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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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주간 정책회의 일정 늦춘 까닭은?
[제주=좌승훈기자] 제주도가 매주 월요일마다 정례적으로 개최하던 주간 정책회의가 돌연 화요일로 옮겨져 궁금증을 자아냈다.
제주도는 23일 오전 9시 제주도청 한라홀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주간정책회의를 24일로 일정을 변경했다.
이들 두고 내부적으로는 민선6기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주관하는 마지막 공식 일정이라는 말이 나왔다.
6.13 제주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원 지사가 현장 밀착 소통 행보를 위해 조기 사퇴로 가닥을 잡으면서, 당초 이날 개최될 예정이던 주간정책회의를 24일로 하루 늦췄다는 것이다.
원 지사는 24일 오전 주간정책회의에 이어 출입기자 간담회를 갖고 제주도지사 선거 출마에 따른 지사직 사퇴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원 지사는 이어 이날 오후 선관위에 예비후보 등록을 할 예정이다.
지사가 주관하는 주간정책회의는 주무부서 실·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 현안을 점검하고 정책방향을 잡아간다.
지사가 현안을 직접 챙기고 실·국장들과 실질적인 업무협의 및 실·국 상호 간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다.
원 지사는 이날 주간정책회의가 민선6기 지사직을 마무리하는 자리인 만큼 그동안의 성과와 소회를 피력하는 한편, 업무 공백이 없도록 공직자들에게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2018-04-23 10: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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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아 성추행' 사건에 남는 의구심
제주지방경찰청이 최근 미투 커뮤니티에 "택시기사가 24개월 된 딸을 강제추행했다"는 미혼모 A씨의 폭로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에 따라 증거불충분 결론을 내렸다'고 수사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사건을 둘러싸고 네티즌 사이에서 진실공방이 한창 진행되던 때였다. 경찰의 이같은 발표로 논쟁은 순식간에 정리됐다. 'A씨를 도와달라'며 국민 청원을 올렸던 네티즌은 청원을 삭제했다. "택시기사가 마녀사냥 당했다"는 여론도 형성됐다. 이후 A씨는 기자에게 "기사에 내 입장은 아예 배제됐다"며 "나도 억울한데 사람들은 그냥 나보고 죽으라는 거다. '죽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털어놨다. 여론은 경찰 발표가 모두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형성됐다. 그러나 '철저히 수사했다'는 경찰 입장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성추행 신고 당시 A씨는 아이 음부 주변의 상처 사진 4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경찰은 "주변의 아이 엄마 10명 중 10명이 사진을 보고 기저귀 발진 같다고 했다" "애 둘 엄마인 경찰이 봐도 기저귀 발진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또 A씨 딸을 진찰한 의사가 '사진 속 상처 원인은 기저귀 발진, 세정제 사용, 성적학대 등 여러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점, A씨가 늦게 신고한 점 등 여러 정황을 감안해 기저귀 발진이나 피부 질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저귀 발진이나 피부질환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전문의는 없었다. "기저귀 발진 같다"는 지인들 의견이 수사 결론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신고 내용을 잘못 표기하기도 했다. A씨는 당초 '성추행'이라고 신고했는데도 경찰은 "성폭행으로 인해 발생할 만한 상처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성폭행과 성추행의 상처는 다를 가능성이 큰데도 말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굳이 단어에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그 사이 네티즌들은 "음부가 빨갛다고 무조건 성폭행?"이라며 A씨를 비난하는 투의 태도를 보였다. 경찰이 이같은 수사결과를 발표하자 취재도 어려워졌다. 경찰 발표 전에는 전문가 4명으로부터 해당 사건에 대해 자문을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발표 후 한 학회에 영유아 성범죄 수사 관련 자문을 요청하자 학회 관계자가 "혹시 제주 성추행 사건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학회 측은 "교수님이 자문을 거절했다"는 문자만 보내왔다. 여론이 이미 기울어진 상황에서 선뜻 자문하기 어렵겠다는 입장으로 이해됐다. '철저한 수사'라는 경찰 공언 이면에 이처럼 여러 의구심이 남는다. 신고자 A씨가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상태에서 경찰 발표는 썩 개운치 못하다.
kua@fnnews.com 김유아 기자
2018-04-16 17: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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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자유비행 열기구 추락, 안전 종합대책 마련 '시급'
제주에서 관광용 열기구가 추락해 50대 기장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열기구 추락에 따른 인명사고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1999년 4월에도 제주에서 열린 열기구대회에서 열기구들이 강풍에 밀리면서 고압선에 걸려 추락하는 사고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12일 오전 사고도 착륙 중 갑작스런 돌풍에 추락하면서 바구니가 뒤집어지고 탑승객들이 튕겨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가 나자,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것도 이 때문이다. 사고가 난 열기구는 항공레저스포츠사업자인 A사가 2017년 5월부터 운행하고 있다. 이 열기구는 높이 35m, 폭 30m, 무게 800kg으로 글로벌 열기구 제작업체인 영국의 캐머런 벌룬스에서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객 탑승용 바스켓에는 조종사를 제외하고 최대 16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이전에도 제주도에 열기구가 있었으나, 지상에서 밧줄로 연결하는 계류식이었다.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자유비행 형태는 A사가 처음이다.당초 국토교통부 산하 제주지방항공청은 최종 허가를 내주기까지 안전사고 우려를 이유로 사업 승인 요청을 3차례나 반려한 바 있다. 제주도는 10여 년 전부터 열기구 관광의 최적지로 꼽혀 왔다. A사 사업장이 있는 구좌읍 지역의 경우, 열기구를 타면 한라산과 성산 일출봉, 오름, 우도와 쪽빛 제주바다 등을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다. 그러나 제주도는 돌발적으로 바람이 거세게 불어 경로를 벗어날 수 있는데다 풍력발전기, 고압 송전탑 등 안전상 문제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더욱이 사업 대상지는 시야가 탁 트인 중산간 지역으로서, 바람이 강하게 불 때가 많고, 계절에 따라 바람의 방향이 수시로 바뀌는 난기류가 발생하는 곳이기도 하다. 또 열기구는 항공기처럼 별도로 이.착륙을 돕는 기관 없이 열기구 조종사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운항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감독기관인 제주지방항공청은 1년에 1차례 정기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어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종합적 안전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제주 주재기자
2018-04-12 17: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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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비행’ 열기구 추락사고 잇달아 “우려가 현실로”
[제주=좌승훈기자] 제주에서 관광용 열기구가 추락해 50대 기장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열기구 추락에 따른 인명사고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1999년 4월에도 제주에서 열린 열기구대회에서 열기구들이 강풍에 밀리면서 고압선에 걸려 추락하는 사고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12일 오전 사고도 착륙 중 갑작스런 돌풍에 추락하면서 바구니가 뒤집어지고 탑승객들이 튕겨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가 나자,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것도 이 때문이다.
사고가 난 열기구는 항공레저스포츠사업자인 A사가 2017년 5월부터 운행하고 있다.
이 열기구는 높이 35m, 폭 30m, 무게 800kg으로 글로벌 열기구 제작업체인 영국의 캐머런 벌룬스에서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객 탑승용 바스켓에는 조종사를 제외하고 최대 16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이전에도 제주도에 열기구가 있었으나, 지상에서 밧줄로 연결하는 계류식이었다.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자유비행 형태는 A사가 처음이다.
당초 국토교통부 산하 제주지방항공청은 최종 허가를 내주기까지 안전사고 우려를 이유로 사업 승인 요청을 3차례나 반려한 바 있다.
제주도는 10여 년 전부터 열기구 관광의 최적지로 꼽혀 왔다. A사 사업장이 있는 구좌읍 지역의 경우, 열기구를 타면 한라산과 성산 일출봉, 오름, 우도와 쪽빛 제주바다 등을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다.
그러나 제주도는 돌발적으로 바람이 거세게 불어 경로를 벗어날 수 있는데다 풍력발전기, 고압 송전탑 등 안전상 문제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더욱이 사업 대상지는 시야가 탁 트인 중산간 지역으로서, 바람이 강하게 불 때가 많고, 계절에 따라 바람의 방향이 수시로 바뀌는 난기류가 발생하는 곳이기도 하다.
또 열기구는 항공기처럼 별도로 이·착륙을 돕는 기관 없이 열기구 조종사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운항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기관인 제주지방항공청도 1년에 1차례 정기 안전점검을 실시할 뿐이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이번 열기구 추락 사고에 대해 원인을 면밀히 파악하고, 전국에 산재해 있는 열기구와 헬륨기구 안전 문제에 대해 총체적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2018-04-12 13: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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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발목 잡는 민주당 구리시의원
분명 만용이 바탕에 깔린 만행이다. 민주당 구리시의원들이 9일 구리시 조직개편안을 부결했다. 정확히 말하면 유보다. 여기에는 교활함이 똬리를 틀고 있다. 차라리 부결이면 집행부가 다시 의결을 제안할 수 있다. 헌데 유보이니, 민주당 시의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집행부는 어찌할 방법이 없다. 두 손 두 발이 다 묶인 셈이다. 그저 목을 빼고 시의원들 처분만 기다려야 한다.
조직개편안이 표류하자 구리시 공무원은 망연자실한 표정이 역력하다. 일부는 분노를 표출한다. 그럴 만도 하다. 그동안 조직개편안이 시의회 때문에 표류한 적은 없다. 구리시만이 아니다. 인근 하남시의회도, 남양주시의회도 올해 초 조직개편안을 의결했다. 그래서 이번 조직개편안 유보를 놓고 금도를 깼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문재인 정부는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세상을 꿈꾸고 있는데 민주당 시의원들이 이런 참사를 초래했으니, 참 아이러니 하다.
민주당 시의원들은 조직개편안 유보에 대해 졸속행정을 이유로 든다. 이번 조직개편은 구리시가 임의대로 할 수 없다. 일단 행정안전부에 조직개편안을 제출하고 승인을 받은 뒤에 시의회에 의결을 요청하는 과정을 거친다. 행안부는 올해 초 조직개편안을 승인했다. 구리시가 굼뜬 게 아니다. 굳이 졸속을 거론하려면 총구를 잘못 겨눴다. 구리시가 아닌 문재인 정부를 향해 졸속행정을 탓해야 마땅하다.
또 다른 이유로는 서너 개 과장급 자리가 공석이란 점을 든다. 구리시는 조직 개편을 앞둬 공석에 대한 인사를 미뤄 왔다고 한다. 일견 일리가 있지만 행정서비스를 생각하면 문제가 없지 않다. 그러나 이것이 조직개편을 표류시키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그토록 심모원려 차원에서 나온 우려라면 방법을 달리해야 했다. 공석까지 인사를 한다는 단서를 붙여 조직개편안을 처리하면 된다.
민주당 시의원들이 만용 어린 만행을 저지르는 동안 지구당 위원장은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팔짱만 끼고 강 건너 불구경한 것이다. 이번 조직개편안은 공무원 증원뿐만 아니라 청년 일자리 창출, 안심치매관리 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들 정책은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다. 때문에 조직개편안 유보는 문제인 정부의 발목을 잡는 행위나 진배없다. 달리 말해 지구당 위원장이 시의원을 앞세워 문제인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는 의구심도 살 수도 있다.
이제라도 지구당 위원장이 나서 민주당 시의원들을 타일러야 한다. 잔꾀 부리지 말고 시민을 바라보며 시정을 살피라고 말이다. 조직개편안 유보에 대한 민심이 악화되자 5월 초순 조직개편안을 민주당 시의원들이 처리하려 한다는 풍문이 지역 정가에 떠돌고 있다. 그때 가서 조직개편안이 통과되면 원님 지나간 뒤에 나팔 불기에 불과하다. 특히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돌려줘야 한다. 헛된 욕심은 역풍을 부르고 모든 사달에 화근이 된다.
구리시 공무원도 더 이상 눈치 보며 복지부동 말라. 항의해라, 조직개편안을 표류시키는 장본인에게, 당장 시의회 앞에서 1인 시위라도 벌여 만행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 공무원이자 구리시민이기 때문이다. 간부공무원이 솔선수범하면 더욱 좋겠다. 이는 진정한 소통, 적극적인 참여를 얻어내는 길이다. 무능력과 몰염치, 정치철학 부재로 무장된 시의원을 축출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2018-04-11 00: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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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재건 ‘장밋빛 부양책’ 딜레마
정부가 오는 2022년까지 국내 해운업을 세계 5위로 끌어올리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지난 5일 발표한 뒤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정부가 장밋빛 목표를 세웠지만 부실 기업들에게 지원을 강행해 또 세금만 낭비한다는 반대 입장이 즉각 나왔다.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극과 극'으로 갈린 평가로 인해 딜레마에 빠졌다. 한국선주협회는 이전 정부에선 한진해운을 살려달라고 아무리 외쳐도 외면했지만, 문재인정부에선 해운업계의 의견을 과감히 수용하고 있다고 극찬해왔다. 그렇지만 정부의 해운 지원정책은 시장경제 입장에선 불합리한 것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국내 대표 '국적선사'라는 이유로 현대상선을 세계 10대 해운사로 키우겠다는 것도 SM상선 등 후발 해운사들에겐 차별로 비쳐진다. 선박 발주 지원을 위해 3조1000억원대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출범시키는 것도 다른 구조조정 업종에겐 부러움의 대상이다. 국책은행 입장에선 이미 수조원의 공적자금이 들어간 이들 기업이 흔들릴 경우 투자금 회수가 어렵기 때문에 이들 기업을 매각할 때까지는 살려 놔야 하는 고민이 있다. 이런 이유에서 시장경제 학자들과 일부 언론의 표적이 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사상 최대인 5조원대 분식회계에도 불구, 박근혜정부에서 2조9000억원 공공 금융자금을 지원을 이미 약속 받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이중 7000억원을 이미 지난해 사용했고 나머지 2조2000억원을 올해부터 다시 지원받을 수 있다. 적폐청산이라면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은 중단되거나 회수돼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을 유지하고 있다. 대량 실업을 막아야 하는 정부 입장에선 조선산업에 대한 지원을 끊지 못하는 이유가 됐다. 2 3차 협력사들까지 합쳐서 고용인구가 최대 수십만을 넘기기때문이다. 부양가족까지 합칠 경우 배로 늘어난다. 또 수출용 잠수함까지 생산하는 대우조선해양의 방산기술도 보호해야 한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서3년간 선박 200척 이상의 발주를 지원하는 것도 논란이다. 포화상태 글로벌 해운시장인데 더 규모를 키우면 저가 운임경쟁만 더 심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해운업계에선 발주 선박들을 친환경 LNG연료 선박으로 만들면 향후 운임경쟁에서 오히려 이득이라는 계산이다. 정부 부양책에 대해 대안 없는 무조건적인 비난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정부도 공청회를 통한 각계 전문가의 의견 조율 없이 편협된 정책 도입으로 혈세를 낭비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2018-04-09 17: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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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시의회 정파 떠나 시민 봐라
[구리=강근주 기자] 구리시 행정조직 개편이 20일 넘게 표류하고 있다. 구리시의회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많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반대해서다. 집행부로선 갈 길이 먼 데 발목을 잡는다고 불만이 크다. 양측은 연일 임시회에서 입씨름만 벌이고 있다. 이는 분명 시민 입장에선 혈세 낭비다. 시의원 세비는 세금에서 충당하기 때문이다.
6일 구리시의회 임시회는 그야말로 목불인견을 연출했다. 정작 행정조직개편 조례안을 놓고 토론을 벌이기는커녕 지나간 과거만 들먹이며 설전을 벌이다 시간만 축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주민 대상 설명회 자료 제출 여부, 시의회와 소통 부재, 한국예술종합대학 유치 포기 등을 거론하며 시장 흠집 내기에 몰두했다.
이런 소식을 전해들은 시민 반응은 싸늘하다. 시민 강모씨(54세. 남)는 “시의원들이 국회의원을 통해 못된 짓만 배웠다. 과거사로 딴죽 거는 게 견제 비판이냐. 시의회 무용론이 나온 지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시의회 존폐론을 진진하게 검토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한숨을 내리쉬었다.
시민 최모씨(46)는 “주민설명회 자료가 붜 그리 중요하냐. 설령 내용이 좀 과장됐다 해도 그 아까운 회의시간을 재료 제출문제로 허비해야 하느냐. 그런 자료를 요구하는 시의원들은 그리 정직하냐. 한예종 유치 포기도 그렇다. 모든 지자체가 대학 유치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 데도 정작 성사되는 건은 거의 없지 않느냐. 이는 상대방을 헐뜯고 비방하는데 쓰일 소재가 아니라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시의회는 주제 파악 좀 했으면 좋겠다”고 힐난했다.
시민 정모씨(29세)는 “구리시 조직 개편은 테크노밸리 추진에 꼭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 테크노밸리 조성이 하루 빨리 추진돼야 일자리도 생기지 않겠나. 말로만 청년실업 해소를 떠들고 정작 실천 방안은 외면하니 참으로 속상하다. 시의원들의 이중성이 이제는 역겹다”고 토로했다.
시민 황모씨(27)씨는 “우리 시도 인구 20만명을 넘어섰다. 행정서비스가 그만큼 늘어났다. 민주당 시의원들이 행정조직 개편에 반대하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다.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반대하는 모양인데, 시민은 그런데 관심 없다. 질 좋고 풍요로운 행정서비스를 하루 빨리 받고 싶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시의원들이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많다고 주장한다 전해주자 황씨는 “웃기는 소리 좀 작작하고 걸핏하면 여론을 들먹이는데 실체 없는 소리 그만하라”고 비아냥댔다.
구리시장은 6일 구리·남양주 테크노밸리의 조속한 추진과 일자리 창출, 동 주민센터 맞춤형복지팀 신설, 치매안심센터, 재난안전관리, 아동보육업무 등 행정서비스 제공 등을 들어 행정조직개편 조례안 처리를 요청했다.
조직개편 안은 현행 3국, 3담당관, 19과 체제에 경제교통국과 테크노벨리추진단(한시기구)을 신설해 4국, 1단, 2담당관, 24과 체제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직이 개편되면 구리시 직원 정원은 현재 671명에서 722명으로 51명 늘어난다.
그러나 민주당 시의원들은 "시장이 임기를 2개월 남짓 남겨놓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의도가 궁금하다“ ”향후 차기 시장의 정책 방향, 운영 방침에 따라 추진돼야 한다“ ”조직 개편은 필요하지만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여론이 많다" 등을 내세우며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기자가 만난 시민 반응과는 거리가 있다.
구리시는 조직개편안을 입법예고를 거쳐 3월15일 시의회에 제출했다. 시의회는 21일 동안 조직개편안 통과를 막고 있다. 정파에 따라 시각은 다를 수 있다. 다만 시민 바람에 역행하는 정파는 정을 맞게 돼있다. 시민 이모씨(59)는 “조직개편을 누가 하든 시민은 관심이 없다. 우리는 그저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질 좋은 행정서비스가 보다 빨리 시행되기를 원할뿐”이라고 강조했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2018-04-07 02:5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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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경찰.. 되짚어보는 울산시장 측근 수사
김기현 울산시장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경찰은 자칫 자유한국당의 주장대로 수사 전체가 '정치적 의도'에 의한 '야당 탄압'으로 내몰릴 가능성까지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울산시청 압수수색' 사건의 지휘자인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에게는 더욱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영장기각이 발표되자 다음날 한국당은 황 청장을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적폐청산을 원하는 국민들 입장에서야 안타까움을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무고로 인한 억울한 국민은 있어서는 안된다. 때문에 이번 사건의 진실 규명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그래서 사건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핵심 사건은 두 가지다. 우선 울산시장 동생과 형의 아파트 건설사업 이권 개입 의혹과 비서실장과 공무원들의 아파트 건설현장 레미콘업체 선정 외압 의혹이다. 외형적으로는 별개의 사건으로 보이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연관성이 엿보인다. 김 시장 동생 A씨는 2014년께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다 자금난 등으로 사업부지와 사업권을 잃은 건설업자 B씨에게 접근해 "형에게 말해 사업권을 되찾아주겠다"며 성사 시 30억원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해당 아파트 부지는 B씨의 경쟁업체인 M업체에게 넘어갔고 M업체는 울산시의 사업승인을 얻어 현재 아파트 건설을 진행 중이다. A씨 B씨의 공모는 결국 실패했고 30억원도 전달되지 않았다. 이 둘은 이후 사이가 틀어졌다. 반대로 김 시장의 형 C씨는 이 과정에서 M업체를 도와 울산시로부터 사업승인이 나도록 해주었다는 혐의로 고발됐다. 고발 내용대로라면 김 시장과 공무원들의 개입이 있을 수밖에 없는 사건이다. 동생 A씨 사건보다 사안이 중대하다. 비서실장의 레미콘업체 선정 외압건은 이 부분에서 형 C씨 사건과 연관성을 갖는다. 경찰의 울산시청 압수수색 장소 중 사건과 다소 거리가 있는 아파트 사업승인부서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C씨 사건을 수사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는가 하는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한국당 측은 이에 대해 형 C씨 사건이 앞서 검찰의 내사종결로 압수수색이 어려워지자 경찰이 이번 기회를 이용, 증거를 찾으려했다고 보고 있다. 사건의 진행은 여기까지다. 다만 수사의 공정성을 위해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있다. 당초 김 시장의 동생과 형을 사법기관에 고발한 인물이 B씨라는 점이다. B씨 입장에서는 사업승인권자인 김 시장은 물론 자신을 속였다는 의심되는 A씨, 경쟁업체를 도운 C씨 모두에게 의심을 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여기까지 보면 마치 건설업자 B씨의 이권 다툼 또는 앙갚음에 경찰이 동원된 모양새다. 고발자인 B씨의 증언 등은 경찰에게 있어 매우 중요하지만 B씨가 자신의 이권을 위해 가정 먼저 김 시장 동생과 공모해 김 시장을 끌어들이려 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경찰은 이 부분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ulsan@fnnews.com 최수상 정책사회부 기자
2018-04-01 16: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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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국토부 공무원은 과연 영혼없는 행정가들인가
국토교통부가 29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기자실에서 개최한 국토교통분야 관행혁신위원회 활동 중간보고 발표장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이 행사는 각계를 대표하는 민간전문가 9명과 국토부의 관련 분야 주요 간부 5명 등 총 14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지난 4개월 동안 정부의 주택정책, 재건축제도,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 주거정책을 비롯해 아라뱃길 사업, 친수구역개발 등에 대한 그동안의 정책에 대해 평가하고 향후 개선방안을 내놓는 자리였기 때문에 사뭇 기대가 컸다. 또 향후 주택부문을 비롯한 정부의 정책 방향과 시각을 미리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브리핑은 청와대의 시각만 그대로 대변하는 용비어천가 그 자체였다. 더구나 기자들의 날선 질문에 위원장은 엉뚱한 답변과 모르쇠 수준의 변명만 늘어놔 빈축을 샀다.
관행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남근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개선 권고안 브리핑을 시작하며 주택정책과 대출규제, 재건축제도 등 모든 분야에서 반성의 말을 전했다. 그런데 새 정부 들어 추진한 정책에 대한 성찰이 아니라 온통 이전 정부의 정책에 대한 성토뿐이었다. 지금의 주택시장의 혼란과 어려움은 지난 정부가 과도하게 주택규제를 완화해 지금의 과열을 빚었고 국민들에게 빚내서 집을 사라고 대출규제를 풀어주는 바람에 가계부채가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또 재건축 규제도 안전진단과 연한규제를 완화해 무분별하게 추진되는 바람에 지금의 주택시장 과열을 만들었다고 떠넘겼다. 심지어는 그동안 추진해온 대부분의 정책이 부도덕한 행정행위의 결과물처럼 매도됐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럼 지금까지 전 정부가 펴 온 정책은 모두가 다 잘못된 행정이었다는 겁니까?" "그럼 전 정부에서 정책을 추진한 담당자들에 대한 징계부터 이뤄져야 하지 않나요?" 그렇다면 지금까지 묵묵히 국가와 국민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 정책을 펴 온 국토부 공무원들은 다 부도덕한 행정가들이란 말인가. 이들의 소중한 애국심이 한순간에 짓밟히는 순간이었다.
위원회 구성이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민간부문 9명이 과연 각계 각층을 대변하고 입체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사실 위원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참여연대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주거부문을 대표하는 전문가인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수년전부터 청년주거빈곤 관련한 활동을 해왔다. 또 건축과 건설안전 분야의 전문가로 참여한 신영철 건설경제연구소장은 건설기계 관련 사회단체운동을 주도해온 이력을 가지고 있다. 교통·SOC 전문가로 참여한 송상석 녹색교통 사무처장도 시민활동가로 알려져있다. 민간위원 거의 대부분이 시민활동을 하는 사람들로만 구성됐기 때문이다.
국토부 간부의 답변이 이어졌다. "각계 각층을 대표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됐기 때문에 위원회의 객관성은 담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각계 각층을 대표하는 전문가는 맞을지는 몰라도 한 곳만 보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일부 기자 사이에서는 이런 말도 나왔다. "이런 행사는 국토부 기자실이 아니라 국회로 갔어야 하는 것 아닌가?"
kwkim@fnnews.com 김관웅 부동산전문기자
2018-03-29 21: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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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에 묻는다... '페북' 성실조사 받았다고 과징금 깎아주나?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페이스북에 제재의 칼날을 뽑았지만 논란만 키우고 있다.페이스북이 접속 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국내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줬다는게 제재의 이유다. 방통위 사무처는 페이스북의 행위에 대해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인 이용자 이익저해행위 중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가입, 이용을 제한 또는 중단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이에따라 사무처는 전체회의에 두가지 안을 올렸다. 하나는 시정명령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원을 부과하는 안이었다.전체회의에 참석한 이효성 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의 논의가 시작된 지점이다.일단 페이스북이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했다는 점에선 모두 공감했다. 이 때문에 관심은 제재 수위에 집중됐다.그런데 여기서부터 이상한 기류가 형성됐다. 사무처가 올린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원의 안에서 과징금을 깎아주자는 취지의 의견이 나온 것이다. 상임위원들의 발언이 너무 길어 해당 워딩을 요점만 공개한다.당시 고삼석 상임위원은 "제가 봤을 때는 페이스북이 이번 조사 과정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응한 점, 납세 등을 수용 한 점, 이용자 보호와 관련해 시정명령 이전이라도 자체 시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감안돼야 한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 하되 중대한 위반 행위 보다는 중대성이 약한 위반 행위로 판단하는 것이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중대성이 약한 위반 행위로 보면 과징금은 내려간다.김석진 상임위원은 "시정명령과 과징금이 나가야 한다. 그런데 페이스북의 성의 있는 조치가 있었고 다른 글로벌 사업자와는 달리 한국에서도 조세를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과징금에 대한 수위를 낮출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성의 있는 조치란 방통위의 조사기간 중 스스로 위반행위를 중지하고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는 점과 캐빈 마틴 페이스북 부사장이 한국을 방문한 것을 의미한다.이같은 의견을 들은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과징금 액수에 대한 이견을 지적하고 다시 상임위원들의 의견을 들었다.고 상임위원은 "과징금 금액을 산정하는데 중대성의 정도를 본다. (페이스북의 행위) 그 자체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고 피해가 미미했으며 실질 회복이 이뤄졌다. 다만 위원님들이 결정하면 제 의견을 밝히는 것으로 (만)족하겠다"고 말했다.이날 전체회의의 결론은 결국 방통위 사무처가 올린 원안인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원에 필수적경감 10%를 적용해 과징금 3억9600만원으로 의결됐다. 현재 방통위가 법을 근거로 내릴 수 있는 최대한의 제재 내용인 것은 인정한다. 그럼에도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본사 부사장이 찾아왔으니 과징금을 깎아주자는 의견에 국민 대다수가 찬성할지는 의문이다.
2018-03-28 17: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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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에 묻는다... '페북' 성실조사 받았다고 과징금 깎아주나?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페이스북에 제재의 칼날을 뽑았지만 논란만 키우고 있다.
페이스북이 접속 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국내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줬다는게 제재의 이유다. 방통위 사무처는 페이스북의 행위에 대해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인 이용자 이익저해행위 중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가입, 이용을 제한 또는 중단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따라 사무처는 전체회의에 두가지 안을 올렸다. 하나는 시정명령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원을 부과하는 안이었다.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효성 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의 논의가 시작된 지점이다.
일단 페이스북이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했다는 점에선 모두 공감했다. 이 때문에 관심은 제재 수위에 집중됐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이상한 기류가 형성됐다. 사무처가 올린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원의 안에서 과징금을 깎아주자는 취지의 의견이 나온 것이다. 상임위원들의 발언이 너무 길어 해당 워딩을 요점만 공개한다.
당시 고삼석 상임위원은 "제가 봤을 때는 페이스북이 이번 조사 과정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응한 점, 납세 등을 수용 한 점, 이용자 보호와 관련해 시정명령 이전이라도 자체 시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감안돼야 한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 하되 중대한 위반 행위 보다는 중대성이 약한 위반 행위로 판단하는 것이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중대성이 약한 위반 행위로 보면 과징금은 내려간다.
김석진 상임위원은 "시정명령과 과징금이 나가야 한다. 그런데 페이스북의 성의 있는 조치가 있었고 다른 글로벌 사업자와는 달리 한국에서도 조세를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과징금에 대한 수위를 낮출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성의 있는 조치란 방통위의 조사기간 중 스스로 위반행위를 중지하고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는 점과 캐빈 마틴 페이스북 부사장이 한국을 방문한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의견을 들은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과징금 액수에 대한 이견을 지적하고 다시 상임위원들의 의견을 들었다.
고 상임위원은 "과징금 금액을 산정하는데 중대성의 정도를 본다. (페이스북의 행위) 그 자체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고 피해가 미미했으며 실질 회복이 이뤄졌다. 다만 위원님들이 결정하면 제 의견을 밝히는 것으로 (만)족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전체회의의 결론은 결국 방통위 사무처가 올린 원안인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원에 필수적경감 10%를 적용해 과징금 3억9600만원으로 의결됐다. 현재 방통위가 법을 근거로 내릴 수 있는 최대한의 제재 내용인 것은 인정한다. 그럼에도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본사 부사장이 찾아왔으니 과징금을 깎아주자는 의견에 국민 대다수가 찬성할지는 의문이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2018-03-28 15: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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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갤S9 꼼수영업
갤럭시S9 출시 이후 이동통신사들의 꼼수 영업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과거처럼 불법 지원금을 통한 가입자 쟁탈전 양상은 아니다. 자체적으로 몸을 사리는듯 보이지만 곳곳에서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행태는 "이제 그만 좀 하자"라는 탄식을 부른다. 갤럭시S9 출시 전 관심을 모은 자급제 단말은 전체적인 판매 부진에도 삼성전자에 한줄기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그동안 이통사 대리점에서 판매하는 이통사향 단말만 출시하면서 이통사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던 삼성전자가 새로운 유통경로를 뚫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하지만 일부 이통사는 갤럭시S9의 이통사향 단말 판매가 저조하자 자급제 단말 개통시 단말 자체에 문제가 있는듯한 늬앙스로 안내문자를 발송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실제로 갤럭시S9 자급제 단말을 구입해 A이통사의 유심을 장착하면 ①A이통사에서 유통하지 않은 자급제 단말로 변경됐습니다 ②단말기 자급제도 안내 및 주의사항(설정방법 등)을 반드시 확인하세요 ③자급제 단말은 A이통사의 정식품질 검사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④부가서비스는 유지되므로 사용이 불가할 경우 개별 변경, 해지바랍니다 등의 안내문자가 들어온다.소비자 입장에서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은 ①, ③ 안내문자다.①은 마치 자신들이 유통하지 않은 자급제 단말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여기게 만든다. ③까지 읽게되면 정식품질 검사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급제 단말은 이미 이통사와 망연동 테스트를 거쳐 품질에 전혀 문제가 없다. 이에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해당 이통사에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자급제 단말 출시에 정부, 제조사와 함께 뜻을 모았던 이통사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지적이다.갤럭시S9의 저렴한 리베이트(가입자 유치 수수료)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최근 이통시장에 형성된 갤럭시S9의 리베이트는 25만원선으로 파악된다. 반면 다른 기종들은 여전히 30만원 이상 책정돼 있다. 통상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출시 초반 인기에 힘입어 굳이 높은 리베이트를 주지 않아도 판매가 잘된다. 갤럭시S9은 상황이 다르다. 전작에 비해 70% 수준에 그치는 판매량을 감안하면 리베이트가 지금보다는 높게 나와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럼에도 25만원선인 리베이트는 요지부동이다.이통사 영업쪽에서 들리는 이야기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갤럭시S8과 같은 불법 보조금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갤럭시S9 리베이트를 25만원선에 맞추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통위에서 확인한 답변은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25% 요금할인율 상향, 보편요금제 등 이통사 입장에선 당분간 비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은 이해가 된다. 그래도 이같은 눈속임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2018-03-20 17: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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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꼼수 영업 "이젠 그만"
갤럭시S9 출시 이후 이동통신사들의 꼼수 영업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과거처럼 불법 지원금을 통한 가입자 쟁탈전 양상은 아니다. 자체적으로 몸을 사리는듯 보이지만 곳곳에서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행태는 "이제 그만 좀 하자"라는 탄식을 부른다. 갤럭시S9 출시 전 관심을 모은 자급제 단말은 전체적인 판매 부진에도 삼성전자에 한줄기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그동안 이통사 대리점에서 판매하는 이통사향 단말만 출시하면서 이통사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던 삼성전자가 새로운 유통경로를 뚫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하지만 일부 이통사는 갤럭시S9의 이통사향 단말 판매가 저조하자 자급제 단말 개통시 단말 자체에 문제가 있는듯한 늬앙스로 안내문자를 발송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실제로 갤럭시S9 자급제 단말을 구입해 A이통사의 유심을 장착하면 ①A이통사에서 유통하지 않은 자급제 단말로 변경됐습니다 ②단말기 자급제도 안내 및 주의사항(설정방법 등)을 반드시 확인하세요 ③자급제 단말은 A이통사의 정식품질 검사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④부가서비스는 유지되므로 사용이 불가할 경우 개별 변경, 해지바랍니다 등의 안내문자가 들어온다.
소비자 입장에서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은 ①, ③ 안내문자다.
①은 마치 자신들이 유통하지 않은 자급제 단말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여기게 만든다. ③까지 읽게되면 정식품질 검사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급제 단말은 이미 이통사와 망연동 테스트를 거쳐 품질에 전혀 문제가 없다. 이에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해당 이통사에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자급제 단말 출시에 정부, 제조사와 함께 뜻을 모았던 이통사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갤럭시S9의 저렴한 리베이트(가입자 유치 수수료)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 이통시장에 형성된 갤럭시S9의 리베이트는 25만원선으로 파악된다. 반면 다른 기종들은 여전히 30만원 이상 책정돼 있다. 통상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출시 초반 인기에 힘입어 굳이 높은 리베이트를 주지 않아도 판매가 잘된다. 갤럭시S9은 상황이 다르다. 전작에 비해 70% 수준에 그치는 판매량을 감안하면 리베이트가 지금보다는 높게 나와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럼에도 25만원선인 리베이트는 요지부동이다.
이통사 영업쪽에서 들리는 이야기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갤럭시S8과 같은 불법 보조금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갤럭시S9 리베이트를 25만원선에 맞추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통위에서 확인한 답변은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25% 요금할인율 상향, 보편요금제 등 이통사 입장에선 당분간 비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은 이해가 된다. 그래도 이같은 눈속임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2018-03-20 15: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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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목소리 빠진 청년일자리 대책
"(소통하지 않는) 불통의 모습은 실패한 지난 정권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15일 정부가 발표한 청년일자리 대책을 이같이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강한 어조로 청년일자리 관련 특단의 조치를 준비하라고 한 후 처음 열리는 일자리위원회 본회의여서 많은 기대를 했다"며 "하지만 소통방식과 대책 내용에 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정부가 '특단의 대책'이라고 내놓은 청년일자리 대책에 대한 추가 대책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 일자리대책 논의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했고, 대책 내용 역시 부실하다는 게 핵심이다. 정책 수립 과정의 '불통 논란'은 정부가 일자리 대책을 내놓기 며칠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일자리위원회 '민간일자리 전문위원회' 산하 '청년분과'에서다. 논의 과정에서 당사자인 청년 의견이 포함되기보다는 정부 주도로 정책이 발표되는 데 대한 항의가 많았다는 전언이다. 청년분과는 청년단체 대표, 학계.현장전문가, 노사 단체 대표 등 총 22명으로 구성돼 있다.김 위원장은 "최근 열린 일자리위원회 청년분과에서 사전에 충분히 대책에 대해 논의하지 못한 채 정부 주도.공급자 주도로 정책이 발표되는 것에 대해 항의가 많았다"며 "대통령의 철학과 의지와 무관하게 공무원들의 일하는 방식이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청년일자리 태스크포스(TF)도 마찬가지다. 청년단체인 청년유니온은 논의 과정에서 일자리 질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보고 이를 대책에 포함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서울시 청년수당의 전국화, 내일채움공제의 개인형 전환, 근로시간과 조직문화 개선 등이다. 이중 일부는 반영됐지만 기존의 기업 기준 지원방식과 취업률 증대라는 수치 위주의 정책방향은 유지됐다. 청년유니온은 "기존 정책의 확대.보완을 넘어 격차 해소.사회안전망 강화의 전면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올 들어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률을 기록하는 등 냉랭한 고용여건 속에서 발표된 이번 대책에 대한 의미는 남다르다. 하지만 '특단의 대책'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민망하다는 평가도 상존한다. 정책 수요자의 핵심은 청년단체와 노동자다. 당사자 주체와 소통을 강화하면서 일자리 대책을 세워야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경제부 기자
2018-03-18 17: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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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법적근거없는 군사용어 사용 오류
국방과학연구소(ADD)는 18일 '첨단 ICT(정보통신기술) 활용해 낙후된 군 훈련모델 향상 기대'라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ADD측은 첨단 ICT의 국방분야 활용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ADD의 각 분야 연구원과 '과학기술전문사관생도' 등 30여명이 지난 14일 평창 ICT체험관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기서 언급한 '과학기술전문사관생도'는 '군인사법'상 존재하지 않는 직위다.
국방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주관하는 '과학기술사관제도'는 학생시절 일체의 군사교육을 받지 않기 때문에 대학 재학 시절은 법적으로 학생신분이다.
비록 군사교육을 받더라도 '사관생도'가 아니라 '사관후보생'의 지위를 얻게 된다.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8주간의 군사 기본훈련을 받을때 비로서 '과학기술전문사관후보생'이 되는 것이다.
ADD가 '과학기술전문사관생도'라고 밝힌 이들은 이미 장교로 임관한 현역 군인들이다.
ADD 측은 뒤늦게 보도자료에 오류가 있었다며, '과학기술전문사관'이라고 내용을 정정했다.
하지만 ADD의 보도자료 오류는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 '2018 과학기술사관 후보생 ADD 현장 실습교육' 행사를 홍보하면서 법적으로 '사관후보생'이 아닌 대학생들을 '사관후보생'으로 지칭했다.
기자는 당시에도 병역법 등 관련 자료를 들어 설명하며 대학생들의 법적지위를 명확히 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한 예비역 장교는 "ADD 뿐만 아니라 군 전반에서 홍보성과에만 집중한 보도자료가 많았다. 이런 보도자료는 군의 대민 신뢰도를 저하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방부가 최근 금곡과학화 예비군훈련장에서 실전성있는 과학화훈련을 했다고 밝혔지만 당시 해당 훈련장을 방문한 예비군 관련 실무자들은 실상은 실전성과 거리가 있었다고 한다.
과장되거나 과도한 용어 사용은 우리 군의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다.
국가 수호 및 안보와 직결된 중요한 보도자료의 경우 정확한 용어와 상황을 전달할 때 군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
2018-03-18 13: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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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하는 기업 투자계획
진풍경이었다. 정부가 한 기업의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이 그랬다. SK그룹은 지난 14일 3년간 80조원을 쏟아 붓겠다며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최태원 회장이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서울 종로 SK서린빌딩에서 만나 이른바 '혁신성장 현장소통 간담회'를 한 이후였다. 관심은 SK그룹의 투자에 쏠렸다. 그런데 SK그룹이 직접 발표를 하지 않고 기획재정부가 대신해 투자 내용과 채용 규모를 공개했다. 정부 발표 전까지 SK그룹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투자 내용에 대해선 언급을 자제했다. 정부 발표가 예정돼 있었던 만큼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최 회장도 말을 아꼈다. 김 부총리를 본사 1층 로비에서 배웅한 후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최 회장에게 구체적인 투자 내용을 물어봤다. 최 회장은 두 손을 들어 손사래를 치면서 "(기재부)보도자료에 다 나갈 겁니다"라고 답했다. 그 시간 김 부총리는 SK사옥 앞에서 기자들에게 간담회 결과에 대해 간략히 브리핑을 했다. 투자를 하는 당사자인 기업을 놔두고 굳이 정부가 나서서 설명을 하는 모습이 어색해 보였다. 주인이 버젓이 있는데도 손님이 마치 주인처럼 행동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손님이 나섰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배포된 보도자료 내용에 실수도 있었다. SK그룹이 3년간 투자할 분야와 규모, 주요 내용을 담은 표에서 에너지 신산업과 차세대 ICT 분야의 투자 내용이 뒤바뀌었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실수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아닌 사업 내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SK 측에서 자료를 만들었다면 그러한 실수가 나올 수 있었을까.김 부총리는 간담회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시장과 기업이라며 협력을 당부했다. 또 정부 경제정책의 방향으로 혁신성장을 언급하며 민간부문이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규제완화 정책수단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간담회 이후 브리핑에서도 "SK측에 투자를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요청이 아니다"라고 콕 짚어 정정하기도 했다. 정부의 주도가 아닌 민간 차원에서의 투자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기업의 투자는 경영전략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수십조원을 쏟아 붓는 대규모 투자는 기업의 명운이 걸린 계획이다. 이처럼 중요한 전략 발표에서 해당 기업이 아닌 정부가 주체가 되면서도 기업 중심의 일자리 창출과 민간 주도의 경제성장을 강조하는 정부의 주장은 모순적이다. 정부부터 본연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2018-03-15 17: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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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中 시노펙 합작법인 '중한석화'에 가다
【 우한=조창원 특파원】 SK와 중국 시노펙 간 합작법인인 '중한석화'가 중국 진출을 꾀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모범 합작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3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중심가에서 버스로 1시간가량 이동해 도착한 중한석화 공장은 2020년 대규모 추가 증설 완료를 위한 준비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이 공장은 '산업의 쌀'로 불리는 화학산업의 기초제품인 에틸렌을 포함해 각종 석유화학 제품의 핵심 원료를 생산해 중국 내수시장에 공급한다. 이원근 중한석화 부총경리는 "중한석화는 74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단행해 오는 2020년 연산 에틸렌 생산량이 110만t에 육박하는 중국 내 2위 나프타 크래커 공장으로 도약한다"고 말했다.중국 내 합작법인 설립은 외국기업의 기술탈취 논란과 외국계 기업과의 의사결정 문제 및 수익의 본국 송환을 놓고 갖가지 논란을 낳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중국 진출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두고 회의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SK는 '중한석화'로 중국 내 합작법인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모범사례로 떠올랐다. SK가 중한석화에서 적용하는 합작법인 성공 요인은 △최적의 파트너 선택 △현지화 △차별화된 기술력을 꼽을 수 있다.SK의 합작 파트너인 중국 최대 석유기업 시노펙은 대규모 투자역량과 축적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고 역량을 갖춘 시노펙의 역량 덕분에 중한석화 공장디자인도 대규모로 이뤄졌다. 정유공장의 원료를 공급받는 과정부터 각종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공장 부지가 대규모 부지에 동시에 위치해 생산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중한석화의 통합조정실에 들어서니 영화 상영관 화면보다 훨씬 넓은 전광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실내운동장 규모의 조정실 내에 수백대의 컴퓨터가 생산현장을 24시간 통제하고 있었다. 김규성 중한석화 기술관리부 부장은 "모든 공정라인을 대규모 부지에 설치한 덕에 통합 컨트롤센터를 활용해 제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파트너 간 경영노하우를 존중해주는 문화도 양국 기업 간 신뢰를 돈독히 했다. 이는 SK가 철저한 현지화를 고수한 영향이 크다. SK의 중국사업은 최태원 SK회장의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 전략에 기반을 두고 있다. 현지에서 자체적으로 창출한 이익을 재투자하는 방식이 바로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이다. 이는 통상마찰을 최소화하고 중국내 시장 입지를 굳히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인사전략도 경영학의 현지화 개념에 충실한 편이다. 실제로 지분 35%를 보유한 SK는 중한석화 현장에 한국인 임직원 5명만 파견한 상태다. SK 소속 중국 현지인을 포함하면 총 15명이 이곳에 근무한다. SK의 차별화된 경쟁력도 합작법인의 지속가능경영에 큰 힘이 됐다.공장 핵심시설을 둘러보는 동안 현장 직원들의 모습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장치산업의 특성이지만 시노펙의 다른 공장들에 비해 현장근무 인원이 훨씬 적어 1인당 생산성은 최고를 자랑한다. 김규성 부장은 "과거 중국은 사빅, 바스프 등 일부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에만 자국에서의 에틸렌 합작사업 협력에 문을 열어주었다"면서 "하지만 SK종합화학의 축적된 기술력과 경영노하우가 인정받아 2013년 시노펙과의 합작을 성사시켜 아시아 기업 최초로 현지 에틸렌 사업 진출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실제로 SK종합화학은 1972년 국내 최초로 나프타분해설비(NCC)를 운영한 공장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한석화 가동 초기인 2014년에 한국 본사의 경쟁력 강화팀을 현지 파견해 제조원가.비용 개선을 이뤄냈다. 이를 계기로 지난 2013년 SK이노베이션의 화학 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과 중국 국영 화학회사인 시노펙이 35대 65 비율로 총 3조3000억원을 투자해 설립된 '중한석화'는 상업가동 4년 만에 1조60000억원을 벌어들였다. jjack3@fnnews.com
2018-03-04 17: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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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혁신대책의 숨은 공신 '정책기획단'
"벤처생태계를 민간 중심으로 전환한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월 31일 발표한 '민간중심의 벤처생태계 혁신대책'은 벤처업계를 놀라게 했다. 규제를 풀고 민간 주도로 시장을 운영하겠다는 대전제부터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이날 패널로 참가한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내가 정부에 호의적인 사람이 아닌데 이번 정책은 중기부 대변인처럼 옹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벤처업계의 양대 축인 벤처기업협회와 벤처캐피탈협회도 1일 논평을 내며 이번 대책을 환영했다. 벤처기업협회는 "벤처생태계의 자생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고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벤처투자 규모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홍 장관이 취임한 지 두 달, 업계에서 환영 받는 혁신 정책을 어떻게 내놓았을까. 여기에는 '중소기업 정책기획단'이라는 숨은 공신들이 있었다. 정책기획단은 민간 관점에서 개선이 필요한 정책 과제를 찾고 실행 계획을 마련한다. 중기부 외곽에서 홍 장관을 지원하는 민간 싱크탱크인 셈.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홍보본부장을 맡은 예종석 한양대학교 교수가 단장을 맡았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가 창업벤처분과장, 이원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팀장이 소상공인분과장, 김남근 변호사가 중소기업분과장 등으로 참여한다.
올 1월에 정식 발족을 했지만, 정책기획단은 홍 장관 취임 직후인 지난해 12월부터 모이기 시작했다. 이번 대책을 발표하기 전에도 중기부와 정책기획단은 2차례의 회의를 갖고 개인적으로도 자주 모임을 가졌다.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 고위 관계자는 "우리(중기부)가 생각할 수 없는 부분들을 민간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진보적인 정책을 내놨다"고 설명했다.정책기획단 창업분과장을 류중희 대표는 "중기부에서 70~80%의 얼개는 갖춰 놨다. 우리는 중기부에서 하기 힘든 디테일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전했다.디테일이 살아있는 대표적인 정책은 '모태펀드에 대한 민간출자자의 콜옵션 확대'다. 창업벤처혁신실 관계자는 "성장한 벤처기업에 한정된 예산을 묵혀둘 수 없기 때문에 옵션 등을 판매하고 정부는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며 "일반인들에게는 와 닿지 않겠지만, 업계 관계자들에게는 굉장히 혁신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이 관계자는 "벤처투자 규제에 있어서도 '네거티브 방식(법에서 금지한 범위 밖은 모두 할 수 있는 규제)'으로 바꾼 것도 마찬가지"라며 “업계의 지속적인 요청에도 전면적인 변화를 꾀하기 힘들었는데, 민간전문가들과 토론하면서 힘을 받고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비선(秘線) 조직이다', '중기부 패싱 아니냐'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정책기획단 측은 "우리는 뒤에서 조용히 도울 뿐"이라고 말했다. 류중희 대표는 "기획단이 꾸려지고 제언하려고 했는데 굉장히 많은 정책들이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 이런 아이디어들은 중소기업청 시절부터 이미 조직 내부에서 갖고 있었던 것"이라며 "기획단은 디테일한 부분만 신경 쓴 것"이라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2018-02-01 1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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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없는 소방과학 연구실
지난해 겨울 초입쯤 충남 아산시에 위치해 있는 소방청 산하 소방과학연구실을 방문했다. 여느 시골과 같이 비포장도로 옆에 2층으로 지어진 작은 간이건물이 눈에 띄었다. 초라하다 못해 황량한 느낌의 이 건물이 4만명에 이르는 소방관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국가 연구소다. 연구인력은 12명에 1년 예산이 20억도 안된다. 더 기가막힌건 연구실에 실험실이 없어 건물 마당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방과학연구실은 화재예방, 재난대응능력강화, 화재 분석 등 기초 소방과학기술을 연구하는 핵심 조직이다.우리나라가 재난 대응에 늘 실패할수 밖에 없는 구조적 이유다. 대형참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에서 재대로 진압을 할수있는 과학적 연구와 지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현 소방인력 구조는 현장지휘, 현장안전담당자, 화재진압 업무까지 1인 3역을 수행해야 한다. 3명이 하는 일을 혼자서 해야 한다. 그런데도 일부 정치권은 이를 반대하니 기가 찰 일이다. 최근 제천과 밀양에서 발생한 대형화재로 소방관의 사고 대응 능력의 부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남을 탓하는 것은 쉽다. 우리가 직시해야 할 것은 재난대응현장은 전쟁터라는 사실이다. 매우 복잡하고 특수한 상황으로 화재진압 중 갑작스런 돌풍에 연소 잔해물들이 날아들어 소방차가 전소되고 소방관들이 순직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실제 우리가 이론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재난 현장에서의 대응단계는 다른 단계(예방, 대비, 복구)와는 달리 업무의 집중도가 매우 높다. 즉 물이 천천히 흐르다가 재난이 발생하는 좁은 구간에서 급하게 흐르는 '오리피스' 같은 입체적인 구간이다. 당시 긴급한 전쟁터와 같은 상황을 무시하고 소방관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울 찾는격이다. 다시 말해 전쟁터 상황을 평상시 예방 복구처럼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말이다. 예방대책 및 대응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겠다고 관련 부처에서 연구소들도 만들어졌지만 정작 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연구와 시스템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익성이 없다는게 주된 이유다. 이게 우리의 소방정책의 민낮이다. 막상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의 엉터리 장비나 도구를 생각해보라. 우주복과 같은 화학보호복을 입고, 긴장에 의한 과호흡상태가 될 수 있거나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의 안경이 뿌옇게 변색되는 등의 사례는 차고 넘친다. 소방과학분야의 연구개발은 전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다. 기술 개발에 투입되는 인원은 중국은 무려 840명, 미국 150명, 캐나다 130명, 영국 120명, 일본 56명에 달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소방과학연구실에는 단 12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연구인력은 파견 직원들을 제외하면 극히 소수에 그친다. 작은 연구실 수준에 불과한 현재의 소방과학연구실로는 소방장비개발, 화재사고 분석.감시, 재해연구 등 필수적인 분야의 업무를 수행하기도 벅차다. 다행히 지난 29일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이 소방과학연구실을 소방과학연구소로 승격하는 내용의 '소방기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주목받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소방관들의 안전을 위한 중요한 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번 법안을 계기로 충분한 인력과 재정을 확보해 소방과학 연구의 새 지평이 열리길 기대해본다. ktitk@fnnews.com 김태경 정책사회부장
2018-01-30 19:3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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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 여군, 군대는 온통 여군인가
정부와 군 당국이 추진하는 국방개혁 2.0에 대해 군 안팎에서는 '군 내부에 쌓여있는 폐단을 국방개혁 2.0으로 청산할 수 있을까라'는 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 당국이 여성 군인과 관련된 보도자료를 중점적으로 언급하면서 군 일각에서는 '국방개혁 2.0의 핵심은 여성 우대 정책일 것'이라는 불만이 꿈틀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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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을 예비역으로 알린 軍... 기본과 원칙도 없나
국방부는 22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예비역 및 현역' 여군 30명을 초청해 여군정책 관련 의견을 수렴하고, 그간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한 여군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밝힌 예비역 6명 중 5명은 엄밀히 말하면 '퇴역'이다. 전시에 군인으로 전환되는 예비역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여성 군인은 2011년 군인사법 개정이전에는 본인의 희망여부와 상관 없이 전시에 군으로 동원되는 의무가 부여되지 않는 '퇴역'으로 전역했다. 개정 이후, 일부 전역 여성 군인들이 '국방의 의무를 남성과 함께 지겠다'며 예비역 역종을 신청했지만 현재로서는 극소수다.
이날 비현역 여성 중 최희봉 예비역 육군 중령만이 유일한 예비역 군인이다.
나머지 5명은 병역법 개정이전 전역으로 퇴역이거나, 자신의 선택여부, 예비역 정년에 따라 퇴역 군인이 돼야 하지만, 국방부는 엄정한 군의 규정을 무시하면서 '예비역'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이에 대해 군의 한 관계자는 "일반 국민들이 퇴역이라는 단어를 생소해 하기 때문에 예비역이란 단어를 사용했다"고 해명했지만, '엄정한 군율'을 무시하고 '여군 정책 발전'을 논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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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에는 군인만 존재한다... 여성 군인은 정치 수단인가
더욱이 여성의 권익신장에 앞장서겠다는 정부 당국이 '여군'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도 눈에 거슬린다.
전근대적인 남성의 시각에서 여류시인, 여기자, 여의사 처럼 여성을 구분 짓는 용어인 '여군'은 국가방위를 위해 성별 없는 희생과 헌신을 요구하는 군대 조직에 있어서는 안되는 용어다. 군대에는 성별이 여성인 '군인'만 있을 뿐이다.
군내 소수의 성별인 '여'라는 수식어를 집단을 의미하는 '군'에 붙인 것은 과거 여성 군인들이 자신들의 힘으로 '여군 병과'를 없앴던 업적을 훼손하는 것 아닐까?
군은 국토방위를 위해 여성 뿐만 아니라 다수의 남성도 함께 복무하는 국가기관이다. 그런데 정부 당국은 여군! 여군! 여군에 집착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국방부는 앞서 지난 19일 "국방개혁을 위한 국민 의견을 폭넓게 모으는 '국방개혁 2.0 국민 제안 공모전'을 한다"고 밝히면서, 1차 공모전의 주제 중 하나로 '여군 비중 확대 및 근무 여건 보장 방안'을 전면에 내세웠다.
앞서 지난해 12월 28일 국방부는 "해군, 해병, 공군에서도 각각 1명씩 총 3명의 학군, 학사장교 출신이 준장으로 진급했다"면서 "창군이래 최초로 동시에 여군 장성 3명을 배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 내부에서는 "육군의 전투병과 출신 여성 장군을 배출하기 위해, 육군 학사장교 출신이 희생된 것"이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후반기 장군인사에서 육군 학사장교 출신 준장 진급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이에 대해 퇴역 여성 군인은 "이번 정부도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정치적 수단으로 여군 학군단과 여권 권익신장을 이용한 것과 다를바 없다"면서 "야전의 자각있는 여성 군인들은 전우인 남성과 함께 공정한 평가를 받기 원하지, 온실속의 꽃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퇴·예비역 여군 6명 중 4명은 국방개혁 자문위원회와 지난 대선때 문재인 대통령후보를 지지한 젊은여군 포럼 출신이다. 군의 정치적 중립을 중요시하는 정부와 군 당국의 개혁이 제대로 갈 수 있을지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
2018-01-22 17: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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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시대 역행하는 방통위
최근 취재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 담당 부서에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와 통화 연결이 된 이후 소속을 밝히고 취재를 하려는데 "앞으로 기자 대응은 대변인실로 일원화 하라는 지침이 내려와 취재에 협조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하는 수 없이 대변인실로 연락을 취해 약 3분 정도 통화를 했지만 결국 원하는 답변은 듣지 못했다. 깊이 있는 취재를 위해 담당자에게 직접 연락한 것인데, 이제 그 통로가 막힌 셈이다.방통위는 법률에 따라 전체회의를 공개한다. 그러나 실제 전체회의에 들어가보면 열띤 토론 대신 정제된 발언들만 오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전체회의 전 위원들이 갖는 티타임에서 대부분의 의견들이 조율돼 나오기 때문이다. 전체회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티타임을 한다는 명분을 대지만, 이는 공개되지도 않고 기록으로 남지도 않는다. 때문에 정작 국민들은 위원들이 실제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정책이 결정됐는지 알기가 어렵다. 전체회의 공개의 의미가 희석되는 것이다. 지난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번 기자회견이 눈길을 끈 이유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방식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은 미국 백악관 식으로 진행됐다. 사전에 청와대와 기자단이 질문의 내용과 순서 등을 조율하지 않았고, 질문자도 대통령이 직접 지명했다.기자들은 문 대통령으로부터 질문권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강원지역 일간지 기자는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 인형을 들고 오기도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공약이기도 한 수시 브리핑에 대한 질문에 "국민과의 소통 방법 가운데 언론과 소통하는 것이 핵심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언론과의 접촉을 더 늘려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일련의 사례들을 돌이켜 보면 소통을 강조하는 대통령과 소통에 역행하고 있는 방통위의 모습이 대비된다. 방통위가 국민, 언론과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2018-01-19 17: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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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막고 눈 가린 방통위
최근 취재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 담당 부서에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와 통화 연결이 된 이후 소속을 밝히고 취재를 하려는데 "앞으로 기자 대응은 대변인실로 일원화 하라는 지침이 내려와 취재에 협조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하는 수 없이 대변인실로 연락을 취해 약 3분 정도 통화를 했지만 결국 원하는 답변은 듣지 못했다. 깊이 있는 취재를 위해 담당자에게 직접 연락한 것인데, 이제 그 통로가 막힌 셈이다.
방통위는 법률에 따라 전체회의를 공개한다. 그러나 실제 전체회의에 들어가보면 열띤 토론 대신 정제된 발언들만 오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전체회의 전 위원들이 갖는 티타임에서 대부분의 의견들이 조율돼 나오기 때문이다. 전체회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티타임을 한다는 명분을 대지만, 이는 공개되지도 않고 기록으로 남지도 않는다. 때문에 정작 국민들은 위원들이 실제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정책이 결정됐는지 알기가 어렵다. 전체회의 공개의 의미가 희석되는 것이다.
지난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번 기자회견이 눈길을 끈 이유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방식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은 미국 백악관 식으로 진행됐다. 사전에 청와대와 기자단이 질문의 내용과 순서 등을 조율하지 않았고, 질문자도 대통령이 직접 지명했다.
기자들은 문 대통으로부터 질문권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강원지역 일간지 기자는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 인형을 들고 오기도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공약이기도 한 수시 브리핑에 대한 질문에 "국민과의 소통 방법 가운데 언론과 소통하는 것이 핵심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언론과의 접촉을 더 늘려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련의 사례들을 돌이켜 보면 소통을 강조하는 대통령과 소통에 역행하고 있는 방통위의 모습이 대비된다. 방통위가 국민, 언론과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2018-01-19 16: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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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집값 치솟는데… 큰 그림만 말하는 청와대
지난 14일 파이낸셜뉴스의 '강남 잡으려다 지방 놓쳐… 서울-지방 집값 양극화 커졌다'는 첫 기사가 나간 직후, 15일 청와대는 한 답변을 내놨다. 정부가 서울 강남권 규제에만 집중하다보니 입주물량 과잉 등 각종 악재가 겹친 지방 집값만 흔들렸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전체적인 (부동산 정책) 그림을 가지고 있다"면서 진화에 나선 것이다. 특히 청와대는 '강남권 핀셋 규제'라는 말이 무색할정도로 강남 집값이 뛰자 "(집값이) 조금 오른다고 해서 그때그때 일기 쓰듯 대책을 발표하지 않는다"면서 당분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국토교통부가 지난해부터 부동산 대책을 쏟아낼 당시 아무말도 하지 않던 청와대가 갑자기 '신중론'을 펼치고 나섰지만, 이미 시장은 대혼란에 빠진 상태다. 매매가 급등 외에도 매도자 우위시장 형성에 따른 또다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서다.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취재 도중 정부의 관계기간 합동점검반 단속을 피해 잠시 문을 열고 전화응대만 하는 중개업소 관계자를 간신히 만날 수 있었다. 송파구는 재건축 단지가 밀집해 있어 강남3구 중 가장 뜨겁다. 매물이 나오기만 하면 거래가 바로 이뤄지는데, 이 관계자는 한 재건축 아파트 매물만 바로 팔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바로 "아파트를 볼 수 없다"는 집주인의 조건 때문이었다.매수자는 12억원을 내고도 거래 물건의 상태조차 확인할 수 없게 될 처지에 놓였지만, 중개업자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가격이 계속 올라 못팔아도 상관없어 한다. 집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귀찮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강남아파트 거래시장에는 매물을 보지도 않고 사는 신(新)거래 유형까지 등장하게 된 것이다. 핀셋규제를 한 강남도 이런 상황인데 다른 지역은 어떨까. 상식적으로 보면 오히려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거래가 많아져야 한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오히려 이 핀셋규제로 투기과열지구나 조정지역에 똘똘한 한채를 마련하겠다는 사람이 늘면서, 지방 주택시장만 거래가 줄고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또 부동산을 언급하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여유있게 현상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도 '강남 집값 불패'가 반복된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낀 대다수는 부동산 대책을 믿지 않는 모습이다.더구나 정부가 추가대책을 발표하며 매번 예외규정을 둔 탓에 불만만 더 커졌다. 지금은 청와대가 '말 한마디의 파급 효과'를 걱정하기보다는 정부를 믿고 기다려 달라는 신뢰의 메시지를 시장에 던져야 할 때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
2018-01-17 18: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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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집값 치솟는데 큰 그림만 말하는 청와대
지난 14일 파이낸셜뉴스의 '강남 잡으려다 지방 놓쳐.. 서울-지방 '집값 양극화' 커졌다'는 첫 기사가 나간 직후, 15일 청와대는 한 답변을 내놨다.
정부가 서울 강남권 규제에만 집중하다보니 입주물량 과잉 등 각종 악재가 겹친 지방 집값만 흔들렸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전체적인 (부동산 정책) 그림을 가지고 있다"면서 진화에 나선 것이다.
특히 청와대는 '강남권 핀셋 규제'라는 말이 무색할정도로 강남 집값이 뛰자 "(집값이) 조금 오른다고 해서 그때그때 일기 쓰듯 대책을 발표하지 않는다"면서 당분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부터 부동산 대책을 쏟아낼 당시 아무말도 하지 않던 청와대가 갑자기 '신중론'을 펼치고 나섰지만, 이미 시장은 대혼란에 빠진 상태다. 매매가 급등 외에도 매도자 우위시장 형성에 따른 또다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취재 도중 정부의 관계기간 합동점검반 단속을 피해 잠시 문을 열고 전화응대만 하는 중개업소 관계자를 간신히 만날 수 있었다. 송파구는 재건축 단지가 밀집해 있어 강남3구 중 가장 뜨겁다. 매물이 나오기만 하면 거래가 바로 이뤄지는데, 이 관계자는 한 재건축 아파트 매물만 바로 팔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바로 "아파트를 볼 수 없다"는 집주인의 조건 때문이었다.
매수자는 12억원을 내고도 거래 물건의 상태조차 확인할 수 없게 될 처지에 놓였지만, 중개업자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가격이 계속 올라 못팔아도 상관없어 한다. 집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귀찮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강남아파트 거래시장에는 매물을 보지도 않고 사는 신(新)거래 유형까지 등장하게 된 것이다.
핀셋규제를 한 강남도 이런 상황인데 다른 지역은 어떨까. 상식적으로 보면 오히려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거래가 많아져야 한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오히려 이 핀셋규제로 투기과열지구나 조정지역에 똘똘한 한채를 마련하겠다는 사람이 늘면서, 지방 주택시장만 거래가 줄고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또 부동산을 언급하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여유있게 현상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도 '강남 집값 불패'가 반복된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낀 대다수는 부동산 대책을 믿지 않는 모습이다.
더구나 정부가 추가대책을 발표하며 매번 예외규정을 둔 탓에 불만만 더 커졌다. 지금은 청와대가 '말 한마디의 파급 효과'를 걱정하기보다는 정부를 믿고 기다려 달라는 신뢰의 메시지를 시장에 던져야 할 때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
2018-01-17 15: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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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집값 담합은 대책도 없나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 치솟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이 말엔 실체가 없다. 아파트를 팔려고 내놓는 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부동산정보 제공업체 검색을 통해 나오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실제론 '허수'다. 강남 부동산중개업소에 전화를 걸어 그 가격에 해당 아파트를 사고 싶다고 의사를 표시해보라. 십중팔구 "그 매물은 지금은 집주인이 거둬들인 지 오래"라는 답변을 듣게 될 것이다. 그래서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가 실제 거래 체결로 연결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이들 집주인들이 집을 안 팔겠다고 마음을 바꾸는 이유는 간단하다. '오르고 있다'는 세간의 말 때문이다. 이 말들이 강남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들에게 어디까지 오를지 모른다는 기대심리를 키우고 있다. 이는 '담합'을 통해 더욱 견고해진다.최근 화제가 된 '잠오 집값 지키기 운동본부'의 유인물을 보면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소유자들은 "현재 강남 아파트에서는 가격담합을 통해 매주 1억원씩 집값을 올리고 있다"며 "우리 단지도 일정 가격이하로 집을 팔지 않기로 결의했다"고 담합을 공식화했다.문제는 이런 담합 행위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앞서 참여정부 시절 고강도 부동산 대책에도 담합에 의해 집값이 급등하자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공정위가 합동 단속에 나선 적이 있다. 아파트 담합이 확인되면 한달간 각종 부동산정보 제공업체에 해당 아파트 시세 게시를 막는 조치까지 내렸지만 허사였다. 특히 공정거래법상 담합 행위의 주체는 사업체이기 때문에 입주자대표회의나 부녀회 등을 처벌할 근거가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에 따른 피해를 특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이러다보니 정부가 지름길을 두고 먼길을 돌아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다른 무엇보다 이런 담합을 제도적으로 막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특히 '반(反)자본주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지금까지의 정부정책과 달리 '이념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담합이 시장질서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것을 부정할 이는 없기 때문이다. 강남 집값을 잡으려다 지방 집값이 떨어질까 우려할 필요도 없다.무엇보다 강남 집값은 대한민국 전 국민이 낸 세금으로 만든 교통, 학군 등 인프라 덕분에 오른 것이니, '불로소득'을 얻고 있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들이 세금을 조금 더 부담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설명도 굳이 할 필요가 없다. 다른 그 어떤 대책보다 강남 집값 담합 방지를 위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 시급한 이유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건설부동산부 기자
2018-01-16 17:3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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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집값, 세금 때려도 담합 못 잡는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 치솟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이 말엔 실체가 없다. 아파트를 팔려고 내놓는 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부동산정보 제공업체 검색을 통해 나오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실제론 '허수'다. 강남 부동산중개업소에 전화를 걸어 그 가격에 해당 아파트를 사고 싶다고 의사를 표시해보라. 십중팔구 "그 매물은 지금은 집주인이 걷어들인지 오래"라는 답변을 듣게 될 것이다. 그래서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가 실제 거래 체결로 연결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들 집주인들이 집을 안 팔겠다고 마음을 바꾸는 이유는 간단하다. '오르고 있다'는 세간의 말 때문이다. 이 말들이 강남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들에게 어디까지 오를 지 모른다는 기대심리를 키우고 있다. 이는 '담합'을 통해 더욱 견고해진다.
최근 화제가 된 '잠오 집값 지키기 운동본부'의 유인물을 보면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소유자들은 "현재 강남 아파트에서는 가격담합을 통해 매주 1억원씩 집값을 올리고 있다"며 "우리 단지도 일정 가격이하로 집을 팔지 않기로 결의했다"고 담합을 공식화했다.
문제는 이런 담합 행위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앞서 참여정부 시절 고강도 부동산 대책에도 담합에 의해 집값이 급등하자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공정위가 합동 단속에 나선 적이 있다. 아파트 담합이 확인되면 한 달 간 각종 부동산정보 제공업체에 해당 아파트시세 게시를 막는 조치까지 내렸지만 허사였다. 특히 공정거래법상 담합 행위의 주체는 사업체이기 때문에 입주자대표회의나 부녀회 등을 처벌할 근거가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에 따른 피해를 특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러다보니 정부가 지름길을 두고 먼길을 돌아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다른 무엇보다 이런 담합을 제도적으로 막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특히 '반(反)자본주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지금까지의 정부정책과 달리 '이념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담합이 시장질서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것을 부정할 이는 없기 때문이다. 강남 집값을 잡으려다 지방 집값이 떨어질까 우려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강남 집값은 대한민국 전국민이 낸 세금으로 만든 교통, 학군 등 인프라 덕분에 오른 것이니, '불로소득'을 얻고 있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들이 세금을 조금 더 부담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설명도 굳이 할 필요가 없다. 다른 그 어떤 대책보다 강남 집값 담합 방지를 위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 시급한 이유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2018-01-16 16: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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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혁신현장' CES 불참
며칠 전 기획재정부는 정부 부처로는 처음으로 직원들에게 맞춤형 혁신교육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눈에 띄는 건 로봇 미래전략, 에어비앤비 혁신기업 현장방문 등 미래산업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혁신성장 전도사'로 불릴 정도로 미래먹거리 발굴을 강조해온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교육에 당초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자원할 정도로 기재부 직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는 후문이다. 혹자는 모처럼 책상머리를 떠나는 것이 반가웠을 것이란 해석을 내놓았다. 또 올해 혁신성장 성과를 내야 한다는 김 부총리의 발언에 관련정책 마련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자는 차원일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기재부 직원들에게 현장방문은 '연례행사'가 된 지 오래다. 기재부는 정부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로 불릴 정도로 정부의 주요 정책들을 책임진다. 어쩔 수 없이 기재부 직원들은 다른 부처보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 그런 탓에 현장방문을 하거나 이해관계자와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9일부터 나흘간 미국에선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인 CES가 열리고 있다. CES는 전 세계 기업에서 내놓은 선도적이고 트렌디한 기술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전시회다. 전시회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두산, SK텔레콤, 한진 등 주요 대기업 임원진조차 CES 현장을 잇따라 방문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혁신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기재부에선 직원을 파견하지 않았다. 과거에도 기재부에서 CES 참관을 위해 직원을 보낸 적은 한번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내부에선 혁신성장과 관련된 정책을 설계하기 위해선 신기술.신제품을 직접 경험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러면서도 과다한 업무로 현장방문이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CES 현장 참관이 정책 수립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각 과에 사무관 한 명이라도 빠지면 다른 직원들의 업무에 과부하가 걸린다"고 토로했다. "책상 위 정책은 만들지 말자"는 것이 김 부총리의 취임 일성이었다. 그러나 그가 주도하는 혁신성장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CES 현장에 기재부 직원 누구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의외다. 혁신성장은 아직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이다. 가보지도 않은 길을 상상해 만드는 정책에 실효성을 기대하긴 어렵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경제부 기자
2018-01-11 17: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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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 강조하는 기재부, CES는 뒷전?
며칠 전 기획재정부는 정부 부처로는 처음으로 직원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혁신교육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교육은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의 제안으로 마련됐다고 한다. 격무에 시달리는 부서를 중심으로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차원에서다.
눈에 띄는 건 4차 산업혁명, 국가경영과 미래전략, 로봇 미래전략, 에어비앤비 혁신기업 현장방문 등 미래산업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혁신성장 전도사'로 불릴 정도로 미래먹거리 발굴을 강조해온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교육에 당초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자원할 정도로 기재부 직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는 후문이다.
혹자는 모처럼 만에 책상머리를 떠나는 것이 반가웠을 것이란 해석을 내놓았다. 또 김 부총리가 혁신성장에 대해 "작더라도 손에 잡히는 가시적인 성과가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만큼 혁신성장 정책 마련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자는 차원일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기재부 직원들에게 현장 방문은 '연례행사'가 된지 오래다. 기재부는 정부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로 불릴 정도로 정부의 주요 정책들을 책임진다. 그만큼 막강한 권력을 가진 핵심 중의 핵심부처다. 어쩔 수 없이 상당수 기재부 직원들은 다른 부처보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일이 워낙 많아 현장 방문이나 정책 이해관계자들과의 만남은 쉽사리 엄두를 내지 못한다"면서 "매년 말 기재부가 발표하는 경제정책방향이 '재탕'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매번 다른 정책을 내기도 쉽지 않고, 워낙 나오는 정책이 많아 기존 정책과 중복되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부터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국제가전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CES는 전세계 기업에서 내놓은 선도적이고 트렌디한 기술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전시회다. 그만큼 미래산업과 혁신적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얻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올해는 스마트 시티, 커넥티시티 등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미 화웨이, 인텔 등 해외 유수 기업의 CEO(최고경영자)들이 CES 현장을 찾았고, 국내에서도 CES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두산, SK텔레콤, 한진 등 주요 대기업 임원진이 신사업 개척을 위해 CES 현장을 잇따라 방문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혁신성장 중요성을 강조해온 기재부에선 직원을 파견하지 않았다. 과거에도 기재부에서 CES 참관을 위해 직원들을 보낸 적은 한번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내부에선 혁신성장과 관련된 정책을 설계하기 위해선 신기술·신제품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 기재부 직원들은 당장 혁신성장 성과를 주문하는 김 부총리의 발언에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CES 현장 참관이 정책 수립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참관을 위해 각 과에 사무관 한 명이라도 빠지면 다른 직원들의 업무에 과부하가 걸린다"고 토로했다.
"책상 위 정책은 만들지 말자"는 것이 김 부총리의 취임 일성이었다. 그러나 그가 주도하는 혁신성장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CES 현장에 기재부 직원 누구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의외다. 혁신성장은 아직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이다. 가보지도 않은 길을 상상해 만드는 정책에 실효성을 기대하긴 어렵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2018-01-11 15: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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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는 법
정보통신기술(ICT) 뉴노멀법이 보완된 형태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기존 법안에서 미비했던 글로벌 ICT 기업에 대한 역외 조항을 신설, 형식상 국내 기업과 동일한 규제 선상에 올려 놓은 것이다. 처음 뉴노멀법이 세상에 나왔을 때 국내 기업에만 과도한 규제의 덫을 씌워 글로벌 기업과 역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결과다.따라서 새로운 뉴노멀법에는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라도 국내 시장 및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 국내법을 적용할 수 있는 '역외적용' 원칙 △국내 이용자에 대한 민원처리, 피해구제 창구를 명확히 하는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 도입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에 대한 경쟁상황평가와 이용자보호업무평가 실시 등의 내용이 추가됐다. 일면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이 동일하게 규제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해진 것처럼 보인다.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든 전제가 여전히 국내 인터넷 산업에 대한 사전 규제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이 부분에서 고민할 문제가 생긴다. 가령 국내에서 포털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네이버를 규제해 의도적으로 점유율을 낮춘다면, 네이버의 자리는 과연 누가 차지할까. 국내 2위 사업자인 카카오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지만, 네이버가 사라진 자리를 어느정도 구글이나 유튜브가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적인 예로 올해 네이버 검색어 1위는 유튜브가 차지했다. 네이버라는 검색 플랫폼을 이용해 정작 유튜브를 검색하고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것이다.인터넷 산업은 진입 장벽이 낮아 무한경쟁이 펼쳐지고 있으며 국경이 무의미하다.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인터넷 산업을 뉴노멀법으로 규제해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면 과실은 모두 글로벌 기업으로 돌아갈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도 국내 인터넷 산업은 여전히 규제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글로벌 기업에 대한 뉴노멀법 집행력과 실효성을 배제하더라도 근본적인 출발점을 달리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국내 기업을 규제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을 끌어와 동일한 선에 두는 것이 첫번째다. 그것이 이번에 발표된 뉴노멀법이다. 다른 하나는 국내 기업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현재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글로벌 기업과 무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인터넷 산업의 본질을 생각한다면 후자가 더 바람직한 방법으로 보인다. 서영준 기자
2017-12-28 18: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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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ICT 뉴노멀법 인식부터 바꿔야
정보통신기술(ICT) 뉴노멀법이 보완된 형태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기존 법안에서 미비했던 글로벌 ICT 기업에 대한 역외 조항을 신설, 형식상 국내 기업과 동일한 규제 선상에 올려 놓은 것이다. 처음 뉴노멀법이 세상에 나왔을 때 국내 기업에만 과도한 규제의 덫을 씌워 글로벌 기업과 역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결과다.
따라서 새로운 뉴노멀법에는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라도 국내 시장 및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 국내법을 적용할 수 있는 '역외적용' 원칙 △국내 이용자에 대한 민원처리, 피해구제 창구를 명확히 하는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 도입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에 대한 경쟁상황평가와 이용자보호업무평가 실시 등의 내용이 추가됐다. 일면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이 동일하게 규제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해진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든 전제가 여전히 국내 인터넷 산업에 대한 사전 규제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서 고민할 문제가 생긴다. 가령 국내에서 포털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네이버를 규제해 의도적으로 점유율을 낮춘다면, 네이버의 자리는 과연 누가 차지할까. 국내 2위 사업자인 카카오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지만, 네이버가 사라진 자리를 어느정도 구글이나 유튜브가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적인 예로 올해 네이버 검색어 1위는 유튜브가 차지했다. 네이버라는 검색 플랫폼을 이용해 정작 유튜브를 검색하고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것이다.
인터넷 산업은 진입 장벽이 낮아 무한경쟁이 펼쳐지고 있으며 국경이 무의미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인터넷 산업을 뉴노멀법으로 규제해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면 과실은 모두 글로벌 기업으로 돌아갈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도 국내 인터넷 산업은 여전히 규제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글로벌 기업에 대한 뉴노멀법 집행력과 실효성을 배제하더라도 근본적인 출발점을 달리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국내 기업을 규제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을 끌어와 동일한 선에 두는 것이 첫번째다. 그것이 이번에 발표된 뉴노멀법이다. 다른 하나는 국내 기업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현재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글로벌 기업과 무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인터넷 산업의 본질을 생각한다면 후자가 더 바람직한 방법으로 보인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2017-12-28 14: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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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학사장교 '적폐' 개선해야
육군장교 모집 안내책자와 홍보물에는 선발 출신별로 적용되는 보이지 않는 '인사상 차별'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육군장교 출신 중에는 가장 차별받는 소외된 소수가 존재한다. 바로 '학사장교' 출신이다. 육군 학사장교는 육군사관학교, 3사관학교, 학군장교(ROTC)와 달리 장교양성 기간인 16주를 군복무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군인 또한 공무원으로, 근속기간은 육군 소위로 임관한 해부터 산정돼야 하는 것이 일반적 상식이지만 육사는 대학생활 4년, 3사와 학군은 2년을 군복무 기간으로 인정받아 근속 10주년 약장을 각각 임관 후 6년과 8년 뒤에 부착할 수 있다. 그러나 육군 학사장교 출신은 임관 10주년이 돼야 부착할 수 있기 때문에 타 출신 후배 장교보다 군복무 명예의 상징인 근속약장을 늦게 받게 되는 셈이다. 바꿔 말하면 임관도 하지 않은 사관생도와 사관후보생이 학사장교 출신 육군 소위보다 선임이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학사장교 출신 한 예비역 장교는 "지난 15일 국방부 차관 주관으로 실시된 '온라인 소통채널 우수사례 부대' 표창식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학군 46기(2008년 임관), 학군 47기(2009년 임관) 후배가 근속 10주년 약장을 단 것을 보고 군 내부의 차별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군복무 중 육사 출신 동기가 2호봉, 3사와 학군 동기가 1호봉을 더 받는다는 것은 알았지만 근속연수도 차등 적용된다는 걸 처음 알았다"면서 "우리들도 장교가 되기 위해 받아야 할 군사교육은 동일하게 받았다. 그들(타 출신)이 인정받는 경력은 대학 학위를 받기 위한 기간이기도 하지 않으냐"며 울분을 토했다. 학사장교에 대한 차별은 호봉과 근속기간만이 아니다. 같은 사관후보생 과정인 학군과 비교할 때 의무복무 기간 또한 훨씬 길지만 군당국은 "시대에 맞게 의무 복무기간을 축소해 달라"는 학사장교 출신들의 요청을 외면해 왔다. 학군의 의무복무는 임관일 기준으로 28개월이지만, 학사의 경우 훈련기간 16주를 제외하고 36개월을 복무한다. 이 때문에 최근 학사장교 출신 소위 임관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 매년 1000~1800명이 학사장교 과정을 통해 임관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학군단이 설치되지 않은 특수대학과 해외대학 학위 소유자로, 군의 전문성과 다양성에 기여했다. 한때 육군 장교의 허리인 중대장의 50%도 학사장교들이었지만 올해 학사장교 임관자는 여군사관을 포함, 440여명에 불과하다. 군당국은 '기회의 균등'이라는 헌법적 가치 실현을 위해서라도 "차별받는 육두품 장교인 학사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현실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
2017-12-17 17: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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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의 명예 떨어뜨린 용산역의 장교
매일 같이 자택인 천안에서 출입처인 국방부가 있는 용산까지 열차로 출퇴근하다보면 참 많은 군 장병들을 마주하게 된다.
한 번은 용산역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번쩍이는 육군 대위 계급을 단 여성 장교였다. 응당 머리에 쓰고 있어야 할 베레모를 쓰지 않은 채 혹한기 방한복과 백팩으로 멋을 낸 듯 했다. 공연한 참견은 아닌지 머뭇대가 다가가 말을 건넸다. "베레모를 쓰는 게 좋지않겠냐. 실외에선 모자를 벗는 게 아니지 않느냐." 대위는 피식 웃고 가버렸다. 역시나 참견하는 아저씨 심보로 비쳐졌을까. 이름이라도 봤으면 헌병대에 군기 위반으로 신고라도 했겠지만, 부대피복인 방한복에는 명찰이 부착되지 않는다.
최근들어 군 당국은 '군복의 명예'를 높이고 '시민들로부터 존경받는 군인'을 만들겠다고 외치고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취임 전부터 군복의 명예를 강조해왔다. 김용우 육군 참모 총장 또한 전투에 최적화되면서 우리 군이 자랑스럽게 느낄 군복을 만들겠다고 '워리어 플랫폼'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이런 구상은 일선 군의 실상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국회 청문회에서 짝퉁 약장을 부착한 대위부터 집회·시위에 국적을 알 수 없는 군복을 입고 나온 어르신들, 복장규정을 무시한 채 대형몰에서 쇼핑하는 군 간부들, 전역 기념이라며 10여만원이 훌쩍 넘는 사제 전투모와 알록달록 우스꽝 스런 전투복을 입고 나오는 병사들에 이르기까지 가장 엄격해야 할 옷, 군복이 어느덧 우리사회에서 희화화 되고 있는 것이다.
군복의 명예를 강조하는 건 결코 '꼰대짓'이 아니다. 군복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군의 군기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이웃 일본 자위대는 군대도 아닌데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지 않도록 복장규정 준수를 철저히 감독하고 통제한다. 군복의 명예는, 군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
2017-11-23 1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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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회장 인선 '미스터리'
국내 4대 경제단체인 한국무역협회의 신임 수장 인선이 진실공방으로 흘러가고 있다.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75)은 지난 달 24일 돌연 사의를 표명하고 이사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내년 2월까지 보장된 3년의 임기를 불과 4개월 앞둔 시기였다. 김 회장은 사의 표명을 언론에 알리면서 사퇴 배경을 둘러싼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논란의 핵심은 그가 임기말 중도사퇴한 결정적 이유에 대해 "최근 정부가 본인의 사임을 희망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 왔다"라는 부분이다. 김 회장은 사퇴 기자회견과 언론과의 인터뷰 등에서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낸 '정부'의 실체에 대해서는 끝내 함구했다. 그는 정권과 철학이 다르다는 이유로 임기말 '선의의 권고'를 받은 것으로 이해했다지만 외압 논란이 불거졌다. 김 회장이 사의를 표명한지 보름만인 지난 9일 참여정부 인사인 김영주 전 산업부장관이 후임 무협 회장에 내정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청와대는 진화에 나섰다. 지난 13일 출입기자들에게 "민간협회 인사에 청와대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건 분명한 원칙"이라며 외압 논란을 일축했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측도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와 정부의 말이 사실이라면 김 회장은 공연히 '거짓말'을 한 셈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인선 관행을 짚어보면 김 회장의 주장을 '허언'으로만 치부할 순 없다. 경제단체 한 고위 관계자는 "DJ정부, 참여정부를 포함한 과거 정권에서 원활한 소통과 관계를 위해 어떤 식으로든지 무협 회장 인선에 관여한 것은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15일 이임식을 앞두고 무협 구성원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했다. "내일(16일)이면 우리 협회는 임시총회를 열고 신임 회장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간 저에게 베풀어 주셨던 회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을 새로 선임되는 회장께도 실어주시어 산적한 무역업계 현안을 풀어나가고, 협회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큰 힘을 보태주시길 요청드립니다"라고. 차기 회장과 무협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라도 김 회장이 직접 나서 사퇴를 권유한 '정부'가 누구인지를 분명히 밝히고 떠나는 결자해지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2017-11-14 18: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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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 "도널드"와 "대통령님"
호칭은 거리감을 상징한다. 국가원수끼리 호칭도 그렇다. '한.미' '미.일'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칭은 깍듯하게도 "트럼프 대통령님"이다. 정상회담에 배석한 청와대 인사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도 문 대통령을 향해 "문 대통령님(President Moon)"이라고 칭하는데 이따금 "재인"이라고 부른다. 그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응답은 "트럼프 대통령님"이다.
청와대 한 핵심 참모는 "대통령께 '도널드'라고 불러보라고 권해보겠지만 대통령님 성격상 응하시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대선후보 시절이나 청와대 입성 이후에도 아무리 가까운 사이더라도 하대하지 않고 OO씨, OO비서관이라고 부르며 철저하게 존대하는 문 대통령의 평소 성미로 볼 때 한.미 정상 간 '말 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신조!" "도널드!"라고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퍼스트 네임을 부르는 것은 미.일 밀월관계의 상징이고, 일본이 지향하는 정상외교의 달성이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의 찰떡궁합을 상징했던 '론-야스' 시대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레이건 정부 당시 일본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냈던 플라자합의가 이뤄진 걸 보면 그토록 진한 밀월관계가 늘 옳았던 것만은 아니나 론-야스 시대의 회귀는 분명 한국엔 위기다. 아베 총리의 "도널드!"라는 호칭은 일본이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는 경고음으로 들린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는 아직까지는 오락가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백악관 공동 언론발표 현장에서 문 대통령을 옆에다 세워놓고 양국이 합의도 하지 않은 방위비 분담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문제를 꺼내 외교적 결례를 저질렀다. 그리곤 공동성명이 나오든 말든, 초청된 문 대통령을 워싱턴에 남겨놓고 골프를 치러 떠났다.
한 핵심 여권인사는 이날의 행동을 놓고 "푸틴보다 더 무례한 트럼프"라고 치를 떨었다. 이 인사는 "푸틴 대통령은 그래도 우리 대통령 방러기간 중 극진히 예를 다 했다. 중.러가 제안한 쌍중단(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북한 동결선언)도 마냥 안 된다고 할 게 아니라 한번 생각해볼 만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교적 환대와 무례가 일국의 전략적 판단까지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아찔한 장면이었다.
지난 9월 뉴욕에서는 조금 다른 장면이 연출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중간 문 대통령의 손을 덥석 잡더니 "터프해서 좋다"고 말했다고 한다. 심지어 미 백악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 일부 외교안보라인 인사들이 문 대통령에게 '존경심'을 갖게 됐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대북정책에 대한 일관성있는 소신 때문이라고 한다. 모두 코리아 패싱 논란이 있을 때마다 청와대가 반박성으로 들려준 얘기들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문 대통령이 "도널드!"라고 부를 만한 기회는 많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 시 유일한 식사 자리는 7일 국빈만찬 한 번뿐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2박3일간 골프회동을 비롯해 총 4차례 공식·비공식 식사를 하는 것에 비하면 접촉기회 자체가 적은 것이다. 그나마 한 번뿐인 식사 자리도 수십명의 경제인과 양국 참모진에 둘러싸여 K팝, 전통문화 공연 등 쇼를 관람하면서 든다고 한다.
거대한 청와대 영빈관 홀, 쇼가 펼쳐지는 자리에서 무슨 내밀한 얘기가 오가겠는가.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17-11-05 20: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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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칫날' 화학업계 희비교차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은 잔칫날이었다. 화학업계가 연중 가장 큰 기념일인 '화학산업의 날'을 맞아 지난달 31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행사를 열었다. 국내 화학산업의 기틀이 된 울산석유화학단지 준공일(1972년 10월 31일)을 기념일로 정해 지난 2009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행사다. 최근 시황이 호조세를 이고 가고 있어서인지 행사에 참가한 업계 관계자들의 표정들은 대체적으로 밝았다. 대표기업이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3.4분기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보다 대폭 늘어난 7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향후에도 지속적인 호실적을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 경색됐던 한중 관계가 해빙 분위기로 접어들면서 화학사들의 중국 사업도 활기를 띌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고전을 면치 못했던 중국에서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다시 본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제기된다. 그동안 배제됐던 중국 정부 보조금 지급 대상에 국내 업체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포함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러나 희소식만 있는 것은 화학업계 차원에서 쓴맛을 다지게 하는 소식도 적지 않아 행사장에선 희비가 교차하는 모습도 보였다. 우선 국제유가의 변동성도 주요 변수다. 최근 배럴당 60달러선을 돌파하는 등 국제유가 상승세가 원료가격 상승과 제품 수요 저하로 이어질 경우 시황 호조세가 꺾일 수도 있어서다. 특히 업계 수장인 한국석유화학협회장을 맡고 있는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이 법인세 등을 부당하게 돌려받았다는 혐의로 검찰로부터 중형을 구형 받은 것도 부담이다. 허 BU장은 검찰로부터 징역 9년과 벌금 466억원 등을 구형 받았으며 선고 공판은 오는 29일 열릴 예정이다. 허 BU장은 이날 공판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잘 되게 기도해달라"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허 BU장이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롯데그룹의 화학사업 뿐만 아니라 협회 수장의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장의 부재는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기업은 물론 업계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된다.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2017-11-05 17:5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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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 "도널드"와 "대통령님"
호칭은 거리감을 상징한다. 국가원수끼리 호칭도 그렇다. '한.미' '미.일'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칭은 깍듯하게도 "트럼프 대통령님"이다. 정상회담에 배석한 청와대 인사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도 문 대통령을 향해 "문 대통령님(President Moon)"이라고 칭하는데 이따금 "재인"이라고 부른다. 그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응답은 "트럼프 대통령님"이다.
청와대 한 핵심 참모는 "대통령께 '도널드'라고 불러보라고 권해보겠지만 대통령님 성격상 응하시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대선후보 시절이나 청와대 입성 이후에도 아무리 가까운 사이더라도 하대하지 않고 OO씨, OO비서관이라고 부르며 철저하게 존대하는 문 대통령의 평소 성미로 볼 때 한.미 정상 간 '말 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신조!" "도널드!"라고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퍼스트 네임을 부르는 것은 미.일 밀월관계의 상징이고, 일본이 지향하는 정상외교의 달성이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의 찰떡궁합을 상징했던 '론-야스' 시대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레이건 정부 당시 일본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냈던 플라자합의가 이뤄진 걸 보면 그토록 진한 밀월관계가 늘 옳았던 것만은 아니나 론-야스 시대의 회귀는 분명 한국엔 위기다. 아베의 "도널드"라는 호칭은 일본이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는 경고음으로 들린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는 아직까지는 오락가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백악관 공동 언론발표 현장에서 문 대통령을 옆에다 세워놓고 양국이 합의도 하지 않은 방위비 분담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문제를 꺼내 외교적 결례를 저질렀다. 그리곤 공동성명이 나오든 말든, 초청된 문 대통령을 워싱턴에 남겨놓고 골프를 치러 떠났다.
한 핵심 여권인사는 이날의 행동을 놓고 "푸틴보다 더 무례한 트럼프"라고 치를 떨었다. 이 인사는 "푸틴 대통령은 그래도 우리 대통령 방러기간 중 극진히 예를 다 했다. 중.러가 제안한 쌍중단(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북핵 동결선언)도 마냥 안 된다고 할 게 아니라 한번 생각해볼 만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교적 환대와 무례가 일국의 전략적 판단까지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아찔한 장면이었다.
지난 9월 뉴욕에서는 조금 다른 장면이 연출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중간 문 대통령의 손을 덥석 잡더니 "터프해서 좋다"고 말했다고 한다. 심지어 미 백악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 일부 외교안보라인 인사들이 문 대통령에게 '존경심'을 갖게 됐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대북정책에 대한 일관성 있는 소신 때문이라고 한다. 모두 코리아 패싱 논란이 있을 때마다 청와대가 반박성으로 들려준 얘기들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문 대통령이 "도널드!"라고 부를 만한 기회는 많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 시 유일한 식사 자리는 7일 국빈만찬 한 번뿐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2박3일간 골프회동을 비롯해 총 4차례 공식·비공식 식사를 하는 것에 비하면 접촉기회 자체가 적은 것이다. 그나마 한 번뿐인 식사 자리도 수십명의 경제인과 양국 참모진에 둘러싸여 K팝, 전통문화 공연 등 쇼를 관람하면서 든다고 한다.
거대한 청와대 영빈관 홀, 쇼가 펼쳐지는 자리에서 무슨 내밀한 얘기가 오가겠는가.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17-11-05 17: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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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자제, 핵심은 '유통망 수술'
올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 키워드 중 하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였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단말기 판매와 이동통신 서비스를 따로 판매하자는 취지로 이미 국회에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번 국감에서 국회는 물론 이해당사자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제조사, 이통사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었다.우선 국회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에 찬성 입장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로 통신요금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와 이통사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취지에는 원론적으로 공감하지만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단말기 제조사 중 삼성전자는 찬반 입장을 표시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큰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둘러싸고 이해 당사자들이 이같은 의견을 내놨지만 정작 중요한 유통구조 개선에 대한 속시원한 대책은 없었다. 다만 정부가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얽혀 있으니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검토하자는 취지로 유통망을 잠시 언급했을 뿐이다. 이제는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전국의 편의점보다 많은 2만5000개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 단말기 대리점 등 유통망은 불법 보조금의 온상이자 통신요금 인하를 가로막는 주범이기도 하다.우리가 내는 통신요금의 대부분이 가입자 유치에 따른 리베이트 명목으로 유통망을 따라 흘러들어가고 있다. 이 유통망 수술 없이는 통신요금 인하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부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만들어 과도하게 난립한 중소 유통점을 어느정도 정리해 이통사가 남는 여력으로 통신요금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단통법은 지원금 공시 외에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단통법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니 나온 카드가 단말기 완전자급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중소 유통점은 자연스럽게 정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2만5000여개의 중소 유통점을 정리하자니 '후폭풍'이 두려운 것이다. 표를 의식한 국회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에서 유통망을 어떻게 손볼지 빼버렸다. 일자리 창출이 국정과제인 정부는 당장 일자리를 잃게되는 유통망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통사도 그동안 거래해온 유통망이 눈에 밟히니 뾰족한 묘수가 없다.단통법과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핵심은 유통망 대수술이다. 단순한 기대감만 있는 통신요금 인하가 아니라는 뜻이다.그런데 이해당사자 중 그 누구도 속시원하게 유통망에 메스를 꺼내들 용기는 없는 듯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제2의 단통법'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라도 국회와 정부, 이통사는 유통망 수술 이후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통신요금 인하라는 포퓰리즘 정책에 목을 매기보다 유통망의 살길을 찾아주면서 단말기 유통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 말이다. 다소 아플 수 있겠지만 꼭 필요하다면 메스를 들 용기도 필요하다.
2017-11-01 17:2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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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완전자급제 핵심은 유통망 대수술
올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 키워드 중 하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였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단말기 판매와 이동통신 서비스를 따로 판매하자는 취지로 이미 국회에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번 국감에서 국회는 물론 이해당사자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제조사, 이통사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었다.
우선 국회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에 찬성 입장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로 통신요금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와 이통사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취지에는 원론적으로 공감하지만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단말기 제조사 중 삼성전자는 찬반 입장을 표시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큰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둘러싸고 이해 당사자들이 이같은 의견을 내놨지만 정작 중요한 유통구조 개선에 대한 속시원한 대책은 없었다. 다만 정부가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얽혀 있으니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검토하자는 취지로 유통망을 잠시 언급했을 뿐이다.
이제는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전국의 편의점보다 많은 2만5000개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 단말기 대리점 등 유통망은 불법 보조금의 온상이자 통신요금 인하를 가로막는 주범이기도 하다.
우리가 내는 통신요금의 대부분이 가입자 유치에 따른 리베이트 명목으로 유통망을 따라 흘러들어가고 있다. 이 유통망 수술 없이는 통신요금 인하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부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만들어 과도하게 난립한 중소 유통점을 어느정도 정리해 이통사가 남는 여력으로 통신요금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단통법은 지원금 공시 외에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단통법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니 나온 카드가 단말기 완전자급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중소 유통점은 자연스럽게 정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2만5000여개의 중소 유통점을 정리하자니 '후폭풍'이 두려운 것이다. 표를 의식한 국회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에서 유통망을 어떻게 손볼지 빼버렸다. 일자리 창출이 국정과제인 정부는 당장 일자리를 잃게되는 유통망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통사도 그동안 거래해온 유통망이 눈에 밟히니 뾰족한 묘수가 없다.
단통법과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핵심은 유통망 대수술이다. 단순한 기대감만 있는 통신요금 인하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해당사자 중 그 누구도 속시원하게 유통망에 메스를 꺼내들 용기는 없는 듯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제2의 단통법'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라도 국회와 정부, 이통사는 유통망 수술 이후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통신요금 인하라는 포퓰리즘 정책에 목을 매기보다 유통망의 살길을 찾아주면서 단말기 유통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 말이다. 다소 아플 수 있겠지만 꼭 필요하다면 메스를 들 용기도 필요하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2017-11-01 15: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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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못보고 끝난 ‘뭘 키울까 TF'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에 포커스를 맞춰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단순 요구 사항만 열거하고 산만하게 (회의를) 진행하지 말고 근거와 전문성을 갖고 진행했으면 좋겠다."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24일 열린 혁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뭘 키울까 테스크포스(TF)' 회의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일침을 날렸다. '뭘 키울까 TF'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등장한 성장동력 정책을 다시금 검토하고, 앞으로 정부가 집중해 나가야 할 분야를 새롭게 선별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정부에서 제시한 19대 미래성장동력과 9대 국가전략프로젝트 등 성장동력 정책을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바꿔보자는 취지다.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큰 그림을 다시 그려보자는 의미다. 전날 열린 5차 회의에는 '뭘 키울까 TF'의 민간위원들이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민간위원들 가운데는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들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회의에 참석하는 만큼 미래 먹거리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됐다.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회의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한 언급은 실종된 채 과거의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만 줄을 이었다. 백롱민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헬스케어 분야는 규제에 얽혀 있어 규제만 없애주면 민간 분야의 투자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장기적 안목에서 목표를 정하고, 5년마다 색을 바꾸기 보다는 장기적인 방향성을 갖고 이끌어달라"고 말했다.박명순 SK텔레콤 인공지능(AI) 사업본부장은 "SK텔레콤이 AI 사업을 하는데 매번 서비스를 하나씩 더할 때 마다 개인정보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질 때는 개인정보를 동의하는 것을 원치 않는 고객이 의사를 표현하는 '옵트아웃'(Opt-out) 방식으로 해야 훨씬 더 유용하다"고 설명했다.1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뭘 키울까 TF' 회의는 이런 흐름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끝나면서 미래 먹거리에 대한 제대로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숲을 조성하고 가꾸기 위한 방안이 필요한 시점에 나무를 갉아 먹는 병충해 문제만 열거하다 끝난 셈이다. 유 장관이 회의 말미에 원론을 다시 강조한 것은 아마도 회의 방향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달 혁신성장을 위한 성장동력 육성전략을 마련하고 12월에는 세부 육성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간이 촉박하다. '뭘 키울까 TF'에 참여하는 민간위원들은 지금이라도 TF의 역할과 목표를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2017-10-25 20: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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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하는 자위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지난 22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하면서 아베 총리가 헌법개정을 통해 자위대를 전쟁이 가능한 국방군으로 전환시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여당인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단독 개헌안 발의가 가능한 3분의 2 의석인 310석을 넘겼다. 그러나 일선 자위대원들의 생각은 아베 총리와 다르다. 최근 기자가 만난 일본군 현.예비역 자위관(군인)들은 '신분적으로 군인도 경찰도 아닌 자위관이라도 자위군인이 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보였다. 즉응 예비자위관(직업적 예비군)으로 10년 이상 복무 중인 A이등육조(육군중사)는 "무장을 하고 있는데도 군인이 아닌 자위관이란 애매한 법적신분은 싫지만, 일본 국내에서 일본을 지키다 죽을 수는 있어도 타국의 전쟁에 휘말려 타국에서 죽고 싶지 않다"면서 "아베 총리가 지난 5월 일본 헌법 9조를 개정해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전환할지도 모른다는 보도를 접한 상당수의 현.예비역 자위관들은 자위대를 그만둬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헌법 9조에 3항을 추가해 사실상 자위대를 전쟁이나 무력행사를 통한 분쟁 해결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의사를 일본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현역신분의 또 다른 자위관은 "인구 감소로 인한 산업인력 부족 등을 해결하기 위해 자위대는 병력을 감축하되 예비전력 확충에 힘을 쏟지만 사실상 허수가 많다"면서 "2010년 발생한 3·11 동일본대지진 당시 자위관들의 헌신적 희생에 현.예비역 자위관 지원율이 높아졌지만, 헌법이 개정돼 타국에서 전쟁할 수 있게 되면 자위대 입대를 꺼리는 사람들이 대거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미국 등 우방 군의 활동을 돕는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한 안보관련 법이 시행되자 일본의 육.해.공 통합사관학교인 '방위대학' 학생들의 임관 거부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방위대 학생들의 임관 거부자는 47명으로 이는 걸프전 발발로 자위대의 해외파견 문제가 쟁점이 됐던 1991년(94명) 이후 최대치였다. A이등육조는 "당시 일본은 버블 경제의 호황기였고 지금도 아베노믹스로 취업률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가난한 지방청년들은 경제적 이유로 현.예비역 자위관의 길을 선택한다"면서 "일본에서는 이를 경제적 징병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총선에서 승리한 아베 총리가 일본의 안보를 위해 먼저 해야할 일은 헌법개정이 아니라 평화를 갈망하는 자위대원들로부터 신임을 확보하는 하는 일이다. captinm@fnnews.com
2017-10-23 17: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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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업 '공적 만남'도 문제?
청와대에는 연풍문(年豊門)이라는 민원인 안내시설이 있다. 민원인 보다는 주로 청와대 인사들이 정부 부처, 경제 단체, 기업인 등 외부 관계자와 만나기 위한 장소로 종종 이용한다. 최근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과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언론 인터뷰도 연풍문에서 이뤄졌다. 사적인 만남이라면 어디든 상관없겠지만 업무와 연관이 있는 공적 만남이라면 '통제'가 되는 연풍문을 이용하라는 것이다.올해 국정감사에서는 기업들이 정부 부처를 찾아가 직접 만나는 '공적 만남'이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삼성, SK, 롯데, 현대차 등 대기업의 공정거래위원회 출입이 잦았다는 게 문제 제기의 이유다. 불법로비를 하기 위해 자주 방문한 것이 아니냐며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다. 기업 측에선 정부청사 사무실에서 정부 관계자를 만났다는 것은 불법로비 목적이 아니라 정상적인 업무수행 절차라고 억울해 한다. 기업측의 설명대로 기업이 불순한 의도로 정부 관계자를 만나려면 차라리 정부기관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만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국감에서 논란이 된 공정위 출입 문제도 당시 공정위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퀄컴 등 해외 글로벌 기업에 대한 조사를 많이 벌였고, 그 결과 중 하나로 지난 2016년에는 퀄컴에게 약 1조원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측 이해관계자에는 미국의 인텔, 애플 등과 국내의 삼성, LG도 있었다. 공정위는 국내 기업들과의 수차례 만남을 통해 퀄컴의 불공정행위를 인지하는 데 적잖은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정부와 기업이 너무 가까우면 정경유착의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시장이나 기업 상황을 제대로 알아야 실효성있는 정책을 펼칠 수 있다. 때문에 경제부처와 기업 간 협력과 협조는 필수적이다. 특히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현실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시장 참여자와 정부 부처 간 협력이 절실하다.지난 19일 미국 워싱턴DC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열린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공청회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에서는 주지사와 장관 등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삼성과 LG가 각각 현지 가전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곳들로 미 정부의 세이프가드 조치 부당성을 직접 주장하기 위해 '원군'을 자처한 것이다. 한국에선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간의 공적 만남 자체를 문제 삼는 동안 미국에선 주지사와 장관들이 자국 정부에 맞서 한국 기업을 변호하고 있는 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
2017-10-22 18:5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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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독개미를 대하는 장관들의 상반된 자세
이른바 ‘살인 독개미’로 불리는 외래 붉은 불개미의 국내 상륙 소식이 전해지면서 추석 연휴 나라가 들썩였다.
별명처럼 이 개미가 가진 독성 때문이다. 크기는 5mm에 불과하지만 맹독성 독침을 가지고 있어 일단 쏘이면 최악의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공식 발표였다.
더욱이 북미에선 한 해 평균 8만명 이상이 붉은 불개미의 표적이 됐으며 이 가운데 100여명이 사망하는 무서운 곤충이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100대 악성 침입외래종에도 붉은 불개미 이름이 올라가 있다.
붉은 불개미는 생존력도 강하다. 모든 개체가 사멸해도 여왕개미만 살아있으면 광범위하게 번식시키는 종이다. 실제 이 개미는 이런 능력 덕분에 원산지인 남아메리카를 벗어나 미국, 호주, 뉴질랜드, 중국, 대만 등 환태평양 14개국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당장 방역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최초로 발견된 부산항을 비롯해 전국 주요 항만에 긴급 방제 작업을 벌였고 혹시라도 남아 있는 개체가 없는지 정밀 조사에 들어갔다. 여왕개미 색출작업도 이뤄졌다.
긴급 상황은 실무진들만의 몫이 아니었다. 방역당국 수장들도 추석연휴를 반납해가며 방제·조사 현장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국민적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나라의 최고 정책심의기관의 장이 뒤에서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붉은 불개미 발견 이후 현장을 처음 찾은 것은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다. 그는 추석 다음날인 지난 5일 인천항 제4부두를 찾아 외래 붉은 불개미 조사 현장을 점검했다. 김 장관은 검역사항에 대해 보고받은 뒤 조치사항과 인천항 내 트랩의 설치 현황도 둘러봤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 못지않게 진행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신속히 알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조사 현장을 방문한 것도 추석 연휴기간인 지난 7일이다. 그는 부산 감만부두에서 붉은 불개미가 처음 발견된 곳과 개미집이 있던 장소를 살펴보고 주변에 설치된 트랩 등을 점검했다.
김영춘 장관 역시 “해수부는 유해생물 차단에 필요한 조사와 검역 권한, 인력이 없는 만큼 농식품부, 환경부 등과 긴밀하게 협력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방역당국의 또 다른 축인 김은경 환경부 장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관련 지시나 발언도 현재까지 없다. 김은경 장관의 공식·비공식 일정은 3일 오전 개천절 경축식과 4일 오후 대외경제장관회의를 끝으로 9일 추석연휴 쓰레기 수거현장 방문현장 전까지 4일간 비어있었다. 환경부는 농림부, 해수부와 함께 붉은 불개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있는 관련 중요 부처다.
물론 장관이 반드시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실무진들이 맡은 임무에 충실하면 붉은 불개미 퇴치는 가능하다. 장관의 추석명절도 존중한다.
하지만 장관이라는 자리는 실무진과 그 무게부터 다르다. 정부의 관심을 표현하고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라도 장관의 현장 방문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그래서 서해 기름유출 때도, 세월호 때도, 나라의 혼란이 발생한 곳은 언제나 당국의 장관이 함께 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17-10-12 14: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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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료 폐지 논쟁, 이제 접자
20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가 28일 미래창조과학부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국회가 국민들의 이익에 보탬이 되고 산업발전을 위한 입법활동에 매진해주길 바라지만 기대보다 걱정이 더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통신비 인하라는 명분으로 또다시 기본료 폐지 등 소모적인 논쟁을 일으키는 진원지가 될까 우려스럽다. 통신요금 인하 주장이 솔깃한 것은 사실이나 기본료 폐지를 외치는 목소리의 근거는 빈약하다. 이동통신 산업 특성상 주기적인 망진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지속된다. 실제로 우리는 지금 4세대(4G) 통신망인 롱텀에볼루션(LTE)을 이용하고 있지만 통신사들은 이미 5세대(5G)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그렇다고 LTE나 3세대(3G), 2세대(2G) 통신 서비스를 중단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유지, 보수를 위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다. 기본료는 이런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도입된 요금체계다. 일각에서는 마케팅비용을 아끼면 기본료를 인하할 여력이 생긴다고 한다. 그런데 마케팅비용을 줄이면 이용자에게 지급되는 통신사 지원금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통신사들이 허리띠를 졸라매 그 재원으로 기본료를 폐지하면 당장 단말기 가격이 비싸졌다는 원성이 자자할 것이다. 그때는 다시 통신사에게 마케팅비용을 더 쓰라고 요구할 것인가. 또 폐지한 기본료를 다시 부활시킬 것인가. 통신사의 사내유보금이 많으니 기본료를 폐지하라는 주장도 이치에 맞지 않다. 사내유보금은 서비스 개발, 사업 확장 등을 위해 재투자된 설비 등 유.무형 자산 형태로 존재한다. 사실 음성통화와 문자를 무제한으로 사용하고 11GB LTE 기본 데이터를 다 소진한 이후 조금 느린 속도지만 무제한으로 데이터 사용이 가능한 이동통신 서비스의 하루 요금은 2100원 수준이다.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 왕복 버스요금, 식빵보다도 훨씬 저렴하다. 하지만 그 요금을 내고 우리는 강의를 듣고, 동영상을 보고, 티켓을 예매하고, 계좌이체도 한다. 인위적으로 통신비를 내려야 할 만큼, 정말 통신비가 비싼걸까. 통신산업은 제4차 산업혁명의 밑거름인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허리를 지탱하고 있다. 더이상 인위적인 통신요금 인하 압박보다는 시장자율경쟁을 통한 미래 ICT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할 시기다. 특히 입법활동을 통해 제4차 산업혁명의 기반을 다져야 할 미방위가 자칫 소모적인 논쟁으로 공회전만 거듭했던 지난 19대 미방위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 jjoony@fnnews.com
2016-06-27 18: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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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미방위, 근거 약한 기본료 폐지 논란 멈춰야
20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가 28일 미래창조과학부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국회가 국민들의 이익에 보탬이 되고 산업발전을 위한 입법활동에 매진해주길 바라지만 기대보다 걱정이 더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통신비 인하라는 명분으로 또다시 기본료 폐지 등 소모적인 논쟁을 일으키는 진원지가 될까 우려스럽다.
통신요금 인하 주장이 솔깃한 것은 사실이나 기본료 폐지를 외치는 목소리의 근거는 빈약하다.
이동통신 산업 특성상 주기적인 망진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지속된다. 실제로 우리는 지금 4세대(4G) 통신망인 롱텀에볼루션(LTE)을 이용하고 있지만 통신사들은 이미 5세대(5G)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그렇다고 LTE나 3세대(3G), 2세대(2G) 통신 서비스를 중단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유지, 보수를 위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다. 기본료는 이런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도입된 요금체계다.
일각에서는 마케팅비용을 아끼면 기본료를 인하할 여력이 생긴다고 한다. 그런데 마케팅비용을 줄이면 이용자에게 지급되는 통신사 지원금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통신사들이 허리띠를 졸라매 그 재원으로 기본료를 폐지하면 당장 단말기 가격이 비싸졌다는 원성이 자자할 것이다.
그때는 다시 통신사에게 마케팅비용을 더 쓰라고 요구할 것인가. 또 폐지한 기본료를 다시 부활시킬 것인가.
통신사의 사내유보금이 많으니 기본료를 폐지하라는 주장도 이치에 맞지 않다. 사내유보금은 서비스 개발, 사업 확장 등을 위해 재투자된 설비 등 유·무형 자산 형태로 존재한다. 사내유보금이 많으니 기본료를 폐지하라는 것은 통신사들이 사업 운영을 위해 구축한 기지국 등의 자산을 팔아서 요금을 내리라는 의미가 된다.
사실 음성통화와 문자를 무제한으로 사용하고 11GB LTE 기본 데이터를 다 소진한 이후 조금 느린 속도지만 무제한으로 데이터 사용이 가능한 이동통신 서비스의 하루 요금은 2100원 수준이다.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 왕복 버스요금, 식빵보다도 훨씬 저렴하다.
하지만 그 요금을 내고 우리는 강의를 듣고, 동영상을 보고, 티켓을 예매하고, 계좌이체도 한다. 인위적으로 통신비를 내려야 할 만큼, 정말 통신비가 비싼걸까.
통신산업은 제4차 산업혁명의 밑거름인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허리를 지탱하고 있다. 더이상 인위적인 통신요금 인하 압박보다는 시장자율경쟁을 통한 미래 ICT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할 시기다. 특히 입법활동을 통해 제4차 산업혁명의 기반을 다져야 할 미방위가 자칫 소모적인 논쟁으로 공회전만 거듭했던 지난 19대 미방위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2016-06-27 14: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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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시대 '불통 아이러니'
그야 말로 소통의 시대다. 인터넷에 이은 모바일 시대로 완전히 접어 들면서 소통의 도구들은 날로 늘고 있다. 각종 메신저에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라인, 밴드, 카카오스토리, 위비톡, 말로 등 날마다 수없이 쏟아지고 있다. 소통의 도구들은 넘쳐나는 데 정작 소통은 되지 않는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개성공단 폐쇄다. 정부는 지난 10일 설 연휴 마지막 날 마치 전쟁하듯 개성공단입주기업들을 만나 공단 폐쇄 사실을 통보했다. 당연히 예상치도 못했던 개성공단 입주 중소기업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원부자재라도 가져올 수 있도록 차량 및 인원을 동원할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정부는 1사 1차량 1인만 고집했다. 결국 그 마저도 북한의 자산 동결로 무산됐다. 비단 개성공단 폐쇄만이 아니다. 위안부 문제도 마찬가지다. 일본과 불가역적 협상을 하면서 정작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과는 사전 대화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당연히 반발이 나오기 마련이다. 소통의 도구는 늘었는데 정작 정부는 '불통의 창구'가 되어 버렸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벽, 그것도 철옹성이다. 민주주의가 발전할수록 구성원들의 인식은 다양화된다. 기존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것들도 시대가 변하면서 문제화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성숙된 사회는 더욱 소통이 절실하다. 서로 다른 상대방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함께 가기 위해선 다양한 소통의 창구들을 만들고, 그것을 잘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소통에서 중요한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오해를 풀어 나가려는 노력이다.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못했더라도 진심을 가지고 풀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 자체가 바로 소통이다. 한번에 모든 것이 해결된다면 그것은 소통이 필요 없는 것이다. 소통이란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타협점을 협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때로는 용서를 구하고, 때로는 배려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무조건 자기만 옳다고 주장해선 소통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만 옳다는 절대선 역시 존재치 않는다. 엎친데 덥친 격으로, 경제도 위기 상황이다. 12일 한국과 일본 증시는 패닉에 빠졌다. 정치.외교도 남북관계가 강대강으로 악화되면서 위기다. 위기일수록 더욱 소통에 나서야 한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해결책은 오히려 쉽게 나타날 수도 있다. 정부는 늦다고 생각할때가 가장 빠를 때란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yutoo@fnnews.com 최영희 기자
2016-02-12 16: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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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잃은 동반성장위원회
"공무원 정해놓고 들러리 선 기분 입니다. 우리정부 아직 멀었습니다." 지난 1일 선임된 동반성장위원회 운영 국장 공모 지원자가 토로한 날선 일성이다. 사연은 이렇다. 동반위는 대중소기업협력재단과 분리, 업무가 이원화되면서 동반위 간사업무를 맡길 신임 운영국장을 공모했다. 공모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 자리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인사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소문에 대해 당시 동반위 측에서는 적법한 내부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선임하겠다고 일축했다. 이후 공모를 통해 5명의 면접을 진행하고 순리대로 인선 작업이 진행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결국 최종으로 선임된 운영 국장은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이 낙점 됐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동반위는 중소기업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지난 2010년 출범했다. 5년이 지난 현재 사실상 인력과 조직이 동결되는 등 위상이 줄어든 상황이다. 태생 자체가 중소기업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지만 현재는 대기업의 대변인이 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동반위 사업설명회에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관계자들만 참석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동반위의 정체성에 대해 의구심이 생기는 이유다. 사무총장과 관련한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K모 사무총장은 '협력경영 동반성장'을 출판하면서 동반위 공금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아 사퇴했다. 이에앞서 지난 2013년 전임 J모 전 동반위 사무총장은 대기업에 아들의 결혼 청첩장을 돌려 논란이 커지자 사퇴한 바 있다. 동반위는 적합업종 법제화에도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친 대기업 인사를 내정, 선임하면서 신뢰도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동반위의 존재 이유는 대.중소기업간 상생 발전이다. 대기업만을 위하는 동반위는 무용지물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동반위를 없애자는 극단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방향을 올바로 잡지 못한다면 존치 이유가 없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2016-02-02 18: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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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부끄러운 '세계 최초'
결국 정부가 국회를 앞세운 지상파 방송사들에 백기를 들었다. 지난 2년여간 논란을 빚어왔던 700㎒ 주파수 할당 방안에 대해 정부가 KBS, MBC, SBS, EBS 등 지상파4사에 모두 울트라고화질(UHD) 방송용 주파수를 배정하기로 하면서 논란을 끝내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그다지 명예롭지 못한 '세계 최초' 타이틀을 하나 얻게 됐다. 사실상 세계 처음으로 지상파 디지털 전환 이후 생긴 주파수를 UHD 방송용으로 배분한 것이다. 대개는 최초 타이틀을 얻게 되면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이번 '최초'는 낯부끄럽다. 세계적으로 주파수 표준과 배분방식을 결정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조차 700㎒를 통신용으로 배분하도록 권고했고, 대부분의 통신선진국들이 통신용으로 배분하고 있는 사실상의 국제표준을 무시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국제표준이 산업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정보통신기술(ICT)산업에서 우리나라는 결국 갈라파고스가 되는 선택을 한 것이다. 정부가 이 선택을 한 이유는 단순하다. 국회가 너무 강하게 압박했기 때문이다. 압박을 가한 국회도 이유는 단순하다. 한 국회의원에게 700㎒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돌아 온 답은 "(방송사의) 카메라가 무서운데 어쩌겠느냐"는 것이었다.결국 국회의원들은 여전히 방송사 카메라가 무서워 1조원 이상 2조원을 호가하는 주파수를 방송사에게 선물로 준 셈이 됐다. 전 국민이 자유롭게 무선인터넷을 쓸 자유를 무시한 채. 정부 역시 국회의 이 같은 압박에 못 이겨 결국 손을 들어버린 것이다.국회도 정부도 자기 앞만 보느라 국민의 재산을 지키는 일 따위에는 손을 놔도 된다고 판단한 것일까? 이제 700㎒ 주파수의 분배 방안은 국무조정실의 주파수심의위원회 의결만 남았다. 주파수심의위원회는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곳으로, 국회 주파수 소위에서 합의된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한 게 사실이다.그러나 마지막 남은 정부의 최종 결정 단계에서 다시 한번 국민의 재산을 지키는 용기를 기대해 보고 싶다. 그저 마지막 남은 지푸라기 한 가닥을 잡는 심정으로…그 정도 믿을 구석이 있어야 국민이 정부를 믿어볼 만하지 않겠는가 싶어서다. pja@fnnews.com
2015-07-09 18: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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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의 지주사 전환 조급증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체제 개편은)한국 자본시장 역사에 큰 획을 긋는 획기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거래소 지주회사 발표는 너무 급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코스닥시장을 독립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자 급히 차선책(거래소의 지주회사)으로 방향을 틀었다. 거래소는 이 중요한 자료를 단 며칠 만에 만들어야 했다.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금융위와 거래소가 지난 2일 거래소의 지주체제 개편을 공식 선언하며 발표한 '전략 과제'들은 10개중 9개가 이미 나와 있던 재탕이었다.총 36개 세부 과제를 분석해보니 92%(33개) 사업 항목이 과거에 추진했거나 지주회사 전환과 무관하게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이었다. 중복된 33개 추진 사업은 올초 거래소의 주요 사업계획과 선진화 전략에 포함됐거나 과거부터 진행하던 당연 사업, 심지어 타당성 없음으로 결론 난 사업까지 대거 묶였다. '사골' '재탕' '급조'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그나마 신규 사업으로 분류한 '창업지원센터 설립' '크라우드펀딩 활성화 지원' '해외사무소 설치' 등도 이미 유관 기관이 하고 있거나 꼭 지주회사가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한 사업이다.금융위와 거래소의 이번 발표 목적은 명백하다. 지주회사 전환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꺼낸 카드 중 9할이 헌 카드다.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그래서 왜 하는 건데?"라는 꼬리표가 남는다.발표 당일 기자 브리핑에선 이사장이 말한 거래소의 '획기적인 방안'이 올 초 배부된 주요 사업계획과 겹친다는 지적이 나왔다.거래소 주주인 회원사들도 여러가지 문제를 지배구조 변경으로 해결한다는 접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소형 증권사들은 시스템 변경에 따른 비용이 부담스럽다. 거래소 노조도 '파업불사'를 외치고 있다.거래소의 지주회사 체제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지주회사를 통해서만 할 수 있는 사업 차별성을 찾아야 한다. 금융당국과 거래소의 조급함이 잡음을 키우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15-07-07 16: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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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못할 메르스 촌극들
"통근버스에서 기침만 해도 주위의 시선이 따갑다. 사내 게시판에는 어느 사업장에 누가 확진판정을 받았다, 누가 격리조치되었다더라 등의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넘쳐나고 있어 회사 분위기도 뒤숭숭하기 그지 없다." 최근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 하는 한 대기업 부장에게 '메르스' 사태이후 회사 분위기가 어떤지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이름도 생소한 '중동호흡기증후군', 일명 메르스가 한반도를 휩쓸면서 기업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수도권에서 대규모 사업장과 생산설비등을 운영중인 기업들은 주요 생산 현장에서 메르스를 막아내기 위해 전사적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다.그런데 이 와중에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나, 어이 없는 꾀병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어 기업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최근 삼성전자에서는 화성 사업장으로 출근하는 한 협력사 직원이 메르스 확진자였다는 소식이 사내공지 사항으로 전달되면서 한때 소동이 벌어졌다. 같은 버스로 출근한 직원 전원은 즉시 자택으로 귀가조치됐다.심각한 상황인 듯했지만 이 사건은 협력업체 직원의 '꾀병'으로 밝혀졌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삼성마저 메르스에 노출됐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국민적인 불안감을 키우는 기폭제가 됐다.또 최근 중국에서 메르스 확진자로 판명되어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 한국인이 LG 계열사 직원이라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회사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적극 해명했지만 중국 현지 언론들까지 이런 내용을 보도하면서 근거 없는 불안을 더욱 키우기도 했다.요즘 대기업들은 메르스 차단에 최선을 다하면서, 만에 하나 확진자가 나올 경우 이를 기업의 전체 이미지와 연관짓는 여론이 나올까봐 걱정이라고 입을 모은다.최근 재벌닷컴이 집계한 우리나라 대기업 종업원수를 보면 삼성그룹이 26만여명, 현대자동차 그룹이 15만여명, LG그룹은 14만여명에 달한다. 세 회사만 합쳐도 직원수가 50만명이 넘는데, 이중 확진자가 나왔다고 해서 이를 해당기업의 잘못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문제다.기업들은 매년 개최하는 행사나, 주요 전략회의까지 취소할 정도로 메르스 확인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옥의 1층 로비에 열감지 카메라가 없는 회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우리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항상 정보에 귀를 세우고 있어야 하는것은 마땅하다. 그러나 불필요한 확대 해석이나 소문에 휘둘려서는 곤란하다. 작은 불안이 더 큰 불안을 만들고, 이는 가뜩이나 경직된 사회분위기를 더욱 굳어지게 만든다. 개인위생에 각별히 신경쓰면서 침착하게 사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때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2015-06-22 17: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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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검사결과 '음성→양성' 번복 왜?
감염 초기거나 바이러스 양 적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검사결과가 음성에서 양성으로 바뀌는 일이 속출하면서 의료기관들이 음성 통보에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14일 강남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음압병상에서 치료 중인 31세 남성 K씨는 지난 6일 이후 13일까지 여섯 차례 병원 검사와 세 차례 질병관리본부 검사를 거쳐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K씨는 지난 6일 이 병원에 도착한 후 외부 선별진료실에서 37.9도로 발열증세를 보이고 지난달 26∼30일 삼성서울병원을 다녀온 것도 확인돼 곧바로 격리됐다. 병원은 자체검사(선별검사)를 실시해 5회 연속 음성에 해당하는 결과를 얻었지만 환자의 증상과 삼성서울병원에 노출된 이력에 주목해 격리를 해제하지 않았고 6회째 검사에서 양성 결과를 얻었다. 그 사이 질병관리본부의 검사에서도 두 차례 음성이 나온 데 이어 이날 새벽 세번째 만에 최종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의 한 관계자는 "수차례 검사에서 반복적으로 음성이 나왔지만 결과에 모호한 부분이 있었고 증세도 계속됐기 때문에 계속 격리치료를 하고 있다"면서 "병원에 도착한 순간부터 선별진료 후 격리했기 때문에 병원 내 노출.감염 우려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검사를 거듭함에 따라 결과가 음성에서 양성으로 바뀌는 일은 K씨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항바이러스제와 증상치료가 잘 듣지 않아 완치자의 혈청을 주입하는 치료를 받는 평택의 경찰관(119번)이 대표적이다. 그는 선별검사와 확진검사에서 각각 양성과 음성이 나와 격리 후 해제됐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재입원한 뒤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대중교통과 지역사회에 수많은 노출자가 생겼다. 유일한 임신부(109번) 환자도 의료기관의 양성 결과와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의 모호한 음성을 거쳐 질병관리본부에서 최종 양성으로 확진된 경우다.전라북도는 메르스 확진환자와 접촉한 지역 병원 수련의 A씨에 대해 확진검사에서 음성 결과를 얻고도 한 차례 더 검체를 채취해 음성 결과를 재확인했다. 전북도는 음성을 재확인했지만 잠복기가 끝날 때까지 이 수련의에 대해 자가격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메르스 검사 결과가 음성에서 양성으로 바뀌는 일이 반복되는 까닭은 감염의 초기단계이거나 증상이 미약해 체내에 바이러스 양이 적은 경우 또는 객담을 제대로 채취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15-06-14 17:4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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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의 청년 일자리 프레임
"개인적으로 아버지 입장에서 생각해도 내가 월급 좀 안 오르고 1년 일찍 그만두더라도 우리 아들딸 취직된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그만두겠다."(5월 11일 기획재정부 출입기자 오찬간담회) "아버지가 1~2년 더 다니고 월급 받는 게 더 중요한가, 아니면 아들딸이 취직하는 게 더 중요한가."(5월 25일 모 언론사 인터뷰)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둘러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 최근 감성과 경험의 언어로 바뀌었다."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막을 거둬들이겠다"는 날 선 화법이 "아버지 세대가 자식 세대를 위해 일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식으로 바뀐 것이다.이른바 '청년일자리 프레임'으로 전환된 건 지난 3월께부터다. 영원히 출구가 없을 것 같은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비정규직 처우개선' 프레임이 사라진 것도 이때부터다. 정부 관계자는 "청년일자리 프레임은 고용노동부가 만든 것으로 안다"면서 "노사정 대타협 종료 약 3~4주 전 고용부에서 절치부심하더니 청년 대 기득권의 구조로 잡아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규직·비정규직의 대립적 구조를 해소해갈 수 있는 아주 유용하고 설득력 있는 프레임"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인 최경환답게 프레임을 잡는 데 있어선 "감이 굉장히 좋다"는 평가도 나온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지난해 11월 연세대·고려대 등에 붙은 대자보 사건이 계기가 됐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최씨 아저씨에게 보내는 협박편지'가 청년세대의 불만을 대변했다는 것과 이들 '미생세대'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미래 표심이라는 점이 최 부총리에게 관심을 제공했을 것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정부의 청년일자리 대책은 전체 노동시장 구조개혁 논의와 유기적 연계를 갖지 못한 채 사실상 따로 놀았다는 게 정확한 표현인 듯싶다. 최근 성장에 대한 자신감 결여가 아버지·자식 세대가 일자리를 나누는 구도로 전환시킨 이유라는 해석도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자리 문제는 경제 파이 키우기로 해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지만 더딘 경제회복 속도에 대한 불안감, 내년 정년연장(만 60세) 의무화가 닥치면서 한정된 일자리를 부모와 자식이 나눠 먹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또는 정규직 중심의 강성노조를 누그러뜨릴 감성의 전략이기도 하다.최 부총리는 5월 28일 강원 춘천 강원대에서 가진 청년일자리·교육개혁 관련 간담회에선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 필요성을 시사하며 '청년 고용절벽'이란 극단적 어휘를 사용했다. 올해와 내년 정책의 핵심이 청년일자리 문제 해소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일종의 '프레임의 진화'다.프레임은 진화하고 있지만 아직도 대다수 국민은 아버지 세대의 일자리 양보가 과연 자식 세대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역설적이게도 최 부총리의 일자리 종합대책 구상이 발표된 당일 이날 행사에 대동했던 기재부 주무국장이 전보조치되는 인사가 이뤄졌다. 당분간 담당국장은 공석이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담당하는 국장으로 발령난 지 채 9개월도 안 돼 바뀐 것이다. 청년 프레임이 또다시 불신의 프레임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불안한 이유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15-05-31 17:2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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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3대 개편안 효과 있을까
금융당국이 한국거래소(KRX)를 수술대 위에 올렸다. 세계 유수의 거래소들이 합종연횡 덩치를 키우며 경쟁력을 확보한 동안 한국거래소는 독점시장의 제공된 먹거리에 안주하면서 도태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2010년 164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87%이상 급감한 204억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경쟁'에 주목하고 있다. 2013년 8월 대체거래소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주식체결 매매는 여전히 한국거래소의 전유물이다. 이를 바꾸기 위해 자본시장연구원은 28일 정책세미나를 열어 코스닥시장 분리.대체거래소(ATS) 설립.지주회사체제 전환 등 3가지 안을 제시했고, 당국도 3가지 안을 두고 고민 중이다. 그러나 '3대 개편방안'의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팽배하다. '억지춘향식' 경쟁관계 만들기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코스닥시장 분리의 명분은 한 울타리 내에 있는 코스피와 코스닥을 나눠 두 시장 간 경쟁을 도모하겠다는 데 있다. 하지만 우열이 분명한 두 시장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우려다. 각종 부정적 인식에 얼룩진 코스닥의 '백전백패'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또 거래·상장 수수료 만으론 코스닥의 독자생존은 불가능하다.ATS 설립으로 경쟁관계를 만들어내겠다는 발상도 아직 무리다. 금융당국은 ATS 설립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시장점유율 규제 등을 손 볼 계획이지만, 수익 보장이 어려운 ATS설립에 선뜻 돈을 댈 증권사는 없다. '경쟁'이라 하기에도 무색하다. ATS가 매매거래 중개를 한다고 해도 청산업무는 거래소의 손을 빌려야 하는 탓이다.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다는 방안은 "이사장 명함을 지주회사 회장으로 바꾸는 효과 말고는 기대할 것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논리도 "북미와 유럽 대부분 거래소가 지주회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 이외에 특별한 이유가 없다. 반면 인적.물적.시간적 비용은 적잖다. 쉬운 방법을 두고 돌아서 간다는 따끔한 지적도 나온다. 한 애널리스트는 "기업 분석에 빠뜨릴 수 없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경영권인데, 거래소는 각 증권사들이 지분을 보유한 민간기업임에도 자체적인 의사결정을 못한다"며 "바람대로 한국거래소를 글로벌 거래소들과 경쟁하게 하려면 정부가 손을 떼면 된다"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2015-05-31 17: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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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鷄肋(계륵)' 성동조선, 채권단 '각자도생'
'주채권은행, 정체성, 트라우마.' 세 단어의 조합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성동조선해양에 3000억원을 단독 지원키로 한 수출입은행(수은)의 결단을 이해하는 데 길잡이가 되는 키워드다. 최근 신규자금 지원 여부를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는 성동조선 주요채권기관들에 대한 금융권의 관전평이 위 세 단어로 요약·정리된다.6년째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고 있는 성동조선은 반복적으로 자금 지원을 요청해 왔다. 지난 2011년에는 채권기관인 국민은행이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섰지만 재실사를 거치면서 어렵게 자금을 지원 받았다. 최근 또다시 성동조선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에는 무역보험공사와 우리은행의 반대로 4200억원의 추가자금 지원안이 부결됐다. 지난 26일 성동조선의 법정관리행(行)이 점쳐지자 수출입은행은 부랴부랴 '단독 지원 카드'를 꺼냈다. 수은은 성동조선에 대한 추가자금 지원의 필요성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수은은 성동조선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는 주채권은행이다. 성동조선에 대한 채권단 자금 지원의 타당성을 따지기 위한 실사도 전담하고 있다. 성동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불가능해질 경우 책임론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 가장 큰 재무적 손실을 입는 금융기관이다. 채권단 관계자 A씨는 "지난 몇년동안 계속 수은은 성동조선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며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데 애를 써왔다"며 "주채권은행인 수은이 이제 와서 발을 빼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민영화를 추진 중이다. 시중 은행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앞두고 영업이익을 끌어올리는 것이 최대 과제다. 우리은행은 정부 지분이 절반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준국책은행 역할을 해왔다는 불만이 내부에 파다하다. 민간은행으로 완전히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부실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털어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 B씨는 "우리은행은 현재 소위 공적은행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며 "민영화를 앞둔 상황에서 국책은행인 수은과 같이 또다시 성동조선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내부 반발이 많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무보는 심지어 성동조선 채권단에서 빠지기로 결정했다. 국민적 지탄을 받은 모뉴엘 사태로 인해 무보가 정책자금 지원에 극도로 보수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는 것이 금융권 관측이다. 지난해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후 무보의 수출신용보증서를 담보로 신규 대출가능한 규모가 전년 동기대비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채권단 관계자는 C씨는 "무보는 모뉴엘 사태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기 때문에 부실한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자금지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자금 회수에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 수은과 같이 성동조선에 신규자금을 주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조선에 대한 채권비율은 수출입은행 51.4%, 무역보험공사 20.39%, 우리은행 17.01% 순이다. 세 기관의 합이 91.5%로 채권단 의결기준인 75%를 한참 웃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2015-05-28 17: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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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의 '국회선진화법 지킴이'
지난 2012년 폭력 국회를 추방하기 위한 취지로 개정된 국회선진화법(몸싸움 방지법)이 새누리당 내에서 '역적' 취급을 받고 있는 가운데 당 내 소장파인 김세연 의원의 '국회선진화법 지킴이'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김 의원은 지난 2012년 총선 직전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주도한 황우여 당시 원내대표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남경필 의원이 경기도지사에 당선돼 각각 지난해 국회를 떠난 이후 국회에 홀로 남아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에 '십자포화'를 가할 때마다 변호인을 차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국회선진화법의 위헌성을 비판하며 국회선진화법에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있는 형국이고 최근 유승민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 전까지 국회선진화법 개정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국회법 85조 2항(안건의 신속처리)인 쟁점안건으로 지정될 경우 소관 상임위원회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의결될 수 있는 규정이 민주주의 최우선 원칙인 '다수결 원리'에 위배된다며 위헌성을 문제삼고 있다. 현재 160석으로 의석수 과반을 넘게 점유한 새누리당이 130석에 불과한 새정치민주연합이 안건의 신속처리 조항을 고리로 반대할 경우 일방적으로 법안을 밀어붙일 수 없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주된 불만이다. 또 85조 1항에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3가지 예외사항(△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여야 교섭단체와 합의)을 제외하고 엄격히 막고 있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여당의 단독 안건 처리'도 어려워졌다. 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이 바터(교환)로 내거는 법안을 울며겨자먹기로 받아주는 협상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 지킴이를 자처한 김 의원은 이 같은 국회 상황이 초래한 원인을 국회선진화법에서 찾아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선진화법은 국회 폭력 추방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지 국회 운영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 아니다"면서 "목적이 아닌 것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면 안된다"고 꼬집었다. 오히려 국회에서 폭력을 걷어내고 나서 생긴 '식물국회' 상황이나 '법제사법위원회 월권 논란'과 같은 국회 운영 선진화를 위한 '2단계 선진화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김 의원이 구상한 2단계 선진화법은 국회 상임위원장의 여야 나눠먹기 관행을 깨고,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의회책임정치가 구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선진화법 개정이 '5분의 3 찬성' 규정에 따라 현실적으로 힘들고, 여야가 합의해 개정한 법안을 3년 만에 다시 뜯어고치는 것이 '누워서 침뱉기'인 상황에서 보다 선진국회 운영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고민해 볼 때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2015-05-25 17: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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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김세연의 국회선진화법 지킴이 의미있는 이유
지난 2012년 폭력 국회를 추방하기 위한 취지로 개정된 국회선진화법(몸싸움 방지법)이 새누리당 내에서 '역적' 취급을 받고 있는 가운데 당 내 소장파인 김세연 의원의 '국회선진화법 지킴이'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김 의원은 지난 2012년 총선 직전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주도한 황우여 당시 원내대표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남경필 의원이 경기도지사에 당선돼 각각 지난해 국회를 떠난 이후 국회에 홀로 남아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에 '십자포화'를 가할 때마다 변호인을 차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국회선진화법의 위헌성을 비판하며 국회선진화법에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있는 형국이고 최근 유승민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 전까지 국회선진화법 개정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국회법 85조 2항(안건의 신속처리)인 쟁점안건으로 지정될 경우 소관 상임위원회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의결될 수 있는 규정이 민주주의 최우선 원칙인 '다수결 원리'에 위배된다며 위헌성을 문제삼고 있다. 현재 160석으로 의석수 과반을 넘게 점유한 새누리당이 130석에 불과한 새정치민주연합이 안건의 신속처리 조항을 고리로 반대할 경우 일방적으로 법안을 밀어붙일 수 없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주된 불만이다. 또 85조 1항에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3가지 예외사항(△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여야 교섭단체와 합의)을 제외하고 엄격히 막고 있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여당의 단독 안건 처리'도 어려워졌다. 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이 바터(교환)로 내거는 법안을 울며겨자먹기로 받아주는 협상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 지킴이를 자처한 김 의원은 이 같은 국회 상황이 초래한 원인을 국회선진화법에서 찾아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선진화법은 국회 폭력 추방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지 효율적인 국회 운영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 아니다"면서 "목적이 아닌 것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면 안된다"고 꼬집었다. 오히려 국회에서 폭력을 걷어내고 나서 생긴 '식물국회' 상황이나 '법제사법위원회 월권 논란'과 같은 국회 운영 선진화를 위한 '2단계 선진화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김 의원이 구상한 2단계 선진화법은 국회 상임위원장의 여야 나눠먹기 관행을 깨고,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의회책임정치가 구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선진화법 개정이 '5분의 3 찬성' 규정에 따라 현실적으로 힘들고, 여야가 합의해 개정한 법안을 3년 만에 다시 뜯어고치는 것이 '누워서 침뱉기'인 상황에서 보다 선진국회 운영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고민해 볼 때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2015-05-25 16: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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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김세연의 국회선진화법 지킴이 의미있는 이유
지난 2012년 폭력 국회를 추방하기 위한 취지로 개정된 국회선진화법(몸싸움 방지법)이 새누리당 내에서 '역적' 취급을 받고 있는 가운데 당 내 소장파인 김세연 의원의 '국회선진화법 지킴이'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김 의원은 지난 2012년 총선 직전 황우여 당시 원내대표와 원조 소장파인 남경필 의원이 주도한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실무적으로 참여한 초선의원으로, 지난해 황 의원이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남 의원이 경기도지사에 당선돼 국회를 떠난 이후 국회에 홀로 남아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에 '십자포화'를 가할 때마다 변호인을 차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국회선진화법의 위헌성을 비판하며 국회선진화법에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에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총선 전까지 국회선진화법 개정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새누리당이 문제삼고 있는 국회선진화법은 주로 85조 2항(안건의 신속처리)으로, 쟁점안건으로 지정될 경우 소관 상임위원회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의결될 수 있는 규정이 민주주의 최우선 원칙인 '다수결 원리'에 위배되는 위헌적 요소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즉, 새누리당의 현재 의석수는 160석으로 과반을 넘게 점유하고 있으나 국회선진화법에서 쟁점안건의 의결 요건으로 사실상 규정한 5분의 3에는 못미치고 있어, 130석에 불과한 새정치민주연합이 안건의 신속처리 조항을 고리로 반대할 경우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없게 된 것이 새누리당의 주된 불만이다. 또 85조 1항에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3가지 예외사항(△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여야 교섭단체와 합의)를 제외하고 막고 있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여당의 단독 안건 처리'도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은 울며겨자먹기로 새정치민주연합이 바터(교환)로 내거는 법안을 적정한 수준에서 받아주는 협상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 지킴이를 자처한 김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이 같은 국회 상황이 초래한 원인을 국회선진화법에서 찾아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선진화법은 국회 폭력 추방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지 국회 운영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 아니다"면서 "목적이 아닌 것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면 안된다"고 꼬집었다. 오히려 국회에서 폭력을 걷어내고 나서 생긴 '식물국회' 상황이나 '법제사법위원회 월권 논란'과 같은 국회 운영 선진화를 위한 '2단계 선진화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김 의원의 2단계 선진화법 구상은 국회 상임위원장의 여야 나눠먹기 관행을 깨는 데서 출발한다. 정상적인 의회운영을 위해서는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의회책임정치가 구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선진화법 개정이 '5분의 3 찬성' 규정에 따라 현실적으로 힘들고, 여야가 합의해 개정한 법안을 3년 만에 다시 뜯어고치는 것이 '누워서 침뱉기'인 상황에서 보다 선진국회 운영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고민해 볼 때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2015-05-25 16: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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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음악으로 답하면 된다
지난 1월 19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신년 간담회가 끝날 무렵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갑자기 피아노 연주를 시작했다. "말로는 다하지 못하겠어서" 그는 슈만의 '꿈'을 연주했다. 고액 연봉과 특혜 논란에 대해 입을 연 뒤였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지휘자 정명훈은 서울시향을 세계무대로 이끈 장본인이다. 그의 가치를 아는 유럽 어느 국가에서도 개런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적은 없었다. 이날 정명훈은 "내 연봉 만큼을 서울시향에 예산으로 돌려주고 서울시향을 위한 콘서트홀도 지어준다고 약속한다면 돈을 받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했다. 서울시향을 아시아 정상으로,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리고 싶은 그의 꿈은, 백 마디 말보다 피아노 연주로 진정성 있게 전달됐다.석달여가 흐른 지난 28일 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정명훈의 지휘로 서울시향의 연주가 울려퍼졌다. 2시간에 걸친 연주가 끝나자 단원 한 명이 무대 위에 올랐다. 올해 창단 70주년, 재단법인 출범 10년을 관객들과 함께 기념하기 위한 서울시향의 깜짝 이벤트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무대 위에 오른 단원은 1976년에 입단한 최장 근속 단원 진영규씨였다. 진 단원은 "서울시향은 최근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제 모든 것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목에 서 있다. 그 길에 여러분께서 많은 사랑으로 동행해달라"며 서울시향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았다. 지난해 말 박현정 전 대표의 막말 논란, 올해 초 정 감독의 처우 문제, 재원 부족으로 인한 미국 투어 무산까지. 서울시향에 한바탕 폭풍이 몰아쳤다.서울시향을 이끄는 지휘자로서 정명훈은 이날 인사라도 한 마디 할 법 했다.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피터 야블론스키,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 첼리스트 코티에 카퓌송, 바리톤 김주택 등 국내외 최정상의 음악가들이 영상을 통해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동안 정명훈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신 음악으로 이야기했다. 앙코르 곡으로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5번의 4악장이 그의 의지와 서울시향의 비전을 보여줬다. '운명 교향곡'으로도 불리는 이 작품은 시련과 고난, 휴식, 준비에 이어 4악장에 승리와 환희를 표현한다. 이 곡을 대학생아마추어오케스트라(AOU) 단원 70명과 함께했다. 객석 통로에 AOU 단원들이 가득 찼고 정명훈이 지휘봉을 들었다. 객석과 서울시향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앙코르 전 상영된 영상에서도 서울시향과 AOU의 합동 연주가 울려퍼졌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지난 25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열린 플래시몹이었다. 시민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 논란을 딛고 화합의 음악을 선사하겠다는 서울시향과 정명훈의 의지가 엿보였다.앙코르 연주가 끝나고서도 정명훈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다만 밝게 웃으며 객석을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관객들은 한참동안 기립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2015-04-29 16:5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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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증권사 M&A 양극화 우려
증권사 매물이 쏟아지면서 증권사 인수합병(M&A)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중소형사들이 매물로 나와 있는 상황에서 대형증권사들 마저 매각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증권사들의 경우 이미 우리투자증권 매각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고 동양증권도 KB금융, 유안타증권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증권도 그룹 자금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매각이 결정됐고 내년에는 KDB대우증권도 매물로 나올 전망이다. 이들 증권사은 인수를 하게 되면 단숨에 업계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외 금융회사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반면 중소형사들의 경우 이미 지난해부터 속속 매물로 등장했으나 매각에 성공한 경우는 없다. 아이엠투자증권은 얼마전 우선협상대상자였던 CXC캐피탈이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기면서 인수가 중단됐고 리딩투자증권도 큐캐피탈에서 인수를 검토하다 결국 포기했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지난해부터 매물로 나왔지만 팔리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10위권 내 증권사 4곳이 잇달아 매물로 등장하며 중소형사들의 M&A 성공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제값을 받기는 커녕 아예 청산절차에 들어간 증권사도 있다. 애플투자증권은 몇년간 M&A를 시도하다 인수희망자가 없자 결국 청산절차에 들어갔다. 증권사를 인수할 여력이 있는 대기업의 경우 대형증권사를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데 굳이 중소형사를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증권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보니 증권업 라이센스 가치가 하락한 것도 주요한 이유다. 이때문에 금융당국이 증권사 M&A 활성화를 위한 과감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매각 대상아 되는 증권사 직원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측에서 매각을 하려고 해도 증권사 노조의 반대로 M&A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천편일률적인 수익구조를 갖고 있는 국내 증권사들도 손쉬운 인적 구조조정 보다는 특화된 사업구조개편에 나서야 할때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2013-12-30 16: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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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포털규제 무풍지대
"(이번 토론회에) 초대했지만 구글은 오지 않았다. (구글과 달리) 국내 사업자는 미래부를 무시할 수 없어 이곳에 와 있는 것이다. 권고안이 상생을 위한 것이라지만 결국은 국내기업에 대한 '보이지 않는 규제'로 작용한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지난 18일 최재천 의원실과 사단법인 오픈넷 주최로 열린 '검색서비스 시장 집중에 대한 공공정책의 필요성과 한계' 토론회에서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박사가 던진 말이다. 이날 토론회는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주요 포털 관계자와 미래창조과학부,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가 참석해 국내 검색서비스 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한 묘안을 짜내기 위한 자리였다. 이전에도 국내 시장에서 포털시장 발전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지만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국내 포털사 관계자만 참석했을 뿐 구글코리아 관계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구글코리아는 지난 9월 기준으로 국내 포털 시장에서 다음을 넘어서며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에 비해 공정성 강화 등을 위한 대외활동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권한'은 누리되 '의무'는 다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하지만 무작정 구글코리아를 비난할 수만도 없다. 미래부의 '권고안'은 형식적으로는 국내 포털기업들이 준수할 의무는 없지만 사실상 지켜야만 하는 규제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포털사들은 정부와 국회가 주도하는 토론회나 대외행사에 적극 참여하며 본인들의 의사를 조심스럽게 내비치는 소심한 저항을 하고 있지만 구글코리아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해외법인인 구글코리아는 우리 정부의 권고나 규제를 지키지 않아도 규제를 받지 않는다. 미래부의 이 같은 역차별성 정책이 구글이 전 세계에서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로서 지위가 높아지는 와중에 자칫 국내외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까 우려스럽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2013-12-19 16: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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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몰아치는 IPO시장
"최소한 최초 샀던 가격보다는 높아야 상장을 할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코스닥 상장을 앞둔 한 최고경영자(CEO). 최근 공모주시장에 또다시 한파가 불어닥치자 기업공개(IPO)에 나섰던 기업들이 잇따라 상장 직전 철회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동우HST, 하나머티리얼즈, 오이솔루션 등 세 곳이 상장 '스톱'을 선언했다. 이들 기업이 상장을 중단한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바로 '적정 가격'이다. 기관투자가들의 수요예측 결과, 회사의 적정가치에 비해 공모가격이 너무 낮게 형성돼서다. 가뜩이나 증시가 침체를 겪는 상황에서 공모가격이 낮게 결정되면 상장 이후 별다른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실 올해 기업공개 시장은 나쁘지 않았다. 올 하반기 상장한 현대로템을 제외하고는 대어급이 실종되면서 전체 공모규모가 급감했지만 청약률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지난 10월 상장한 지엔씨에너지의 경우 1000대 1이 넘는 일반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상반기 아이원스, 제로투세븐, 코렌텍, 엑세스바이오 등을 비롯해 최근 엘티씨, 파수닷컴, 테스나까지 수백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곳이 허다했다. 저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시중 부동자금이 공모주 시장에 몰린 탓이다. 그렇다면 요즘 들어 흥행이 저조한 이유는 뭘까. 바로 '공모가 깎기'다. 과거 공모가격 부풀리기 등으로 상장 이후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자, 한국거래소는 점차 공모가격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상장 주관사의 명확한 실사와 책임소재를 위해 올 6월 도입한 '공모물량 3%' 의무화도 이 때문이다. 물론 적정주가를 찾는 과정은 이해가 간다. 문제는 이 과정 속에서 기업 성장성 등은 차치하고, 낮은 공모밴드 가격에만 초점이 맞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거래소 상장심사팀은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면 이에 대한 분석과 이유(?)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고 한다. 주관사들의 3% 인수 제도적 장치가 있음을 감안하면 지나친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ECM 한 관계자는 "연말에는 공모주시장 수요보다 공급이 많기 때문에 공모가격이 낮아지는 케이스가 나오는 것도 있지만 공모밴드를 낮추는 거래소의 지침에 수요예측 이전부터 불만을 갖고 있는 기업들도 많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의 최종 목표이자 꿈은 상장이라고들 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충분히 검증되고, 자신이 있을 때 증시입성을 도전해야 하겠지만 그에 걸맞게 제대로 된 평가를 해줄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기덕 기자
2013-12-13 17: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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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빌려주고 뺨맞은 군인공제회
"이미 약속했던 합의를 위반한 당사자는 채권단인데, 왜 군인공제회가 공격을 받아야 하는지 갑갑합니다. 다시 제대로 협의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군인공제회 한 고위 간부의 읍소다. 애초 쌍용건설은 지난해 8월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에 '예가' 브랜드로 808가구의 아파트단지를 건설키로 계획하고 2010년 3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군인공제회로부터 850억원을 빌렸다. 보증은 쌍용건설이 섰다. 이 사업은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채로 지난 3월 PF 만기가 도래했다. 쌍용건설은 자금사정 악화로 PF 자금을 상환할 수 없었고 급기야 6월에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채권단은 군인공제회와 협의해 8월 말까지 400억원을 우선 지급하고 나머지는 내년 2월까지 남양주 사업장을 공매해 받기로 했다. 이자도 유예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상황이 급변했다. 채권단은 공제회에 이자 탕감과 함께 출자전환을 요구했다. 출자전환은 금융사가 기업에 빌려준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해 기업의 부채를 조정하는 것. 쌍용건설은 2012회계연도에 완전자본잠식으로 지난 2월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돼 있다. 공제회 입장에서는 황당한 요구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및 군무원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군인공제회법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주주들로 구성된 일반 금융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공익법인에 언제 회수될지 모르는 출자전환을 하라거나 이자를 탕감하라는 것은 공제회 실무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인 것. 공제회 입장에서는 어떤 방법으로든 손실을 줄이고 투자한 돈을 가능한 한 회수해야 한다. 쌍용건설 사업장에 가압류를 한 것은 부득이한 조치였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더이상의 추가 피해를 막고자 공제회를 압박하는 무리수를 둔 것으로도 보고 있다. 공제회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쌍용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가더라도 자신들의 책임은 회피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공제회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도 가능하다. 이를 해결하고자 9일 금융위원회가 중재에도 나섰지만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각각의 입장은 이해되지만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권이 애초 협의를 어겼다는 것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쌍용건설을 살려야 한다면 채권단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이 상황을 풀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yes@fnnews.com 황상욱 기자
2013-12-10 17: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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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카파라치 제도인가?
택배업계가 '카파라치' 제도를 놓고 울상이다. 현재 경기도 등 일부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가 올해 안에 서울시에서도 조례를 거쳐 시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카파라치 제도는 비영업용 화물차의 택배 영업을 촬영해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영업용번호판을 단 차량과 비영업용 번호판을 단 차량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택배업체로서는 비영업용 번호판을 단 차량을 운행할 수 없게 돼 영업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택배차량 감소로 배달기간이 길어지는 등 택배이용자 조차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어 '누굴 위한 제도인가'라는 볼멘소리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서울시에서 운행되고 있는 전체 택배 차량의 30~40%인 1만여대가 비영업용 화물차량으로 파악된다. 이 차량들이 한꺼번에 시장에서 퇴출될 경우 인터넷 및 TV홈쇼핑 등 유통산업 발달과 함께 급증하고 있는 택배수요를 감당할 방법이 없다. 사실 영업용번호판 화물차 증가를 제한한 이유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발생한 많은 실직자들이 8t, 10t 등 대형 화물차 영업으로 몰리면서 운임이 하락하는 등 부작용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1t, 2.5t 등 소형 영업용 화물차 증가까지 함께 제한해 비영업용 택배차량 양산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제 와서 비영업용 차량을 제한한다니 택배업계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카파라치 제도 도입은 비영업용차량 관리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또 카파라치 제도 도입과 함께 번호판 암거래시장도 집중 단속한다고 하니 시장 투명성도 개선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과 괴리가 있는 제도여서 아쉬움이 크다. 물류 업계 한 관계자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게 생겼다"며 "정부가 업계,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가 어떤 것이 있는지 더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배업계와 이용자들의 충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선에서 단계적인 시행 등 절충방안을 마련해 봤으면 한다. 김은진 기자
2013-12-03 17: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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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자산운용사의 뻔뻔함
"국내 자본시장 법망을 무시하면서 언제라도 '먹튀'할 준비만을 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최근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의 무리한 영업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재간접 역외펀드에 대한 금융당국의 지침에도 교묘히 법망을 피하며 '무인가 영업행위'를 지속하고 있고, 국내 거주 영업인력은 갈수록 줄여나가고 있어서다. 더욱이 실적 악화에도 국내에서 본사로 챙겨가는 배당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시장에서 '최소 인원(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국내 자본시장에서 '권리'만을 내세울 뿐, 그에 따른 역할과 책임에는 여전히 무척이나 인색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금융당국은 역외펀드(외국설정 펀드 국내판매)를 편입하는 외국계 재간접펀드에 대해서는 반드시 증권사 등 중개업자를 통해야 한다고 지침을 내렸다. 이는 2009년 자본시장법 이후에도 규정으로 의무화된 사항이지만 그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은 금융당국에 제출하는 서류에는 중개업자를 집어넣고, 실제로는 본사를 통해 역외펀드를 직접 편입하는 무인가 행위를 지속적으로 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금감원이 절충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외국계 운용사들에 대안을 묻자 돌아오는 대답은 "기존 그대로"였다. 또 중개업자를 두지 않고 직판(직접판매)이 가능하도록 판매인가를 허가받도록 권유했지만, 이마저도 돌아오는 대답은 'NO'였다. 금감원 제안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국내시장에 일정부분 자기자본을 묶어두는 요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언제라도 국내에서 자금을 뺄 수 있는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실제로 외국계 운용사들의 고배당 '먹튀'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회계연도 배당을 결정한 7개 외국계 자산운용사 중 6개사의 배당 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 총액 비중)이 80~100%대에 달했다. 영업실적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본사로 나가는 자금은 전혀 줄고 있지 않은 것이다. 반면 외국계 운용사들의 임직원 수도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 2010년 외국계 자산운용사 수는 22개사, 전체 임직원 수는 980명이었다. 지난해 말 현재 회사 수는 22개사로 동일했지만, 임직원 수는 912명으로 현격하게 줄었다. 회사당 평균 임직원 수도 44.5명에서 41.5명으로 줄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불합리한 관행의 규제 강화에 대해 '억울함'을 따지는 것이 다소 뻔뻔해 보이는 이유다. kiduk@fnnews.com 김기덕 기자
2013-12-02 17: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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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눈치보게 만드는 공정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주최하는 '경총포럼'은 매달 유력 인사를 초청해 회원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사회 현안에 대해 강연을 듣는 조찬세미나로, 평소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세미나도 비교적 조용히 치러지곤 했다. 그러나 29일 서울 소공로 조선호텔에서 열린 191회 세미나는 달라도 많이 달랐다. 이날 강연자는 공정거래위원회 노대래 위원장이었다. 그래서일까. 강연장은 궂은 날씨와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기업 관계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경총 관계자도 "평소보다 많은 좌석을 확보했는 데도 좌석이 부족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지난 6월 현오석 부총리 때보다 사람들이 많이 온 것 같다"고 귀띔했다. 참석자들의 면면도 대단했다. 현대제철 박승하 부회장을 비롯해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 정범식 롯데케미칼 총괄사장 등 국내 유력 기업의 CEO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한 주요 유통 및 보험사 중역들도 노 위원장의 강연을 경청하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왔다. 동종업계의 주요 인사들이 이날 포럼에 상당수 참석하면서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장면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만큼 '하반기 공정거래 정책방향'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노 위원장의 강연에 이들의 눈과 귀가 집중됐다. 이들의 바람을 아는지 모르는지 노 위원장은 강연 내내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골목상권침범 등의 문제는 투자와는 상관없는 문제"라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1시간 가까이 진행된 노 위원장의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지만 별다른 질문 없이 이날 포럼은 마무리됐다. 그러나 마무리된 직후 장면은 또 다른 진풍경이었다. 포럼이 끝나기가 무섭게 참석자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후다닥 자리를 뜬 것. 모두 휴대폰을 켜 급히 강연내용을 보고하는 눈치였다. 이날 산업계가 공정위의 일거수일투족에 이렇게까지 눈치를 본다는 사실에 놀란 건 기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는 '경제민주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위상과 역할이 대폭 강화된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질서는 분명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산업계가 일일이 눈치를 보는 분위기를 만든 건 아무리 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김병용 기자
2013-08-30 04: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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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눈치보게 만드는 공정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주최하는 '경총포럼'은 매달 유력 인사를 초청해 회원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사회 현안에 대해 강연을 듣는 조찬세미나로, 평소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세미나도 비교적 조용히 치러지곤 했다. 그러나 29일 서울 소공로 조선호텔에서 열린 191회 세미나는 달라도 많이 달랐다. 이날 강연자는 공정거래위원회 노대래 위원장이었다. 그래서일까. 강연장은 궂은 날씨와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기업 관계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경총 관계자도 "평소보다 많은 좌석을 확보했는 데도 좌석이 부족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지난 6월 현오석 부총리 때보다 사람들이 많이 온 것 같다"고 귀띔했다. 참석자들의 면면도 대단했다. 현대제철 박승하 부회장을 비롯해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 정범식 롯데케미칼 총괄사장 등 국내 유력 기업의 CEO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한 주요 유통 및 보험사 중역들도 노 위원장의 강연을 경청하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왔다. 동종업계의 주요 인사들이 이날 포럼에 상당수 참석하면서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장면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만큼 '하반기 공정거래 정책방향'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노 위원장의 강연에 이들의 눈과 귀가 집중됐다. 이들의 바람을 아는지 모르는지 노 위원장은 강연 내내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골목상권침범 등의 문제는 투자와는 상관없는 문제"라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1시간 가까이 진행된 노 위원장의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지만 별다른 질문 없이 이날 포럼은 마무리됐다. 그러나 마무리된 직후 장면은 또 다른 진풍경이었다. 포럼이 끝나기가 무섭게 참석자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후다닥 자리를 뜬 것. 모두 휴대폰을 켜 급히 강연내용을 보고하는 눈치였다. 이날 산업계가 공정위의 일거수일투족에 이렇게까지 눈치를 본다는 사실에 놀란 건 기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는 '경제민주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위상과 역할이 대폭 강화된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질서는 분명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산업계가 일일이 눈치를 보는 분위기를 만든 건 아무리 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김병용 기자
2013-08-29 17: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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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눈치보기 이정도일줄은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가 주최하는 '경총포럼'은 매달 유력 인사를 초청해 회원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사회 현안에 대해 강연을 듣는 조찬세미나로, 평소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세미나도 비교적 조용히 치러지곤 했다. 그러나 29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191회 세미나는 달라도 많이 달랐다. 이날 강연자는 공정거래위원회 노대래 위원장이었다. 그래서일까. 강연장은 굳은 날씨와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기업 관계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경총 관계자도 "평소보다 많은 좌석을 확보했는데도 좌석이 부족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지난 6월 현오석 경제부총리 때보다 사람들이 많이 온 것 같다"고 귀띔했다. 참석자들의 면면도 대단했다. 외부행사에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현대제철 박승하 부회장을 비롯해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 정범식 롯데케미칼 총괄사장 등 국내 유력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한 주요 유통 및 보험사의 중역들도 노 위원장의 강연을 경청하기 위해 한 걸음에 달려왔다. 동종업계의 주요 인사들이 이날 포럼에 상당수 참석하면서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장면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만큼 '하반기 공정거래 정책방향'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노 위원장의 강연에 이들의 눈과 귀가 집중됐다. 이들의 바람은 아는지 모르는 지 노 위원장은 강연 내내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골목상권침범 등의 문제는 투자와는 상관없는 문제"라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1시간 가까이 진행된 노 위원장의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지만 별다른 질문 없이 이날 포럼은 마무리됐다. 그러나 마무리된 직후 장면은 또 다른 진풍경이었다. 포럼이 끝나기가 무섭게 참석자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후다닥 자리를 뜬 것. 모두 휴대폰을 켜 급히 강연내용을 보고하는 눈치였다. 이날 산업계가 공정위의 일거수일투족에 이렇게까지 눈치를 본다는 사실에 놀란건 기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는 '경제민주화'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위상과 역할이 대폭 강화된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질서는 분명 바로 잡아야 한다. 하지만 산업계가 일일이 눈치를 보는 분위기를 만든건 아무리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ironman17@fnnews.com 김병용 기자
2013-08-29 15: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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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폭스바겐을 떠난 이유
최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박동훈 사장의 르노삼성 깜짝 이직 발표는 파급력이 크다. 우선 이직 배경을 두고 여러 가지 의문이 나왔다. 올해 재임 9년째인 장수 최고경영자(CEO)인 데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박 사장의 이직은 철저히 보안이 유지된 상태에서 두 회사가 같은 날 퇴직과 영입 발표를 냈다. 업계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그의 이직은 마치 야구계의 스타 플레이어가 본의 아니게 다른 구단으로 트레이드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돌이켜보면 그의 이직은 지난해부터 불었던 수입차 업계의 임원 교체와 연장선상에 있다. 딜러사의 투서로 아우디의 마케팅 임원이 교체되면서 아우디와 폭스바겐에 대한 독일 본사의 간섭이 심해진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판매실적으로 보자면 최근 폭스바겐의 국내 성장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골프 7세대와 티구안, 폴로 등을 무서운 속도로 팔아치웠다. 이 정도면 한국에서도 '국민(VOLKS)의 차(WAGEN)'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코리아에 대한 독일 본사 측의 간섭이 심해지면서 일부 직원이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했다"면서 "갈수록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박동훈 사장의 이직 소식은 충격적"이라고 전했다. 그간 수입차 업계의 장수 CEO로는 BMW의 김효준 사장과 폭스바겐의 박동훈 사장, 포드 코리아의 정재희 사장, 혼다 코리아의 정우영 사장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김효준 사장과 박동훈 사장이 언급되지 않는 기사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두 CEO에 대한 독일 본사의 대우는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BMW는 지난 상반기 국내 언론에 신선한 소식을 전했다. 독일 본사가 BMW 코리아 김효준 사장을 수석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는 내용이다. BMW 코리아는 뒤이어 인천에 BMW 드라이빙센터 착공이라는 희소식을 전했다. 현지 사장의 목소리에 본사 측이 힘을 싣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당시 김 사장은 착공 당일 기자들 앞에서 "중국시장이 더 크긴 하지만 한국시장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본사를 꾸준히 설득한 것이 결실을 이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과연 박동훈 사장은 박수칠 때 떠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말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일까. 국내 수입차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만큼 '사람'에 대한 이슈가 늘어난 것도 당연지사. 실적만큼 사람도 소중히 여기는 시장으로 성숙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2013-08-24 03: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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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폭스바겐을 떠난 이유
최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박동훈 사장의 르노삼성 깜짝 이직 발표는 파급력이 크다. 우선 이직 배경을 두고 여러 가지 의문이 나왔다. 올해 재임 9년째인 장수 최고경영자(CEO)인 데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박 사장의 이직은 철저히 보안이 유지된 상태에서 두 회사가 같은 날 퇴직과 영입 발표를 냈다. 업계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그의 이직은 마치 야구계의 스타 플레이어가 본의 아니게 다른 구단으로 트레이드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돌이켜보면 그의 이직은 지난해부터 불었던 수입차 업계의 임원 교체와 연장선상에 있다. 딜러사의 투서로 아우디의 마케팅 임원이 교체되면서 아우디와 폭스바겐에 대한 독일 본사의 간섭이 심해진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판매실적으로 보자면 최근 폭스바겐의 국내 성장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골프 7세대와 티구안, 폴로 등을 무서운 속도로 팔아치웠다. 이 정도면 한국에서도 '국민(VOLKS)의 차(WAGEN)'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코리아에 대한 독일 본사 측의 간섭이 심해지면서 일부 직원이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했다"면서 "갈수록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박동훈 사장의 이직 소식은 충격적"이라고 전했다. 그간 수입차 업계의 장수 CEO로는 BMW의 김효준 사장과 폭스바겐의 박동훈 사장, 포드 코리아의 정재희 사장, 혼다 코리아의 정우영 사장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김효준 사장과 박동훈 사장이 언급되지 않는 기사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두 CEO에 대한 독일 본사의 대우는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BMW는 지난 상반기 국내 언론에 신선한 소식을 전했다. 독일 본사가 BMW 코리아 김효준 사장을 수석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는 내용이다. BMW 코리아는 뒤이어 인천에 BMW 드라이빙센터 착공이라는 희소식을 전했다. 현지 사장의 목소리에 본사 측이 힘을 싣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당시 김 사장은 착공 당일 기자들 앞에서 "중국시장이 더 크긴 하지만 한국시장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본사를 꾸준히 설득한 것이 결실을 이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과연 박동훈 사장은 박수칠 때 떠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말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일까. 국내 수입차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만큼 '사람'에 대한 이슈가 늘어난 것도 당연지사. 실적만큼 사람도 소중히 여기는 시장으로 성숙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2013-08-23 17: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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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음식물쓰레기 종량제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현실을 외면한 전형적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에 휩싸였다. 음식물쓰레기를 버린 만큼 부담금을 내게 하자는 게 이 제도의 골자다. 음식물쓰레기에서 배출되는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줄여 지구온난화와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해서다. 방식은 납부칩 스티커제, RFID(다양한 개체의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인식기술) 시스템, 전용봉투제 등이 있다. 제도 자체는 훌륭하다. 하지만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악취와 소음 때문에 살 수가 없다는 얘기부터 일만 많아졌지 실질적 효과는 없다거나 전기로 가동되는 음식물쓰레기처리기 사용이 급증해 에너지 절감이나 지구온난화 방지에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등 긍정보다는 부정적 평가가 많다. 해프닝도 있었다. 최근 서울, 부산 등의 대형 아파트 단지에서 시범적으로 RFID시스템이 적용된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 두달 만에 악취와 기계 소음, 벌레 꼬임 등 부작용으로 기계 작동을 중단한 단지가 속출했다. 주민들은 취지는 좋지만 사람부터 살아야 하지 않겠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RFID 음식물쓰레기처리기를 아파트 단지 등에 시행하기 앞서 실질적인 테스트 기간을 충분히 가졌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음식물쓰레기처리기 시장에 뛰어들면서 제품에 대한 변별력 또한 흐려진 상태다. 일정한 기준을 갖고 해당 기업을 사전에 컨트롤했더라면 관련 시장이 정화되고 주민도 이런 고통을 받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아울러 기업들은 매출 올리기에만 급급하기보다는 품질 개선에 더욱 신경써야 할 것이다. happyny777@fnnews.com 김은진 기자
2013-08-21 17: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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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합리화’ 덫 걸린 은행
"우리가 원한 것도 아닌데 경영개선을 위해 수수료를 인상해준다더니 이제는 오히려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도 모자라 이자를 더 내라고 하고… 답답합니다." 최근 금융당국의 정책방향에 대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의 말이다. 은행들은 한 달 새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갑작스레 은행의 경영개선을 위해 수수료를 현실화하겠다고 나섰다. 저금리 저성장 등으로 은행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의 경영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경영개선을 위한 수수료 현실화라면 으레 수수료 인상을 떠올렸고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갑작스러운 '당근'에 기뻐하면서도 자칫 역풍이 부는 것은 아닌가 우려했다. 여론이 은행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을 그냥 두고 볼 리가 없어서다. 아니나 다를까 불과 며칠새에 여론은 은행들이 자기부담은 하지 않은 채 고객들을 통해 배를 채운다며 몰아붙였고 금융당국은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고객들에게 주지 않던 이자를 제대로 지급하라며 나서고 있다. 그동안 은행들은 지난 12년간 50만원 이하의 예금에 대해서는 이자를 주지 않았다. 이런 관행이 잘못됐다고 보고 시정을 요구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더 나아가 수시입출금식 예금에 대해서도 이자를 지급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당장 부담이 너무 크다는 입장이다. 외국의 경우 계좌 유지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을 무료로 운영하는 것인데 여기에 이자까지 내라고 하면 부담이 크다고 말한다. 때문에 금융당국의 입장대로 수수료를 현실화한다면 오히려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까지 수수료 인상 논란이 컸던 상황에서 드러내놓고 얘기를 못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수료 인상도 금융당국이 추진했고 이자 지급도 금융당국이 추진했는데 정작 모든 욕은 은행이 먹고 있다"며 "지출은 늘리면서도 경영까지 개선하라고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건전성 규제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같이 보는 과정에서 상충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면서 "소비자에게 불합리한 금융관행을 중점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2013-08-20 04: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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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합리화’ 덫 걸린 은행
"우리가 원한 것도 아닌데 경영개선을 위해 수수료를 인상해준다더니 이제는 오히려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도 모자라 이자를 더 내라고 하고… 답답합니다." 최근 금융당국의 정책방향에 대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의 말이다. 은행들은 한 달 새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갑작스레 은행의 경영개선을 위해 수수료를 현실화하겠다고 나섰다. 저금리 저성장 등으로 은행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의 경영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경영개선을 위한 수수료 현실화라면 으레 수수료 인상을 떠올렸고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갑작스러운 '당근'에 기뻐하면서도 자칫 역풍이 부는 것은 아닌가 우려했다. 여론이 은행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을 그냥 두고 볼 리가 없어서다. 아니나 다를까 불과 며칠새에 여론은 은행들이 자기부담은 하지 않은 채 고객들을 통해 배를 채운다며 몰아붙였고 금융당국은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고객들에게 주지 않던 이자를 제대로 지급하라며 나서고 있다. 그동안 은행들은 지난 12년간 50만원 이하의 예금에 대해서는 이자를 주지 않았다. 이런 관행이 잘못됐다고 보고 시정을 요구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더 나아가 수시입출금식 예금에 대해서도 이자를 지급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당장 부담이 너무 크다는 입장이다. 외국의 경우 계좌 유지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을 무료로 운영하는 것인데 여기에 이자까지 내라고 하면 부담이 크다고 말한다. 때문에 금융당국의 입장대로 수수료를 현실화한다면 오히려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까지 수수료 인상 논란이 컸던 상황에서 드러내놓고 얘기를 못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수료 인상도 금융당국이 추진했고 이자 지급도 금융당국이 추진했는데 정작 모든 욕은 은행이 먹고 있다"며 "지출은 늘리면서도 경영까지 개선하라고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2013-08-19 17: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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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의 필리핀 방문 성과
【 메트로마닐라(필리핀)=김서연 기자】 "빰빠라빰~ 쿵짝~쿵짝~." 박원순 서울시장을 단장으로 한 서울시 대표단의 필리핀 순방 3일째인 지난 13일 오후 대표단을 태운 버스가 메트로 마닐라개발청 어귀에 들어서자 어디선가 웅장한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단 버스에 탄 기자는 '어디서 큰 행사라도 하는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잠시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는 우리 일행을 반기기 위해 메트로마닐라개발청 측이 마련한 깜짝행사였다. 밖을 보니 군악대와 함께 의장대가 도열해 있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국빈방문할 때 받는 의장대 사열의 축소판이다. 박원순 시장은 이런 갑작스러운 환대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당초 메트로마닐라 시정부 측으로부터 이런 환영행사에 대해 전혀 통보 받지 못한 것은 물론 박 시장이 취임 후 가진 해외 순방에서 이런 환대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역대 서울시장의 해외 방문에도 이런 의장대 사열을 받는 것은 처음이라는 게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박 시장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환대를 받았다"며 "(제가)해외 순방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의장대 사열을 받으면서 또한번 놀랐다. 프란시스 톨렌티노 메트로마닐라개발청장이 박 시장과 발을 맞추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박 시장은 이날 프란시스 톨렌티노 청장을 비롯한 메트로 마닐라 시장단과 간담회를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 마닐라 시정부 측은 의장대 사열뿐 아니라 오토바이를 이용해 대표단 일행의 버스를 방문 일정 내내 에스코트 해주기도 했다. 이들의 환대는 뇌리에 분명 강하게 새겨진 건 분명하다. 좋은 인상으로 말이다. 이번 박 시장의 필리핀 방문과 당국으로부터의 환대가 양국 도시 간 교류활성화에 촉진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2013-08-18 16:4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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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사라진 증권업계
"너도 나도 골목 상점 수준이어서 '메이저'라고 하기엔 부끄럽기도 하고…." 최근 2013회계연도 기준 1·4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한 대형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16일 "적자를 면하고 영업이익이 세자리 숫자인 100억원을 겨우 넘긴 게 다행"이라며 자조 섞인 말투로 이같이 말했다. 적자전환 하지 않은 게 '굿 뉴스'일 정도로 최악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증권사 실적이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 자기자본, 매출 등의 기준에 근거해 소위 '빅5'로 분류되던 증권사들의 실적이 크게 부진하면서 '메이저'가 사라지고 있다. 우리투자, 한국투자, KDB대우, 삼성증권의 올 1·4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62억원, 247억원, 38억원, 154억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하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감소폭도 KDB대우증권(-86.80%), 우리투자증권(-75.50%), 삼성증권(-63.30%)에 달할 정도로 크다. 이들 증권사의 1·4분기 매출은 모두 1조원을 넘겼지만 매출액 2000억∼3000억원대인 메리츠종금증권(영업익 163억원), KB투자증권(53억원)과 영업이익 규모 면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증권사 실적 하향 평준화는 우선 채권평가손실 탓이다. 올 5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후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상승(채권값은 하락)하면서 채권투자 규모가 컸던 대형 증권사에서 채권 운용 관련 손실이 대규모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 1·4분기 동안 금리는 40~50bp(1bp=0.01%포인트) 상승할 정도로 급격하게 방향성이 바뀌었다. 증권업계는 단기적으로 수익 측면에서 '메이저'와 '마이너' 구분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증권사 수익개선 즉효약은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참여 확대인데 현재로서는 힘들어서다. 현재 일평균 거래대금은 4조원대로 떨어져 있고 또 거래대금이 늘어난다고 해도 주식위탁매매 수수료율 하락으로 실적개선에 뚜렷한 보탬이 되기 어렵다는 게 근거다. 한 전직 증권사 임원은 "최근 몇 년간의 금리하락기에 (대형) 증권사들이 채권에 '몰빵'한 채 수익성 증대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 결과"라며 "투자은행(IB) 등을 통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면 잇따른 구조조정으로 인한 비용 축소, 실적개선도 결국에는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2013-08-17 03: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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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사라진 증권업계
"너도 나도 골목 상점 수준이어서 '메이저'라고 하기엔 부끄럽기도 하고…." 최근 2013회계연도 기준 1·4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한 대형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16일 "적자를 면하고 영업이익이 세자리 숫자인 100억원을 겨우 넘긴 게 다행"이라며 자조 섞인 말투로 이같이 말했다. 적자전환 하지 않은 게 '굿 뉴스'일 정도로 최악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증권사 실적이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 자기자본, 매출 등의 기준에 근거해 소위 '빅5'로 분류되던 증권사들의 실적이 크게 부진하면서 '메이저'가 사라지고 있다. 우리투자, 한국투자, KDB대우, 삼성증권의 올 1·4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62억원, 247억원, 38억원, 154억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하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감소폭도 KDB대우증권(-86.80%), 우리투자증권(-75.50%), 삼성증권(-63.30%)에 달할 정도로 크다. 이들 증권사의 1·4분기 매출은 모두 1조원을 넘겼지만 매출액 2000억∼3000억원대인 메리츠종금증권(영업익 163억원), KB투자증권(53억원)과 영업이익 규모 면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증권사 실적 하향 평준화는 우선 채권평가손실 탓이다. 올 5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후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상승(채권값은 하락)하면서 채권투자 규모가 컸던 대형 증권사에서 채권 운용 관련 손실이 대규모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 1·4분기 동안 금리는 40~50bp(1bp=0.01%포인트) 상승할 정도로 급격하게 방향성이 바뀌었다. 증권업계는 단기적으로 수익 측면에서 '메이저'와 '마이너' 구분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증권사 수익개선 즉효약은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참여 확대인데 현재로서는 힘들어서다. 현재 일평균 거래대금은 4조원대로 떨어져 있고 또 거래대금이 늘어난다고 해도 주식위탁매매 수수료율 하락으로 실적개선에 뚜렷한 보탬이 되기 어렵다는 게 근거다. 한 전직 증권사 임원은 "최근 몇 년간의 금리하락기에 (대형) 증권사들이 채권에 '몰빵'한 채 수익성 증대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 결과"라며 "투자은행(IB) 등을 통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면 잇따른 구조조정으로 인한 비용 축소, 실적개선도 결국에는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2013-08-16 17: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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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특허공유를 기대하며
삼성디스플레이가 내민 손을 LG디스플레이가 잡았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2월에 제기한 '갤럭시노트 10.1'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취하신청서를 서울중앙지법에 20일 제출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12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유출 관련 기록 및 세부기술에 대한 사용 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취하 신청서를 제출한 것에 대한 화답이다.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간의 총 4건의 특허 분쟁 가운데 절반이 해결된 셈이다. 하지만 양사간 디스플레이 전쟁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남은 소송은 특허권 침해에 대한 분쟁으로, 어느 한쪽이 특허 침해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공통된 입장은 이번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하자는 데 있다. 그러면서도 서로의 특허를 공유하는 '크로스라이선스'에 대해서는 상호 말을 아끼고 있다. 최근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을 감안하면 크로스라이선스가 이번 법적 분쟁의 해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0년대에는 액정표시장치(LCD) 자체를 만들 수 없었던 중국 업체들이 양산에 나서더니 전체 LCD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비중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중국 업체 비중은 지난 2010년 4.4%, 지난 2011년 6%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0.7%로 뛰어 처음으로 두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했다. 또 성장 중인 중국 업체들은 'LCD에서는 뒤졌지만 차세대인 OLED에서는 앞서겠다'는 목표를 정하고 '타도 한국'을 외치고 있다.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부장인 권희원 사장도 지난 14일 신제품 발표회에서 중국의 성장은 위협적인 수준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이 위협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글로벌 LCD 시장은 역성장에 빠져 있다. 이런 위기에 한국 업체들끼리 법정 다툼을 벌이는 건 중국에 추격할 길을 열어주고 있는 꼴이다. 크로스라이선스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기업 간 특허 공유가 일반적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여러 업체와 크로스라이선스를 맺고 있지만 유독 삼성과 LG 간 특허 공유는 서로 기피하고 있다. 상호 가처분 신청을 취하한 분위기가 크로스라이선스까지 이어진다면 현재의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디스플레이 핵심 특허를 다수 보유한 삼성과 LG가 일부 기술만이라도 공유하면 신기술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데다 디스플레이 원조국인 일본에 대한 특허 의존도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 양사의 '화해 무드'가 '대한민국=디스플레이 지존'이라는 등식으로 이어지는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 예병정 기자
2013-02-20 17: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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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조기환급율과 수수료, 보험업계 고민의 고민이 필요하다
요즘 보험업계에서는 '조기환급율'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조기환급율이란 보험이 가진 가장 큰 약점, 일찍 해약했을때 그간 납부한 보험료를 돌려 받을수 있는 비율을 말한다. 사실 조기환급율은 보험이 가진 가장 큰 약점이다. 보험 가입자들은 중도에 해약을 하더라도 자기가 낸 돈을 모두 돌려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연금저축이나 변액보험 같은 상품들은 초기에 해약하면 낸돈을 20% 정도 밖에 못건진다. 보험사가 초기에 설계사에게 수수료를 크게 떼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미래에셋생명이 조기환급율을 90% 이상 높인 상품을 선보인데 이어 KDB생명이나 IBK연금보험등도 비슷한 수준의 신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조기환급율은 보험사에게 있어 양날의 칼이다. 일찍 해약 하는 고객에게 돈을 많이 돌려주려면 필연적으로 설계사에게 돌아가는 초기 수수료를 줄이거나, 사업비 자체를 축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대형사일수록 설계사 조직의 중요성이 높다. 보험 상품의 특성상 설계사의 권유 없이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고객들은 희박하다. 이 때문에 설계사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가 영업 성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중소형사나 온라인 판매 보험을 중심으로 사업비를 낮춰 보험료를 싸게 뽑고, 조기환급율 까지 높은 상품들이 등장하자, 기존 설계사들의 심기가 불편하다. 특히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이 더해지면서 기존 보험사들도 이런 문제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설계사 조직 없이 온라인으로만 판매 하는 상품이라면 지금 보다 사업비를 축소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기존 보험사들은 설계사 조직의 눈치를 보느라 온라인 판매 채널을 구축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토로 하고 있다. 새로 출범 하는 정부의 금융정책은 공약에도 언급되어 있다시피 서민들의 금융환경을 개선하는데 방점이 찍힐 것이다. 당장에 여러 잡음이 있을 수 있지만, 오랜 기간 보수적인 시스템을 유지해온 보험업계도 수익과 소비자보호 사이에서 좀더 균형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2013-02-20 15:4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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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리베이트 단절 선언했지만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갖고 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제약사로부터 받던 리베이트 단절을 선언했다. 의사들이 그동안 관행으로 여겨오던 리베이트를 안 받겠다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양 단체는 리베이트의 원인으로 복제약 중심인 국내 제약사의 리베이트 관행과 낮은 의료수가 정책으로 인한 의사들의 경영상 어려움을 꼽으며 그 책임을 제약사와 정부에 전가했다. 반면 의료계 내 자율 규제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힐 뿐, 자정 노력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겠다는 언급은 없었다. 리베이트라는 것은 주는 자가 있으면 받는 자가 있는 것이기에 현행법상 쌍방이 처벌받게 돼 있지만 이날 양 단체는 리베이트에 대한 책임을 '주는 자', 즉 제약사의 탓으로만 돌렸다. 게다가 현행 쌍벌제는 선량한(?) 의사들을 범죄자로 몰고 있다고 주장하며 제도 탓만 하고 있다. 또 이번 선언이 최근 제약사의 잇따른 리베이트 적발로 제약사뿐 아니라 의사들까지 고발조치되면서 '의사집단은 리베이트를 받는 집단'으로 몰리자 이를 의식해 마련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다. 의사협회는 2011년 말 보건의료단체들이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자정선언을 할 때 "자정결의는 그동안 잘못해 온 것을 앞으로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인데, 그건 우리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홀로 동참하지 않았다. 아울러 리베이트 단절을 선언하면서 리베이트 쌍벌제의 개정을 조건으로 내걸고, 이것이 수용되지 않으면 제약사 영업사원의 의료기관 출입을 막겠다고 밝혀 이번 선언이 쌍벌제의 개정을 위해서인지 진심으로 리베이트를 안 받겠다는 것인지 진정성이 의심되고 있다. 더욱이 의협 회원들과의 충분한 논의과정 없이 진행된 선언이기에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할지도 미지수다. "이번 선언으로 마치 의사 전부가 리베이트를 받고 있다는 인식이 생길지 우려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의료계 내부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제약업계는 리베이트 단절 선언을 반기면서도 한편으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이번 선언으로 구조적 부분의 개선 가능성이 생겼지만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의사들이 완전히 사라질지는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결국 의료계가 진정 리베이트를 받지 않는 의사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제약사나 제도를 탓하기보다는 자정 노력이 먼저라는 이야기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2013-02-05 17: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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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만 키운 환경부 조사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큰 논란이 일었다. 사건 이후 환경부는 최근 화학제품 관리를 강화한다는 취지로 방향제와 탈취제의 주요성분 위해성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환경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중에서 판매되는 42개 제품 중 80%인 34개 제품에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유럽연합(EU)에서 알레르기 유발물질로 관리 중인 화학물질이 포함됐다. 발암물질인 폼알데하이드가 함량기준을 초과해 검출된 제품도 4개에 달한다. 하지만 소비자는 어떤 업체의 제품인지 알 수 없다. 환경부는 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업체와 제품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공개 여부는 기술표준원에서 전적으로 판단할 문제로 이번 평가가 기준에 맞게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고, 관련 규정에 따라 업체의 자발적인 리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업체와 제품명을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화학물질은 환경부가 맡고 제품에 대해서는 기술표준원이 관할하고 있어 정부기관 사이에서의 업무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단체와 업계는 환경부의 이러한 발표가 막연한 불안감만 키운다는 입장이다. 소비자에게 문제가 있는 제품에 대해 회피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것. 국민 세금으로 비용을 쓰면서 조사만 진행하고 사후조치에 대한 정확한 계획을 밝히지 않아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단체들은 제품 비교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문제가 되는 제품들은 이름을 모두 공개하고 있다. 정부가 단순히 '액션'만 취하고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앞으로 생활화학제품 관리는 환경부가 주관할 예정이다. 환경부가 국민건강과 환경을 생각한다면 정확한 정보 공개가 먼저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2013-02-05 17: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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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광산관광 재개 실마리 풀어야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기업의 73%가 남북경협에 관심 있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남북경색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도 기업들은 여전히 북한의 잠재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또한 새 정부의 남북경협정책이 어디로 흘러갈지 주목받는 대목이기도 하다. 금강산관광이 4년째 멈춰서 있다. 주관사 현대아산은 5일 창립 14주년을 맞지만 쌓여가는 매출손실에 시름만 깊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영세한 협력업체들과 금강산 길목의 고성군 주민들, 고령의 이산가족들은 더욱 절박한 심정이다. 금강산관광이 남북교류의 출발점이었던 만큼 관광재개가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추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남북경협에 관심있는 기업들도 대북사업의 지표라 할 수 있는 금강산관광의 운명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그간 쌓인 대북 악재와 최근의 불안한 정세가 맞물려 단기간 내 관광재개는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이 무거운 숙제는 다시 새 정부에 넘겨졌다. 얽히고 설킨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한다 해도 한 기업이 5년 가까이 영업정지를 당한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 이젠 더 미루지 말고 결론을 내려줘야 한다. 단기적인 사업재개가 어렵다면 현실적인 대책과 대안이 나와야 하고, 전제조건을 내세우기보다는 합리적인 계획과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ironman17@fnnews.com 김병용 기자
2013-02-04 17: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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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생보사 고발’ 무리수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을 비롯해 9개 보험사에 대해 변액보험 최저보증수수료를 담합했다고 통보하자 생보업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올해 보험업권에 만만치 않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초부터 과징금에 검찰고발 방침까지 나오다 보니 어안이 벙벙하다는 것이다. 보험업계가 황당해하는 이유는 공정위가 담합이라고 지목한 최저보증수수료가 사실은 감독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정해졌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담합기간으로 지목한 2001~2005년은 우리나라에 변액보험 상품이 처음 등장한 시기다. 지금도 그렇지만 금융상품이 처음 출시되면 해당 금융사와 금융감독원이 상품의 수수료체계 등 구성에 대해 협의하기 마련이다. 보험업권 근무 경력이 오래 된 업계 관계자에게 당시 상황을 묻자 "이게 담합이라면 담합을 주도한 건 금융당국이라는 얘기"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변액상품이 처음 출시되면서 당시 행정지도 형식으로 최저보증수수료를 사망보증은 0.05%, 연금보증은 0.1%를 넘지 못하도록 당국이 상한선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시 상품을 준비했던 보험사 대부분이 이 가이드라인에 맞춰 최저보증수수료를 정하다 보니 모두 같아졌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국내에 처음 출시하는 상품이라 각종 요율 등을 회사별로 산정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감독당국이 나서서 조율했던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2001~2005년 사업 초기에만 수수료가 같았고 그 이후부터는 회사마다 차이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미 지난해에 은행권과 증권업계를 상대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조사에 나선바 있다. 공정위는 한 금융사가 자진신고 감면(리니언시)을 해왔다는 이야기까지 시장에 흘리면서 당시 금융권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대부분의 은행·증권사가 담합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고 금융당국까지 나서서 사실이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공정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개월이 지난 지금 공정위는 CD 금리 담합과 관련해 슬그머니 입을 다물어버렸다. 옛 속담 중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세상을 살다 보면 불은커녕 장작도 넣지 않은 굴뚝을 보고 연기가 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종종 만날 수 있다. 공정위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야심차게 칼을 뽑았다. 이번에는 특히 검찰고발까지 언급하면서 초강경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보험사들은 다소 여유 있는 분위기다. 아무리 뒤져봐야 나올 게 없다는 자신감 때문은 아닐까? 민감한 시기에 공정위가 다소 무리수를 둔 것은 아닐는지 염려스럽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2013-02-03 17: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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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맡기면 주가 띄워준다?
주식담보대출은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자금을 빌리는 대출 계약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 코스닥 상장사 최대주주들이 주식담보대출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소문이 새어나오고 있다. 돈을 빌리기 위해 주식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주가를 띄울 목적으로 소위 '매매기술자'에게 담보 형태로 주식을 맡긴다는 것이다. 기술자가 맡겨진 주식으로 주가 띄우기에 성공하면 성공보수를 지급하는 식의 계약을 체결하고 금융감독원엔 '주식담보대출'이라고 보고하고 있다는 것이 소문의 핵심이다. 쉽게 말하면, 기업의 최대주주가 작전세력과 공모해 주가를 조작하는 셈이다. 현행법은 시세조종을 중요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 주가조작으로 얻은 이익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때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인 경우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징역형을 받았다고 해서 부당하게 취득한 이익의 3배에 달하는 벌금을 면제되는 것도 아니다. 또 불공정행위로 징역형을 받으면 10년간 법인의 대표·이사·감사 등을 맡지 못하게 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이런 범죄의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A사의 최대주주는 한 일반법인에 당시 시가 60억원에 달하던 A사 주식 20만주를 맡기고 30억원을 대출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며칠 뒤 맡긴 담보주식 20만주가 만기가 채 되기도 전에 시장에 매물로 출회됐다며 투자자들에게 사과했다. A사 최대주주는 일련의 상황을 '사고'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이는 담보라는 형태로 주식을 받은 매매기술자가 주가를 띄워주겠다는 약속을 어긴 채 주식을 팔아치우고 도주하려 했다는 것이 시장의 소문이다. 의심스러운 계약은 올해에도 체결됐다. 그간 시중은행 등을 상대로 주식담보대출을 받아왔던 B사의 계열사는 뜬금없이 작년 12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일반법인 2곳과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맺고 총 440만주 가량의 B사 주식의 소유권을 넘기고 약 560억원을 빌렸다. 담보주식의 시가는 1100억원을 웃돈다. 다만 "까다로운 제1금융권 대출을 받을만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공매도 세력에 맞서기 위한 자금 확보차원에서 맺은 계약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 B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2013-01-27 17:2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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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D TV, 문제는 가격
LG전자가 새해 시작과 동시에 세계 최초로 139.7㎝(5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판매에 돌입했다. 이는 TV가 브라운관(CRT) TV와 액정표시장치(LCD) TV에 이어 3세대 TV 시장이 열렸다는 의미다. OLED TV가 출시됐지만 현재 TV 시장의 주류인 LCD TV를 대신하기까지는 극복할 조건들이 많다는 평가다.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이다. LG전자 OLED TV의 출고가격은 11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최고급 139.7㎝ LCD TV의 출고가 대비 2배가 넘는다. 중급 제품 대비 5배, 저가 제품 대비 10배 이상 비싼 '초고가' 제품인 것. 가격은 당분간 하락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TV 가격이 하락하기 위해서는 대량생산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의 낮은 OLED 패널 양산 수율로는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출시를 선언한 LG에서도 내부적으로 OLED 패널 수율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는 형편"이라며 "대량생산이 가능한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여전히 난제가 많다"고 언급했다. 제품의 매력도도 문제다. 높은 가격에도 OLED TV가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기존 LCD TV 대비 확실한 장점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LCD TV 대비 5~10배의 가격을 주고 구매할 만큼 OLED TV의 장점이 많이 눈에 띄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LCD TV가 CRT에 비해 화질 자체가 뛰어난 건 아니지만 얇은 두께와 대형화면 등 완전히 달라진 디자인 덕분에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은 것"이라며 "OLED TV는 LCD TV 대비 화질과 두께가 개선되는 등 한층 발달된 신기술이 적용됐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인식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성숙단계에 이른 LCD 기술의 발달 속도가 OLED 기술 발달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올해 상용화된 LCD 기술 기반의 울트라고화질(UHD) TV는 화질이나 대화면 측면에서 OLED TV를 압도하고 있다. OLED TV가 139.7㎝ 제품을 만들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UHD TV는 이미 279.4㎝(110인치) 제품도 상용화됐다. 화질 측면에서도 UHD TV는 초고화질(Full HD)이 가능한 OLED TV 대비 4배 해상도가 높다. OLED가 차세대 TV라고는 하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UHD TV를 OLED TV 대비 더 뛰어난 기술로 인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결국 대형화와 가격하락이 이뤄지기 전까진 OLED TV는 신기술의 표상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2013-01-03 17: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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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A의 돈잔치/김문호 기자
‘드림 알바’ 프로젝트는 불법복제 방지를 호소하는 캠페인을 위해 1인 또는 1개팀을 선발, 하루 1000만원을 지급하고 일을 시키는 BSA의 일회성 행사다. 아르바이트 근무자가 할 일은 11일 하루 동안 서울 시내 15군데를 돌며 불법복제 방지 캠페인에 사용될 동영상 촬영을 위해 춤을 추는 것이 전부다. 행사 배경에 대해 BSA는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예방은 가장 간단하면서도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일자리 창출 대안”이라며 “국내에서 불법복제에 따른 피해가 연간 6000억원 규모여서 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마련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또 BSA는 교수, 의사, 영화배우, 모델, 가수 등이 이벤트에 대거 지원했으며 참가자들의 댄스 경연대회를 열 예정이라며 이벤트 소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BSA의 주장대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이 10%포인트만 낮아져도 2만여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과 3조원가량의 국내총생산(GDP) 상승효과 등이 발생한다’고 한다(IDC 보고서). 그러나 여기저기서 춤추는 이벤트가 과연 불법복제 방지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불법복제 문제는 반짝 관심이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의 생각과 행동을 지속적으로 바꿔 나가야 하는 장기적인 과제다. 소비자들의 근본적인 생각과 행동을 바꾸려는 환경 조성을 위한 고민이 절실한 때에 일과성 행사에 ‘올인’하는 BSA의 자세는 보는 이들을 씁쓸하게 한다. /kmh@fnnews.com 김문호기자
2009-12-07 20: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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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파이브 얼마나 상황 나쁘길래/박일한기자
"잔금 납부율까지는 파악이 안됩니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동남권유통단지)의 분양상가에 대한 잔금 납부현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사업시행자인 서울시 SH공사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모르쇠'로 일관했다. 지난달 24일 가든파이브 계약자들의 최종 잔금 납부기한이 지난 이후 기자는 같은 달 25일과 26일 SH공사 동남권유통단지추진단장을 비롯해 담당자들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다. 가든파이브가 저조한 계약률로 '유령상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잔금납부율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입주 전망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약자들이 얼마나 잔금을 납부했는지 확인해 주는 직원은 없었다. '처음에는 집계 중'이라고 하더니 나중에는 '계약금까지 합해 총 3030억원이 들어왔으나 그 중 잔금이 얼마인지 분류되지 않았다. 잔금 납부율까지 파악할 수는 없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2조원 가까운 혈세로 조성한 가든파이브는 아시아 최대 유통상가라는 점에서 규모에서나 서울 청계천 개발로 상권을 잃은 6000여명의 청계천 이주상인들을 위해 조성한 곳이라는 점 등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곳이다. 지난해 12월 준공해 벌써 1년가량 지났지만 공식 개장은 내년 2월로 미뤄졌고 입점할 사람이 없어 그마저도 어렵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상가를 분양하는 쪽에서 입점률을 좌우하는 잔금납부율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SH공사는 올해 안에 가든파이브 상가에 대한 일반 분양을 하면서 청계천 상인에게도 동시에 조성원가로 분양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줄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사항조차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하면서 상가의 계약 및 입점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투명하지 못하면 신뢰성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어려울수록 원칙에 맞고 투명한 사업추진이 더욱 필요하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2009-11-30 21: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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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 공연장 수장의 빈자리
공연장 사장이라는 것이 녹록치만은 않은 자리인가 보다. 지난달 세종문화회관 이청승 사장이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사표를 제출한 데 이어 지난 21일 예술의전당 신홍순 사장도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의를 표명했다. 공교롭게도 한국을 대표하는 국·공립 공연장의 수장이 모두 자리를 비우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두 사장이 임명될 당시만 해도 민간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등용이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기업 경영의 노하우를 공연장 운영에 접목시켜 새로운 부흥기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예술 애호가인 신홍순 사장은 LG상사 사장을, 미술을 전공한 이청승 사장은 화장품 제조업체인 한국폴라 사장을 지냈다. 그러나 두 사장의 연이은 사퇴로 애초의 기대는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한 국가의 문화·예술을 꽃피우는 국·공립 공연장의 사장이라는 자리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사실 두 공연장의 사장을 역임한 인물 중 ‘장수’한 이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신홍순 사장의 전임자였던 신현택 사장은 지난 2007년 발생한 오페라하우스 화재와 관련해 중도 하차했고 김신환 전 세종문회화관 사장도 임기 중 부득이 자리를 떠나야 했다. 국·공립 공연장 사장은 내·외부의 힘에 휘둘리기 쉬운 자리다. 공연장 대관과 관련한 유관 단체의 이런저런 불만에 직면해야 하고 내부적으로는 일반기업과는 또 다른 조직을 꾸려나가는 과정에서 골머리를 싸매야 한다. 공연장을 운영하는 사장으로서 갖춰야 할 전문성을 담보해야 하는 것은 물론, 어쩌면 거대한 공룡일 수도 있는 정·관계의 외압에도 충분히 견뎌내야 한다.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서울시의 눈치를, 예술의전당 사장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빈 자리는 곧 채워지겠지만 마음이 착잡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한 나라의 ‘문화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공연장 사장 자리를 놓고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는 건 참 슬픈 노릇이 아닐 수 없다. 1년 6개월만에 사표를 던진 신홍순 예술의전당 사장이 취임하기 전 누가 과연 적임자인가를 놓고 문화예술계가 편을 가르고 갑론을박했던 사실에 생각이 미치면 마음은 더욱 착잡해진다. 벌써부터 후임자로 누가 누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모쪼록 이번에는 공연장 수장으로서의 면모를 갖춘 적임자가 자리를 채울 수 있기를 바란다.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2009-11-25 16: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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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이 던진 M&A시장의 교훈/김승호기자
자기보다 몸집이 큰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해보겠다고 나선 효성이 결국 손을 들었다. 효성은 지난 12일 공시를 통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와 관련한 특혜시비 등 전혀 사실무근인 시장의 오해와 억측, 루머 등으로 인해 공정한 인수 추진이 어렵게 된 것’을 인수 철회의 직접적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하이닉스가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때 효성을 잠재적인 인수 후보군으로 지목한 사람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게다가 효성이 하이닉스를 인수하겠다고 단독으로 나선 것이 알려지면서 시장은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선 효성이 하이닉스를 인수했을 때 생기는 시너지효과가 거의 없고 무엇보다도 효성의 재력으로 하이닉스 인수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였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마치 새우가 고래를 먹어치우는 꼴로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를 비유하기도 했다. 그 결과는 두 회사의 주가 하락으로 나타났다 증권시장 내 전문가들도 하이닉스가 효성의 품에 온전히 안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열명 중 한 둘 정도였다. 심지어 효성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두 회사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 포기를 밝히자 시장의 반응은 ‘놀랍다기’보다는 ‘당연하다’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우세했다. 물론 당일 효성의 주가는 가격제한폭 가깝게 급등했다. 시장이 효성의 ‘포기 결정’에 찬사를 보낸 것이다. 시장은 그렇다. 무리한 인수합병(M&A)에 대해 효성측의 이야기대로 ‘오해나 억측, 루머’를 통해 시장 스스로 기업이 갈 길을 알려준 것이다. 효성은 오히려 시장에 감사해야 한다. 올 연말 이후 당분간 증시의 최대 관심은 기업들의 M&A가 될 것 같다. 대우건설, 외환은행,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조선해양, 푸르덴셜투자증권, 금호생명 등 벌써부터 굵직 굵직한 기업들이 M&A 시장에 나와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거나 예정하고 있다. 앞서 우리는 많은 기업이 M&A를 통해 또다른 기회를 창출한 예를 심심찮게 봐 왔다. 그러나 반대로 M&A가 그 기업의 앞길을 막는 족쇄가 된 예도 목격할 수 있었다. 반도체 진출에 야심을 품고 관련 업체를 인수했던 동부그룹, 한때 M&A 시장의 사냥꾼으로 군림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 등이 좋은 예다. 대형 M&A 시장이 본격화되고 있는 지금, 기업들은 시장이 알려준 타산지석의 교훈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bada@fnnews.com
2009-11-16 18: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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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울진 원전 유찰 해법은 없나/신홍범 기자
총 사업비가 1조4000억원에 이르는 신울진 원전 1·2호기 주설비공사 입찰이 또다시 유찰됐다. 지난달 30일 실시된 입찰에서 건설사들이 제출한 입찰서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제시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최종 유찰된 것이다.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 유찰까지 포함하면 이번이 9번째다. 국가기간사업인 원전 건설 프로젝트가 반 년 동안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하고 유찰을 거듭하며 허송세월을 보낸 셈이다. 사태가 왜 이 지경까지 왔을까. 무엇보다 출혈수주도 마다하지 않고 뛰어든 건설사와 느슨한 입찰기준을 마련한 한수원의 책임이 크다. 한수원의 책임은 크게 보면 입찰제도의 문제다. 건설사들은 2007년 신고리 원전 3·4호기 입찰 후 2년여만에 나온 초대형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까지 나서 과당경쟁을 벌였고 결국 부적정 공종이 많아 유찰을 거듭했다. 건설사들의 욕심이 유찰의 직접적인 원인인 셈이다. 건설사 입장에서 앞으로 해외 원전공사 수주를 위해서는 신울진 원전 1·2호기 수주를 놓칠 수 없다. 그렇더라도 예상공사비의 50∼60% 수준에 공사를 하겠다는 수주전략은 잘못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50%대로 수주한 원전 공사로 발생하는 엄청난 적자는 아파트 분양사업 등으로 채울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이다. 한수원측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9차례나 유찰을 거듭할 때까지 입찰기준만 조금씩 바꿨을 뿐 유찰 방지를 위한 근본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한수원측이 현행 입찰제도 아래서는 융통성을 줄 만한 여유가 없다고 항변할 수 있지만 최저가낙찰제도에도 여러가지 방식이 있기 때문에 한가지 방식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한수원측은 다음주 중 재입찰 여부와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입찰기준 강화, 부적정 공종수 축소, 새로운 기준을 적용한 재입찰 등 여러가지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손해를 보더라도 수주만 하면 된다’는 건설사의 생각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입찰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더 이상 건설사간 과당경쟁으로 소모적인 유찰사태가 되풀이 되거나 공사 부실우려를 낳게 해서는 안된다. 한수원측의 ‘솔로몬의 지혜’를 기대해 본다.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
2009-11-03 18: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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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의 속보이는 유상증자/조영신기자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했던가. GM에 딱 맞는 말이다. 돈 없다고 했던 그들이 4912억원이나 되는 거금을 내놨다. GM대우는 최대주주인 GM이 4912억원 상당의 유상증자에 참여, 신주권을 모두 매입키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유상증자에는 2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스즈키자동차, 상하이자동차 등 여타 주주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GM은 당초 2500억원 규모의 증자에 참여할 계획이었으나 산업은행이 요구조건(기술소유권 이전,지급보증, GM대우 생산물량 보장, 공동 최고재무관리자(CFO)를 통한 국내 채권단의 경영 참여)을 수용하지 않는 한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신주권을 모두 매입했다. GM대우의 유동성 위기는 GM의 잘못된 경영판단에 따른 만큼 일찌감치 GM이 GM대우 운영자금을 내놨어야 했다. 또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요구조건을 수용했어야만 했다. 산업은행의 요구조건을 일부라도 수용했다면 GM대우가 만신창이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GM이 4912억원의 자금을 투입한다고 해서 GM대우의 유동성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GM은 증자금 전액을 낸 만큼 산업은행에 자금지원을 해 달라고 생떼를 쓸 가능성이 크다. 실제 GM 해외사업부문의 닉 라일리 사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GM이 GM대우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은 글로벌 사업 영역에서 GM대우가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을 크게 인정한 사례”라며 “GM대우는 GM의 사업 성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해왔다. 자신들의 회사에 부족한 자금을 내면서 마치 은혜를 베푼 것 같은 말투다. 어찌됐건 이번 유상증자로 인해 GM의 GM대우 지분은 70.1%로 늘어나게 된다. 반면 산업은행의 지분은 17%로 줄어든다. 지분이 늘어난 만큼 GM의 책임도 크다는 인식을 기대해 본다. /fncho@fnnews.com
2009-10-23 17: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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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동상이몽’/신홍범기자
4대강 사업이 국정감사에 핫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19일 14개 건설사를 전격 방문, 4대강 1차 설계시공일괄입찰(턴키) 자료를 요구하고 답합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14개 건설사는 대부분 4대강 사업의 핵심사들로 조사는 19일과 20일 이틀간에 걸쳐 이뤄졌다. 담합 관련한 건설사에 대한 공정위의 사전조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지금은 4대강 사업을 놓고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시점이어서 그 의도와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 대해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4대강 사업과 관련한 건설사 간의 담합혐의를 사전에 포착, 증거수집 차원에서 이뤄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담합조사를 의뢰해 나선 것’이라는 등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의도가 무엇이든지 간에 문제는 건설업계가 이번 조사로 또다시 몸을 잔뜩 움츠려야만 한다는 것이다.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을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숨을 죽여야 했는데 또다시 공정위까지 나서 조사를 벌여 건설사 입장에서는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이다. A사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한시가 바쁜 대형 국책사업 착공을 앞두고 주변 상황이 너무 어지러운 것 같아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이율배반적이게도 공정위가 건설사를 방문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그날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4대강·경인운하사업에 참여한 건설사 최고경영자(CEO) 13명을 불러 차질 없이 사업을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19일에는 국토부 4대강사업추진본부에서 10개 대형 건설사 홍보팀장을 소집해 민간차원에서 4대강 사업의 적극적인 홍보를 부탁하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사정기관인 공정위가 건설사의 4대강 사업 담합 혐의를 조사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국토부 장관이 담합 의심을 사는 건설사 CEO를 불러 모아 놓고 ‘잘해 보자’고 격려했다. 이러다 보니 4대강 사업을 수주한 건설업체도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 이거 수주는 했는데 나중에 애물단지로 전락할지 우려된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이 지금 건설업체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 같다. /shin@fnnews.com
2009-10-22 21: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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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4대강 공사 수주 ‘동상이몽’/ 신홍범 기자
건설업계에서는 요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의 원자력발전소 건설공사 수주와 4대강 살리기 지역공사 수주 여부가 단연 화제다. UAE 아부다비의 원전공사는 공사금액이 천문학적 수준으로 대형건설사들에, 4대강 살리기 지역 공사는 수주가뭄을 겪고 있는 해당 지방 건설사들에 화두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유는 표면적인 것이고 공사를 꼭 따내야 하는 다른 이유가 있다. UAE 아부다비의 원전공사는 과당경쟁을 빚고 있는 1조5700억원 규모의 신울전 원전 수주에, 4대강살리기 지역 공사는 지방 중소건설사의 경영난 해소에 각각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UAE 아부다비 원전의 경우 한국건설사 외에 미국과 일본의 GE히타치, 프랑스의 아레바 컨소시엄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수주 여부는 오는 10월께 결정될 전망이다. UAE 아부다비 원전의 사업비는 총 400억달러(약 50조원)에 달한다. 그럼 UAE 아부다비의 원전 수주 여부가 신울진 원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수주 여부에 따라 신울진 원전의 과당경쟁과 낙찰률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A사 관계자는 “신울진 원전 수주를 놓고 대형건설사끼리 죽고 살기로 싸웠는데 이는 그동안 원전 공사가 없어 공사가뭄에 시달렸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UAE 아부다비 원전 공사를 수주하면 과당경쟁 분위기가 누그러지고 낙찰률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울진 원전 입찰에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 각각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지역 공사도 말들이 많다. 정부의 4대강 지역공사 분리발주 금지 방침 때문이다. 지방업체들은 4대강 공사가 40% 이상 지역의무공동도급 조건으로 발주되더라도 지방의 1∼2개 업체만 참여가 가능할 뿐 대다수 지방업체는 사업참여가 불가능하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주장도 맞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최저가낙찰제 발주에 따른 수익성 악화다. 현행 국가계약법에는 300억원 이상 일반공사는 모두 최저가낙찰제로 발주하게 돼 있어 과당·출혈 경쟁에 따른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즉 공사를 가능한 한 많이 쪼개서 여러 업체를 참여시키고 최저가입찰을 막아 낙찰률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UAE 아부다비 원전 수주에 외국업체들도 사활을 걸고 있고 4대강 지역공사 분리발주는 정부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서다. 한가위 명절이 끝난 후 두 프로젝트의 향방이 어떻게 결론이 날 지 궁금해진다.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
2009-09-28 18: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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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은과 골프 대중화/정대균기자
‘바람의 아들’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이 1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챔피언십에서 일궈 낸 아시안인 첫 메이저대회 우승은 전 세계를 경악에 빠트린 일대 사건이었다. 각종 포털 사이트 실시간 인기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온 나라가 그의 우승 축하로 들썩거렸다. 양용은과 자신을 PGA투어로 인도하는 등 그동안 끊임없이 ‘멘토’ 역할을 했던 최경주(39)는 이른바 ‘풀뿌리 골프’로 성공 신화를 창조한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어렵고 힘들게 때로는 뼈에 사무치는 외로움으로 골프에 정진했던 그들이다. 어려운 가정 환경에 변변한 연습장 하나 구하지 못해 유랑생활을 감내해야 했던 상황에서 골프장에서의 연습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었다. 골프장들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실정이 아니어서다. 그러한 현실은 지금도 별반 달라지지 않고 있다. 여자골프에 비해 남자골프에 대한 기업들의 후원도 미흡하긴 마찬가지. 여자골프는 국제무대서 통할 수 있지만 남자는 불확실하다는 선입견이 원인이었다. 양용은도 예외가 아니어서 신인 시절 스폰서를 잡지 못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투어는 질적, 양적 팽창을 한 반면 한국프로골프협회(KPGA)투어는 작년과 비슷하거나 규모가 감소한 게 방증이다. PGA투어 코리안 원투 펀치 최경주와 양용은이 틈나는 대로 ‘미국 무대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후배들이 국내투어에 많다’는 말을 기업들은 귀담아 들었으면 한다. 정부의 골프 관련 정책도 전향적으로 변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지방골프장에 한해 일몰제로 실시한 조세특례제한법이 입법 취지대로 해외 골프관광객의 수를 감소시켜 서비스 수지 개선에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시점서 이 법의 수도권으로의 확대가 조기에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중과세율 인하와 같은 당근 없이 골프장에게만 선수들에 대한 지원 등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자칫 어불성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골프장의 지원 없이 국가 신인도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제2, 제3의 양용은의 탄생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의 최종 승인이라는 형식적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종목에 재진입하는데 성공했다. 우리나라 골프는 그동안 ‘대중화다, 아직은 아니다’라는 분분한 의견 속에서 그 정체성을 찾기가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IOC의 결정으로 골프 대중화에 대한 논란은 매조지됐다고 할 수 있다. 정부의 대골프 정책의 혁신적 변화, 골프장을 비롯한 골프 관련 단체 및 기업들의 적극적 지원 그리고 국민들의 골프에 대한 우호적 시각 등이 수반될 때 양용은이 뿌린 씨앗은 비로소 그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golf@fnnews.com
2009-08-18 18: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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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도시축전에 건설사 속앓이/신홍범기자
인천세계도시축전 후원금 문제로 건설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오는 10월 25일까지 80일간에 걸쳐 열리고 있는 인천세계도시축전에 건설업체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거액의 후원금을 낼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주택경기 침체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인천세계도시축전 행사비로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많게는 수백억원의 후원금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들은 송도국제신도시와 청라지구, 영종하늘도시 등 인천지역에서 대규모 아파트 분양을 앞두고 있고 개발사업도 한창 진행 중이다. 일부 건설업체는 건설특수를 겨냥해 본사를 인천으로 이전할 정도로 공사물량이 가장 많다. 이 때문에 인천에서 사업을 하는 10여개의 건설사가 이번 도시축전에 업체당 수천만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후원 및 협찬금을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천에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A사의 경우 인천세계도시축전 조직위에 150억원 정도를 후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이나 공공공사 수주가 많다 보니 인천시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보험을 든다는 생각으로 후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천에 분양을 앞두고 있는 또 다른 건설업체 관계자는 “인천에서 판(사업)을 벌여 놓은 업체 중에 협찬이나 후원금 요구를 무시할 수 있는 배짱을 가진 업체가 있겠느냐”며 “협찬이나 후원금을 안낸다는 것은 인천에서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중견사인 이 업체는 3억원 정도의 협찬금을 냈다고 설명했다. 대형 건설사인 B사는 기업 홍보관을 짓는 등에 총 80억원을 후원했다. 이 업체는 경제자유구역 개발, 도심재생사업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인천에서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인천시와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거액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C사는 대형 건설사인 데도 7억원 정도만 후원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인천에서 추진하는 사업이 많지 않아 다른 업체에 비해 후원금을 적게 낼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의 ‘자발적 후원’에 대한 논란을 차치하고라도 “과다한 후원금은 앞으로 인천에서 분양될 아파트 분양가에 고스란히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건설업체 한 관계자의 말을 관계 당국은 새겨 들어야 할 것이다.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
2009-08-12 21: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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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선도국 드러낼 지표 만들자/이구순 기자
정보통신서비스(ICT)가 실제로 국민 삶의 질을 얼마나 높이는지, 통신비가 교통비나 이동시간을 줄여 국민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지표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보통신정책위원회 산하 통신인프라·서비스 작업반은 지난 11일 발표한 ‘OECD Communications Outlook2009’ 자료에서 “집전화와 인터넷, 방송이 합쳐진 3종 결합서비스나 이동전화까지 합쳐지는 4종 결합서비스가 통신서비스 가격정책의 주요흐름”이라고 분석하고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선도적인 국가”라고 평가했다. 사실 올 상반기 말 현재 우리나라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의 33%는 인터넷TV(IPTV)나 인터넷전화, 이동전화 등 결합상품에 가입해 있다. OECD에서는 이제 막 새로운 흐름으로 떠오른 결합상품이 한국에서는 3가구 중 1가구가 쓸 정도로 대중화됐으니 ICT 흐름의 선도국가로 인정받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OECD는 보고서에서 “결합상품이 늘어나면서 통신서비스업체들의 개별요금을 따로 분리해 내기가 어려워 각각의 요금이 소비자 후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판단하기가 어려워졌다”며 조사지표의 부정확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사실 OECD보고서는 각국 1, 2위 통신업체들의 표준요금을 중심으로 조사하는데 이것으로는 결합상품이나, 같은 통신회사 가입자끼리 요금을 할인해 주는 망내할인 같은 새로운 요금제가 소비자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지 파악할 수 없다. 최근 OECD 조사 보고서를 둘러싸고 국내에서 소비자단체와 이동통신사, 정부가 서로 통신요금이 싸다 비싸다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한국상황을 반영할 정확한 조사지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ICT 선진국이란 우리나라도 ICT가 국민 삶에 미치는 영향이나 금융·교통산업의 지형을 바꿔가는 방향, 통신요금이 교통비 같은 생활비를 줄이는 효과 같은 조사를 추진하거나 조사에 필요한 지표는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순히 ICT 사용자가 많다는 것 뿐 아니라, ICT산업이 경제전반과 국민 삶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 세계에 내놓는 것이 ICT 선도국의 위상을 완성하는 정점이 될 것이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2009-08-12 19: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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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IT비서관 성공하려면../이구순기자
모처럼 정보기술(IT) 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지난해 정보통신부가 해체된 뒤 “IT는 ‘이(I)젠 틀(T)렸다’의 줄임말”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만연했는데 이젠 얼굴에 웃음기마저 돌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2일 “청와대에 IT산업과 정책을 종합조정할 전담비서관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하면서다. 사실 IT업계는 IT산업 조정기능이 없어 세계 최고 인프라를 가진 한국에서 IT산업이 고사 위기를 맞고 있으니 조정기능을 마련해 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해 왔지만 정부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직접 조정기능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고 나섰으니 업계가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도 하다. 그러나 업계는 “청와대 IT비서관이 정말 조정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할 텐데…”하는 걱정의 말을 붙이고 있다. IT산업정책에 대한 정부 기능이 방송통신위원회-지식경제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로 나뉘어 1년 이상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과연 비서관이 이를 조정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새로 만들어질 IT비서관이 성공하기 위해선 조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선 IT비서관은 현재 청와대 안에 있는 방송통신-지식경제-문화체육 등 각각의 비서관에게 흩어져 있는 기능을 조율할 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권한이 없다면 그야말로 ‘옥상옥(屋上屋)’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는 것. 한 IT업체 사장은 “IT산업을 나눠 맡고 있는 4개 부처의 정책조율이 안돼 전담비서관을 청와대에 두는데 청와대 IT비서관마저 다른 비서관들을 조율할 권한이 없다면 IT비서관을 두지 않는 게 더 낫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바람은 ‘IT비서관은 책상물림이면 안된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연구나 학업만 했거나 공무원 생활에만 전념했던 사람은 IT산업의 바른 기술·시장 변화를 사업모델로 연결해내는 감각이 모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IT벤처기업의 한 대표는 “IT산업이 자동차나 조선·농업 등과의 진정한 융합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술과 사업을 연결해 국가적 지원사업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경험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다 바람을 하나 더 추가한다면 국제적 감각이 있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요구다. 국내시장에서 테스트를 거친 뒤에는 세계시장을 공략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국제적 감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또 선진국의 발빠른 IT 기술과 사업에 감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도 언급된다. 이 정도면 IT비서관에 거는 기대가 너무 많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만큼 IT업계의 애로가 쌓여 있었다는 방증으로도 들린다. 정말 IT업계의 숙원이 해결되려면 직제와 인물에 대한 깊은 고민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2009-04-23 18: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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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장기펀드의 성공요인/안상미기자
현재 운용되고 있는 우리나라 펀드들의 평균 나이(운용기간)는 얼마나 될까. 4월 초를 기준으로 국내주식형펀드 660개와 해외주식형펀드 1294개를 합한 평균 나이는 2.1세다. 투자자들이 펀드에 가입해 실제 투자한 기간은 2년도 채 안되는 셈이다. 이런 국내 자산운용시장에서 한 장기투자펀드의 세 돌 맞이 잔치가 열렸다. 2006년 4월 18일 설정된 ‘한국밸류10년투자주식펀드’가 지난 3년간 믿고 기다려준 고객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 펀드가 설정된 2006년에는 가입고객이 8000여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고객 10만명, 설정액 1조원을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국내에 생소했던 장기투자펀드로는 일단 절반은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성공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가치, 장기투자로 유명한 ‘이채원’이라는 브랜드 파워가 있었고 한국투자증권이라는 판매채널도 한몫했다. 투자기간이 점차 길어지면서 검증되는 수익률도 부각됐다. 설정 당시 코스피지수는 1400선에서 현재 1300선으로 떨어졌지만 펀드는 오히려 20% 이상의 수익을 냈다. 그리고 여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환매수수료 얘기다. 일반적으로 가입 후 3개월까지 환매수수료를 부과하는 것과 달리 이 펀드는 1년 미만 환매 시 이익금의 70%, 2년과 3년까지도 각각 50%, 30%를 떼어내기 때문에 고객들을 붙잡아두는 효과가 컸다는 것. 과연 이들 때문이었을까. 행사장에서 만난 한 투자자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말했다. “이 펀드에 투자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운용철학이 무엇인지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지였어요. 제가 펀드가 설정되고 난 지 며칠 되지 않아 1억원을 투자했고 장이 좋을 때는 수익률이 73%까지 갔었어요. 제 투자금이 1억7300만원으로 불어났던 거죠. 2년째 환매수수료가 50%라 수익금의 절반을 뗀다 해도 남는 장사였을 텐데 그런 것에는 별로 신경을 안 썼어요. 상승장도 있고 급락장도 있겠죠. 하지만 앞으로도 펀드가 운용철학을 제대로 지켜가고 연간 시중금리 플러스 알파 정도의 수익률을 낸다면 꾸준히 투자할 생각이에요.” 투자기간을 무려 10년으로 잡은 장기, 가치투자 펀드가 호응을 얻으며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마저 급락장에서는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두려움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다른 무엇보다 이번 장기투자펀드의 성공 원인은 시장이나 운용사의 예상보다 성숙하고 뚝심 있게 투자원칙을 지켜준 투자자에게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hug@fnnews.com
2009-04-23 1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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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싸움’ 부추기는 방통위?/이구순기자
통신업계에 전쟁이 시작됐다. KT가 KTF를 합병해 IT산업 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고 선언하자 SK텔레콤을 비롯해 LG그룹 통신3형제와 케이블TV 업계가 일제히 시장독점 걱정을 앞세워 합병을 반대하는 논리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논리전은 과거 통신업계의 어떤 인수합병(M&A)보다 치열하고 지독하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정식 취임도 하지 않은 신분에서 경쟁회사의 합병을 반대한다는 말로 공식석상에 데뷔했을 정도다. 치열한 논리전의 배경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부적절한(?) 처신이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방통위 고위관계자들이 여기저기서 “민간기업의 합병에 정부가 굳이 반대할 이유가 있느냐”거나 “세계경제와 통신시장이 어려운데 합병으로 새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기업에 까다로운 인가조건을 붙이기 곤란하다”는 말을 거침없이 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방통위는 KT-KTF의 합병이 통신시장 경쟁을 가로막을 걱정이 없는지 면밀히 심사해야 하는 정부 주무부처다. 또 합병을 한 뒤에는 정말 경쟁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일은 없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규제기관이다. 방송통신업계는 방통위가 합병신청서를 보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들어주는 듯한 태도를 보이니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고 논리전이 치열해지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러다 보니 합병을 둘러싼 논리전은 소비자 후생과 통신시장 성장에 관한 건전한 토론보다 업체들의 밥그릇 지키기 소모전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이렇게 되면 방통위도 건전한 시장의 목소리를 듣기 어렵고 합병심사에서 신중한 판단을 했다는 평가는 더더욱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얼마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대규모 전쟁이 있었다. 가자지구 민간인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본 전쟁의 뒷면에는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의 편을 들어준 미국이 있었다. 국제사회는 미국이 편파적 입장만 취하지 않았더라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대규모 전쟁은 피했을 것이라며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 전쟁 당사자인 이스라엘보다 전쟁을 부채질한 미국의 죄가 더 크다는 것이다. 국내 통신업계의 지형을 바꿀 중요한 합병을 앞두고 방통위가 공정성을 찾았으면 한다. /cafe9@fnnews.com
2009-01-21 17: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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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적 소송 대처법/안현덕기자
최근 자본감소(감자)를 완료한 A사. 재무구조 개선 및 자본효율 제고를 위해 지난해 감자를 실시했다. 그러나 감자를 완료한 후 큰 벽에 부딪혔다. 감자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힌 소액주주들의 소송으로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된 것. 증권선물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상장규정 18조5항에 따라 신주발행 효력 등과 관련 소송이 제기되거나 주권 배당기산일이 주식의 종류별로 동일하지 않은 경우 주권매매거래정지 조치를 취한다. 아무런 기약 없이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주식거래가 전면 중단될 수 있는 셈. 하지만 탈출구는 가까운 데 있었다. 증권선물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내규에서 활로를 찾는다. 최대 주주 소유의 주식에 대해 1년 의무 보호예수를 받고 또 상장사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점에 대해 책임을 감수하겠다는 확인서를 제출하면 거래를 재개할 수 있다. 증권선물거래소가 지난 2007년 7월 만든 투자자보호 관련 내규 때문이다. 증권선물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과거 일부 악의적인 투자자들이 소송에 의한 주권매매거래정지를 미끼로 돈을 갈취하는 행위가 있었다”며 “소송 제기 이후 발생한 주권매매거래정지로 상장사는 물론 선의의 투자자 역시 피해를 볼 수 있어 이 같은 내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신규 주권 상장 과정에 이상이 없고 또 법률적으로도 이상이 없는 경우 내규에 따라 주권거래매매를 재개시켜 준다는 것. 하지만 증권선물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만든 내규를 아는 상장사는 그리 많지 않다. 증권선물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의 홍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여전히 이 같은 조항을 모르는 상장사들이 악의적인 투자자들에게 ‘뒷돈’을 주고 소송 취하를 로비한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고 있다. 좋은 제도는 알려야 한다. 그래야 악의적 투자자 때문에 피해를 보는 상장사 및 선의의 투자자를 최소화할 수 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always@fnnews.com 안현덕기자
2009-01-15 18: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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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 투자바람?
지난 주말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마니프서울국제아트페어는 잔칫집 분위기였다. 북핵실험등 국내경기불황으로 관람객이 줄까 우려했던 주최측은 오픈 첫날부터 2000여명이 넘는 관객때문에 즐거운 비명이다. 작가들도 신바람이다. 행사 첫날 그림제목과 작품값 스티커를 붙이기도 전에 작품이 팔리는가 하면 어떤 작가는 하루에 15여점이 판매되기도 했다. 그림장터인 행사장은 대규모 개인전 형태인만큼 작가들의 친분이 강하게 연결되는 분위기다. 144명의 젊은 작가부터 원로작가까지 한자리에 모이다보니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미술시장에서 힘을 주고 다녔던 작가들도 원로작가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민경갑 권순형 황용엽 등 원로작가들은 오랜만에 보는 후배들의 모습이 반갑기 그지없다. 전시장 1층.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대리석 조각품을 출품한 국내 첫 여성조각가 윤영자선생 주변엔 머리가 희끗한 후배들이 둘러쌓여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후배들은 “지긋한 연세에도 작품활동을 하는 윤선생의 열정을 볼수 있어 자극이 된다”고 말하고 지팡이를 짚고 걷는 윤선생은 “후배들도 보고 작품도 볼수 있어 좋다며 이자리에 나오려고 링거주사까지 맞았다”고 했다. 젊은 작가들이 모여있는 2,3층은 경쟁심으로 후끈하다. 빨간딱지가 주루룩 붙여진 작가는 연방 수줍은 웃음을 터트리고 옆자리 작가는 부러움이 섞인 시샘어린 눈길도 보인다. 선·후배, 제자들과 연신 인사를 나누는 이두식 홍익대 미대학장은 “이 아트페어는 작가들이 중심인 행사여서 활기차다”며 “다른 아트페어와 달리 선·후배작가들을 한자리에서 볼수 있고 미술시장의 정보를 공유하고 관람객도 많아서 매년 이 아트페어에 참가한다”고 말했다. 그가 내놓은 7점의 ‘잔칫날’ 작품은 벌써 6점이 팔렸다. 한편, 마니프서울국제아트페어는 행사 7일째 매출액이 3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 13일간 열렸던 총 판매금액을 돌파한 금액이다. 주최측도 놀라는 눈치다. 미술시장에도 투자바람이 불고 있다는 핑크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시는 29일까지. /hyun@fnnews.com박현주기자
2006-10-12 15: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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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 바다’에 빠진 다음·인터파크/김시영기자
요즘 다음과 인터파크를 보면 그야말로 좌불안석이 따로 없다. 밖으로는 경품용 상품권 사업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불확실성이 증폭됐고 이에 따라 안으로는 기업신뢰가 땅바닥에 추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이탈 우려감이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양사 모두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지만 사안이 워낙 중대한지라 각종 의혹을 속 시원히 털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결과가 최종 도출될 때까지 인터파크와 다음은 기업 실적은 물론 주가나 신뢰성 측면에서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과 인터파크 입장에서야 구렁이 담넘듯 넘기고 싶은 사안이지만 경품용 상품권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일정부분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번 사안에 직접 노출된 인터파크와 다음커머스는 온라인 쇼핑몰이 주력사업이다. 하지만 실제 매출구조를 보면 그리 간단치 않다. 다음커머스는 다음에서 기업분할 된 이후인 5∼6월 매출 124억원 가운데 상품권 관련 매출이 38억원에 달했고 22억원의 영업이익 중 상품권 관련 이익이 11억원이다. 인터파크도 올 2·4분기 매출 282억원 가운데 상품권 매출이 80억원. 2·4분기 영업이익이 10억원인데 비해 경품용 상품권을 통해 거둔 이익은 25억원에 달한다. 경중의 차는 있지만 두 회사 모두 상품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때문에 3·4분기는 물론 4·4분기 실적 우려감이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두 회사 모두 "상품권 비중은 크지 않고 주력사업에 집중, 악재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다음과 다음커머스는 상징성이 큰 이재웅 대표의 검찰소환 가능성과 출국금지 영향이 뼈아프다. 최고경영자에 대한 압박은 회사 펀더멘털 이전의 문제다. 투자자들의 이탈을 부추기는 가장 큰 악재중의 악재다. 인터파크 역시 실적둔화 우려감을 조기에 잠재우지 못할 경우 투자자 이탈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력사업인 전자상거래 부문의 부진으로 모멘텀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재미를 보던 상품권 매출마저 제외될 경우 다소간 실적 둔화는 피할 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불모지와 다름없던 인터넷 분야에서 독보적 위상을 쌓아올린 다음과 인터파크. 하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투자자 불신을 자초한 두 인터넷 대표기업의 상흔이 무척이나 커 보인다. /sykim@fnnews.com 김시영기자
2006-09-04 08:2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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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델리티의 자화자찬/신현상 기자
11일 피델리티자산운용이 한국 진출 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40여명의 기자들이 참석해 뜨거운 취재열기를 보였다. "과연 피델리티"라고 입이 벌어질 정도로 기자들이 많이 몰린 것은 '세계적인 펀드운용 그룹'이라는 명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명성에 어울리는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시간이 흐를수록 사그라들었다. 먼저 피델리티가 지난 1년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제시한 운용사별 수익률 순위 자료부터가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3개월 수익률 4위를 비롯해 6개월 1위, 1년 2위 등 모두 상위권을 나타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자료는 전체 펀드가 아니라 지난 7일 기준 주식성장형(주식비중 70% 초과) 펀드 수탁고가 1000억원 이상인 운용사를 대상으로 작성한 것이다. 더욱이 간담회 질의응답 중에 피델리티는 3년 이상의 펀드수익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해 자료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들게 만들었다. 간담회 내용도 자화자찬 일색이었다. "한국에서의 1년 성과가 굉장히 좋았다"로 시작해 "한국 자산운용업을 육성·발전시켜 나가겠다, 한국에서 제1의 자산운용사가 되겠다"는 등. 하지만 어떻게 육성한다는지 알맹이는 빠져있었다. 특히 "세계적인 명성에 비해 지금까지의 성과가 다소 초라하지 않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피델리티측은 무(無)에서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고 전제한 뒤 "지금껏 올린 성과가 지난해 적립식 열풍에 편승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어느 자산운용사보다 탁월한 성과를 올렸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해 참석자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또 "피델리티라는 명성 때문에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았는데 수익률이나 수탁고 면에서 볼 때 다소 실망스러운 수준이 아니냐"는 질문에도 회사측은 "벤치마크 대비 5%가 넘는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 만족하고 있으며 단순 비교를 하는 한국식 펀드수익률 비교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욱이 "한국의 펀드 수가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은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며 "없어져야 할 펀드도 많다"는 등 다른 운용사를 자극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피델리티가 세계 최고 수준의 펀드 그룹인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국제적인 경험이나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 세계적인 운용 노하우가 있다고 할 지라도 자만에 빠져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현지화 전략을 소홀히 했다가는 1년 후 한국진출 2주년 기념 간담회에서는 자화자찬 조차도 하기 힘들지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 shs@fnnews.com 신현상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6-04-11 14: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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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 하나로 산업현장 10만명과 통화
주파수공용통신(TRS) 전국 사업자인 KT파워텔이 기업 전문 이동통신 회사로 고속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 25년 동안 KT·KTF에서 핵심요직을 지낸 후 지난해 12월 KT파워텔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김우식 사장은 ‘변화와 혁신’을 기반으로 회사를 기업·물류 부문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통신회사로 키우고 있다. ■산업현장을 누비는 KT파워텔 KT파워텔은 지금도 산업현장을 숨가쁘게 누비고 있다. KT파워텔의 무전통화(PTT·누르면서 통화하는 무전 버튼)는 0.5초만에 최대 10만명의 가입자에게 동시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유통점인 이마트에서는 3000여대의 파워텔폰이 매장관리·마케팅·주차관리 요원들의 손에서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40개 부서와 100여개 협력사에서 4000여대의 파워텔폰이 작업장 내의 완벽한 통화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긴급 의료 네트워크용으로 ‘파워 메디컬존’ 서비스를 쓴다. 지난해 최대 국가 행사였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에는 무려 1800여대의 파워텔폰이 행사 운영을 돕기도 했다. 이외에도 거리를 누비는 택시에서부터 야채·과일 프렌차이즈 업체인 ‘총각네 야채가게’까지 KT파워텔은 산업·물류의 핵심 이동통신으로 사랑받고 있다. ■기업 눈길끄는 서비스 속속 개발 김우식 사장 취임 후 KT파워텔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2006년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반환점’이라고 천명한 김사장이 기업들의 구미를 당기는 ‘맞춤형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화물운송·여객운송 등 차량관리 기업을 대상으로 사무실에서 차량위치와 운행경로를 파악·관리하는 ‘GPS원’ 서비스를 선보였다. 또 골프장을 타깃으로 하는 PTT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전체 경기 흐름을 조절하는 ‘파워 골프’를 내놨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요금 상품도 새롭게 갖췄다. PTT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발신자번호표시(CID) 등 인기서비스를 기본료에 포함시키는 요금 4종과 무제한 PTT통화를 제공하는 상품 1종이 출시됐다. KT파워텔의 ‘변화와 혁신’은 지속된다. 이 회사는 승객이 택시를 호출하면 GPS 데이터와 무전 통화를 동시에 택시에 제공하는 ‘파워나비’를 오는 6월께 내놓는다. 특히 KT파워텔은 북미를 휩쓸고 있는 개인휴대단말기(PDA) 형태의 ‘블랙베리’를 올 상반기에 출시한다. ‘블랙베리’는 PDA 단말기로 인터넷·e메일·휴대폰·무전기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KT파워텔은 은행·보험·증권사 등을 타깃으로 이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기업통신의 핵심 이통사로 도약 김우식 사장은 2006년을 중장기 회사발전을 위한 기반을 닦는 해로 정했다. 단기적으로 성과를 올리기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연도별 목표를 차근차근 달성해나가기 위해서다. 그는 비즈니스·경쟁력·문화 등 3대 혁신을 기반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시장에 맞는 타깃 서비스를 꾸준히 내놓기로 했다. 이를 위해 임원과 입사 2년 미만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사내 주니어 포럼’도 실시했다. KT파워텔은 ‘1대 다수’ 통화가 필요한 틈새 이통시장을 파고들어 기업·물류 부문의 강력한 이동통신사업자로 성장한다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 지난해 KT파워텔은 30만가입자를 돌파했다. 오는 2008년에는 78만명까지 고객 숫자를 늘리기로 했다. 2008년 매출목표는 2300억원이다. KT파워텔 관계자는 “완벽한 유선 인프라를 갖춘 KT, 개인이동통신 부문의 KTF와 기업통신의 KT파워텔이 협력해 고객들에게 놀라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wonhor@fnnews.com 허원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6-04-07 14: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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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 미술관은 변신중/박현주기자
"소마 미술관?"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내에 있는 올림픽미술관의 새로운 이름이다. '올림픽 미술관'에 익숙해 있는 관람객들은 미술관 외벽에 'SOMA'라고 붙여진 간판에 다소 어리둥절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는 반응이다. "소마는 Seoul Olympic Museum Of Art의 약자이기도 하지만 그리스어로 몸, 신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미술관측은 설명했다. 그런의미에서 보면 '소마'는 발음도 부드럽고 툭 터지는 느낌도 든다고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올림픽미술관은 웬지 기념관 같은 딱딱한 분위기를 풍겨 참신성이 떨어졌다는것 . 그러나 이런 외적인 변신과는 달리 새로운 관장에 대해선 말이 많다. 미술계인사가 아닌 체육진흥공단에서 근무하던 임원이 관장직을 맡게된 것. 미술관을 운영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최근 초대 최성근 관장을 올림픽기념관으로 발령하고 공단 상무로 재직중인 손재택 관장을 새로 임명했다. 이를 두고 미술동네에서는 '올림픽미술관'같은 진부한 분위기라며 말이 많다.타미술관이나 문화기관이 전문인을 영입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이기 때문이다. 미술관측은 "새 관장은 행정직에서 근무를 했지만 미술쪽에도 조예가 깊다"며 새관장의 의욕과 함께 미술관도 조각위주 전시에서 탈피, 평면 회화작품도 전시, 미술관으로 장르를 더욱 확대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 미술관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올림픽 공원에 2004년 9월 개관했다. 총 43만평에 이르는 올림픽공원에는 세계 유명작가의 총 204점의 조각작품과 8점의 조형물이 들어서 있다. 한편, 소마미술관은 7일부터 20세기 서양미술의 거장 클레의 '눈으로 마음으로' 작품전을 오는 7월까지 전시한다. /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6-04-04 14: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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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 미술관’은 변신중/박현주기자
"소마 미술관?"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내에 있는 올림픽미술관의 새로운 이름이다. '올림픽 미술관'에 익숙해 있는 관람객들은 미술관 외벽에 'SOMA'라고 붙여진 간판에 다소 어리둥절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는 반응이다. "소마는 Seoul Olympic Museum Of Art의 약자이기도 하지만 그리스어로 몸, 신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미술관측은 설명했다. 그런의미에서 보면 '소마'는 발음도 부드럽고 툭 터지는 느낌도 든다고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올림픽미술관은 웬지 기념관 같은 딱딱한 분위기를 풍겨 참신성이 떨어졌다는것 . 그러나 이런 외적인 변신과는 달리 새로운 관장에 대해선 말이 많다. 미술계인사가 아닌 체육진흥공단에서 근무하던 임원이 관장직을 맡게된 것. 미술관을 운영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최근 초대 최성근 관장을 올림픽기념관으로 발령하고 공단 상무로 재직중인 손재택 관장을 새로 임명했다. 이를 두고 미술동네에서는 '올림픽미술관'같은 진부한 분위기라며 말이 많다.타미술관이나 문화기관이 전문인을 영입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이기 때문이다. 미술관측은 "새 관장은 행정직에서 근무를 했지만 미술쪽에도 조예가 깊다"며 새관장의 의욕과 함께 미술관도 조각위주 전시에서 탈피, 평면 회화작품도 전시, 미술관으로 장르를 더욱 확대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 미술관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올림픽 공원에 2004년 9월 개관했다. 총 43만평에 이르는 올림픽공원에는 세계 유명작가의 총 204점의 조각작품과 8점의 조형물이 들어서 있다. 한편, 소마미술관은 7일부터 20세기 서양미술의 거장 클레의 '눈으로 마음으로' 작품전을 오는 7월까지 전시한다. /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6-04-04 14: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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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 준비없는 中진출 무모/박현주 기자
“현재 잘나간다는 중국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은 없다.” 중국미술시장은 지금 전쟁중이었다. 지난주 한국화랑의 북경진출 취재를 하면서 느낀 중국의 미술시장은 부글부글 끓어 올라 터질듯한 기세였다. 현지에 있는 화랑관계자들은 “이미 2∼3년 이후에 제작될 작품까지 예약이 끝났다”며 “심지어 작업실에 들른 어떤 컬렉터는 빈 캔버스를 가리키며 현금을 뭉치 채 건넨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어느 정도 이름 있는 화가의 경우엔 작업실에 캔버스 틀만 사다놓아도 그대로 돈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베이징에 갤러리를 오픈한 표미선관장도 “현재 개관기념전으로 전시하고 있는 위에민준의 작품의 경우 ‘가격이 없음’으로 잡혀 있다”고 말했다. 부르는게 값인 것이다. 위에민준의 작품은 현재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다. 작품을 사고 싶어 아시아권화랑과 경매사에 문의해도 한점의 작품도 내놓지 않고 있어 놀랐다고 덧붙였다. 위에민준은 중국내서도 100억대 재산가다. 중앙미술학원 김일용교수도 같은 말을 했다. 유명한 작가의 몸값은 천정부지라 중국화랑에서 전속으로 묶기도 버거울 정도라는 것. 중국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얻었다는 작가들은 대개 외국화랑과 전속을 맺었거나, 국제 미술시장을 상대로 프리랜서를 선언한 상태란다. 중국 내에 스튜디오가 있지만 그곳에서 ‘생산’되는 작품은 중국 것이 아니다. 그래서 최근 나타난 중국미술시장은 20대 작가까지 전속작가로 선점하려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미술대학을 막 졸업한 풋내기 작가마저 재학시절부터 주의 깊게 관망하던 화랑들에게 러브콜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중국미술시장의 열기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화랑이나 개인작가들도 중국진출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리가 여러곳에서 들린다. 한해 4조원이 넘는 미술시장규모와 경매를 통한 1년거래액이 1조원이상 되는 중국미술시장이 화랑들에겐 노다지인 것만은 분명하다. 중국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소더비·크리스티 등 경매시장서 중국작가들의 작품값이 뛰고 있다는 환상적인 통계로 진출을 꿈꾼다면 100% 실패한다는 현지 화랑관계자들의 말을 귀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준비없는 도전은 무모하다. /박현주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6-03-28 14:3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