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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창업 생태계 틀을 바꾸자] (3·⑦) 창업은 마라톤, 위기 언덕 함께 넘을 '페이스 메이커' 찾아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29 17:12

수정 2015.09.29 20:21

3. 창업 대박으로 가는 길 (7) 혁신적 실패에서 기업가 정신을 찾다
"창업이나 해볼까" 실패의 지름길 작년 창업기업 실태조사 결과 82%가 경제적 이유로 선택 "아이디어 사업화"는 3% 불과
핀테크 활성화 맞춰 쏟아진 온라인 금융플랫폼 스타트업 모바일 결제분야에만 몰려 유행 아이디어만 쫓다간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어
중장기 비전 준비가 성공의 지름길 '부루 닷컴' 실패한 카카오 대화라는 기능에만 초점 맞춰 최소한의 개발인력 투입 결국 대박 상품 카톡 만들어
혼자보단 조언해줄 동료 필요 공동 연구개발·유통 제휴 등 경쟁업체와 협력 통해 비용 절감하는 것도 좋은 방법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 틀을 바꾸자] (3·⑦) 창업은 마라톤, 위기 언덕 함께 넘을 '페이스 메이커' 찾아라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 틀을 바꾸자] (3·⑦) 창업은 마라톤, 위기 언덕 함께 넘을 '페이스 메이커' 찾아라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 이제범 전 다음카카오 신사업 총괄은 지난 2007년 블로그를 공유하는 '부루 닷컴'을 만들었지만, 3개월만에 서비스를 접어야만 했다. 소비자들은 기존에 이용 가능한 사이트가 있었기에 '부루 닷컴'에 큰 매력을 못느꼈다. 문제점을 개선해 다시 만든 게 '위지아 닷컴'. 처음엔 잘 되는 듯 했지만 결국 비슷한 이유로 실패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두 번의 실패 속에서 큰 교훈을 얻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먼저 시장을 선점하고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는 것. 그는 배수진을 쳤다. '대화'라는 기능 하나에 초점을 맞춰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모바일 메신저를 만들어냈다. 당시 스마트폰 시장이 형성되던 초창기 시절, 개발자들은 완벽한 서비스를 준비하려는 경향 때문에 1년 넘게 개발에 몰두하면서 시기(타이밍)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최소한의 인력으로 최단기간 내에 론칭하자는 원칙을 갖고, 기획자 1명, 개발자 2명, 디자이너 1명 등 총 4명으로 승부를 걸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카카오톡'이 나온 과정이다.

성공반열에 오른 벤처 사업가는 물론, 창업 현장에 몸담고 있는 관계자들 사이에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는 말은 격언이 됐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삼각 트라이앵글 가운데 사업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창업단계 도전자들이 한방 승부로 대박을 꿈꾸는 것과는 한참 동떨어진 현실이다.

창업 아이디어 다음 단계인 원활한 투자 유치와 마지막 단계인 기업공개 역시 창업 성공을 위한 핵심 열쇠이지만 창업 초기의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성공의 백미'로 꼽힌다. 혁신적 실패라는 고배를 마시고 재기에 나선 국내 창업가들로부터 '성공의 정석'을 들어봤다.

■취업실패 대안용 창업은 백전백패

취업과 실업 이후 "창업이나 해볼까"라는 요량으로 스타트업에 나선 경우는 '백전백패'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기업가정신으로 똘똘 뭉친 프로급 선수들간 경연장에서 절박함이 없는 예비창업자가 들어설 곳은 없다는 말이다.

지난해 창업진흥원에서 발표한 '2013년 창업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창업을 하고자 하는 주된 동기로 응답자의 82.2%(복수응담)가 '창업 이외의 진로보다 더 큰 경제적 수입을 위한다'는 경제적 동기를 언급했다. 이어 취업난 및 직장전망이 불투명해서 이를 위한 대안으로 창업을 택했다는 응답이 33.4%나 차지했다.

'최고경영자(CEO)로서 얻게 되는 명성과 기업경영을 통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겠다'는 자아실현동기와 '독특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갖고 사업화를 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은 각각 3.4%와 3.0%에 불과했다.

실제 서울의 한 사립대 어문계열을 전공했던 20대 이모씨는 전형적인 '취포자(취업포기자)'였다. 3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원하던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돌연 그는 창업으로 진로를 전향했다. 평소 모바일 게임을 좋아하는 취미 활동을 경험 삼아 1인 벤처를 만들었고, 2년간 사업을 꾸려나갔다.

하지만 그는 창업에 집중했던 시기가 6개월에 불과했다고 털어놨다. 나머지 1년 반 동안 이씨는 취업준비와 사업을 동시에 이어나갔다. 그는 "처음부터 창업에 큰 뜻을 갖고 뛰어든 게 아니었기 때문에, 사업 도중 자금이 부족하고 힘들어질 때마다 중도 포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현재 그는 전문직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스타트업 4년 차인 박모씨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는 벤처업계 단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될성부른 스타트업들만 모아도 열에 절반 이상은 낙오하기 마련"이라며 "주변을 보더라도 생계형 창업으로 성공한 사례는 단 한 건 찾아볼까 말까 할 정도로 어렵다"고 말했다.

■유행성 아이디어로 지속가능경영은 불가능

최근 들어 금융·IT업계에는 정부의 핀테크 활성화 정책에 따라 온라인 금융플랫폼을 내놓는 스타트업들이 늘었다. 문제는 대부분이 모바일 지급결제 사업에만 국한돼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스타트업에게서 남들보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간 아이디어를 기대하지만, 실제 핀테크 경진대회를 열면 금융 서비스로 채택할 만한 기발한 아이템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미 모바일 지급결제 플랫폼은 더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시장인데도 불구하고 워낙 업계 관심이 집중됐던 시장이다보니 (창업가들도) 유행따라 가듯 너도나도 매달리고 있는 형국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창업에 성공할 수 있다'라는 생각은 금물이라는 게 벤처업계 지적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유사한 사업아이템을 갖고 창업을 준비하는 스타트업은 많을 뿐더러, 그 아이디어가 실제로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지 판단할 근거는 부족하다. 특히 해당 아이템의 시장성이 크더라도 업계 내 지배적 우위에 위치한 기업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는 상황은 비일비재하다.

창업진흥원에 따르면 10명 중 8명(84.0%)은 창업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교육 시 필요한 부문은 △창업아이템 분석 및 지재권 관리(50.3%) △창업자금 지원 및 조달방법(35.1%) △창업자 투자능력 등 역량분석(26.9%) △재무관리 등 기업경영일반(12.1%) △사업 인허가 등 기업설립(2.9%) △기타(1.4%) 순이었다.

■혼자만 똑똑한 창업자는 '글쎄'

스타트업의 대부분(96.1%)은 창업 자금을 자기 자본으로 조달한다. 정부금융이나 벤처캐피탈·엔젤투자를 받는 경우는 각각 6.9%와 0.4%에 불과하다. 창업 이후의 지분구조에서도 창업자와 창업자 가족 및 친지가 차지하는 지분이 전체의 97.2%를 차지한다.

그렇다보니 스타트업의 모든 의사결정은 창업자 단독으로 이뤄지는 사례가 많다. 아이디어 사업개진에서부터 팀원 충원 등 창업 초창기 결정해야 할 상당수 중요 의사결정 과정은 주관적이기 쉽다.

업계 관계자는 "창업자가 자금줄을 쥐고 있는 상황에선, 창업자 스스로 자신을 과신하는 경우와 투자금 회수에 급급해 돈이 목표가 되는 딜레마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선 결국 스타트업의 성공시킬 수 있는 주된 요소로 '사람'이 꼽힐 수 밖에 없다. 사업자 스스로 자신의 역량과 태도에 과신하지 않고, 팀원 등 주변인의 조언에 귀를 열는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한다. 좋은 아이템을 가진 스타트업이더라도 혼자만 똑똑한 사업자는 실패하기 쉽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창업은 마라톤…중장기 비전 필수

모바일 생체인증 업체 대표 박모씨는 지난해 1억 적자로 실패를 한 후, 다시 재도전하기까지 배운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1년 내 달성해야 하는 단기 목표는 있었지만, 빠르게 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할 중장기 비전은 갖추지 못했다는 것.

그는 "창업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을 정도로 유망했지만, 사업 개진 이후 3년 후 모델 등 장기 계획이 없었던 탓에 해외 시장에 진출할 기회까지 놓쳤었다"면서 "창업은 단거리 달리기로 오인했던 게 주된 실패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창업진흥원 설문 결과를 보면, 손익분기점을 초과한 기업은 평균 14.3개월차에 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85.4%) 손익분기점을 넘긴다.

문제는 앞의 사례처럼 이익이 나는 기업으로 한단계 성장하더라도,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이어지는 경우에 대한 가능성은 줄어든다. 일례로 '기업공개를 계획하고 있는가'라는 설문에 대해 99.97%가 해당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또한 기술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부서 및 인력 보유 현황에서도 10곳 중 한 곳 만이 장기 사업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학 협력이나 정부 및 국가 연구기관과의 협력, 대기업 및 중소기업 등과의 공동 개발도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지만 실제 협력이 이뤄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중소·벤처기업 등과의 협력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16.6%, 여타 응답은 0.6%에 불과했다.


협력 관계에서도 '없다'는 의견(81.4%)을 제외하면, 단순히 업종별 친목 모임 및 정보 공유가 대부분(16.2%)었다.

LED 관련 업체 고위 임원은 "기술 공동 사용을 한다든가, 공동 판매를 위한 유통 제휴, 브랜드 공동 제작 및 공동 연구개발 등 다양한 방면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들끼리 협력을 도모할 수 있지만, 혼자서 다 해내려는 마음에 실패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고 전했다.
해당 업체의 경우 R&D(연구개발) 비용 절감 차원에서 여타 경쟁업체와의 공동 개발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김병용 김용훈 고민서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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