기술 탈취 대기업의 공동특허 요구 거절하기 힘든 이유 대기업이 주는 물은 잠깐뿐.. 벤처, 뿌리 깊은 나무 돼라 2011년 2월 핀란드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 국가경제의 25%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노키아가 휴대폰 사업 매각을 발표했다. 이는 핀란드 경제의 사망선고와 다름없었다. 4년이 지난 핀란드 경제는 지금 어떨까. '노키아 쇼크'에도 핀란드는 여전히 유럽 강소국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수많은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이 생겨나면서 벤처의 메카로 거듭났다. 역설적이게도 핀란드의 스타트업 성공신화는 노키아의 실패에서 시작된 셈이다. 노키아 출신 직원들은 회사가 망하자 정부 지원 아래 앞다퉈 창업 대열에 합류했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접해봤을 모바일게임 '앵그리버드'를 제작한 로비오가 이때 만들어졌다. 전 세계 모바일게임 시장을 평정한 '클래시오브클랜'의 슈퍼셀도 노키아의 유산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이를 두고 "노키아의 재에서 스타트업이 성장했다"며 노키아를 '핀란드의 피닉스'라고 표현했다. 스스로 불을 붙여 몸을 태워 죽은 뒤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하는 고대 이집트 신화 속 '불멸의 새' 피닉스를 빗댄 것이다. 핀란드 사례는 대기업이 지원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스타트업의 자양분이 되고 있는 우리한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정 대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가 건전한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길다'는 옛말처럼 대기업의 스타트업 지원은 밝은 면과 어두운 구석이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다. 삼성그룹이 지원하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가 이달 15일로 확대·출범한 지 정확히 1년이 지났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의 창업·벤처기업 육성프로그램에 가입된 업체들이 하나둘씩 성과를 내면서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어 가고 있다. 삼성의 경영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든 'C-Lab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의 창업.벤처기업 육성프로그램은 스타트업의 우수한 아이디어가 사업화될 수 있도록 경영·기술 멘토링 및 창업지원 교육, 국내외 투자자로부터의 투자 유치 기회 등을 제공하고 있다. 원단 캐드 프로그램 개발업체 '월넛'도 C-Lab 프로그램 덕을 톡톡히 봤다. 이 업체는 지난해 매출 3000만원에서 올해는 12억원으로 40배 성장했다. 이경동 월넛 대표는 "개발자들이 모여서 만든 스타트업이다 보니 인사, 세금, 회계, 법률 등에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며 "제일모직, 삼성벤처투자 등에서 멘토가 한명씩 나와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실제 C-Lab 프로그램에 등록된 벤처업체들은 삼성과 대구시가 공동으로 조성한 펀드로부터 투자받은 금액이 총 17억4000만원에 달한다. 또 초기 지원금 2000만원을 포함해 전문가들의 심사와 단계별 평가를 거쳐 사업화까지 팀당 최대 5억원까지 지원됐다. 광학·산업용 내외장 보호필름을 개발·생산하는 세일하이텍도 LG그룹이 전담 운영하는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도움을 받았다. 이 회사는 LG화학이 점착제 조성물 및 충전용 스웰링 테이프 특허 실시권을 무상 제공하면서 수년간 정체됐던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세일하이텍은 LG화학의 보유기술을 활용해 기존 제품보다 성능이 더욱 향상된 2차전지 적용소재인 '스웰링 테이프'를 생산하는 제조공정 특허를 신규 출원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미국과 중국 등에 해외 특허 출원을 추진 중이다. 박광민 세일하이텍 대표는 "우리의 기존 기술에 LG의 특허를 더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고 생산성도 혁신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전국 14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본격 가동되면서 스타트업 발굴과 지원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국내 벤처기업 생태계는 대기업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다.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이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있는 탓이다. 실제 2000년대 중반 삼성전자 애니콜의 세계적인 흥행으로 정보기술(IT) 제조업종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대폭 증가했다. 2010년에는 국내 조선업계의 활황으로 기계·장비 업종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었다. 대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는 벤처산업 생태계의 자생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의 지원을 받다 보니 대기업 관심 분야나 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수년간 시스템반도체 업계에서 창업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이 메모리 분야에 집중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2000년 전후로 창업한 티엘아이, 텔레칩스, 실리콘웍스 등이 시스템반도체 스타트업 1세대로 첫발을 내디뎠지만 이후로는 뚜렷한 성과를 남긴 개발업체들이 전무한 실정이다. 대기업이 인수에 소극적이다 보니 성공적으로 기업을 매각하고 이 자금으로 재창업을 하거나 가능성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선순환 사례를 만들지 못했다. 대기업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구조도 문제다. 대기업은 그동안 중소기업의 기술을 손에 쥐기 위해 내부인력을 매수해 기술자료를 빼내는 수법을 주로 썼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에 대한 공동특허를 요구하거나 법적 분쟁이 최소화될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상당수 개발업체들이 대기업의 지원만 기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대기업의 공동특허 요구를 거절하면 대기업이 원천기술을 둘러싼 사이드 보호기술 특허들을 대상으로 특허무효 소송을 진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꼬집었다. 부실 특허를 방지하고 선행 특허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특허무효 소송이 대기업에는 중소기업이 출원한 특허기술을 무력화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우리나라 특허심판원의 특허무효심판 인용률은 2014년 기준 53.2%로 미국과 영국, 중국, 일본 등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는 무엇보다 벤처기업과 대기업의 상생도 중요하지만 자력으로 성공하는 벤처기업 육성에 힘써야 한다고 목소리가 높다. 스타트업이 자체적으로 거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벤처 생태계 육성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용성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개혁보다는 상생할 수 있도록 대기업이 벤처기업 지원을 늘려야 한다"며 "특히 연구개발(R&D)과 관련된 지식재산권 문제에 있어서 벤처기업들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스타트업의 자생력 확보를 위한 환경 조성도 중요하다. 이용성 회장은 "네이버나 카카오톡 등 성공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벤처 성공신화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나오는 만큼 IT서비스 업종에 대한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이를 위해 심사인력을 현재 700명 수준에서 3배 가까이 늘어난 2000명으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현재 3년 미만 기업으로 규정하고 있는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방향을 업종별로 세분화해 효율적인 투자가 가능토록 조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스타트업 맞춤형 지원모델을 찾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스타트업이 생각하는 대기업의 지원과 대기업들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스타트업 정책 사이에 간극이 커 상호 소통을 통한 협력사업 구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양원호 SK텔레콤 동반성장팀장은 "무한경쟁력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반드시 협력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며 "출발점은 연구개발(R&D), 마케팅, 중소기업 경영진의 기업문화 개선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SK텔레콤의 맞춤형 창업지원프로그램 '브라보! 리스타트'를 예로 들며 "대기업의 경우 중소기업과 함께 성공할 수 있는 사업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중소기업 역시 정부와 대기업에 의존하기보다는 우수인력 채용, 자기계발, 기업문화 수립을 통해 비전을 달성할 수 있게 하나가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김병용 김용훈 고민서 김은희 기자 원희영 기자

    2015-09-23 17:26:41
  •   (2) 자생적 창업환경 위협하는 제도·장치
    (2) 자생적 창업환경 위협하는 제도·장치

    역대 정권, 코스닥·장외시장 활성화 정책 성적표국민의 정부 시절부터 현 정권까지 잠재력 있는 중소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자본시장 활성화 노력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역대 정권마다 코스닥시장과 장외시장에 대한 제도완화와 정책적 지원에 총력을 쏟았지만 성적표는 초라했다. 장외시장을 새로 만들어 투자금 확보를 위한 길을 터주거나 코스닥과 장외시장에 대한 진입요건과 세제혜택을 강화하는 유인책들이 줄을 이었지만 창업기업들의 외면과 소액 개인투자자들의 무관심 속에 정부의 활성화 대책이 무색해진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역대 정권별로 추진해온 이 같은 노력에 대해 도매금으로 낙제점을 주는 건 묻지마식 평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본지는 국민의 정부에서부터 박근혜정부까지 중소 혁신기업을 위해 개설된 코스닥시장과 장외시장에 대한 주요 정책들의 장단점을 집중분석했다. 중소 혁신벤처 육성을 위한 취지로 추진된 정권별 정책들의 의미와 한계점을 짚어보면서 박근혜정부에서 추진중인 코넥스(KONEX)의 생산적 발전방향을 모색해보자는 차원에서다.▶1998~2003년 국민의정부외환위기 속 경제침제 극복의 핵심정책이 바로 코스닥시장 육성이었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치적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 국민의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었던 코스닥시장 육성책이 현재 대한민국 정보기술(IT) 산업 융성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벤처투자 열풍에 동반된 '코스닥 붐'도 잠시, 벤처시장 거품이 빠지면서 2000년 한때 2834.4를 기록했던 코스닥지수는 같은 해 말일에는 500대로 급락했다. '성장통'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로 대기업과 은행 중심의 경제성장 방식에 한계를 느낀 당시 금융당국은 1996년 설립된 코스닥증권시장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1998년 6월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이 발표되면서 이전까지 증권거래법상 거래소로 인정받지 못해 자금조달에 규제가 많던 코스닥시장도 거래소 지위를 받게 됐다. 이에 코스닥 등록기업도 양도소득세 감면, 자동경쟁매매 혜택을 입게 됐다.이 같은 처방책은 시장에 반향을 일으켰다. 1998년 8개에 불과했던 코스닥시장 신규등록 기업은 1999년 160개로 늘었다. 안철수백신연구소(현 안랩), NHN, 다음 등 현재 IT산업을 이끌어가는 기업들이 코스닥시장에 등록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급기야 1998년 331개였던 전체 코스닥 상장기업 수는 2001년 말 코스피시장 상장기업 수를 넘어섰다. 그해 말엔 700여개의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IT와 바이오 관련 주식이라면 닥치는 대로 투자하는 묻지마 투자로 이어지면서 벌어졌다. 기업정보는 여전히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고 배임과 횡령이 횡행했다. 급기야 신뢰성 위기에 봉착했다. 높은 기세로 성장하던 코스닥시장은 이윽고 얼어붙었다.코스닥시장에 입성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을 위한 장외주식시장 정책도 초반에 반짝 성과를 냈다.국민의 정부는 코스닥시장 외에 비상장 중소벤처를 위한 장외주식 호가중개시스템을 개설한 것이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이어 세 번째로 문을 연 시장이라고 해서 이를 제3시장으로 불렀다. 제3시장은 2000년 3월 27일 코스닥증권시장 안에서 OTCBB팀이라는 명칭으로 출범했다. 서울 명동 사채시장이나 인터넷, PC통신을 통해 주먹구구식으로 거래돼 거래 투명성이 현저히 떨어지던 비상장주식들을 한데 모으기 위해서였다. 이 시장 역시 좋은 취지가 무색하게 갈수록 부작용에 빠졌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설 브로커 간 거래되던 기존 관행이 유지되면서 거래 사기와 결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것이다. 유가증권시장에 있는 세제 혜택과 거래 편익이 없어 장외시장은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데 한계점에 봉착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아온 투자자들은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장외주식시장에 투자하기 꺼렸다. 장외주식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자연스럽게 만나 거래가 성사되는 자동경쟁매매 방식이 아니라 매도·매매 수요가 있을 때마다 중개인이 거래신고서를 대리 처리해야 하는 유통시스템도 고수했다.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신뢰도 낮고 참여자 편익도 약한 장외주식시장이 출범 이후 방치되는 운명을 맞았다.▶2003~2008년 참여정부전 정권에서 벌어진 코스닥과 장외시장의 부작용은 다음 정권인 참여정부에 적잖은 짐으로 작용한다. 닷컴버블이 터지면서 얼어붙은 시장엔 봄이 오지 않았다. 2000년 초반 5만 명에 달하던 벤처 투자자는 급속도로 줄어들었고 2000년 코스닥지수가 500대로 떨어진 이후 코스닥지수는 연일 600대에 머물렀다.이에 2005년 노무현정부는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코스닥시장 부활 카드를 꺼냈다. 문제는 시장의 자정기능이 상실된 상황에서 정부의 인위적 진작책이 효과를 발휘하는 데 숙명적인 한계를 안고 있었다는 점이다. 코스닥시장의 반짝 상승세를 보고 투자에 나선 개미들은 이내 쓴맛을 봤다. 코스닥시장에서 일확천금을 노린 일부 벤처 대주주들이 조직적으로 분식회계, 주가조작, 자금횡령을 일삼았다. 같은 사기를 두 번이나 당한 선한 투자자들은 코스닥시장에 영영 등을 돌렸다. 설상가상으로 2005년 코스닥과 거래소시장이 통합되면서 IPO 문턱도 두 배로 높아졌다. 신규기업이 코스닥 상장기업이 되기까지 평균 14년의 시간이 걸렸다. 코스닥시장은 지금 당장 자금을 수혈받아야 하는 중소벤처기업으로부터도 외면받기 시작했다. 장외주식시장에 대한 개편 작업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장외주식 호가중개시스템(제3시장)은 2005년 7월 13일 들어 프리보드로 개편됐다. 역시 벤처활성화 방안의 일환이었다. 우선 거래소 상장기업들만 누려왔던 소액주주의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프리보드에도 적용했다. 금융당국은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 비해 진입요건과 진입절차가 간단하고 공시사항 등 유지요건이 까다롭지 않은 프리보드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같은 전망은 '기우'에 그쳤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장외주식시장의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데다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이 제한적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비과세 혜택은 벤처기업 소액주주에게만 해당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주식에 대해서는 양도차익의 각각 20%, 10%를 양도소득세로 떼어갔다. 프리보드의 증권거래세 역시 0.5%로 상장시장의 증권거래세인 0.3%보다 높았다. 설상가상으로 매매방식도 기존 상장시장보다 불편했다. 주식 매도자와 매수자가 의사만 밝히면 자동으로 거래가 성사되는 상장시장의 '자동경쟁매매' 시스템 대신 프리보드 시장에서는 상대매매방식이 주거래 방식으로 제한했다. 상대매매는 누군가가 중간에서 거래조건이 딱 맞는 시장참여자 둘을 중개해줘야 하는 비탄력적 방식이다. 거래 과정에 중개인이 개입하는 만큼 수수료도 뒤따랐다. 요컨대 프리보드는 상장시장보다 투자 리스크도 높은 데다 거래비용도 큰 시장인 셈이다.▶2008~2013년 이명박정부실패의 연속에 빠진 중소 벤처자금시장 활성화 정책을 정상궤도에 올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침체일로에 빠진 코스닥지수는 나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스닥시장은 2008년 10월 세계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2008년 10월 지수는 262대까지 떨어졌다. 코스닥 상장기업들의 수익도 악화일로를 걸었다.녹색성장을 핵심 경제활성화 정책으로 내세운 이명박정부는 녹색 관련 테마주를 앞세워 코스닥시장 재건에 나선다. 2008년 초까지 정부가 밀어붙인 환경관련 기업들 주가는 크게 올랐다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이내 급락했다. 정책의 효과가 외부요인으로 시장 전반에 퍼지지 못한 것이다. 이명박정부 역시 침체에 빠져있는 프리보드를 구제할 방안을 내놓는다. 경쟁매매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거래비용 절감을 위한 세제 개선 방안이 드디어 거론됐다.하지만 대안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2000년 132개였던 프리보드 기업은 2010년 70개로 감소했다. 프리보드에 속한 벤처기업 수도 같은 기간 57개에서 29개로 줄어들었다. 시가총액과 일평균 거래대금도 각각 1조300억원에서 7700억원으로, 6억7000만원에서 2억3000만원으로 줄어드는 등 시장 참여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당시 기간까지 총 11년간 프리보드 출신 상장기업은 11개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4개는 우회상장이었다. 반대로 거래소에서 프리보드로 밀린 기업은 같은 기간 24개에 달했다. 프리보드는 성장 가치가 없는 기업들의 상징이 됐다.▶2013년~ 박근혜정부중소 벤처 육성 생태계를 키우기 위한 정부의 개입은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시도된다. 박근혜정부는 2013년 7월 핀테크 등 기술금융 중심의 중소 벤처 전용 주식시장으로 코넥스(KONEX)를 새롭게 만들었다. 다행히 코넥스시장은 외적 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외형이 커진 가운데 내실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한국거래소가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코넥스시장 상장기업 수는 2013년 말 45개에서 올해 8월 말 기준 88개로 늘었고, 올해 신규상장 기업 수도 22개 업체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2013년 말 3억9000만원에서 18억6000만원으로 늘었고, 일평균 거래량 역시 6만1000주에서 14만9000주로 성장했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 규모가 여전히 코스닥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인 데다 신규 상장기업 수도 2013년 45개, 2014년 34개에 비해 올해에는 현재까지 22개에 그쳤다.정부는 코넥스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 6월 29일 기본예탁금을 3억원에서 1억원으로 인하하는 내용의 기본예탁금 규제완화 조치를 단행했다. 또한 7월 27일에는 소액투자전용계좌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투자자 유인에 나섰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 따른 시장 반응은 아직까지 따라오지 못하는 실정이다.성장의 정체를 맞고 있는 이유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지적되고 있다.우선, 코넥스시장과 2014년 8월 프리보드 후속으로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출범시킨 K-OTC가 함께 공존하는 데에서 말썽을 빚고 있다. K-OTC라는 장외시장이 있는데 또 다른 코넥스라는 시장이 등장한 탓에 코넥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지도가 낮은 것이다. 더구나 그나마 유지해오던 K-OTC마저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장외시장 전반에 대한 불신감이 가중되는 형국이다.우선 프리보드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2007년 5523억원에서 나날이 줄어드는 추세다. 박근혜정부 출범 시기 프리보드에는 60여개의 회사가 등록됐고 시가총액 규모는 8000억원에 불과했다. 그렇다 보니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2억원에 그쳤다. 유동성이 거의 없는 시장이었다. 우량기업들은 '부정의 온상'이 된 프리보드 시장에 진입하기를 꺼렸다. 거래소에서 밀린 기업들이나 부실한 기업들이 주로 프리보드를 채웠다. 더욱이 코넥스시장이 출범하면서 프리보드시장은 입지를 잃었다.이에 따라 박근혜정부는 기존 프리보드시장을 K-OTC 시장으로 개편했다. 장외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이었던 허수호가와 결제불이행 등의 문제를 개선하면서 영세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K-OTC는 거래를 증권회사를 통해 할 수 있게 해 거래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했다. 하지만 K-OTC 역시 장외주식시장의 유동성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매출규제가 완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K-OTC에서는 소액주주가 수천명이 넘는 기업이더라도 주식공모실적이 없다면 거래할 수가 없다. 코넥스의 투명성도 도마에 올랐다.코스닥 시장은 사업보고서, 반기보고서, 분기보고서를 정기 공시하고 상장법인의 영업 및 생산활동, 재무, 경영활동 등 관련 주요경영사항 54개 항목을 수시 공시토록 하는 반면, 코넥스는 정기 공시 가운데 분기·반기보고서는 면제되고 수시 공시 항목도 29개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올해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기업은 3개,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기업은 단 2개에 불과했다.코넥스에 바이오업체 중심으로 업종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점도 시장 활성화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김병용 김용훈 고민서 김은희 기자 원희영 수습기자

    2015-09-21 17:47:45
  •   (1-③) 벤처투자 가 없다
    (1-③) 벤처투자 가 없다

    지난 5월 국내 벤처업계를 술렁이게 만든 스타트업 매각 신화가 등장했다. 다음카카오가 모바일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스타트업 '김기사'를 625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이번 인수는 국내 벤체업계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투자 엑시트(투자금 회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내비게이션 앱 '김기사'를 만든 박종환 록앤올 대표의 매각 행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선입관이다. 고생 끝에 일군 자신의 기업을 625억원이라는 거액과 맞바꿨다는 식의 비난성 시각이 우리 사회의 일반 정서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척박한 투자 엑시트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다.국내 벤처금융 전문가들은 국내 창업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창업 단계의 인큐베이팅보다는 오히려 기존에 투자했던 자금이 수익을 거둬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 마련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인간의 생리학적 구조로 따지자면 아무리 좋은 것을 먹고 소화를 잘 시켜도 배설 과정에서 막히면 중병에 걸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실제로 국내 스타트업 자금회수 시장은 심각한 왜곡현상에 빠져 있다.일반적으로 자금회수 시장은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등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움직인다. 창업자와 투자자가 열심히 키운 기업을 제3자에게 매각해 수익을 거둬들일 때 구사하는 게 인수합병이라면 기업 상장을 시켜 주식을 일반인들에게 팔아 이익을 실현하는 방식이 IPO다. 그러나 우리나라 자금회수 시장은 M&A 방식 사례가 극히 미미한 반면 IPO 방식으로 집중된 쏠림현상에 빠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기사의 사례처럼 M&A 방식의 자금회수시장이 더욱 활성화돼 IPO 일변도의 왜곡된 출구전략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M&A 외면·IPO 일변도' 왜곡된 구조뛰어난 창업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해 투자를 받아 회사를 정상으로 일궜더라도 투자금 회수가 막히면 창업생태계 구조는 고장 나게 마련이다. 문제는 국내 자금회수시장 구조를 살펴보면 M&A 외면과 IPO 과잉 편중 구조가 심각하다는 점이다.실제로 국내 스타트업들은 열 중 아홉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주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에 상장을 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매각하는 구주매출 방식이다. 간혹 상장 이후 주가 상승을 예측하고 지분을 후에 파는 경우도 있다. IPO 방식이 문제라는 게 아니라 국내 자본시장 구조상 IPO만 고집해서는 국내 자금회수시장의 활성화가 요원하다는 게 핵심이다.우선 스타트업이 일정부분 성장궤도에 진입한 뒤 IPO까지 나선다 해도 이 과정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맥킨지의 벤처산업 선순환 구조 구축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이 창업에서 IPO에 도달하기까지 평균 12년이 걸려 7년 미만인 미국 실리콘밸리에 비해 5년 이상 더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창업자의 비전이 보여도 투자자가 섣불리 베팅에 나설 수 없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유석호 페녹스VC 코리아 대표이사는 "평균 10년이 넘게 걸리는 IPO를 보고 투자하기엔 기간이 너무 길고, 인수합병은 활성화돼 있지 않다 보니 투자자들은 그냥 묶여버린다"며 "벤처투자는 확률게임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성공확률은 있어야 지속적인 투자로 이어지고 많은 성공투자 사례가 나올 텐데 스타트업은 엔젤투자자의 무덤이 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현재 우리 자본시장의 규모가 기업공개를 겨냥한 스타트업들의 자금조달을 모두 수용할 만한 크기의 그릇이 못 된다는 점도 구조적 문제로 지목된다. 현재 한국거래소 상장사는 총 1959개사에 달한다. 올 1월 벤처기업 수가 3만개를 돌파한 점을 감안하면 이 가운데 1%만 IPO까지 살아남는다고 해도 300개 기업이 신규로 들어온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자금 규모가 이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인 셈이다. 그렇다고 국내 벤처기업들이 국내를 넘어 해외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회수한다는 것도 꿈 같은 일이다. 기업가치 면에서 한국 벤처는 이스라엘과 대만 벤처의 10분의 1 정도로 평가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푸대접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를 보면 이스라엘이 73개(1228억달러), 대만은 8개(62억달러)인 데 비해 한국은 고작 2개(10억달러)뿐이다. ■기업가치 대신 소유에 매몰된 현주소이처럼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이 유독 IPO 일변도로 쏠리면서 M&A 방식이 외면당하고 있는 배경을 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M&A를 규제하는 제도적 문제를 비롯한 여러 원인들이 제시되지만 국내 창업기업가들의 창업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방식이 과거 재벌 오너 경영구조를 답습하고 있는 세태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본인이 어렵게 일궈 애지중지하는 회사의 지분을 본인이 끝까지 가져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하다는 것이다. 김기사를 매각한 박종환 대표가 "다음카카오에 회사를 파는 게 기업의 미래가치와 사회에 미치는 기여도 면에서 좋다"고 판단한 것과 비교하면 한참 뒤처진 사고방식이 팽배한 것이다. 유효상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벤처로 성공한 이들이 회장님 직함을 유지하고 싶어 자신의 지분을 팔고 나오려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유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에선 M&A를 하려면 최대주주만 할 수 있다. 벤처캐피털이 최대투자자가 M&A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처럼 잠재경쟁력 검증이 쉽지 않은 스타트업을 오랜 기간 걸리는 IPO 방식으로 투자를 선택해야 하는 엔젤.벤처캐피털 측에서도 고민이 많다. 벤처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벤처기업 수는 3만425개사로 2011년 2만6148개사, 2012년 2만8193개사, 2013년 2만9135개사, 2014년 2만9910개사에 이어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생존확률이다. 2013년 기준 국내 창업기업의 3년 후 생존율은 41.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7개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다. 국세청 자료를 보면 신규 사업자의 75.2%는 평균 5년 미만에 폐업을 신고한다. 창업 3년차 이후 자금난을 겪으면서 일명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넘지 못하는 스타트업이 대다수라는 의미다.과포화된 창업기업 가운데 IPO까지 갈 수 있는 업체를 골라내는 작업은 그야말로 모래밭 속 진주 찾기와 같다.고영화 한국엔젤투자협회장은 "초기 투자의 경우 매출액이나 영업이익과 같은 계량적 지표가 전혀 없어 사업의 미래 가능성만 보고 투자해야 한다"며 "사업 아이템의 독창성이나 시장규모 등도 고려하지만 결국 사람을 보고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인성이나 리더십, 사회성 등 대표 개인의 능력 이외에 해당 스타트업의 미래를 판단할 만한 잣대가 없다는 것이다.그나마 기업가치가 높아져 계량적 지표를 조금이나마 갖춘 창업기업도 IPO 관문을 통과하기 쉽지 않다.장일훈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기획팀장은 "시장환경이 급변하는 데다 산업별 특수성도 커 아무리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도 직접 투자해보지 않은 이상 투자수익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살 만한 스타트업이 없다? 인력만 빼가는 대기업스타트업은 태생적인 한계 탓에 수익구조가 취약하다. 이에 미국과 이스라엘 등에서는 대기업들의 스타트업 인수방식이 활성화돼 투자자는 투자금을 회수하고 스타트업은 사업자금을 마련해 생존을 보장하는 모델이 일반화돼 있다.반면 우리의 경우 M&A가 마비상태다. 한국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스타트업 절반 이상이 구글 등과 같은 대기업에 M&A되는 방식으로 엑시트하는 사례가 많지만,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M&A 엑시트 비중은 2.1%에 불과하다"고 전했다.국내 대기업들의 스타트업 M&A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세제혜택 등의 정책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추천하는 스타트업.벤처기업 경영권을 대기업이 인수할 경우 대기업집단 계열 편입을 7년간 유예하는 정책을 도입한 바 있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스타트업 인수에 미온적인 국내 대기업들의 태도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각종 규제를 통해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외부 혁신에 대한 절실함이 외국기업보다는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정보통신기술(ICT)업체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센터장은 "정부가 대기업에만 혜택을 주는 불합리한 규제를 없애 평등한 경쟁환경을 만드는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며 "스타트업들이 대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하기 시작하면 대기업들도 새로운 경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M&A를 늘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기업들이 신생 벤처기업의 기술인력을 언제든지 빼갈 수 있는 구조도 스타트업 M&A가 부진한 이유로 꼽힌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대기업이 기술을 보유하고 싶으면 사람이 아닌 기술을 통째로 인수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당국의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기술유출로 기소된 719명 가운데 형 확정자는 464명이었다. 이 중 실형은 단 32명(6.9%)에 그쳤다. 집행유예 287명(61.9%), 벌금형 72명(15.5%) 등 상당수는 가벼운 처벌만 받았다. 일부에서는 대기업들의 스타트업 M&A가 창업생태계를 교란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A스타트업 관계자는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면 성공가능성이 높은 기술을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에 사들여 자사에 편입하는 효과를 거둔다"며 "이는 신생 창업기업들의 대기업 종속화를 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김병용 김용훈 고민서 김은희 기자

    2015-09-16 17:1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