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식목일 아침,숲을 생각하며/이수화 산림청 차장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4.04 14:40

수정 2014.11.06 08:18



약 3억년 전 지구의 모습은 이전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바다에 살면서 엽록소를 가지고 호흡을 했던 조류(藻類)가 육지로 진출하기 시작한 지 30억년 만이다. 약 30억년 전 고생대 데본기와 석탄기에는 바다와 소택지에 갑주를 입은 물고기와 양서류들이 그리고 숲에는 황당하리 만큼 커다란 곤충들이 번성하고 있었다. 현재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생태계였다. 그 때는 종자를 널리 퍼뜨릴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한 식물과 단단한 껍데기의 알을 낳는 파충류, 따뜻한 체온이 있는 새, 젖으로 새끼를 기르는 포유동물이 아직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시대였다.

중생대에는 고생대 석탄기 말 당대를 지배했던 고사리류가 기후와 지각변동으로 세를 잃자 건조한 기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법을 발달시켰던 겉씨식물이 번성하면서 파충류를 먹여 살렸다.
신생대 이후에는 과즙과 열매가 있는 속씨식물이 곤충과 새, 그리고 포유류를 양육하면서 오늘날과 거의 흡사한 생태계가 완성됐다.

생태계를 일종의 관계망(關係輞·Network)과, 관계망을 구성하는 인자 간의 에너지의 흐름으로 이해했을 때 고생대 데본기 이후 숲은 지구 육상 생태계의 요충으로, 지구 에너지 흐름의 중핵으로 자리잡았음을 의미한다. 숲이 있었기 때문에 지구는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생명이 살아 숨쉬는 별이 될 수 있었다.

태양은 활발하게 지구에 에너지를 공급했고 숲속의 식물은 동물의 생존에 필요한 영양과 산소를 공급했다. 식물이나 동물 모두 종족 번식을 위한 경쟁을 계속했지만 공멸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러한 생존경쟁은 더 완전한 안정과 더 많은 발전을 위한 과정으로 생각하는 게 옳을 만큼 지구 속 만유(萬有)의 삶은 조화롭고 평화스러웠다. 푸른 숲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나무에서 내려와 근근이 살아가던 원숭이가 1만년 전부터 정착과 농경을 시작하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인간의 식물 재배와 동물의 가축화로 대표되는 정착과 농경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이때부터 자연의 섭리에 따른 생태계의 자연순환은 조금씩 파괴되고 인간의 지능과 완력이 자연에 가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물론 당시만 해도 생태계에 가해지는 위력은 미미했다. 문제는 그 이후 인간의 지능과 완력이 자연에 더욱 더 크게 가해지기 시작하면서 발생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생태계에 가해지는 인간의 힘은 지금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했지만 말이다.

인간이 지능과 완력으로 중생대의 공룡처럼 먹이사슬의 정점에 군림하면서 절제보다는 탐욕을, 조화보다는 파괴를, 공생보다는 지배를, 전체보다는 부분을 추구함으로써 멀리는 30억년, 가깝게는 3억년이라는 기간을 통해 완성된 생태계를 교란시킨 것이다.

산을 깎고 숲을 태워 농경지와 목초지, 공장과 도시를 만들어 생물과 무생물, 동물과 식물과 미생물의 관계망을 찢고 에너지의 흐름을 왜곡시킨 결과,이제 인류는 지구의 생존을, 지속가능한 사회건설을 위해서 풀지 않으면 안 될 숙제를 떠안게 됐다.

지구 온난화, 물 부족, 사막의 확대, 멸종 동식물의 증가, 빈곤의 심화 등이 그 결과물이다. 이러한 범지구적 위기의 핵심 원인은 지구 육상 생태계의 근거인 숲의 파괴에 있음은 물론이다.

한번 파괴된 생태계나 숲은 원상회복이 어렵다. 구성 인자가 바뀌고 한번 끊어진 인자 간의 미묘한 연결고리를 첨단과학 기술로도 다시 이어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환경과 생태의 문제를 지구적 차원에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대처해 나갔을 때, 자연과 인간의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과 관계를 의미하는 불가(佛家)의 불이(不二) 사상을 생활화했을 때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다행히도 우리는 일제의 산림 수탈과 전화(戰禍)로 파괴된 숲을 파괴 이전과 똑같은 상태는 아니더라도 인공적으로 살려낸 생생한 경험이 있다.
식목일이 소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큰 나무 한 그루는 네 사람이 하루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한다.
가정마다 가족 나무 한그루를 심고 가꾸어 보길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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