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오랜만에 시원한 모습을 보여줬다. 26일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 의제를 다루는 실무회담이 답보 상태에 빠지자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서 환영의 뜻을 밝힌 것은 당연하다. 사전 의제 조율 없이 만나자고 한 것은 대통령실이다. 그러나 민주당 측은 미리 의제를 논의하자고 했고 두 차례 실무 회동을 했지만 난항을 거듭했다. 민주당 측이 전국민 25만 원 지급과 거부권 행사에 대한 사과를 들고나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가 간의 정상회담 등 매우 중대한 회담은 사전에 의제를 놓고 논의를 한다. 그래야 본 회담 진행이 수월해지고 의제에 대한 합의에 이르기도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야 영수회담에서 굳이 조율을 거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견해 차가 큰 문제들이 있을 때 사전 회동은 도리어 회담 진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25만 원 지급에 대한 여야 간의 입장 차가 매우 큰 것은 사실이다. 이 대표가 총선 공약으로 내건 현금 지급에 대해 대통령실과 여당은 그러잖아도 어려운 국가재정 여건을 볼 때 선심성 포퓰리즘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혀왔다. 나라 살림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의 답변도 마찬가지였다. 이 난제를 놓고 미리 합의하기는 어려웠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만나서 서로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설득하면서 의견 합치를 시도해야 한다. 설령 합의에 이르지 못해 회담이 결렬되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여야가 다루는 국정이나 정치적 사안만이 아니라 세상만사를 쉽게 풀려면 당사자가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다. 생각이 다르다고 외면하고 등지고 있다 보면 갈등의 골만 깊어진다. 만나서 귀담아듣고 의견을 차분히 교환하다 보면 접점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앞으로 윤 대통령과 이 대표뿐만 아니라 여야 지도부도 공식, 비공식으로 자주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의사소통을 하기 바란다. 협치가 말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첫걸음이 만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경제가 다섯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1.3%로 집계됐다. 2021년 4·4분기 1.4% 성장 이후 분기별 성장률로는 가장 높다. 깜짝 성장이라 할 만하다. 분기 0%대 성장에 그쳐 힘 빠졌던 경제가 다시 1%대로 올라선 것이어서 고무적이다. 성장률은 지난 2022년 2·4분기 0.8%, 3·4분기 0.2%로 내려가다가 4·4분기에 -0.3%로 역성장했다. 올 1·4분기 성장률을 끌어올린 주역은 반도체 수출이다. 휴대폰 등 정보기술(IT) 품목을 중심으로 0.9% 성장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같은 기간 각각 6조6000억원, 2조886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낸 것도 이런 맥락이다. 건설투자가 2.7%, 민간소비가 0.8% 증가한 것도 GDP 성장에 한몫했다. 기획재정부가 이례적으로 "4분기 연속 플러스는 2000년 이후 3차례뿐이었다"며 "성장 청신호"라고 치켜세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기세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기재부 2.2%, 한은 2.1%)도 0.1~0.3%p 올릴 태세다. 그러나 1%대 성장이 계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저효과로 인한 착시일 수 있어서다. 수출을 제외한 지표는 좋지 않다. 생산·내수 유발효과가 큰 설비투자는 0.8% 줄었고, 농림어업은 3.1% 감소했다. 민간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1.1% 늘었는데, 여전히 부진하다. 대내외 환경을 보면 앞으로 우리 경제는 낙관할 처지가 아니다. 중동 정세불안으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에 육박하고, 환율은 달러당 1400원을 넘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더 떨어져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커피 원두·팜유 등 식재료 수입물가는 더 오를 조짐이 보인다. 이런 대외 리스크가 언제 해소될지 알기 어려워 지속적인 성장세를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지표 호조가 체감경기를 그대로 반영하지는 못한다. 우리 수출의 30% 이상을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