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부동산정책, 문제 인식부터 바꿔야
문제인식이 잘못되면 당연히 해법도 틀리게 된다. 현장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해야지만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나온다. 하지만 현재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문제인식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월 19일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에서 "현 정부 들어 대부분의 기간 부동산가격을 잡아왔다"며 "우리 정부는 자신있다고 장담한다"고 발언했다. 국민들은 분노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5월 이후 올해 10월까지 2년5개월 새 50% 가까이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올해 10월 기준 7억7962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설 당시의 중위가격인 5억2963만원과 비교하면 2년5개월 새 2억5000만원이 올랐다. 3년 전 서울에서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은 벌써 3억~5억원 이상 올랐다. 하지만 정부의 말을 믿고 집을 사지 않거나 집을 판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화를 억누를 수가 없다. 이제는 서울 집값이 너무 오르고 대출도 규제돼 집을 살 수 없는 지경이다. 30대는 집을 살 수도 안살 수도 없는 상황에 마음만 조급해진다. 하지만 정부의 문제인식과 대응은 안일하다. 정부는 현 정부의 서울 주택가격 상승률이 10.01%(아파트 12.36%)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이전 정부의 규제완화와 주택경기 부양책 영향, 저금리 기조하의 풍부한 유동성 지속 등 상승 압력이 상존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핑계를 댔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의 집값 상승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인 공급과 수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집값 상승세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방 부동산시장은 죽고 서울 쏠림 현상은 커지면서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서울 재개발·재건축을 규제해 신규 공급은 축소시켰고, 구축 아파트 역시 정부의 양도세 강화 정책으로 매물이 잠겼다. 양도세 중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 부동산 이익을 억누르는 정책을 쏟아냈지만 정작 공급이 위축되면서 집값은 더 오르고 있다. 정부는 다시 한번 부동산 정책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kmk@fnnews.com 김민기 건설부동산부
2019-12-12 17:40:03
-
천연모피와 작별한 영국 여왕
오랜 기간 동물 모피(毛皮) 코트를 즐겨 입어왔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최근 천연 모피와 작별을 고했다. 버킹엄 궁전 대변인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여왕을 위해 새로 만들어지는 의복에는 모두 인조 모피를 사용할 예정이다. 베르사체, 구찌,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 세계 유명 패션 디자이너들도 토끼나 친칠라, 밍크 등의 동물 모피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나섰다.최근 날이 추워지면서 모피를 두른 사람들을 여전히 종종 볼 수 있다. 털가죽이라는 뜻의 모피는 부의 상징이기도 하고, 부드럽고 따뜻하다는 이유로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모피 제품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피 구입을 꺼린다. 모피 농장의 야생동물은 움직이기조차 힘든 작은 철창에 감금된 채 살아가다가 산 채로 껍질이 벗겨지기 때문이다. 매년 1억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이 모피 때문에 죽어간다. 모피 옷 1벌을 만들려고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마리의 야생동물이 희생되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전 세계 많은 사람이 모피에 대한 환상은 가지고 있으나 모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점차 자리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에선 강력한 모피 금지법안도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동물 모피 제품 제조·판매 등을 금지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앞서 캘리포니아주 내 샌프란시스코(지난해 3월)와 LA(지난해 9월)는 비슷한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주 차원에서 이 같은 법이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는 2023년 1월 1일 이 법안이 발효되면 캘리포니아주 내에서 모피로 만든 옷과 핸드백, 신발 등 모든 품목의 제조·판매가 금지된다. 법을 위반하는 사람은 민사 처벌을 받게 되며 최대 100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해당 법안은 신규 생산되는 제품에 적용된다. 국내에서도 모피 제품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인 한국동물보호연합은 최근 "모피는 이제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부끄러움, 수치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아직 사회적 문제의식이 부족한 탓에 모피 수입이나 수요가 우리나라는 큰 상황이다. 모피제품의 반생명성과 끔찍하고 잔인한 동물학대의 진실을 안다면 상황이 달라질지 두고 볼 일이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생활경제부
2019-12-12 17:40:00
-
인터넷은행의 ‘메기 효과’ 바람
2017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를 시작으로 국내에도 인터넷은행이 출범하면서 금융환경은 급속히 바뀌었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스마트폰으로 은행 예금에 가입하거나 대출을 받으려면 상당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시공간의 제약 없이 간편하게 스마트폰으로 전세자금 대출을 비롯해 각종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이 2015년 폐지된 영향도 있지만 인터넷은행 출범 시기와 맞물려 시중은행들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고도화에 적극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몇 개 대형 은행을 중심으로 구조가 고착화된 국내 은행업에 인터넷은행이 이른바 '메기 효과'를 불어넣은 것.특히 카카오뱅크는 '같지만 다른 은행'을 표방하며 금융권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기존 시중은행들이 구색을 갖춰 놓는 식으로 판매했던 모임통장을 카카오뱅크가 내놓자 1년 만에 이용자 수가 5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상품 흥행에 힘입어 카카오뱅크는 최근 고객수가 1100만명을 넘어섰다.하지만 혁신은 여기까지였다. 출범 초와 달리 시중은행과 차별화되는 모습이 확연히 줄었고, 여전히 예대마진 중심의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대주주 전환 등을 비롯한 각종 규제에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대주주 변경이 늦어지면서 자본확충 일정이 늦춰졌고, 혁신을 도모할 자금 수혈에도 차질이 생겼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이 돼서야 카카오가 지분 34%를 취득한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5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단행해 자본금을 1조8000억원대로 늘렸다.케이뱅크는 KT 주도의 자본확충에 제동이 걸리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지만 법사위원회 문턱에 걸려 증자가 지연되면서 자본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케이뱅크의 대출영업은 지난 4월부터 이미 중단됐다.금융당국은 이달 최대 2곳에 제3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내준다. 흥행에는 다소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인터넷은행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은행이 새로운 금융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메기 역할을 하도록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시기다. cjk@fnnews.com 최종근 금융부
2019-12-09 17:28:28
-
소액주주운동, 이제는 친숙해진 권리 찾기 캠페인
개미 투자자(소액주주)들이 권리 찾기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회사 대표와 경영진에게 장기간 이어진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묻고 이들을 대체할 경영 전문가를 추천하는 등 개미들의 적극적인 행보가 눈에 띈다.
최근 코스닥 상장사 메이슨캐피탈 소액주주들은 수년간 적자에 허덕인 회사를 향해 경영 현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표를 결집해 경영참여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오는 1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가 상정할 안건에 모두 반대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번 주총에서 윤석준 대표이사의 연임 안건과 조상범 동양비엠디 대표이사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올릴 예정인데, 소액주주들은 다른 후보들을 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으로 맞불을 놨다.
금융리스업 등을 영위하는 메이슨캐피탈은 2016회계연도(2016년4월~2017년 3월) 이후 3년 연속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이미 1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코스닥사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5년 연속이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소액주주들은 현 경영진의 폐쇄적 경영이 상장폐지 위기로 몰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주주제안은 단순한 엄포가 아니다. 회사가 주주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소액주주들은 이사·감사 선임 등을 위한 주총 소집, 회계장부 열람 등 보다 적극적인 주주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회사 측은 공식대응을 삼가고 있지만 적잖이 놀란 눈치다. 임시 주총 때 주주들에게 회사의 현황을 설명하겠다고 밝혔지만, 뿔난 주주들을 달랠 당근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소액주주들이 회사와 맞대결을 선포한 사례는 더 있다. 코스닥사 코닉글로리의 소액주주들도 회사의 경영 방식에 반발해 지난달 지분 5%를 획득하고 경영참여를 선언한 상태다. 전 대표의 횡령·배임 혐의로 거래가 중단된 녹원씨엔아이 역시 소액주주들이 주식 위임을 통해 2대 주주까지 올라섰다.
앞서 대한항공의 소액주주들은 올해 정기 주총에서 외국인, 국민연금과 손잡고 한진가(家)를 견제하는데 성공했다. 셀트리온은 소액주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코스닥 시장에서 코스피로 옮겨가기도 했다. 회사는 더 이상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무시하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현행 상법은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주주들의 반감을 사는 회사일지라도 여전히 훨씬 수월한 위치를 보장받는다. 상법상 주주제안은 주총 6주 전까지 해야 받아들여지지만 회사는 주총 공고는 개최일 2주 전에만 하면 된다. 메이슨캐피탈의 주주제안이 주총 안건으로 채택되지 못한 이유다. 표 대결이 필요한 경우 회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여건인 셈이다. 법 개정 논의를 해야 할 시점이 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회사와 주주 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긴 어렵다고 해도 2주와 6주는 차이가 크다"며 "주주제안을 활성화하는 측면에서 6주를 4주로, 혹은 그 절반인 3주 정도로 줄이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map@fnnews.com 김정호 증권부
2019-12-09 17:28:26
-
젊더라도 사서 고생하지 말자
"걔는 뭐하고 산대? 공무원 준비하지 않았나?" 대학 동기들과 모처럼 만난 자리였다. 잊고 있던 다른 동기들의 안부가 그날 자리의 주요 안줏거리 중 하나였다. "몇 년 했지. 지금은 푸드트럭 창업했다고 들었는데 장사는 꽤 되나 봐. 공황장애 약도 먹으면서 공부했는데 잘됐지 뭐." 화제는 곧장 또 다른 동기의 안부로 넘어갔다. "잘됐지 뭐"라는 말이 목에 걸려 젓가락을 내려놓은 건 나뿐이었다. '2018년 일자리행정통계'를 보면서 그날의 씁쓸한 목넘김이 다시금 떠올랐다. 지난해 비임금근로 일자리는 1년 전보다 12만개 증가했다고 한다. 비임금근로자는 자영업자나 무급가족종사자 등을 말한다. 같은 기간 임금근로 일자리는 14만개 증가했다. 임금근로 일자리 수(1920만개)는 비임금근로 일자리(422만개)의 4.5배다. 하지만 증가분은 1만개 차이로 비슷하다. 한파보다 무섭다는 자영업황 속에서 20대의 비임금근로 일자리는 1만개 늘었다. 전에 읽은, 은퇴자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외식창업시장에 20~30대의 발걸음이 크게 늘었다는 기사가 스쳐지나갔다. 20대를 제외하고 비임금근로 일자리가 늘어난 연령대는 은퇴세대인 50대(3만개)와 60대 이상(9만개)이다. 통계청의 '2018년 기준 전국사업체조사 잠정결과'에서도 20대의 창업 증가세는 감지할 수 있다. 신규사업체 대표자 중 60대(6.4%)를 제외하면 20대(2.2%)의 증가세가 가장 가파르다. 이들 20대 중에는 창업시장에 자발적이면서도 비자발적으로 내몰린 경우도 꽤 있을 게다. 취업시장에서 그렇게 높지도 않은 눈높이에 못 미치는 결과만을 한참 동안 받아들다 어느새 적정 취업연령도 넘기고, 집 안팎에서 점점 커지는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동기 모임은커녕 연락도 제대로 못하다가 창업시장으로 들어가게 된 청년들도 있을 게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했다. 한계상황에 내몰린 청년을 다시 한번 일어나게 하는 마법 같은 속담이다. 고생하면 그만큼의 과실을 딸 수 있다는 게 보장된다면 누구나 나서서 고생하게 돼있다. 그러나 고생 끝에 또 다른 고생으로 내몰린다면 아무리 젊어도 감당하기 어렵다.ktop@fnnews.com 권승현 경제부
2019-12-05 17:23:08
-
그래도 악플은 이어진다
한 달 전 즈음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선플 요정'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대상이 누구든, 어떤 행동을 해서 기사가 났든 간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좋은 댓글을 달아주는 네티즌이었다. "사랑합니다. 응원할게요. 파이팅하세요." 읽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며 많은 네티즌이 이름 모를 요정에게 칭찬을 보냈다. 악플에 지친 연예인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일이 벌어지고 난 뒤라 더 마음에 와닿았을지도 모를 일이다.온라인 분야를 담당하는 기자라 그런지 평소에도 숨 쉬듯 사람들의 댓글을 살피게 된다. 내 기사에 대한 댓글부터 시작해 커뮤니티 댓글, 유행하는 SNS 게시물의 댓글까지. "재밌다, 슬프다, 화가 난다"처럼 정상적 반응이 대부분이지만 개중에는 쉽게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내용의 악플도 많다. 나쁜 의미로 정신이 번쩍 드는 악플을 목격하게 되는 것이 하루에도 십수 번이다.그 대상도, 이유도 다양하다. 미움받는 누군가에겐 비난의 화살이, 사랑받는 다른 누군가에겐 질투의 칼날이 날아든다. 온라인상에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모두가 악플의 피해자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악플로 고통받았다던 누군가와 안타까운 이별을 할 때마다 반성이 이뤄지지만, 그 학습효과는 오래가지 않는다. 대상만 바뀔 뿐이지 악플은 계속된다.평범한 사람들의 잔인함을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악성 댓글이라는 생각을 했다. '상습 악플러, 잡고 보니 평범한 직장인' '알고 보니 명문대 재학생'이라는 기사를 수도 없이 봤다. 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런 댓글을 달았을까. 악플이 나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결코 아닐 텐데. 딱히 그들의 '변명'을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사실 악플에는 뾰족한 대안이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전면적 규제는 더 큰 논란을 가져올 뿐이다. 결국엔 온라인에 존재하는 수많은 네티즌의 자유의지에 달린 일이다. 온라인 공간이 지속되는 한 언제 어디서든 악플은 이어지며, 익명이라는 가면에 숨어 야비한 공격을 일삼는 그들에 의해 누군가의 마음은 계속 멍들고 있을 테다. sunset@fnnews.com 이혜진 e콘텐츠부
2019-12-05 17:23:04
-
펭수는 펭수다
'펭하!' '신이 나~신이 나~엣헴 엣헴.'요즘 EBS 펭귄 캐릭터 '펭수'가 2030세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펭수는 최고의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남극에서 건너온 EBS 연습생으로 나이는 열살, 키는 210㎝인 자이언트 펭귄이다. '자이언트 펭TV'로 EBS와 유튜브에서 데뷔한 뒤 7개월 만에 유튜브 구독자 100만명을 달성했다.펭수가 주목받은 것은 EBS 아이돌 육상대회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번개맨, 뚝딱이 등 다양한 EBS 캐릭터와 함께 출전하면서 펭수는 기존 EBS 캐릭터와 다른 매력을 뽐내며 스타가 됐다."나 때는 말이야"라며 위계질서를 따지려는 EBS 캐릭터 선배 뚝딱이에게 "잔소리하지 말라"고 일침한다. EBS 김명중 사장을 호칭도 없이 수시로 언급하며 "사장님이 친구 같아야 회사도 잘된다"고 너스레 떠는 모습은 통쾌하다. 펭수는 "나는 힘든 사람에게 힘내라고 하지 않습니다. 힘든데 힘내라면 힘이 납니까?"라는 식으로 위로의 말도 전한다.이처럼 펭수가 인기를 끌면서 펭수 정체성을 분석하려는 움직임이 많다. 실제 열살인 펭수는 삼국지, 빠다코코낫, 국밥을 좋아한다고 밝혀 20~30대로부터 동년배 의혹을 받는다. 펭수 캐릭터 속 정체를 파헤치려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실제 인물도 어느 정도 드러난 듯하다.하지만 펭수 팬들에게 그런 것은 중요치 않다. 펭수 캐릭터 자체에 열광할 뿐이다. 펭수도 자신의 정체성을 어떤 틀 안에 가두려 하지 않는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묻는 사람들 질문에 펭수는 성별 이분법적인 접근을 거부한다.보건복지부는 남극에 두고온 가족이 보고 싶다는 펭수에게 가족 사진 일러스트를 선물했는데, 일러스트는 턱수염 난 아빠에 머리 긴 엄마, 동생까지 전형적인 성역할을 부여했다. 이에 펭수는 고맙다는 말 대신 "저 동생 없는데요?"라고 답했다.펭수가 "펭수는 펭수다"라고 거듭 외치듯 펭수는 다른 누구도 아닌 펭수일 뿐이다. 펭수 팬들은 이미 펭수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펭수에게만 한정될 게 아니다. 사람인 우리도 성별 이분법과 성역할 모델에 구애받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타인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펭수를 통해 깨달아야 한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산업2부
2019-12-02 17:22:22
-
소방지방자치의 실패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소방국가직화 법안이 통과됐다. 내년 4월이면 소방관 5만4000여명이 국가직으로 전환된다. 환영할 일이지만 개운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진행하던 소방국가직화 논의에서 중요한 게 언급되지 않은 것이 있어서다. 일부 시·도지사들의 소방업무 기피현상에 따른 직무유기가 그것이다. 소방업무는 대표적인 지방사무로 총책임자는 전국 광역 시·도지사다. 보통 소방국가직화의 근거로 시·도별 재정격차를 꼽는다. 재정여건이 열악해 소방에 쓸 돈이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시·도지사의 책임 방기'라는 숨겨진 난맥상이 드러난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돈을 써도 티가 나지 않아 소방에 예산을 투입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도(道)의 소방본부장을 지낸 소방고위공무원은 "중앙정부가 소방인력 충원에 쓰일 돈을 지방예산에 편성해 줘도 도지사가 다른 용도로 쓰겠다고 결정하면 그만이다. 인력 문제로 아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실제 통계는 이 발언을 뒷받침해준다. 행정안전부는 2015년 이 도에 105명의 기준인건비를 편성했지만 증원은 61명에 그쳤다. 2016년에는 64명의 증원에 쓰일 돈을 편성해줬으나 단 1명만 증원했다. 결국 2017년 12월 이 지역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29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고 40명이 다쳤다. 초동 대처 실패로 2층에서만 20명이 사망했다. 당시 이 도의 현장 소방인력은 법정기준 2596명에서 42.9%나 부족한 1483명뿐이었다. 10명이 해야 할 일을 6명이 하고 있던 셈이다. 지자체 업무를 경험한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소방국가직화에 대해 "소방업무는 책임만 크고 생색 내긴 어렵다. 이번 국가직 전환으로 시·도지사들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것"이라고 평했다. 문재인정부는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공약했다. 중앙의 권한·재정을 대폭 지방에 넘기고 있다. 하지만 과연 전국 17개 시·도지사 모두가 넘겨받은 권한·재정을 책임 있게 집행할 준비가 됐는지는 의문이다. 소방국가직화를 보면 그렇다 소방국가직화라는 표현은 틀렸다. 일부 시·도지사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다. 소방 지방자치의 실패라고 해야 옳다. eco@fnnews.com 안태호 정책사회부
2019-12-02 17:22:18
-
펭수는 펭수다
‘펭하!(펭수 하이)’ ‘신이 나~신이 나~엣헴 엣헴’
요즘 EBS 펭귄 캐릭터 ‘펭수’가 2030 세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펭수는 최고의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남극에서 건너온 EBS 연습생으로 나이는 10살, 키는 210cm인 자이언트 펭귄이다. ‘자이언트 펭TV’로 EBS와 유튜브에서 데뷔한 뒤 7개월 만에 유튜브 구독자 100만명을 달성했다.
펭수가 주목받은 것은 EBS 아이돌 육상대회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번개맨, 뚝딱이 등 다양한 EBS 캐릭터와 함께 체육대회를 하면서 펭수는 기존 EBS 캐릭터와 다른 매력을 뽐내며 스타가 됐다.
“나 때는 말이야”라며 위계질서를 따지려는 EBS 캐릭터 선배 뚝딱이에게 “잔소리하지 말라”고 일침한다. EBS 김명중 사장을 호칭도 없이 수시로 언급하며 “사장님이 친구 같아야 회사도 잘 된다”고 너스레 떠는 모습은 통쾌함을 선사한다. 펭수는 “나는 힘든 사람에게 힘내라고 하지 않습니다. 힘든데 힘내라면 힘이 납니까?”라는 식으로 위로의 말도 전한다.
이처럼 펭수가 인기를 끌면서 펭수 정체성을 분석하려는 움직임이 많다. 실제 10살인 펭수는 삼국지, 빠다코코낫, 국밥을 좋아한다고 밝혀 20~30대로부터 동년배 의혹을 받는다. 펭수 캐릭터 속 정체가 누군지 파헤치려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실제 인물도 어느 정도 드러난 듯 하다.
하지만 펭수 팬들에게 그런 것은 중요치 않다. 펭수 속 인물의 정체보다 펭수 캐릭터 자체에 열광할 뿐이다. 펭수도 자신의 정체성을 어떤 틀 안에 가두려 하지 않는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묻는 사람들 질문에 펭수는 성별 이분법적인 접근을 거부한다.
보건복지부는 남극에 두고 온 가족이 보고 싶다는 펭수에게 가족 사진 일러스트를 선물했는데, 일러스트는 턱수염 난 아빠에 머리 긴 엄마, 동생까지 전형적인 성역할을 부여했다. 이에 펭수는 고맙다는 말 대신 “저 동생 없는데요?”라고 답했다.
펭수가 “펭수는 펭수다”라고 거듭 외치듯 펭수는 다른 누구도 아닌 펭수일 뿐이다. 펭수 팬들은 이미 펭수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펭수에게만 한정될 게 아니다. 사람인 우리도 성별 이분법과 성역할 모델에 구애받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타인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펭수를 통해 깨달아야 한다.
사진=유튜브 '자이언트 펭TV' 캡쳐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19-12-02 16:03:42
-
타다가 없어지면 가장 슬픈 사람은
다음달 당직표가 나왔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다음주 당직을 바꿔야 한다. 당직을 함께 서고 있어 나와 바꿔줄 수 있는 인원은 11명.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시도 모두 거절 당했다. 네명 모두 나보다 후배들이라서 이렇게 당직 바꿔달라는 선배의 말을 거절하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이유가 뭘까. 그렇다. 바로 연말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각종 모임으로 스케줄표가 빡빡하게 채워지고 있는 시기,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번 연말에는 '집에 뭐 타고 가나?'였다. 딱 3년 전이었다. 새벽 1시를 넘긴 시각, 강남역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내 앞에 '콜버스'라는 봉고가 서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곧장 탔고 그 이후로도 강남에서 약속이 있을 때면 콜버스를 이용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콜버스가 없어졌다. 알아보니 콜버스의 심야버스 서비스는 정부 규제와 택시조합의 반발로 좌초되고, 전세버스 형식의 새로운 서비스로 변모돼 있었다. 그 회사가 아직도 생존해 있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개인적으로 나의 귀가를 책임져주던 서비스가 없어진 것은 유감이었다.
그러던 중 기자는 신세계를 영접한다. 바로 '타다'다. '타다'의 쾌적하고 넓은 공간은 덤이었다. 그런데 이 타다도 콜버스처럼 곧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현재 타다는 엄밀히 말하자면 합법이다.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차를 빌리는 사람에게는 운전자 알선을 허용하도록 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이 근거다. 처음에는 택시업계가 '타다 아웃'을 외치더니 정부에서도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입법을 추진하면서 타다가 사회적 갈등을 확산시킨다며 왕따를 시켰다. 지난달 검찰은 타다 운영사인 VCNC 박재욱 대표와 쏘카 이재웅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제는 정치권까지 타다의 운행을 막으려고 연내 새 법을 만들어 통과시킨다고 한다.
택시업계와 국토부, 검찰, 정치권 이들 사이에 첨예한 갈등과 이해관계에 기자는 관심이 없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이들 이해당사자 중에 승객은 왜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타다가 금지되면 이재웅 대표가 가장 큰 타격을 입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타다를 애용하던 승객들도 피해를 본다. 잘 이용하던 서비스 하나가 또 없어진다고 하니 이제는 뭘 타고 집에 가야 하나.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2019-11-28 17:45:16
-
민간 경제교류, 한·일 정부에 달렸다
"한창 더운 여름에 메이지 천황이 서거했습니다. 그때 나는 메이지의 정신이 천황에서 시작되어 천황에서 끝났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장 강하게 메이지의 영향을 받은 우리가 그 뒤에 살아남아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시대에 뒤처지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략)… 아내는 웃으며 상대하지 않았지만, 무엇을 생각했는지 갑자기 나한테 그럼 순사(殉死)라도 하면 되지 않느냐면서 놀렸습니다." 일본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가 1914년 아사히 신문에 연재 후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책 내용 중 일부다. 이 책은 일본인들의 정서가 전체주의에서 개인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쓸쓸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리며 100년 넘는 세월 동안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고 있다. 최근 일본의 그릇된 역사의식에 따른 대(對)한국 경제보복, 지소미아 종료 등 한·일 간 이슈를 보면서 100년 전 종료된 것만 같았던 일본의 전체주의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두달 전 서울에서 모인 한·일 경제계인들은 민간 비즈니스 회복을 한목소리로 원했다. 두 나라 정부가 역사·정치·경제에서 뚜렷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지만 경제인 간 교류는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현장에 있었던 기자는 양측이 이렇게 열렬히 원하니 봄이 곧 오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최근 관련 고위직 임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이후로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 원인으로 지금도 남아있는 일본의 전체주의를 꼽았다. 일본은 정부가 결정한 것은 개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경향이 여전히 팽배하다는 설명이다. 한국인의 성향과는 정반대다. 현재 일본은 한·일 경제 문제에서 '순사' 상태다. 한국은 정치·외교와 경제를 투트랙으로 보고 있지만 일본은 오직 원트랙이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친해질 수 없는 가까우면서도 먼 사이, 개와 고양이 지간이 한·일 관계와 너무나 닮았다. 한국 정·재계 인사들은 민간 비즈니스 확대의 당위성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가 큰 틀에서 원활히 합의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 그것이 선행되면 민간 비즈니스는 저절로 이뤄질 수 있다. 섣부른 민간 차원의 교류는 그만 외쳤으면 한다. 상대는 그럴 수 있는 체제가 아니다. happyny777@fnnews.com 김은진 산업부
2019-11-28 17:45:14
-
김학의 무죄, 검찰 스스로 불신 키웠다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은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상황에서도 행동하지 않는 개인들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예링의 격언은 민법상 소멸시효를 설명할 때 주로 인용된다. 민법에 소멸시효가 있다면, 형법에는 공소시효가 있다. 두 제도는 일정 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다면 그 상대방에게 더 이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민법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주체는 권리를 침해당한 개인이나 법인이지만, 형법에선 피해자가 아닌 '기소권'을 독점한 검사로 볼 수 있다. 전자가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않는다면 그 손해는 당사자가 책임지면 될 일이지만, 후자의 경우 피해자와 선량한 시민들이 짊어져야 할 몫이 된다. 법원은 지난 22일 건설업자 윤중천씨 등으로부터 금품 등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김 전 차관 측 변호인은 판결 직후 "법과 정의에 따라 판단해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며 재판부의 판단을 추켜세웠다. 그러나 판결문을 살펴보면 이번 판결은 '법과 정의'가 아닌 '법의 허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1심은 김 전 차관이 윤씨로부터 '성접대 기회'를 제공받아온 점을 인정했다. 더 나아가 '별장 성접대' 동영상 속 인물은 김 전 차관이 맞다고 봤다. 그럼에도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죄는 있는데 처벌은 할 수 없다'는 역설적인 결과를 일반 시민에게 어떻게 납득시킬 수 있을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동영상이 나온 뒤 6년이 넘는 시간이 있었는데, 공소 제기가 늦었다는 판결은 분노를 넘어 허무함을 불러온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에 대한 불신은 스스로 키운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근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0% 넘는 응답자들은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설치해야 한다는 응답도 절반을 넘었다. 시민뿐만 아니라 법조인들조차 검찰의 영향력을 축소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검찰은 이제 권리 위에 잠들었던 책임을 져야 한다. fnljs@fnnews.com 이진석 사회부
2019-11-25 17:17:19
-
지소미아 연장, 韓日관계 개선 출발점으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종료를 앞두고 극적으로 조건부 연장되면서 한·일 갈등이 한·미 동맹에까지 악영향을 주는 파국은 피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의 적극적 개입으로 지소미아 문제가 봉합됐지만 한·일 양국의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 일본 언론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이 양보한 것은 없다"는 발언을 언급하며 일본 외교의 승리를 전했고, 청와대는 사실이라면 "양심 없는 행동"이라고 앙앙불락했다.아직까지 양국 정부는 각을 세우고 있지만 시한을 정해둔 상태에서 조급하게 관계 개선을 시도해야 하는 부담은 줄어든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문제 해결에 접근할 수 있는 발판은 마련된 셈이다. 또 이번 갈등 상황에서도 양국은 대화의 필요성에는 일치된 입장을 보였다.이번 한·일 갈등 국면이 진행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나 아베 정권 모두 반일과 반한 감정을 이용하는 것이 집권 상황에 더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갈등 해소를 위해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우려 섞인 분석도 있었다.한국과 일본 정부가 이런 관점에서 한·일 갈등상황 지속을 방치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지소미아 문제에 미국이 결부되면서 상황은 더 빨리 풀릴 수 있는 방향 전환은 이뤄졌다. 갈등으로 지지층이 결집했다면 양국 간 화해는 각국 정부에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한·일 모두 갈등 봉합의 서막이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으로 열린 만큼 단기간에는 어렵겠지만 이번 갈등 국면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정례화가 된 한·일 외교당국 간 국장급 협의, 국제무대 여러 계기를 통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발판으로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시점이다.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2022년 5월까지다. 아베 총리는 '4연임론'이 나오지만 현재로선 2021년 9월까지 총리직을 맡게 된다. 문 대통령이나 아베 총리 모두 남은 임기는 갈등을 화해로 바꾸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면 갈등상황을 봉합하고 새로운 한·일 관계를 구축했다는 정치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한·일 갈등의 봉합에 조급할 필요는 없다. 한·일 관계는 어느 날 갑자기 개선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정부도 국민감정과 여론의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실리를 찾는, 일관성 있는 대일정책을 펴나가야 할 때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정치부
2019-11-25 17:17:17
-
혁신 빠진 혁신금융서비스
"보험 가입절차를 간소화한 게 혁신금융서비스인가요." 금융위원회가 21일 제10차 혁신금융서비스 심사 결과를 발표한 뒤 한 금융권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물론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취지는 좋지만 이게 '혁신' 금융서비스로 지정될 만큼 파격적이고 참신한 내용이었느냐는 취지였다. 올해 초부터 금융위가 지정한 혁신금융서비스를 살펴보면 이 같은 의문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혁신금융서비스 대다수가 일상에서 한번쯤 경험했거나 이미 나왔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피로감이 쌓이는 부분은 신청기업만 다를 뿐 유사 사례들이 중복 선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출금리 비교 등의 금융정보 제공서비스나 '온오프(on-off)' 보험이 대표적이다.2차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데이터 기반 원스톱 대출 마켓플레이스'와 '대출 확정금리 간편조회신청서비스'는 소비자가 금융사별로 자신에게 적용되는 대출조건을 확인한 뒤 원하는 대출조건을 선택해 신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하지만 3차 혁신금융서비스에도 비슷한 서비스(맞춤형대출검색 온라인 플랫폼)가 추가 지정됐다. 온오프 보험은 소비자가 동일한 보험을 재가입할 경우 공인인증 절차 등을 생략해 간편하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요 취지다. 이 같은 내용의 '온오프 해외여행자 보험'과 '보험간편가입 프로세스'가 1차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는데 비슷한 취지의 '레저보험 간편가입 프로세스'가 이날 또다시 혁신금융서비스에 이름을 올렸다. 금융위는 혁신금융서비스를 '현행 법령상 특례를 부여해야 하는 혁신서비스'로 규정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발표된 서비스 대다수는 혁신성보다는 법령상 단순 특례부여가 필요한 쪽에 집중돼있다. 지금까지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선정된 혁신금융서비스는 총 68건에 달한다. 올해 연말 두 차례 추가 발표되는 혁신금융서비스에는 '혁신성' 있는 서비스가 포함돼 있는지를 고민해봐야 할 때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금융부
2019-11-21 17:28:14
-
그들이 열차를 멈춘 이유
요즘 주말마다 서울 을지로역 인근에서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 독서모임 리더는 가끔 "광화문 인근에 시위가 많아서 교통이 불편하다"고 했다. 버스, 철도와 같은 공공근로자의 파업은 그 자체로 시민에게 불편을 유발한다. 특정 이익집단의 대규모 파업도 교통불편, 소음 등의 피해를 준다. 나 역시 철도파업으로 출근 시각에 지각하고, 상사에게 심하게 깨진다면 파업의 정당성이나 명분과 상관없이 마음속으로 욕을 할 것이다. 시민을 볼모로 잡고 이기적인 파업을 한다는 프레임이 생기는 이유다. 지난 20일부터 전철, KTX 등을 운행하는 철도노조(코레일)가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첫날 출근시간 서울역의 풍경은 평소보다 조금 더 불편했고, 분주했다. 열차가 지연됐고, 어떤 열차는 운행을 중지했다. 운행중지 여부를 몰랐던 일부 고객은 헛걸음을 했을 것이다. 매표소 창구가 혼잡해 자동발매기를 이용하려던 85세 노인은 기기 사용법을 몰라 쩔쩔매기도 했다. 철도노조와 사측이 대립하고 있는 쟁점들은 제3자의 눈으로 봐도 너무나 첨예해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파업이 길어지면 시민의 불만과 마음속 욕도 쌓여갈 것이다. 그럼에도 파업행위에 대해 덮어놓고 비판의 시선을 갖지는 말자. 적어도 지연되는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그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일면식도 없는 내게 이런 불편을 주는 것인지 한번 검색해보자. 노사 양측이 어떤 명분을 갖고 싸우고 있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일단 안전인력 충원이 최대 쟁점이다. 철도노조는 사측에 2020년 1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4조2교대 근무형태 변경을 위한 안전인력 충원과 관련, 4600명 증원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외부기관 용역 결과 근무체계 전환을 위해 1800명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사가 맞서고 있는 사이 국토교통부도 끼어들었다. 노조가 요구한 4600명은 "수용 불가능하다"고 일축했고, 사측이 제시한 1800명도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이 어느 쪽 '명분'에 손을 들어줄까. 곧 그 결과는 나올 것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건설부동산부
2019-11-21 17:28:10
-
불통 때문에 빛바랜 ‘상법시행령 개정’
"20년째 매년 주주총회를 가장 먼저 열어온 넥센타이어에서 문의전화가 왔다. 상법시행령 개정안 때문에 상황이 복잡해져서 이번에는 아무래도 1등을 놓칠 수도 있겠다는 얘기였다."최근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법무부의 상법시행령 개정안 때문에 상장사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이같이 털어놨다.상장기업들이 우려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사외이사 기준을 해당 회사에서 사외이사로 6년 이상 또는 계열회사 포함 9년 이상인 자의 경우 재직을 금지한 것, 주총 소집시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 등을 함께 제공할 것을 의무화한 것이다. 이로 인해 가장 피해받는 곳은 중견·중소기업이라는 것이 상장협의 전언이다.사외이사 기간 제한으로 내년에 새로 사외이사를 뽑아야 하는 상장사가 566개에 달하고, 이 가운데 중견·중소기업의 비중이 87.3%나 된다. 주총에 앞서 사업보고서·감사보고서를 미리 작성해야 하는 것도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겐 부담이다. 특히 배당을 해야 하는 기업은 시간이 더 촉박하다. 12월 결산법인의 배당기일이 연말에 몰려 있는 데다 현행 상법상 배당은 기준일로부터 3개월 내인 3월 말까지 확정하게 돼 있어 그때까지 정기주총 개최가 불가피하다.여기에 부실감사 우려는 덤이다. 통상 외부감사인이 규모가 큰 대기업부터 감사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중견·중소기업은 뒤로 밀리기 일쑤인데 기간마저 짧아져 '발만 구르는'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상장협의 설명회 이후 다수 매체에서 이를 비판하는 기사가 나오자 법무부는 해명 자료를 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주총 전에 사업보고서를 제공하는데다 주총을 4~5월 중으로 분산할 경우 부실감사 우려도 해소된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상장협은 "미국의 경우 이사회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배당기준일을 따로 정할 수 있고, 주총도 언제든 할 수 있다"며 "우리가 미국처럼 하려면 상법부터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과 법 자체가 다름에도 일부만 쫓아가려다 국내 기업들만 골병들게 생긴 상황이다. 법무부는 "상장협, 실무자 등과 함께 초안을 준비했다"고 하는데 정말 귀를 열고 들은 것인지, 듣고 싶은 내용만 들은 것인지 돌이켜봐야 할 것이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증권부
2019-11-18 17:30:59
-
"댓글은 괜찮을까요?"
몇 달 전 친족 성폭행 피해자를 만나 인터뷰한 적이 있다. 성폭행 당한 피해자가 왜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는가에 대한 인터뷰였다. 취재원은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긴 여대생 A씨로, 7살 때부터 약 10년간 이복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례였다.
사실 기사를 쓰게 된 건 댓글 때문이었다. 지난 4월 '형부에게 8년간 90여차례 성폭행 당한 처제' 기사를 봤다. 기사 댓글엔 가해자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뤘지만 피해자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8년 동안 참은 게 이상하다" "혹시 즐긴 거 아니냐" 등이었다. 이 댓글엔 꽤 많은 '좋아요'가 찍혔다. 성폭행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게 정말 이상한 일일까? 피해자에게 직접 물어볼 참이었다.
작은 테이블을 앞에 두고 A씨와 마주 앉았다. 인터뷰에는 A씨를 소개해준 성폭행상담센터 관계자도 함께했다. 관계자는 피해 상황을 떠올릴 만한 질문은 자제해달라고 사전에 당부했다. 첫 질문을 어떻게 해야 하나. 긴장이 됐다. "성폭행 관련 기사에 댓글을 보시나요?" 질문을 던졌다. 나보다 10살은 어리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A씨. 미소 띤 얼굴로 답했다. "아니요."
A씨는 밝고 쾌활했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여대생 같았다. 그런 얼굴로 성폭행 피해자로서의 삶을 이야기했다. 덕분에 긴장이 조금 풀렸다. 센터 관계자도 안심한 눈치였다. 당초에 15분을 예상했던 인터뷰는 1시간반 동안 이어졌다. 긴 시간 동안 묻는 사람도 미안한 질문을 수차례 던졌다. A씨는 가끔 눈가가 붉어지면서도 씩씩하게 답했다. 왜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했느냐는 물음엔 "타인의 시선이 두려웠다"고 말했다.
얼마 전 한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다. 포털사이트 '다음'은 연예뉴스 댓글을 잠정 폐지했다. 나는 내 기사의 댓글을 신경 안 쓰는 편이다. 다만 취재원의 도움을 받은 기사에 취재원을 비난하는 댓글이 있으면 마음이 쓰인다.
이날 인터뷰를 마친 A씨는 내게 물었다. "제 기사 댓글은 어떨까요?" 뭐라고 답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었는데 A씨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괜찮아요. 댓글은 어차피 안 보니까." 괜찮을 리 없는 괜찮다는 말에 나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e콘텐츠부
2019-11-18 17:30:57
-
센텀 있어빌리티
[파이낸셜뉴스] 이것은 실화다. 과거 센텀시티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꺼내본다. 당시 기자는 벡스코에서 열린 '제1회 부산국제모터쇼'를 보기 위해 부산을 처음 찾았다. 기자와 친구는 어찌어찌 버스를 타고 벡스코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저 멀리 벡스코가 보였다. 흥분한 우리는 두 말없이 냅다 내려버렸다. 그리곤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버스가 벡스코 바로 앞까지 가는데도 불구하고 확인도 없이 내린 것이다. 당시 일이 얼마나 웃겼던지 지금도 센텀시티를 지낼 때면 그때 일이 떠올라 실없이 웃고 만다.
기억을 더듬으면, 당시 센텀시티 주변이 황톳빛 허허벌판이었고 상당한 거리에서도 벡스코가 보였던 것으로 보아, 산업단지 개발을 위한 땅다지기를 막 마친 시기였던 거 같다. 그랬던 곳이 지금은 약 1만 명이 거주하는 고급 주거지로 변모했다. 고층건물 사이에 위치한 벡스코는 센터시티의 중심이 됐다. 도로, 지하철, 수영만 요트장 등 기반 시설도 잘 닦여있고 거기다 세계 최대 양대 백화점과 각종 문화시설이 센텀시티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센텀시티의 위상은 부산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 단적은 예는 간판이다. 오리지널 센텀시티인 해운대구 우동, 재송동 일원에는 '센텀'이 들어가지 않은 상호명과 아파트명을 찾기 어렵다. 그뿐이랴. 이웃한 중동, 반여동, 수영구 민락동, 연제구 연산동, 동래구 안락동까지 센텀이 들어간 곳은 수두룩하다. 시야를 넓혀 보면 부산 전역에 센텀부동산, 센텀마트, 센텀스크린골프, 센텀의원, 센텀세탁소,, 센텀주유소, 센텀빌딩이 있다. 명지국제신도시에는 센텀유치원도 있다. 굳이 통계를 내보진 않겠다, 업종과 지역 상관없이 센텀이 들어간 상호는 흔하다. 전국적으로 인기 상호인 '강남'이나 '삼성'과 견주어도 빠지지 않는 대명사가 됐다. 간판에 센텀을 달면 '있어빌리티' 한 걸까.
그럼 ‘센텀 프리미엄’은 언제 형성됐을까. 센텀시티 부지가 1996년 이전까지 수영비행장이었던 건 익히 알고 있다. 주목할 시기는 2000년 5월 들어 부산시가 일반인 명칭 공모를 통해 부산정보단지를 센텀시티로 이름을 바꾼 점이다. 이 시기 시는 기업유치가 시원치 않자 토지이용계획을 바꾸고 토지 대부분을 건설사에 팔아넘겼다. 건설자본은 아파트를 위시한 고급 주거와 상업시설을 잇따라지었고, 이때부터 세련되고 고급 이미지가 더해져 프리미엄이 형성된 게 아닐까 짐작한다.
앞으로도 센텀시티의 화려한 명성은 계속 이어질 것 같다. 국토교통부의 조정대상구역 해제 이후 센텀시티의 아파트값 상승을 보면 매우 뚜렷하다. 그나저나 센텀시티 명칭공모에 당선된 이은 이제 동남권 최고의 작명가가 된 건가.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2019-11-16 09:00:00
-
허세여도 괜찮아
이딸라라는 브랜드가 있다. 핀란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데 우리나라에선 주로 식기로 알려졌다. 로얄코펜하겐 같은 명품 식기로 분류된다. 이딸라의 상징은 영문 앞글자를 딴 'i'가 빨갛게 새겨진 로고다. 이 로고는 그릇에 새겨지지 않고 스티커 형식으로 붙어 나온다. 스티커를 떼도 누가 봐도 이딸라로 보이기 때문이라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그런데 다른 나라보다 유독 한국에서 더 인기가 있는 아이템이 있다. 바로 이 로고가 새겨진 스티커다. 백화점 이딸라 매장에는 스티커만 따로 살 수 없느냐는 문의가 많다고 한다. 설거지 후 스티커가 벗겨지기 일쑤여서다. 우리 소비자들은 로고가 새겨진 스티커까지를 구매에 포함하는 것이다. 며칠 전 방문한 지인의 집에는 다이슨 청소기가 걸려 있었다. 밥을 해준다고 하다가 쌀을 조금 쏟았는데 구석에서 다른 브랜드 청소기를 들고 나와서 쌀을 빨아들인다. "다이슨 안 쓰고?"라는 물음에 "다이슨은 걸어놓는 것"이라는 대답을 받았다. 대학교 때 중고나라에서 샤넬이 아닌 '샤넬 쇼핑백'을 5만원에 사서 들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 신기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우리는 브랜드에 관심이 많다. 또 유행하는 것, 재밌는 것은 해보거나 가져야 직성이 풀린다. 매주 추첨으로 정해지는 나이키 운동화를 얻기 위해 온 가족의 ID를 동원하기도 하고, 블루보틀이나 쉐이크쉑 버거 같은 유명 식음료 체인점이 들어오면 몇 시간 줄 서는 것쯤은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한 래퍼가 '제발 사지 말라'고 마케팅한 후드티와 티셔츠가 하루 만에 4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정말 역동적이다. '다이내믹 코리아'만큼 우리를 잘 설명하는 구호가 있을까. 이런 역동성 덕분에 많은 해외 브랜드들이 우리나라를 테스트베드로 삼고 있다. 특히 '저세상 가격'을 내세운 다이슨이 국내를 점령하자 발뮤다, 로라스타, 드롱기 등 해외 고급 브랜드들이 앞다퉈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들은 신제품을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하거나 한국 소비자 맞춤형 제품으로 구애하기도 한다. 그들에겐 매력적인 코리아다. psy@fnnews.com 박소연 산업2부
2019-11-14 16:43:44
-
수능, 그땐 그랬지
지난 1997년 늦가을, 수학능력시험장에 들어가면서 기자는 어머니가 주신 청심환을 먹고 시험을 봐야만 했다. 경찰차를 타고 시험장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해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고, 수능에 대한 압박감도 너무나 컸기 때문이었다. 시험이 끝난 다음 날 등굣길에 조간 신문에 나온 해답지를 보고 가채점을 해보면서 점수가 예상보다 높아서 환호했다. 하지만 학교에 도착해보니 친구들 대다수 역시 점수가 크게 상승했고, 그날 저녁 뉴스에서 전체적인 수능 평균이 전년 대비 40점 이상 올랐다는 얘기에 허탈해하기도 했다. 오늘 수능을 마치고 가채점을 해볼 고3 학생들의 심정이 당시 내 심정과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여전히 남아 있는 대학 서열화 간판 속에서 학생 개개인마다 성취감과 실망감이 엇갈릴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수능이 결정하는 것은 딱 거기까지다. 대학의 간판이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물론 당시 수능성적으로 내가 원하던 학교에 합격하지는 못했지만, 서울에 있는 대학의 원하는 학과에 입학했다. 20살 이후 내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수능 점수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대학 이후 본인이 원하는 직업 또는 꿈을 이루려면 앞으로 더 많은 난관이 남아 있다. 대학 입학 이후 나 역시 기자가 되기 위해 여러가지 스펙을 준비해야만 했고, 중간에 시행착오도 겪었다. 수능보다 더 어려운 취업시험을 겪었다. 하지만 이 시험에서 수능이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정확히 회사는 내가 어떤 대학을 다녔는지보다 내가 기자가 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왔느냐에 관심을 가졌다. 다른 직업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쨌든 지난 초·중·고 12년의 학업성적을 평가한다는 2020학년도 수능은 끝났다. 고3 학생이든, 재수생이든 올해 수능을 위해 쉴 새 없이 달려온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수험생들은 두 가지만 기억해주면 좋을 것 같다. 청소년이 아닌 성인으로서의 인생 2막이 곧 시작된다는 것을. 그리고 다시 20년 후쯤 오늘 본 수능을 카니발의 노래 제목 '그땐 그랬지'처럼 생각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leeyb@fnnews.com 이유범 정책사회부
2019-11-14 16:43:39
-
도서관이 방치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정부 전체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안이 24조원을 넘어섰다. 소재·부품·장비 R&D 예산만 2조1000억원이 투입된다. 우주개발과 인공지능 등 미래를 대비하는 사업 등 다양하다. 또 젊은 연구자들을 위한 다양한 연구사업도 포함돼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 중이지만 은퇴한 과학기술 석학을 활용하는 사업은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왜 은퇴한 석학?'이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지하자원이 아닌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경제발전을 이룩해 왔다. 세계 선진국들이 200~300년에 걸쳐 이뤄낸 것들을 우리는 반세기 만에 해냈다. 압축성장의 바탕에는 과학기술이 있었고, 과학기술을 발전시킨 것은 은퇴한 석학들이었다.
통상적으로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은퇴시기는 60세, 대학교 연구실은 65세다. 이후에는 압축성장을 이뤄냈던 수십년간의 연구 노하우들이 방치되는 것이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소설 '나무'중 '황혼의 반란'에서 "노인 한 명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우리는 도서관 하나를 그냥 방치하는 셈이다.
한편 우리가 항상 갈망하던 노벨상 수상자를 살펴보면 올해 노벨화학상 공동수상자인 존 구디너프는 97세로 역대 최고령임에도 아직 미국 텍사스대 교수다. 또 구디너프 교수와 공동 수상한 요시노 아키라는 71세인데도 일본 메이조대 교수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피블스도 84세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이며, 77세인 미셸 마요르도 스위스 제네바대 교수다.
한민구 과학기술한림원장은 지난 5월 본지와 인터뷰에서 아직도 열정이 남아있는 이들이 상당하지만 나이제한이라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은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은규 한양대 생명나노공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7일 한림원탁토론회에서 "융합의 시대에는 석학들의 지식·경험을 국가R&D사업 평가나 관리, 기초원천연구 성과의 산업화로 연결하는 컨설팅, 과학기술 공적개발원조 사업에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수많은 도서관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monarch@fnnews.com 김만기 정보미디어부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19-11-11 17:16:29
-
보잉의 갑질
"논의 중이며 그 밖의 사안에 대해선 말해줄 수 없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보잉 에버렛 공장에서 만난 보잉사 관계자는 보잉 737NG 동체균열의 원인을 묻자 딱 잘라 말했다.
유창하던 그 관계자의 한국말은 유독 보잉 737NG 결함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어눌해지기도 했다. "피클 포크(균열발생 부품)는 9만회 비행에 견디도록 설계돼 있는데 여기에 균열이 가는 건 통상적이지 않다. 이 시스템이 실패하면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외신 보도도 이들 앞에선 아무런 경고가 되지 못했다.
이 탓에 항공기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오롯이 승객의 몫이다. 국내 항공사가 보유한 737NG 기종은 총 150대다. 이날 국토교통부가 전날까지 누적비행횟수 2만회 이상인 79대와 2만 미만 21대 등 총 100대의 점검을 완료했다고 밝혔지만 나머지 50대의 안전은 아직도 장담할 수 없다. 실제 점검을 완료한 100대 가운데 13대에서 균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탓에 최근 국내 온라인 공간에선 '항공권 구매 시 항공기종이 무엇인지 물어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보잉이 만든 항공기 결함으로 속이 타는 건 국내 항공사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보잉발 직격탄을 맞았다.
가뜩이나 '노 재팬(No japan)' 영향으로 여객이 뚝 끊긴 상황에서 안전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다. 실제 해외항공사가 인명사고를 낸 보잉 737맥스 2대를 들여온 한 항공사는 현재 쌓이는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에 몰려 있다. 2대의 항공기 운항중단의 파급력이 이 정도라면 13대가 날지 못할 경우 업계가 받을 수 있는 파장은 훨씬 심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국내 항공사들은 벙어리 신세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항공사들은 대부분 보잉 비행기에 맞춘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보잉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보잉 737맥스 결함 발견 당시 에어차이나 등 중국 항공사들이 보잉에 소송을 제기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7월 중국상용비행기유한책임공사(COMAC)의 여객기가 시험비행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부러울 따름이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산업부
2019-11-11 17:16:27
-
靑 뒷수습에 스텝 꼬인 軍당국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은 기술적으로 TEL(이동식발사대)로 발사하기 어렵다."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언급 이후 하루가 멀다고 진위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며칠째 정부와 군의 신뢰마저 뒤흔들고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17년 7월부터 11월까지 ICBM급 미사일인 화성-14형과 15형을 세 차례 시험발사했고, 당시 북한은 TEL을 이용해 미사일을 발사장소로 옮겨 모두 지상 거치대에서 쐈다. 정 실장의 답변과 달리 이미 2017년 북한은 TEL을 이용, ICBM을 발사한 것이다. 문제는 국방부까지 나서 정 실장의 발언을 옹호하거나 수습모드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6일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김영환 국방부 국방정보본부장은 "북한이 ICBM을 TEL에서 발사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김 본부장은 지난달 합참 국정감사에선 "북한의 ICBM은 TEL로 발사 가능한 수준까지 고도화돼 있는 상태"라고 평가한 바 있다. 본인의 말을 한 달 만에 완전히 뒤집은 셈이다.국방부는 7일 정례브리핑에서도 "현재는 북한이 ICBM을 TEL에서 발사할 능력이 없지만, 향후에는 기술적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애매한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이를 두고 군이 정 실장의 언급 이후 논란이 일자 뒷수습을 위해 말을 바꿔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이번 논란의 경우 당초 '개념 차이가 있어 혼선을 줬다'고 해명했다면 사태가 이렇게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정보수장인 국방부 정보본부장을 비롯한 군까지 나서 옹호하다보니 계속해서 스텝이 꼬이고 있다. 자칫 무리해서 감싸다보면 우리 대북정보의 정확성은 물론 정보체계의 근간까지 흔드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고위 군 관계자가 한 달 만에 자신의 말을 뒤집은 '석연치 않은' 사정도 문제다. 한 국가의 안보와 국방을 책임지는 고위급 인사가 한달 전에 잘못된 정보를 국민 앞에 밝혔다면 큰 문제이고, 이후 정 실장 언급의 정당성을 옹호하기 위해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면 그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군 스스로 실체적 진실을 명확하게 밝혀야 우리 군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가 높아진다. ju0@fnnews.com 김주영 정치부
2019-11-07 17:03:13
-
조국 일가, 떳떳하다면 조사 피하지 말길
"조사받을 몸상태는 됩니다."최근 검찰의 한 고위간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54)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57)와 조 전 장관 동생 조모씨(52·웅동학원 사무국장)의 건강 상태를 두고 기자에게 한 말이다.실제로 검찰은 이들이 조사받을 수 있는 건강 상태라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법원도 이를 인정해 영장을 발부했다. 즉 검찰과 법원 모두 입원 기록 및 전문의 의견서 등을 꼼꼼히 체크한 뒤 내린 신중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정 교수는 구속 후 총 6차례 소환을 통보받았으나 건강 문제를 이유로 2차례 불출석했다. 조씨도 구속된 뒤 총 3차례 조사를 받았지만 모두 건강상태 등 이유로 조사 중단요청을 했다. 지난 6일에는 허리디스크 통증을 이유로 불출석사유서까지 제출했다.이들의 연이은 조사 불응태도로 '꾀병' '시간끌기' 등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특히 정 교수는 2차 구속기간 만료일이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러 시간을 끌고 조사를 못하게 해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꼼수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4차례 조사는 응해 강제구인 가능성은 피하고, 시간을 끌어 실속을 챙겼다는 것이다.검찰로서는 조사할 분량은 많은데, 이들이 조사에 비협조적이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근래 검찰이 인권을 우선시하는터라 야간조사 및 강제수사도 강요할 수 없는 처지다. 검찰은 공식 입장을 통해 "건강상태 등 이유로 조사 중단요청으로 충분한 조사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문제는 조사 자체를 못해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면 재판에서도 범죄 진위를 가리는 데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조사가 덜 된 사건을 재판부 스스로만 판단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차장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피의자가 죽어가는 상황도 아닌데 조사 자체를 거부하는 건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상태에선 재판에 넘겨져도 사건의 진위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수사기관이 수사할 권리가 있듯이, 피의자는 조사받을 의무가 있다. 정당하게 조사를 받고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사회부
2019-11-07 17:03:11
-
우수학군 전세난에 맹모들은 웁니다
"이달 들어 몇 건 계약된 뒤 전세매물이 싹 들어갔어요. 기다린다고 매물이 나올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서울 염리동 A 공인중개사무소) 얼마전 만난 지인들이 '큰일났다'고 입을 모았다. 모두 내년 3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를 가진 엄마들이었다. 유명 학군지 전세매물을 알아보고 있는데 '씨가 말랐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실제로 강북 지역에서 전통 깊은 서울 중구 '덕수초'와 강북 맹모들이 몰린다는 서울 마포구 '염리초' 인근 중개업소들을 돌아보니 전세매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월세 매물만 드물게 볼 수 있었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상할 정도로 매물이 없다"며 매물이 나오면 연락주겠다며 번호가 가득 적힌 전화번호부를 열었다. 대표적인 우수학군으로 꼽히는 강남구와 서초구 역시 전세매물이 잠겼다고 아우성이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보통 11월부터 전세문의가 많이 오는데 올해는 9월부터도 집을 보러다녔다"며 "전셋값이 크게 뛰고 매물을 찾기 힘들다보니 반전세 계약이 늘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정부가 정시를 확대하고 자립형 사립고와 외국어고·국제고 등을 폐지하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우수한 학군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 배정과 고등학교 지원서 제출이 10~11월 이뤄진다는 점에서 인기 학세권의 전세매물 품귀현상은 이해할 만하다. 실제 강남구와 양천구 등 우수한 학군의 전세가 상승률은 지난달 들어 매주 서울 전체 평균치를 웃돌았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목동 학군으로 유명한 양천구가 이달 들어 0.09%, 0.15%, 0.14%, 0.11%로 두자릿수 상승을 이어갔다. 강남구는 0.10%, 0.11%, 0.10%, 0.20%로 더 큰 폭 뛰었다. 정부가 집값 잡기를 위해 각종 규제를 내놓고 있지만 집값과 전셋값은 뛰고 매물까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여기에 정시 확대 움직임까지 강남 8학군 부동산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목표를 정당화해야 할 정책수단이 부작용만 키우는 형국이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건설부동산부
2019-11-04 17:34:56
-
동물원법 허가제 전환이 시급한 이유
최근 한 대형 아쿠아리움에서 흰 돌고래의 일종인 벨루가가 돌연 폐사해 동물보호단체들의 논란이 일었다. 개나 고양이 등 자주 볼 수 있는 동물들에 대한 복지는 개선되고 있으나 야생동물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미진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월 17일 서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살던 흰고래, 벨루가 2마리 중 수컷 한 마리가 폐사했다. 야생 벨루가의 평균 수명은 30~35년이지만 이번에 숨진 수컷 벨루가의 나이는 고작 12살이었다. 전문가들은 벨루가가 좁은 수족관 안에 갇혀 받는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간접적 폐사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8일에는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태어난 지 한 달도 안된 새끼 큰돌고래가 또 폐사했다. 2009년 개관 이후 7번째 죽음이다. 이렇게 좁은 '감옥'에 갇혀 사는 동물들의 상태는 심각하다. 이들은 의미 없이 바닥에 드러눕거나 훌라우프를 낀 채 떠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고, 수조 벽에 일부러 몸을 부딪치고 긁는 등 극심한 정형행동과 자해 증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5년간 국내 동물원에서 폐사한 멸종위기종 동물만 3000여마리로, 이 중 70%는 자연사가 아닌 질병사나 돌연사, 사고사였다. 동물원뿐만 아니라 야생동물 체험 카페까지 생겨 많은 동물들이 감금은 물론 괴롭힘까지 당하고 있다.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동물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으나 동물에 대한 이해도는 여전히 미흡하다. 야생동물은 습성을 존중해야하고 적정한 서식환경도 있어야 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관심에 따라서 가까이 하고 싶은 수요만 있다 보니 직접 만지고 먹이주고 체험하는 시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려면 현재 등록제인 동물원법을 허가제로 바꿔 복지 수준을 올리고, 동물원의 보전·연구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이미 영국과 유럽연합(EU), 미국, 호주, 인도 등 대부분 국가에서는 동물원 설립·운영과 관련해 법에 제시된 일정 요건을 갖춰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허가제(면허제)를 채택했으며, 당국이 주기적으로 관리·감독한다. 또 생물 종에 따라 제공해야 할 사육환경을 법이나 지침으로 규정하는 등 전시동물의 복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생활경제부
2019-11-04 17:34:53
-
오거돈 시장을 외롭게 두지 말자
[파이낸셜뉴스] "시민과 정치권·상공계 여러분이 소리를 내야 하는데 아주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때론 '외롭다'라고 느낍니다"
보통 현장에서 기자는 '워딩'(발언을 키보드로 받아치는 일)을 하느라 모니터에 머리를 박고 있다. 때문에 발언자의 표정과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살피기가 쉽지 않다. 토씨 하나를 놓칠까 싶어서다.
그런데 가끔은 어떤 말에 흠칫 놀라 발언자를 응시할 때가 있다. 지난달 25일이 그랬다.
이른 아침에 열린 이날 회의 주제는 김해신공항 재검증 범시민운동 대책회의였다. 동남권 관문공항은 부산의 미래를 결정할 북항 재개발, 철도 재배치, 2030 월드엑스포 유치 등과 모두 결부되어 있다. 하나라도 어긋나면 개별 사안에 성공여부를 장담하지 못한다. 두말하면 입이 아프다. 시도 전날 문자 메시지를 통해 주요 회의 내용과 지역 오피니언 리더의 참석 여부를 알리면서 회의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회의를 주도한 오거돈 부산시장은 일련의 과정을 설명하고, 그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국무총리실과의 위원회 구성에 대한 이견, 대구경북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 등이 주로 이루고 있었다. 비록 오 시장이 완곡한 표현을 썼지만, 지역권의 목소리가 사그라들고 있다는 질책성 발언도 있었다.
인상적인 부분은 오 시장의 입에서 “외롭다”라고 한 대목이다. 한 마디로 작심발언이었다. 기자가 있는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는 건 '알 건 알아야 한다'라는 뜻이기도 했다.
오 시장의 말대로 민선 7기는 김해신공항 재검증 문제를 총리실 재검증까지 격상시켰다. 그는 이제 그 주체가 시민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첫 주자로 나선 오 시장이 판을 벌려 놨으니 이젠 시민들에게 손을 내밀고 함께 뛰자는 것이다. 지역민과 정치계, 상공계는 이에 응답해야 한다.
결국 이날 회의의 핵심은 국무총리실의 지지부진한 검증 작업과 대경의 지역 우선주의보다는 주인공 부산 스스로가 완고한 의지를 내보여야 하는 내부 결속력 제고가 아닐까.
리더는 좀처럼 ‘외롭다’, ‘힘들다’, ‘아프다’라는 내색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350만 광역권 수장이 공식 석상에서 "외롭다"다고 말했다. 이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2019-11-02 09:00:00
-
데이터경제 시대, 관련 법조차 없는 한국
일상생활에서 인근 맛집을 검색하고 상품 사용후기를 찾아보는 것은 흔한 일이다.알찬 정보를 제공하는 파워블로거나 정보에 기반한 타깃마케팅은 수익으로도 이어진다. 위키피디아나 신용정보회사처럼 아예 정보 자체가 업무 기반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정보가 자꾸 모이다보니 '빅데이터'라는 말도 일반화됐다. 데이터가 경제적 가치가 되는 '데이터경제'가 이미 시작된 것이다. 데이터 3법은 이런 데이터경제를 위해 지난해 11월 발의됐다.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 3가지다. 하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돼 있다. 그래서 현재 기업은 그냥 데이터를 활용해 수익을 내면 되고, 고객은 편리하게 이용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언제까지 그게 가능하냐다. 법이 없는 상태에선 무엇이든 아노미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우여곡절 끝에 인터넷전문은행특별법이 통과됐다.법이 만들어진 이후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를 잇는 제3인터넷은행 인가 작업이 진행됐고, 기존 인터넷은행에 대해선 금융사가 아닌 IT기업 등 산업자본이 대주주로 전환되는 작업도 시작됐다. 제3인터넷은행의 경우 1차는 실패했지만 현재 2차 심사가 진행 중이다. 1차보다는 더 보완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카뱅은 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았다.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법제처의 유권해석 논의가 진행됐고, 현재는 또 다른 관련법도 발의된 상태다. 더 상세하게 관련 제도와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사회학자인 W F 오그번은 문화지체이론(Cultural Lag Theory)을 주장했다. 신속하게 변화하는 기술이나 산업 등을 규범이나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으로, 문화변동 과정의 속도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의 이론은 바람직한 문화변동을 위한 보충장치 마련의 필요성을 시사한다.새로운 문화에 대한 법이 통과된다고 곧바로 진입장벽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법은 오히려 더욱 구체적으로 시장 안전성을 재차 검증하게 하고, 더 적절한 시장 진입을 가능하게 한다. 빅데이터도 다르지 않다. 시장 활성화를 위한 명확한 안전장치를 위해 관련 법 마련이 너무 지체돼선 안된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금융부
2019-10-31 17:44:45
-
테마주에 묶여 빛바랜 ‘화천기계’
"더블유에프엠은 거래정지라도 됐지, 화천기계는 말 그대로 '묻지마 투자'의 온상이 됐다."이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겪으면서 증시에서는 관련주들의 주가가 급등락했다. 그중에서도 화천기계는 '조국 테마주'의 대장주로 불렸다. 감사가 조 전 장관과 미국 버클리대 법대 동문이라는 이유였다. 사업적 연관성은 무관하다. 투자자들도 조 전 장관에 의한 수혜를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테마주 특성에 기댄 '불나방 투자'에 불과했다.조 전 장관이 내정자로 거론되면서 8월 30일 3265원이던 화천기계 주가는 9월 5일 장중 7220원까지 치솟았다. 단 4거래일 만에 2배로 뛰어오른 셈이다. 이후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고, 급기야 10월 14일 조 전 장관의 사임과 함께 가격제한폭까지 추락, 3000원대 초반으로 내려왔다.화천기계는 두산인프라코어, 현대위아에 이은 국내 공장기계 3위 업체로 주목받았으나 시장에서 잊혀가던 종목이다. 2014년 9월 이후 흔한 증권사 분석보고서 하나 나오지 않는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됐지만 주당 2000~3000원 수준으로 시가총액은 1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안타까운 점은 화천기계 본연의 기업가치가 퇴색하고 단기차익을 노리는 일부 투자자의 표적이 됐다는 점이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지난 1·4분기 실적쇼크 후 2·4분기 별도기준 377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테마주 전락에 대한 주주들의 안타까움이 더해지는 이유다.일부 주주들은 "조국 사태가 일단락되면 주가가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지만 대다수 주주 사이에서는 "사실상 정치 테마주로 묶여 온전한 가치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주장이 지배적이다.조 전 장관은 물러났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저가매수하겠다는 투자자들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총선, 나아가 대선까지 테마매수가 이어질 경우 주가 급등락에 따른 주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회사 차원에서 적극적 기업설명회(IR)를 통한 성장 모멘텀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증권부
2019-10-31 17:44:42
-
국책연구원도 비판한 '답정너'식 정부
지난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정부가 국민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 13일 "경제위기를 너무 쉽게 언급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한 발언을 두고서다. 당시 이 수석은 진보·보수 간 진영대결을 경제 문제로까지 끌고 가선 안 된다고 했다. 한국당 편을 들겠다는 게 아니다. 가뜩이나 우울한 경제지표를 깎아내리며 정치적 도구로 삼는 모습을 수차례 봤기 때문이다. 해결책 대신 현 정부를 얼마나 더 아프게 꼬집을 수 있을지에 집중하는 듯한 인상이었다. 한국당은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때문에 우리나라가 베네수엘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나라와 베네수엘라는 국내총생산(GDP) 규모, 산업구조도 판이하다며 "자존심이 상한다"고 했다.그럼에도 민간 전문가나 싱크탱크의 '옐로카드'에 우리 정부가 귀를 닫고 있다는 한국당의 지적에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의 저물가 현상에 대한 정부의 태도만 해도 그렇다. 홍 부총리는 "작황 호황에 따른 농산품 가격 하락과 석유류 가격 하락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며 "세계가 저성장·저물가·저투자가 고착화되는 뉴노멀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민간의 우려에 대해서는 일찍이 귀를 닫았다.28일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도 작심 비판을 내놨다. 디플레이션이냐 아니냐를 가리기 이전에 지나치게 낮은 물가상승률 자체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는 뜻에서다. 그러면서 물가하락 추세가 공급측 요인뿐 아니라 수요측 요인 원인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정부의 물가인식을 전면적으로 반박한 셈이다. 같은 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문재인정부 후반부는) 더 낮게, 더 가깝게 다가가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다가가야 할 곳은 정부가 바라는 목소리를 내주는 곳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는 이른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그대로 답해)식 행태는 야당뿐 아니라 온 국민의 질타 대상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ktop@fnnews.com 권승현 경제부
2019-10-28 17:35:49
-
당신의 마음 건강, 안녕하신가요?
"나 우울증인 것 같아." 친구의 진지한 말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무슨 말을 해 주어야 할 것 같은데, 적절한 말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걱정되는 마음에 아는 정신과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섣부른 조언보다 일단 잘 들어주는 게 도움이 된다고, 심한 경우 꼭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우울증이 무서운 이유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 자살 실태 조사에 따르면 자살사망자의 84.5%가 정신 건강 관련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정신질환 중에서도 우울질환의 자살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다. 연예인들의 갑작스러운 비보 뒤에는 항상 '우울증'이 있다. 비단 연예인뿐만 아니라 직장인, 주부, 학생에 이르기까지 우울증은 누구나 조심해야 할 질환이다. 우울증 환자는 지난해 76만6959명으로 집계됐다. 불과 5년 사이 27.7%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우울증을 고백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혹자는 당사자의 의지가 약하다고 말한다. 정신과 병원이라도 한번 가려면 눈치가 보인다. 스스로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라 여기며 패배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우울증 증상이 있어도 혼자 견디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병을 키우기도 한다.누구나 건강한 삶을 원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려 한다. 주기적으로 건강 검진도 받는다. 그런데 '마음 건강'을 들여다보는 일에는 소홀하다. 우리 몸처럼 마음의 건강도 유지에 필요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나빠질 수 있는데 말이다. 신체 질병은 눈에 쉽게 띄기 때문에 오히려 치료가 쉽다. 우울증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사람을 무너뜨린다. 게다가 몸까지 병들게 할 수 있다.건강에 관한 기사는 잘 읽힌다. 몸에 좋은 음식, 제철이 되면 챙겨 먹어야 할 식품 등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몸이 어딘가 아프면 곧바로 병원을 찾고 약을 먹는다. 병은 소문내야 빨리 낫는다고 하지 않던가. 마음 건강도 동일하게 챙기면 된다. 마음이 튼튼하면 신체도 더욱 활기를 얻는다. 우리 몸을 아끼는 만큼 이제 마음의 건강도 유심히 들여다보기를 바란다. imne@fnnews.com 홍예지 e콘텐츠부
2019-10-28 17:35:45
-
눈 감고 귀 닫은 '대가'
최근 부산 영도에서 해양수산부와 부산시가 주최하는 ‘부산권 해양공간관리계획안‘ 수립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해양수산부가 부산까지 내려와 공청회를 여는 것도 흔하지 않을뿐더러 정부가 해양공간을 어떻게 관리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해 참석했다.
공청회장을 들어서자 다소 한산할 거란 예상과는 달리, 길목까지 사람들이 들어차 앉은 자리도 없을 만큼 성황을 이뤘다. 직감적으로 느낀 행사장 공기는 매우 차가웠다. 주최자는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조심했고, 청중들은 일단 들어보자는 것 마냥 참을성 있게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날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 날이었다. 정부가 부산 앞바다에 9개 용도구역(안)을 수립한 날이다. 같은 날 시의회에서는 관련 지역 위원회·협의회 조례를 원안 처리했다. 바로 전날에는 용신께 어민들의 안전과 만선을 빌기 위해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가을 풍어제가 열리기도 했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대부분 부산·경남에서 모인 어민들이었다. 어민들은 해상공간관리계획-용도 구역 9개 가운데 '에너지'가 결국은 기장 앞바다에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세우기 위한 방편이 아니냐고 반발했다. 거기다 부산시나 기장군 어디에서도 공청회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이의 제기했다. 이들은 공청회 개최 이틀 전에야 알고 부랴부랴 버스를 대절해 영도까지 왔다고 했다. 또 자신들만 쏙 빠진 채 '지역협의회'가 구성됐다는 것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어민들은 손을 들며 말했다. 가방끈이 긴 박사님은 10t짜리 배를 타고 70마일 나가서 파도 속에 조업해 본 적이 있냐고, 안 그래도 전국 최저인 조업 구역이 더 좁아질 거라고, 부산 앞바다는 거의가 산란장인데 결국은 해상풍력발전기가 해양 생태계를 망칠 것이라고.
때론 눈물로 호소했다. 오죽하면 돈을 들여 풍어제를 지냈겠냐고, 먹고사는 문제를 가지고 얼마나 더 어민들을 울리려 하냐고 말했다. 그 자리에 앉은 이 그 누구도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양공간관리계획이 결국 해상풍력발전기로 이어질지는 아직 모른다. 또 해상풍력발전기가 부산에 꼭 필요하다는 타당성도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다만 이번에도 행정당국은 추진 과정에서 대립과 반목을 피하지 못했다. 지역주민 수용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사업은 장기적으로 갈등의 고리가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다. 시는 이제라도 이해당사자가 정말 누군지, 행정편의로만 밀어붙이진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2019-10-26 09:00:00
-
죽은 강아지를 위해 경조휴가를 낸다면
아저씨는 엉엉 울 것만 같았다. 대낮 카페에서 우연히 옆 사람 대화를 들었다. 마주보고 앉은 두 중년 남자 중 한쪽은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10년 넘게 기르던 개가 죽었단다. 아저씨는 개를 품에 안던 감촉이 자꾸만 생각나는지 팔을 동그랗게 모았다. 건너편에 앉은 쪽은 눈물을 흘리는 친구를 보고 어쩔 줄 몰라 머그컵만 매만졌다. 사실 좀 황당하고 웃겼다. 다 큰 어른이 개 때문에 훌쩍거리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고양이를 다섯 달 키워보니 이제 알겠다. 왜 아저씨가 앞에 놓인 차가 식어가도록 눈물을 멈출 수 없던지를. 매일 저녁 퇴근하면 문 앞에 나와 있는 고양이. 한밤중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오는 고양이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면 가슴에 구덩이가 생긴다. 아저씨는 아마 정말 울고 싶었을 거다.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말이 바뀌는 시대다. KB금융그룹 '2018년 반려동물보고서'를 보면 작년 12월 기준 네 가구 중 한 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과거 반려동물을 길렀던 가구를 포함하면 반려동물 양육 경험이 있는 가구는 절반을 넘는다. 반려동물 양육가구 10명 중 8명 이상은 반려동물은 가족이라는 말에 동의했다. 반려동물이 가족이라면 경조휴가 사용이 가능할까. 아직까지 공감을 받긴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2017년 이탈리아에서 로마 사피엔차대학 교직원이 반려견 간호를 이유로 유급휴가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소송을 내 승소했다. 보편적이지는 않지만 미국과 일본 회사 중 가족상처럼 휴가를 주는 곳도 있다. 반려동물 경조휴가 기사 댓글에는 과격한 목소리가 많다. 고작 개 때문에 회사에 휴가 달라는 건 그야말로 개판이라는 거다. 고백하건대 고양이를 기르지 않았다면 똑같이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때론 슬픔의 이유보다 슬픔 그 자체가 중요한 것만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배려이고 성숙한 자세다. 최근 밤낮없이 회사 생활을 하던 친구가 퇴사했다. 회사를 관두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잡지 제작이었다. 죽은 강아지를 추억하는 내용을 담았다. 제대로 강아지를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있나 보다. 친구가 하루라도 애도의 시간에 충실했다면 슬픔은 조금 옅어지지 않았을까. 친구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은 여전히 강아지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산업2부
2019-10-24 16:41:41
-
방사능은 경계를 지키지 않고 흐른다
"방사능은 시·도 경계를 따라 흐른다." 방사능이 무슨 내비게이션을 장착한 자율주행차량도 아닌데 무슨 소리냐고? 이야기의 내막은 이렇다. 지난 23일 울산시 중구청에서 전국 12곳의 지자체가 결성한 '전국원전동맹'이 출범했다. 울산 중·남·동·북구 4개 기초단체를 비롯해 전남 무안군, 전북 고창군과 부안군, 강원 삼척시, 경북 봉화군, 경남 양산시와 부산 금정구와 해운대구가 참여했다. 광역단체도 아닌 기초단체들이 동맹까지 결성한 이유는 현행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방사능방재법)'이 현실과 너무 괴리가 크다는 데 있다. 방사능 방재법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개정됐다. 원전사고를 대비해 반경 거리 30㎞ 이내에 있는 모든 지자체는 해마다 방재계획을 수립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 승인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장갑·덧신·안경 등 개인용 방사능 방재세트와 표면오염감시기 등 공동장비를 구입하려면 기초지자체의 자체 예산으로는 어림도 없다. 방재계획 수립부터 장비관리, 주민 홍보까지 해야 하는데 인력도 태부족이다.반면 예산이 넘쳐나는 곳도 있다. 현행 법에 따라 원전 주변 5㎞ 반경 이내에 있는 울산 울주군과 부산 기장군, 경북 울진군, 전남 영광군에는 원전지원금이 지급된다. 울주군은 매년 3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원전동맹 중 21만명이 거주하는 울산 북구는 경주 월성원전과의 거리가 경주 시내보다 훨씬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1원 한푼 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원전사고 시 방사능 방재범위를 반경 거리로 정하면서도 정작 원전지원금 지급은 원전 소재지의 행정 경계로 나뉘고 있는 꼴이다. 원전지원금 법령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전국원전동맹이 발표한 공동요구안은 '원전지원금 법령 개정'을 비롯해 '원전정책 수립 시 인근 지자체 의견 반영' '지방교부세법 개정을 통한 원전교부세 신설' 등이다. 20대 국회에는 유사법안이 30개 넘게 상정됐지만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태풍으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가 현실화됐다. 이 또한 대한해협을 경계로 일본 근해에만 흐를 수 있을까? ulsan@fnnews.com 최수상 정책사회부
2019-10-24 16:41:39
-
日 경제보복 100일… 이성의 길 찾아야
얼마 전 저녁 자리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에 관한 이야기가 화두가 됐다. "100일간 일본의 보복조치를 겪었는데 국내 영향이 없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지난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직후 국내 반도체 생산이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3개월 만에 180도 달라진 분위기를 말한 것이었다.
그러자 참석자였던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당시 망망대해, 태평양에 떠 있는 (선박의) 물량을 하나라도 확보하려고 관련 자료를 모두 뒤졌다"며 "악몽과 같았다"고 떠올렸다. 이어 "지난 7월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관련 대책회의를 진행했다"면서 "재고를 늘릴 방법을 찾기 위해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대응해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피해를 수습한 게 그저 자연스럽게 이뤄진 일이 아니라는 말에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 당국이 국내 수출규제를 단행한 지 100일이 넘었지만 업계의 피해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기업이 사활을 걸면서 총력을 다한 결과라 해도 무방하다. 일본이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목줄을 잡기 위해 전략적 규제를 단행하는 동안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삼성·LG디스플레이 등 업계는 고난의 행군을 했다. 공정 올스톱 등 우려가 컸음에도 겉으로는 최대한 차분하게 재고 확보·효율화·국산화 등으로 100일 넘게 버텨냈다.
기업들은 여전히 눈앞이 캄캄하다. 일본은 10월 말까지 핵심소재 관련 7건의 수출허가를 했지만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액체 불화수소 수출을 지난 8월 이후 1차례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재계에선 일본이 다른 보복 카드를 이미 준비해 놓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정치적 요인에 대한 기업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100일을 돌이켜 보면 기업이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있었다는 것이다. 일본 수출규제 사태는 이제 현 정부가 이성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감정과 오기로 국가 간 외교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이라면 안다. 다행히 이낙연 국무총리가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가지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난다고 하니,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산업부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2019-10-21 17:35:33
-
SK텔레콤의 양자기술 뚝심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통신. 양자라는 단어가 들어가면서 어렵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양자의 특성을 기반으로 한 두 기술은 해킹에 사용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와 방어에 활용할 수 있는 양자암호통신으로 나눌 수 있다. 따라서 이 두 단어를 쉽게 풀어보면 창과 방패에 비유할 수 있다. 미래의 창과 방패를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국회는 지난해 12월부터 5년 동안 12억달러를 양자컴퓨팅 기술에 투자하는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 법안을 통과시켰다. 중국은 내년까지 100억달러를 투자해 안후이성에 양자컴퓨터 연구 클러스터를 만들 계획이다. 유럽연합(EU)도 퀀텀 플래그십을 출범시켜 오는 2028년까지 10억유로의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다. 반면 한국의 양자기술 연구는 걸음마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한국의 양자정보통신 기술 수준은 미국의 73.6%에 불과하며 유럽(99.9%), 일본(90.0%), 중국(86.1%)과도 10%포인트 이상 차이를 보인다. 그나마 올해 초 양자컴퓨팅 핵심기술 개발에 5년간 445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선진국과의 격차 만회에 나섰다. 정부의 대응이 뒤늦은 감이 있지만 민간 차원에서는 양자기술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진행돼 왔다. SK텔레콤이 대표적인 사례다. SK텔레콤은 지난 2011년 양자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개발해 왔다. 지난해에는 약 700억원을 투자해 양자암호통신 세계 1위 기업 IDQ를 인수했다. 그 결과 SK텔레콤은 최근 EU의 양자 플래그십 양자키분배기 1위 공급사로 선정됐으며, 미국 최초의 양자암호통신망을 구현하기도 했다.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가 진행되던 지난 2일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는 "국감만 되면 기업 CEO들이 증인으로 출석하는데, 기업이 잘못한 일은 질타를 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도 "기업이 뚝심 있게 추진해 온 사업이 성과를 내고,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국회에서도 칭찬을 해줘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이야기를 들으며 양자기술과 관련한 SK텔레콤의 행보가 칭찬을 받을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syj@fnnews.com 서영준 정보미디어부
2019-10-21 17:35:31
-
보수통합에 시험대 오른 황교안 리더십
"자유한국당이 보수통합 의지가 있다면 바른미래당에도 명분을 줘야 한다. 한국당에 다시 돌아오는 모양새로는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거부감을 느낄 공산이 충분히 있다. 신당 창당 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통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 만난 한국당 중진인 A 의원이 '개인 아이디어' 차원에서 꺼낸 보수통합 시나리오의 일부다.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위해선 보수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다. 단, 그는 여기에 단서를 달았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안된다"는 것이다.
"(유 의원) 지역구인 대구에서 출마하면 필패다. 차라리 호남으로 출마해 명분이라도 얻는 게 낫다."
유 의원이 한국당과 함께하더라도 실제 선거 판세에 큰 영향력을 미치기 어렵다는 이유다. 유 의원이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수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척이나 싸늘한 평가였다.
A 의원은 "사실상 바른정당계 의원들도 '유승민 계보'로 볼 만한 사람은 없지 않나"라며 유 의원 없이도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의원들과 충분히 통합이 가능할 것이라고도 자신했다.
친박계는 더 노골적으로 유 의원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유 의원이 한국당과의 통합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탄핵 인정' 발언에 3선의 김재원 의원은 '참으로 유승민스러운 구역질 나는 행보가 아닐 수 없다'는 내용의 문자를 주변 의원들에게 보내는 등 벌써부터 격앙된 반응이 터져나오고 있다.
보수세력 간 통합이 이뤄진다 해도 공천문제 등으로 당내 갈등이 제대로 수습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또 다른 중진 B 의원은 "통합 후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지역구가 겹치는 의원들과 공천 '교통정리'는 어떻게 할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단 보수진영에선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보수표 분산을 허용해선 안된다는 공감대는 깔려있다. 그러나 보수통합이 구체화될수록 '잡음'은 '내홍'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선거 결과로 평가받는 당 지도부로서 보수통합은 버릴 수 없는 카드다. 황교안 대표가 시너지를 불러올 수 있는 '묘수'를 꺼낼 수 있을까. 황교안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정치부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2019-10-17 17:38:14
-
조국 장관 사퇴는 낭만적이었을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하던 지난 14일, 법무부 공식 유튜브와 페이스북 계정에 한 영상이 올라왔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마지막 부탁'이라는 제목의 8분41초가량 영상으로 대부분은 조 전 장관이 전날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검찰개혁안을 발표한 장면이 나온다. 영상 말미에는 특별한 장면이 연출된다. 영상은 7분36초부터 흑백으로 전환된다.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오고 조 전 장관의 사퇴문 일부가 자막 처리된다. 자못 '낭만적'으로 보이는 퇴임 장면이다. 야권에서는 즉각 반발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1분가량 영상을 상영한 뒤 "참 창피하고 낯뜨겁고 부끄러워서 두 눈을 뜨고 볼 수가 없다"며 "정치선거 CF인 줄 알았다"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법조계 관계자도 "법무부 장관 퇴임 이후 이런 영상이 제작된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심지어 불명예 퇴진 아니던가"라고 반문했다. 조 전 장관의 논란을 되짚어보자. 조 전 장관은 지명과 함께 가족 사모펀드 투자, 딸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웅동학원 재단 사금고화 의혹 등이 제기됐다. 논문은 취소됐고 부인은 기소됐다. 관계자 일부는 구속됐다. 조 전 장관의 자택은 현직 법무부 장관 역사상 처음으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국론은 분열됐다. 찬반으로 나뉜 시민들은 서초, 광화문 등지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조 전 장관이 떠난 지금도 논란은 진행 중이다. 이 상황에서 조 장관의 퇴임은 낭만적이었을까. 모두에게 '불명예 퇴진'으로 보인다. 지지자에게는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해서, 반대자에게는 '정의의 심판'을 받았기에 명예롭지 못했다. 정부는 조 전 장관이 남겨둔 검찰개혁안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의 검찰개혁 방안은 역대 정부에서 오랜 세월 요구되어 왔지만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검찰개혁의 큰 발걸음을 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검찰개혁의 정당성 때문이었을까. 법무부 영상에서 조 전 장관은 검찰개혁 '숙제'까지 부여하는 장관으로 묘사된다. 심지어 낭만적으로 말이다. 그러나 이는 검찰개혁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부여해야 할 개념이지, 정부기관이 앞서서 비화할 문제는 아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사회부
2019-10-17 17:38:12
-
정쟁으로 한해 보내는 '전무위(全無委)'
[파이낸셜뉴스 최경식 기자]
지난 9월 이전까지 국회 정무위원회(위원장 민병두)는 전체 상임위원회 중에서 올해 단 한 건도 법안 처리를 하지 못한 유일한 상임위였다. 이로 인해 '전무위'라는 조롱 섞인 별칭을 얻기도 했다. 그나마 지난달 P2P 법안을 겨우 처리해 최소한의 체면치레는 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여전히 상임위에는 계류된 법안이 수백건이 쌓여있고, 신용정보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주요 법안의 연내 처리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오랜 기간 계류됐던 신정법 등 몇 가지 법안은 이번 국회에서도 처리를 못할 경우 자동폐기 과정을 밟게 된다.
올 한 해 동안 정무위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공전을 거듭하게 된 배경에는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권의 정쟁이 있다. 여야 간 법안 자체에 대한 이견은 적음에도 불구하고 법안과는 무관한 다른 정치적 갈등이 개입돼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올 상반기에는 손혜원 의원의 부친 서훈 관련 문제가 정무위의 대표적 정쟁이었다. 하반기 국감에서는 조국 관련 정쟁이 모든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 정무위의 정책국감을 실종시키고 있다. 금융권 불완전판매와 소비자 보호 등 다양한 사안과 연계된 또 다른 핵심 이슈인 파생결합상품(DLF·DLS) 문제마저도, 증인 채택에서부터 진통을 겪는 등 적절히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 기대됐던 20대 국회 마지막 정무위 국감에서의 '유종의 미'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할 듯하다. 올해 남은 기간에도 이런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정무위는 국민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금융업을 관리·감독하는 금융당국을 감사하고, 필요한 금융사안을 입법화하는 등 금융 관련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정쟁에 휩싸여 제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은 곧 국내 금융산업의 혁신과 발전도 더디게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핀테크 업체 등 금융혁신 이해관계자들의 노심초사가 상황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이해관계자들은 지난해 발의된 데이터3법이 상반기에는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고, 이미 사전 준비작업을 진행했었다. 하지만 올해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지면서 관련 법에 기반한 금융혁신은 요원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어느덧 20대 국회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국민의 뜻을 대변하기 위해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그동안 자신과 소속당만을 위한 정쟁에 더 몰두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시점이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2019-10-14 18:05:33
-
30대의 불안감이 낳은 집값 급등
부동산 매매 시장에 30대가 늘었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8586건 중 30대의 아파트 매수건수는 2608건으로 전체 거래의 30.3%를 차지했다. 서울 아파트 10채 중 3채는 30대가 샀다는 의미다. 이처럼 30대가 많이 뛰어든 근본적인 이유는 불안감이다. 서울 집값이 연일 치솟는 가운데 지금이라도 집을 사지 않으면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는 조바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결혼 7년 차인 30대 직장인 A씨는 "이미 서울 아파트 가격은 8억~9억원에 달하지만 4억~5억원을 무리해서 대출하더라도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3~4년 후에는 아예 집을 살 수 없을 것"이라며 "맞벌이 부부다 보니 둘 중의 한 명 월급은 이자와 원금 상환에 들어가더라도 집값이 오르면 남는 장사 아니냐"고 자조 섞인 말을 내뱉었다. 불안한 경제 상황도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 과거에는 대기업에 다니거나 전문직에 종사하면 서울에 내집 하나 마련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대기업에 다닌다고 하더라도 정년까지 회사에 남아있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고, 경제 상황이 나빠져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을 수 있다.전문가들은 "부동산은 심리"라고 말한다. 불안감이 커지니 너도나도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다. 부동산 외에 채권, 주식 등 다른 투자수단도 수익률이 좋지 않으니 부동산 '쏠림현상'은 더 커진다. 이런 집값 폭등을 막기 위한 정부의 가장 큰 해결책은 불안감을 없애는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최근 정부 정책은 시도 때도 없는 규제정책 남발과 단기적 효과만 노리는 단발성 정책으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최근 정부가 부동산 불법자금 출처를 조사를 한다고 강남 부동산을 들쑤셨다. 강남 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요즘 현금으로 무턱대고 집을 사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세무사와 전문가를 끼고 법적 테두리 안에서 부동산 거래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부동산 집값 상승의 본질을 잡는 정책이 아닌 잔불만 끄는 정책이 이어진다면 이번 정부 내에서는 부동산 집값 잡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kmk@fnnews.com 김민기 건설부동산부
2019-10-14 18:05:32
-
"정보공개, 우리 관할이 아닙니다"
'대전지청→국세청→대전지청→국세청→대전지청→국세청→대전지청' 아까운 지면을 할애해 가며 이처럼 동일한 단어들을 나열한 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가 혼자 알기 아까운 광경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간혹 취재를 하다 보면 서로 '본인 업무가 아니다'라며 떠넘기는 경우가 있는데 한두 번 핑퐁이 오가면 정리가 된다. 이번엔 달랐다. 6번의 랠리가 오갔다. 지난 9월 6일 대전지방국세청에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의 초과 근무시간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대전지청은 사흘 후인 9일 국세청으로 청구건을 이송한다. 다시 이틀 후 11일 국세청은 오후 1시16분 청구건을 다시 대전지청에 이송한다. 이날에만 다섯 차례 핑퐁 랠리가 오갔다. 오후 4시31분 국세청이 '대전청 관할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청구 건을 이송했고, 대전지청이 오후 4시37분 이송 건을 접수하면서 공방이 마무리됐다. 이 모든 내용은 기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접수·이송 시 알려준다. 5번의 핑퐁이 오갔던 9월 11일에만 총 20여개의 휴대폰 문자와 전자메일이 이들의 '떠넘김'을 생중계했다. 알림문자에는 국민 세금이 쓰인다. 불필요한 세금이 낭비됐다. 핑퐁을 겪기 전에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지난 8월 4일 국세청에 동일한 내용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국세청은 같은 달 15일이 돼서야 공개거부를 통지했다. "시간제 공무원은 본청에 없고 지방청에만 있어 정보부존재에 해당한다. 별도로 다시 청구를 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다른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의 공개청구를 받은 때는 지체 없이 소관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돼 있다. 접수한 후 곧바로 이송했어야 하는데도 법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결국 지방청에 별도로 청구를 했고, 앞서 설명한 6번의 핑퐁을 겪은 후 9월 25일이 돼서야 자료를 받아볼 수 있었다. 최초 청구한 날로부터 거의 두달이 걸렸다. 2010년 5월 도입된 정보공개법이 곧 10주년을 맞이한다. 투명한 정부 운영을 목적으로 도입한 정보공개법이 의미 있는 10주년을 맞이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co@fnnews.com 안태호 정책사회부
2019-10-10 16:46:54
-
그들은 왜 그때 지분을 매도했을까
'이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 같은 표현을 썼다. 임직원에게 고액의 연금과 상여금을 뿌리던 미국 금융회사들이 경영이 어려워지자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행태를 비판한 말이다.
뉘앙스는 다를 수 있지만 자본시장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부 대주주의 '절묘한' 매도 타이밍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익은 일부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챙기고, 손실은 주가를 끌어올린 개인투자자들이 떠안는 구조다.
최근 바이오업체 신라젠과 헬릭스미스는 임상3상 관련 악재가 발생, 주가가 급락했고 개인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봤다. 신라젠과 헬릭스미스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주가가 떨어지기 전에 보유 중인 주식을 미리 내다팔았다.
신라젠의 신현필 전무는 임상3상의 무용성 평가가 알려지기 한 달 전인 지난 7월 16만7777주(약 88억원)를 매도했다. 헬릭스미스는 임상3상 약물혼용 공시가 나가기 직전인 지난달 23일 김선영 대표의 처남인 김용수 전 대표의 부인이 2500주, 딸이 500주를 각각 17만원대에 팔았다. 공시 직후 헬릭스미스 주가는 4거래일 만에 17만원대에서 7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이들 모두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부당거래는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매도 타이밍과 관련한 시장 안팎의 의혹은 여전하다.
테마주로 주가가 급등한 상장사 대주주의 지분 처분도 반복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테마주로 급등한 이글벳의 대주주 강태성 사장은 보유주식 30만주를 매도했고, 강 사장의 아버지와 부인도 각각 15만주를 팔았다. 처분규모는 약 63억6000만원이다. 앞서 일본제품 불매운동 테마주로 주가가 급등한 모나미와 소재 국산화 수혜주로 꼽힌 후성 등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났다.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차익실현은 불공정거래에 해당한다. 테마주로 급등한 대주주의 지분 매도는 회사의 가치를 스스로 평가절하하는 행위다. 무엇보다 이들 모두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투자자의 신뢰는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mjk@fnnews.com 김미정 증권부
2019-10-10 16:46:52
-
‘질의의 품격’ 사라진 과방위 국감
"네이버에 오마이뉴스가 최상단에 자주 뜹니다. 좌파 맞춤형 AI 아닙니까. 예스 노만 답변하세요."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성숙 네이버 대표에게 한 '질의'다. 한 대표는 "그건 아닙니다"라고 설명하려 했지만 박 의원은 "저거 너무 한쪽으로 치우쳤다"면서 "뉴스별 알고리즘을 공개하라고 했는데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그 편향성을 우리가 지적하는 것이다"라고 말을 끊었다.이후 박 의원은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을 국회의원(우리)에게 공개할 생각이 있느냐고 반복적으로 물었다. "구글은 왜 공개하느냐"고 물은 뒤 한 대표가 "구글이 뉴스 AI 알고리즘을 공개하고 있습니까"라고 반문하자 "변명하지 말고 답변만 하라"고 소리를 질렀다.이는 매년 반복되는 국감장의 흔한 풍경이다. 과방위의 올해 국감이 유별난 것도 아니고 박 의원의 질의만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신해 국정감사 대상인 정부 외에도 기업 대표를 국감장으로 호출한다. 그리고 '망신주기' 질문을 한다. 의원 질의에 대답을 하면 호통도 치거나 윽박도 지른다. "예, 아니오만 답변하세요"는 '예의를 갖춘 질의인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전문가는 기업 대표를 부르더라도 서비스를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질의의 품격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야 민주주의가 성숙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 눈높이로 봐도 국감장에서 의원들의 질의는 품격과 거리가 멀다. 권헌영 고려대 교수는 "정치인이 스스로 선정적인 매체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건전한 토론으로 여론이 성숙되게 만들어야 할 책임은 정치인에게 있는데 오히려 정치인이 선정적 행태를 조장하는 상황은 민주주의 적"이라고 꼬집었다.국민은 한 표를 행사하면서 내가 뽑은 국회의원에게 호통을 칠 권한까지 위임했을까. 그렇지 않다. '그 나라 국회의원이 국민의 수준'이라는 말이 있다. 남은 국감 때는 품격 높은 질의가 늘어나는 헛된 희망을 기대한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정보미디어부
2019-10-07 17:54:42
-
누구를 위한 ‘제로페이’인가
소상공인들의 카드 수수료를 줄여주겠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간편결제 서비스 '제로페이'가 여전히 활성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박영선 장관은 "현금에서 신용카드로 전환이 이뤄지던 1990년대 말과 비교했을 때 (제로페이) 가입 속도가 느리지 않다"고 했고, 이낙연 국무총리도 "초기 홍보비가 들어가지만 그다음에는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낙관론을 펼치지만 제로페이 활성화는 요원하기만 하다.내 나름대로 맛집을 찾아다니는 편인데도 제로페이 사용이 가능하다는 안내 스티커가 붙은 음식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게다가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손님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기대와 달리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제로페이에 대한 호응도가 낮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10억원 이하 영세 소상공인이 부가가치세 매출세액 공제 등을 받을 경우 일반 신용카드의 실질 수수료율도 0~0.3%로 높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용법도 불편해 제로페이보다 카드 한번 긁는 게 편하다는 상인이 많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신용카드 사용을 통해 얻는 할인 혜택 등을 고려하면 제로페이에 끌릴 요인이 없다. 물론 아직 제로페이가 도입된 지 1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이처럼 정부가 간편결제서비스를 주도해서 성공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당장 우리나라에서는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페이코 같은 서비스가 있는데 굳이 제로페이를 쓸 이유가 없다. 제로페이는 정부가 나랏돈과 세금 혜택 같은 행정력을 앞세워 민간이 주도해야 할 결제시장에 진출했으니 심판이 선수로 뛰어든 격이다. 홍보비에만 100억원가량 들었다. 심판까지 뛰는데 실적은 미미하다 보니 서울시는 업무추진비와 복지포인트 일부를 제로페이로 사용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은행권은 정부 눈치를 봐가며 제로페이만을 위해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 디자인에 변화까지 줬다. 이 정도면 누굴 위한 제로페이인지 모르겠다. 정부와 서울시는 '관치페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제로페이를 민간법인(SPC)으로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법인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원 마련에 협조해 달라며 은행에 10억원씩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내년에도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제로페이는 잘못된 정책이었음을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산업2부
2019-10-07 17:54:38
-
정의선 선언에 국내 IT기업 못 웃는 이유
"현대차 때문에 정보기술(IT) 업계가 들썩거리고 있다."최근 한 글로벌 IT기업 임원에게 들은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ICT(정보통신기술)기업보다 더 ICT기업다운 회사가 되겠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공언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모빌리티, 자율주행 기업 등 미래차 분야에서 꾸준히 협력 및 투자를 해왔던 현대차는 지난달 23일 단숨에 글로벌 IT업계의 주요 플레이어로 지위가 상향됐다. 미국의 모빌리티 전문기업 앱티브와 합작법인 설립을 결정하면서다. 현대차그룹이 합작법인에 투입하기로 한 현금만 16억달러(약 1조91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자동차 엔지니어링 서비스, 연구개발 역량, 지식재산권 공유 등을 합치면 투자는 총 20억달러(약 2조3900억원)로 확대된다. 이는 현대차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투자 규모이기도 하다. 이전까지 최대 해외투자 규모였던 3억달러에 비해 7배가량이나 많다.그동안 자율주행에서 다소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현대차의 입지도 이번 투자결정으로 달라졌다. 앱티브는 미국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 계열 부품사인 델파이 오토모티브에서 시작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이 때문에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다른 IT 경쟁사보다 뛰어난 경쟁력을 지닌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차의 과감한 투자에 전문가들이 긍정적 평가를 쏟아내고 있지만 국내 IT기업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례에서 보듯 자동차 분야에서 IT투자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정작 국내 IT기업은 소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투자가 외면받고 있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정부 규제가 지목된다. 자율주행 분야가 대표적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IT기술과 교통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현행 도로교통법상 운전자 없이 도로를 달리면 불법이다. 이렇다 보니 한국의 자율주행 준비지수(KPMG 보고서 기준)는 13위에 머물러 있다. 국내 IT기업들이 현대차의 대규모 해외투자 결정을 먼 발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정부의 규제에서 만들어진 것 아닌지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산업부
2019-10-03 18:02:38
-
톨게이트 수납원 노조와 기술적 실업
지난 주말 부모님, 형과 속리산을 찾았다. 운전하는 형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 돌아올 때는 나도 핸들을 잡았다. 10년만의 운전이었다. 최근 바꾼 형의 차는 운전 중 차로를 침범하려 하면 자동으로 경고음이 울렸다. 10년 동안 자동차 기술도 많이 진보했다. 무엇보다 운전하는 내내 단 한번도 고속도로 수납원을 마주치지 않았다. 통행료 자동결제시스템(하이패스) 덕분이었다. 최근 한국도로공사와 톨게이트 수납원 노조는 3개월째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 8월 29일 대법원이 비정규직이었던 수납원 500여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라고 판단하면서다. 법률적으로 다른 회사인 파견회사 직원들에게 도로공사가 업무지시 등을 해왔기 때문이었다. 이에 1000명 넘는 비정규직 직원들이 '정규직 채용'을 주장하며 또 다른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앞선 근로자들과 달리 이들은 직접 업무지시 등이 없었던 만큼 자회사를 통해 채용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더불어 2020년까지 도입할 예정이었던 '스마트 톨링' 기술도 2022년 이후 단계적으로 도입해 고용감축 충격을 완화하기로 했다. 이 문제는 도로공사와 톨게이트 노조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동화에 따른 이 같은 '기술적 실업'은 앞으로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다. 무인자동차 기술이 상용화되면 트럭 운전사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드론 배송이 실현되면 수많은 배송업체 직원이 실직자가 될 수 있다. 기업들은 해고가 쉬운 비정규직을 점점 더 늘릴 것이다. 바다 건너 미국의 민주당 대선후보 예비경선에 나선 앤드루 양은 18세 이상 모든 미국인에게 매달 1000달러(120만원)를 주는 공약을 제시했다. 자동화를 통한 기업의 추가 수익을 세금으로 걷는 대신 기업들에 '쉬운 해고'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열어주자고 제안한 것이다. 도로공사는 공기업인 만큼 자회사 채용 후 기타 공공기관 지정 추진 등 고용안전판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민간기업이었다면 스마트 톨링 기술을 앞당겨 도입했을 것이다. 수납원 노조도 사옥 점거 등 과격한 무력시위 대신 도로공사가 제시한 다양한 제안을 받고, 그것을 돌릴 수 없게 '확약'을 받는 방식으로 실리를 추구하면 어떨까. hwlee@fnnews.com 이환주 건설부동산부
2019-10-03 18:02:35
-
‘합의된 사회적 기준’의 가치
복잡다단한 사회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일은 일상다반사다. 서로의 요구가 다른 상황은 쉽사리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우려가 높다. 사회적 갈등은 누구 하나의 승리로 끝이 나더라도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정권을 잡게 되면 '소통과 통합'을 외치는 이유 중 하나다. 비교적 근래 가졌던 식사 자리에서 사회갈등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를 어느 판사로부터 들었다. 그 판사는 사회구성원 간 합의된 기준이 많으면 많을수록 갈등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합의된 기준은 단순한 통념일수도, 규칙 혹은 법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게 통념이든, 규칙이든, 법이든 사회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내기까지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 '기준'은 참으로 값진 것이며, 그 기준을 훼손하는 것은 사회적 퇴행을 의미한다. 최근 취재 중 법조인 스스로 그 기준을 어길 수 있는 경계선에 선 사례를 확인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맡은 판사와 이 사건을 조사 중이었던 특별조사위원에 대한 취재였다. 같은 사건을 판결하고 조사하는 두 법조인이 부부란 사실을 알게 되고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수천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이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명백한 참사이면서 비극이다. 누구의 잘못이었는지 진실을 밝혀 이 같은 비극이 우리 사회에서 또다시 일어나는 일을 막아야 함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공정한 잣대를 위해 만들어둔 혹은 합의해둔 일정한 기준을 외면할 경우 이는 결국 또 다른 의미의 사회적 퇴행을 자초하는 일이 될 것이다. 물론 이 사건을 맡은 재판부와 조사위원이 부부라는 이유만으로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것이란 건 아니다. 대부분 속사정을 들어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할 합의된 기준을 정해놓은 건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진보든 보수든, 성별, 연령, 출신 등에 상관없이 어떤 사람이라도 진실을 판명하기 위해 법정을 찾는 심정은 누구나 절박할 것이다. 더욱 성숙하고 신뢰 높은 사법부의 위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어렵게 합의된 절차적 기준이 흐트러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본다. pja@fnnews.com 박지애 사회부
2019-09-30 17:29:54
-
부동산 정책, 시차의 문제일까
과거 한 연예인이 방송에서 "일본에 갔다 와서 시차적응이 힘들다"고 말했다. 하루 걸러 해외공연을 하는 바쁜 일정과 높은 인기에 대한 자랑, 그 와중에 피곤함을 토로한 것이었을 게다. 하지만 일본과 한국은 표준시가 같아 시차가 없었다. 그날의 일은 그에게 '흑역사'로 남았을 것이다. 여행객 혹은 연예인에게 시차가 중요한 것처럼 정책에도 시차가 존재한다. 특히 정책의 시차로 인해 어떤 정부는 칭찬을 받기도 하고, 어떤 정부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과거 참여정부는 '종합부동산세'라는 특별세금을 신설하는 등 총 17회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임기 중 집값이 크게 오르면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을 받았다. 이번 정부 들어서도 크고 작은 부동산 규제가 쏟아지고 있지만 집값 잡기는 묘원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어떤 부동산 부양책을 썼더라도 부동산 가격은 하락했을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현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억제책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어폐가 있다. 한 예로 작년에 고용률 동향이 발표될 때마다 야당을 중심으로 '역대 최저 취업률' '고용참사' 등 연일 비판이 쏟아졌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실패했다" "일자리정책의 실패"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이는 전체적으로 성숙기에 접어든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요인과 청년인구 감소에 따른 취업률의 자연감소 폭을 고려하지 않은 아전인수식 해석이었다. 반대로 정부는 "올 8월은 역대 최고 수준의 고용대박을 터뜨렸다"고 자화자찬했다. 지난해 취업자수 감소에 대한 기저효과를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부동산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입장에서는 "부동산정책에도 시차가 있고, 집값안정이라는 방향성은 맞게 가고 있다"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의 시차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은 모든 정부가 마찬가지다. 국민들은 정책의 '선의'보다 '결과'에 주목한다. 앞선 두 정부와 비교해 집값이 더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고, 거기에 일정 부분 정책의 판단 미스도 있었다. 필요하면 방향성을 지키면서 시장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자. 그리고 언론과 시민도 '집=서울 아파트'라는 공식을 깨고 '집=사는 곳'으로 사고를 전환하면 어떨까. hwlee@fnnews.com 이환주 건설부동산부
2019-09-30 17:29:52
-
돈관리 누구도 믿지마라
최근 결혼 준비에 들떠 있던 친구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취업한 후 본인의 월급관리를 어머니에게 맡겼는데 그 돈이 1000만원밖에 없다는 것이다. 10여년간 꼬박꼬박 월급을 어머니에게 가져다주고, 본인은 용돈을 받아 생활하며 결혼자금을 잘 모으고 있어 잔고가 1억원으로 기대됐는데, 고작 1000만원이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그 돈을 불려주기 위해 여기저기 투자를 하다가 손해를 봤다고 한다. 친구는 "그냥 내가 매달 적금이나 넣어둘걸. 무작정 맡겨버리는 게 아니었다"며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다. 믿고 따지지도 않고 돈을 맡겼다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했을 것이다. 어릴 적 세뱃돈을 부모님께 가져다주면 그대로 사라져버리는 경험을 하면서 "돈관리는 내가"라는 인생의 깨달음을 얻은 (나 같은) 사람들도 분명 많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이번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사태에서 이러한 데자뷔가 느껴졌다. 철석같이 믿었던 은행원의 말을 듣고 거액을 맡겼는데, 공중에 사라져버린 것이 마치 묻고 따지지도 않고 엄마가 잘 관리해주겠지 하는 믿음에서 시작된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시장조사기업인 입소스가 직업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에선 은행원이 5위로 상위권에 자리잡았다. 이처럼 은행원에 대한 높은 신뢰도가 이런 사태를 야기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서 가장 잘못한 사람은 이런 신뢰를 저버리고 불완전판매를 한 은행 측이다. 특히 고령자에 대한 판매에서는 그 책임이 더욱 가중돼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한번쯤 되새겨봐야 할 것은 돈관리는 '신뢰'만으로 타인에게 무조건 맡겨서는 안되는 영역이라는 점이다. 이번 사태가 불거진 이후 실제로 판매됐던 파생결합증권(DLS)의 상품설명서를 볼 기회가 있었다. 상품설명서를 보자마자 처음에 눈에 띈 것은 '매우 위험'이라고 굵은 폰트로 새겨진 문구였다. 이런 문구를 보고서도 믿고 맡길 수 있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던 부분이다. 결국 내 돈을 어떻게 굴릴지는 스스로가 정확히 이해하고 선택해야 한다. 모른다면 무조건 '원금보장'이 되는 상품이나 '예적금'을 하는 편이 가장 안전하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금융부
2019-09-26 17:20:36
-
유기동물 막기위한 ‘교육’ 의무화해야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연휴인 지난 14일, 붐비던 서울역에서는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주인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행여나 사고가 날까봐 강아지를 걱정스레 불렀지만, 강아지는 지나가던 남성 행인들에게 다가가 냄새를 맡은 후 잃어버린 주인을 찾는 행동만 반복할 뿐이었다. 반려동물 1500만 시대라고 하지만 현실은 이렇다. 2018년 농촌진흥청의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및 양육현황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27.9%가 현재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려동물을 통해 정서적 안정감과 행복감을 갖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반려동물 유기 및 학대에 대한 사회문제도 뉴스를 통해 자주 볼 수 있다.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41만5514마리의 반려동물이 버려진 것으로 나타났다.정부에선 유기 문제를 없애고자 반려동물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사실상 필요한 것은 교육이라는 목소리가 있다. 교육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은 물론 종별 특성, 비용과 따져봐야 할 것들을 충분히 인지해야 유기가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최근 정림종합사회복지관(대전 정림동)의 함초더초 청소년위원회는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기 좋은 마을을 만들고자 지난 8월 24일부터 30일까지 7일간 지역주민 123명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및 유기동물에 대한 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이유로 생명경시 풍조가 30.3%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그 다음으로 반려동물 양육비용(21.1%), 반려동물의 질병(20.4%), 이사나 출산 등 개인적 사정(16.4%) 순으로 나타났다.반려동물 유기를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로 반려동물 입양 전 입양교육 의무화(찬성 81.5%), 반려동물등록제 시행 강화(찬성 80.7%), 반려동물 유기 시 형사처벌(찬성 78.7%) 순으로 나타났다.반려동물을 양육하고자 하는 사람의 교육을 의무화하는 것은 물론 반려동물 양육과 관련된 보수교육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많은 사람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동물을 단지 소유물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성숙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생활경제부
2019-09-26 17:20:29
-
액상 전자담배 세율인상 꺼내든 기재부
8명이 사망했다. 미국 보건당국은 그 원인으로 액상형 전자담배를 지목했다. 정확히 말하면 마리화나 복합물질인 THC(tetrahydrocannabinol)를 넣은 전자담배와 첨가제를 혼합한 가향 전자담배가 주범으로 꼽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금지 계획을 발표했다. 월마트를 비롯한 대형 유통업체들은 일제히 판매중단 행렬에 동참했다. 반면 우리 보건당국은 지난 20일 '사용 자제'를 권고하는 데 그쳤다. 공급·판매 채널은 그대로 놔둔 셈이다. 같은 날 기획재정부는 사흘 뒤인 23일에 '담배 과세 현황 및 세율조정 검토 관련 향후계획 배경'에 대한 브리핑을 하겠다고 공지했다. 사실상 세율인상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왔다. 이날 브리핑의 골자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제세부담금이 일반담배 대비 43.2%에 불과하다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담배 종류별 객관적 과세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맡겼다"였다. 간단히 말해 정부의 이번 발표는 '전자담배세 인상 공식화'가 아닌 '전자담배세 인상 검토 공식화'였다. 이미 정부가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는 보도는 수차례 나온 터라 새삼스레 '인상 검토'를 공식화한 이유가 이해되지 않았다. 정부가 복지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 권고에 맞춰 세율인상 카드를 꺼냈다는 해석이 제기될 수 있다. 세율은 정부가 특정 품목의 수요를 조절하고 싶을 때 자주 꺼내 쓰는 카드여서다. 하지만 담배는 비탄력적 수요를 갖고 있는 대표적인 재화다. '술 끊은 사람은 상대해도 담배 끊은 사람은 상대 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거꾸로 얘기해 흡연자들은 세금 조금 더 붙는다고 해도 꿈쩍 않는다. 정부의 곳간만 두둑해질 뿐이다. 기재부는 브리핑에 앞서 기자들에게 "신종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과세체계에 대해 문의가 많이 들어와 별도의 자리를 만들었다"며 "정부의 정책을 새로 밝히는 자리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인상한다고 하기도, 그렇다고 인하한다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건 알겠다. 이 판국에 그 어떤 방향도 비판의 목소리를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어쩐지 이번 자리가 '전자담배 세율인상 전초전'으로 해석되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 같다. ktop@fnnews.com 권승현 경제부
2019-09-23 17:50:19
-
조국 가족펀드, 투자업계의 합리적 의심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이 '블라인드 펀드'에 숨어 '돈' 잔치를 노렸을 가능성에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다. 사모펀드를 활용한 자본시장에서의 '이상한 거래'가 조 장관 가족이 투자한 펀드와 연결고리를 가진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금융투자업계는 정치권발(發) 사모펀드의 '위축' 가능성을 우려한다. 업계는 사모펀드 시장에 불똥이 튈까 싶어 덮어둔 채 거리를 두자는 분위기다. 그러나 건강한 '펀드 시장'을 위해서는 덮어두고 쉬쉬하기보다는 정확히 짚고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무조건 어느 한편을 지지할 일도, 의심할 일도 아니지만 '합리적인 의심'은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먼저 업계는 익명을 전제로 코스닥 상장사 더블유에프엠(WFM)과 관련한 '이상한 거래'를 지적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만 보더라도 의문은 '팝업창'처럼 겹쳐져 나타난다. 더블유에프엠은 '조국 가족펀드'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는 회사다.5년째 적자가 난 더블유에프엠의 차입금은 2017년 말 기준 16억원에서 2018년 224억원으로 14배나 뛰었다. 2차 전지에 대한 트랙레코드가 없는 회사가 단번에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에 성공한 것이다. 신용등급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회사다. 이러한 CB 발행이 성공한 배경에는 '수상한 투자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조 장관의 가족이 투자한 코링크PE도 포함된다.해당 CB의 만기보장수익률(19.1%)도 논란이다. 통상 CB 만기보장수익률은 10%를 넘기 힘들다. 더블유에프엠이 '디폴트에 내몰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5년째 적자인 회사가 3년간 이자로만 40억원 이상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회사의 현금성 자산은 21억원에 불과하다. CB 투자자들의 주가 부양을 통한 주식 전환 가능성을 노렸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주가 부양을 위해 더블유에프엠과의 합병을 계획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회사들은 '익성' '웰스씨앤티' 등이다. 검찰은 이들 회사와 코링크PE의 연결고리를 수사하고 있다. 합리적 의심을 풀어줄 명확한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khj91@fnnews.com 김현정 증권부
2019-09-23 17:50:17
-
대입 불신, 좌·우 아닌 기득권의 문제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의 입시비리 의혹을 시작으로 수시 중심의 대입제도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조 장관 딸의 입시비리 의혹이 사실인지 여부를 떠나서다. 사건을 좀 더 근본적으로 살펴보자. 조 장관의 딸과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의 아들은 같은 한영외고 출신이다. 만약 아버지가 서울대 교수가 아니었다면 조 장관의 딸이 장 교수의 병리학 논문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을까? 장 교수의 아들도 서울대 인권법센터에서 인턴증명서를 받았다는 점에서 교수들이 자녀들의 '스펙 품앗이'를 했다는 의혹은 피할 수 없다. 최근 논란이 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아들도 마찬가지다. 나 원내대표의 아들은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지난 2014년 7~8월 여름방학 때 서울대 의대 윤형진 교수의 의공학교실에서 인턴으로 실험에 참여했다. 윤 교수와 나 원내대표는 같은 서울대 82학번이다. 나 원내대표의 아들이 아무리 우수한 학생이라 하더라도, 나 원내대표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국립대인 서울대 인턴으로 참여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교육정보 격차를 만든다. 상층부 자녀는 하층부 자녀보다 좋은 학력, 좋은 스펙을 쌓기에 유리하다. 이는 좋은 일자리와 사회적 지위로 이어진다. 학벌주의, 지역격차, 주거불평등 등 다층적 불평등 구조가 맞물려 돌아간다. 이 지위는 후세대로 이어진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지금의 대입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크다. 기득권 세력이 교육정보 격차를 통해 현행 입시제도를 본인들 입맛에 맞춰 이용하거나 악용한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과연 조 장관과 나 원내대표 외에 다른 고위공직자 자녀들의 입시에는 문제가 없을까? 현행 고위공직자들은 개인 재산과 자녀들의 병역이행 여부를 공개하고 있다. 이를 대입까지 확대하는 것도 검토해볼 것을 제안한다. 고위공직자 자녀들의 입학 과정이 정시인지 수시인지, 수시라면 어떤 전형으로 입학했는지 공개한다면 적어도 개정 1년밖에 지나지 않은 대입제도를 재개정하자는 얘기는 나올 것 같지 않다. 물론 국회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쉽지는 않겠지만, 개정된다면 입시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다소 해소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leeyb@fnnews.com 이유범 정책사회부
2019-09-19 17:19:24
-
최승재는 차라리 입당을 하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을 선언한 소상공인연합회의 창당 준비가 한창이다. 민주평화당과 연대해 공동행동에 나섰고 창당준비위원회 발기인 1만명도 거의 모집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창당에 나선 표면적 이유는 소상공인정책 관철이다. 최저임금제도 개선 등 정부 정책에 소상공인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소상공인의 지위를 규정하고, 지원 내용이 담기는 소상공인기본법 통과도 시급하다. 하지만 꼭 창당만이 답일까. 사실 총선을 1년 앞둔 상태에서 신당 창당은 무리에 가깝다. 우선 정치참여를 금지한 연합회 정관을 수정해야 한다. 수정은 주무관청인 중소벤처기업부 승인이 있어야 한다. 1년에 20억~30억원씩 정부 지원금을 지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를 승인할 가능성은 낮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이미 한 차례 연합회의 이런 움직임에 난색을 표한 바 있다. 또 법적 정당이 되려면 당원 1000명 이상인 5개 시도당을 갖춰야 한다.그런데도 연합회가 굳이 창당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합회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총 의석수를 배정하는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연합회의 계산대로 700만 소상공인이 신당에 표를 몰아준다면 의석 확보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하지만 소상공인 업계를 대변하는 의원 한두 명 나온다고 소상공인정책이 착착 수립되긴 힘들다. 여기에 700만 소상공인도 민주평화당이 본인들의 목소리를 내줄 것이라고 믿을지도 의문이다. 간과된 핵심 내용이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소상공인단체로서 대표성이다. 우리나라 전체 소상공인의 연합회 가입비율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연합회의 이런 신당 창당의 노력이면 단체 자체의 대표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단체의 대표성이 올라가면 정치권에서도 자연히 이들의 권익을 대변할 것이다. 최 회장은 정치가 하고 싶으면 연합회를 동원할 것이 아니라 입당을 하라. 그가 그동안 소상공인을 위해 기울인 노력만으로도 표를 받기 충분하다. 최 회장 취임 전 20개도 안 됐던 연합회 소속 단체가 85개까지 커진 공로는 그렇게 받으면 된다. psy@fnnews.com 박소연 산업2부
2019-09-19 17:19:22
-
서비스와 기회비용
오랜만에 동네 인근 전통시장을 방문했다. 시장 초입에서 한 할머니가 깐 밤을 한무더기에 5000원에 팔고 있었다. 까지 않은 밤은 1㎏에 1만원에 팔았는데 깐 밤은 그의 절반도 되지 않는 양이었다. 기자는 5000원에 깐 밤을 구입했다. 조금 비쌌지만 밤을 깐 할머니의 노동력에 값을 치른 것이다. 집에서 밤을 까는 수고를 기회비용이라고 보면 합리적 소비라고 생각됐다. 최근 '쿠팡이츠'를 놓고 말이 많다. 어떻게 무료배달이 가능하냐며 쿠팡의 적자를 걱정하기도 하는 반면 '우리는 속고 있다'며 쿠팡의 속내를 비판한다. 이렇게 고객을 잔뜩 모은 뒤에 유료로 전환해 버리면 결국 소비자는 '쿠팡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그 돈을 지불할 것이라고 말이다. 실제 미국에서 살다가 일시적으로 귀국한 한 친구가 아마존이 그랬노라고 증언했다. 아마존의 편리함에 빠져들었다가 아마존이 가격을 올려도 다른 곳에서 구매하지 못해 마치 아마존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1872년 생리학자인 하인즈만과 1875년 프래처는 물을 아주 천천히 데우면 개구리가 끓는 물에서 뛰쳐나오지 않고 죽게 된다는 학설을 발표했다. 끓는 물에 집어넣은 개구리는 즉시 뛰쳐나와 살지만 서서히 덥혀지는 미지근한 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위험을 인지하지 못해 결국은 죽게 된다는 것이다. 혹자는 쿠팡이나 아마존의 전략이 이 같은 '삶은 개구리 증후군'을 이용했다고 주장한다. 서서히 물의 온도를 올리듯이 서비스 가격을 야금야금 올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같은 전략이 비난받아야 마땅할까. 인간이 개구리를 삶아먹는 것처럼 아마존이, 쿠팡이 소비자들을 삼켜버리는 것이 과연 지탄받을 일인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정보기술(IT) 발달로 좀 더 편리한 쇼핑, 음식배달 등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면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자가 깐 밤을 좀 더 비싸게 주고 산 것과 같은 이치다. '로켓배송'으로 필요한 물건을 바로 다음 날 받아볼 수 있다면, '쿠팡이츠'로 맛있는 음식을 해당 식당을 가지 않고도 몇 번 터치로 내 집 식탁에서 먹을 수 있다면 기꺼이 그들의 먹잇감이 자발적으로 돼주겠다. true@fnnews.com 김아름 정보미디어부
2019-09-16 18:00:22
-
혁신의 기댓값
눈을 휘둥그레 뜨게 만드는 것은 없었지만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지난주 막을 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에 대한 관전평이다. 드넓은 전시장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대부분 이전에 공개한 제품과 기술들이 자리를 채웠다.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만족하지 못했다. 폴더블폰과 롤러블 TV에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혁신'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찬사가 나오진 않았다. 이들 제품이 베일을 벗은 게 처음은 아니라서 놀라움이 반감됐다. 비단 올해 IFA만이 혁신이라는 항목에서 냉혹한 평가를 받은 건 아니다. 정보기술(IT)과 가전업계는 끝없이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선보인다. 그러나 '혁신은 없었다'는 평가는 최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혁신은 정말 없는 것일까. 역치라는 말이 있다. 생물이 어떤 자극에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값을 의미한다. 이 말에 빗대보면 혁신의 역치가 너무 높아진 탓은 아닐까.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치나 눈높이가 올라가면서 감각이 너무 무뎌졌다. 하늘 아래 온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고 했다. 최근 기술의 진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기업들 탓만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올해 IFA에서의 소소한 재미는 익숙한 공간에서 찾았다. 실제 거실이나 주방처럼 꾸민 부스에서 제품들을 체험했다. 가전전시장이 아닌 최신 제품을 들여놓은 이케아 매장 같았다. 우리 집에선 어떻게 쓸 수 있을지 상상해보는 재미를 느꼈다. 업체 관계자들이 가장 많이 한 설명은 가전제품들이 사람들의 생활을 편하게 해준다는 것이었다. 혁신은 없을지 몰라도 불편함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더 이상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보여주는 발표용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다. 이제 기업들은 실제 생활에서 불편함을 덜어주는 것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상에 녹아들어서 사람을 최대한 편하게 해주는 제품을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가 됐다. 우리를 깜짝 놀라게 만들지는 못해도 일상에 변화를 주는 것이라면 혁신이라는 이름표를 달아줄 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작은 변화를 실행에 옮기다 보면 혁신은 어느새 눈앞에 다가와 있다. gmin@fnnews.com 조지민 산업부
2019-09-16 18:00:20
-
음주운전은 잠재적 살인행위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것 자체가 잠재적 살인자가 되기 위한 범죄의 길에 빠져든다는 것을 명심하세요."지난해 음주운전 사고로 아들 윤창호씨를 잃은 아버지 윤기헌씨는 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아들 윤창호씨는 지난해 9월 부산 해운대구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중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당시 운전자는 혈중알코올농도 0.181% 상태로 운전하다 사고를 내 지난달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아버지 윤씨의 말대로 음주운전은 잠재적 살인자가 되는 길이다. 도로 주행 중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는 데다 대응속도도 떨어져 운전자를 포함한 모두를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임이 분명하다. 경찰은 지난 6월 음주운전 처벌강화법안인 이른바 '제2윤창호법(개정 특정범죄 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시행 첫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이후에는 윤창호법 시행 한달 동안 서울 지역 음주운전 특별단속 결과 음주 교통사고가 30.9% 줄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음주운전 단속결과 발표는 '수치상 증감'을 나타낼 뿐 음주운전에 대한 죄의식이나 경각심을 심어주기에는 부족해 보인다.지난 7일 발생한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아들 장용준씨가 낸 음주운전 사고 또한 음주운전에 대한 죄의식 부재로 발생했다. 장씨는 과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나는 모가지(목)가 두개"라며 자신이 잘못을 저지를 경우 아버지가 직무상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이같이 언급한 바 있다. 생활 전반에 있어 범죄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다고 언급한 청년이 저지른 범죄가 음주운전 사고라는 점은 아무래도 어폐가 있어 보인다. 장씨는 사고 후 운전자를 바꿔치기 시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으나, 관련해서는 경찰 수사 중으로 밝혀진 사안이 없다. 다만 음주운전 사실을 은폐하려던 정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형법상 범인 도치 교사죄가 적용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번 음주운전 사고를 비롯해 음주운전이 유명인·사회지도층에 대한 이슈에 그쳐서는 안된다. 음주운전은 곧 잠재적 살인자가 되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모두가 무거운 도덕적 책임감을 가져야 할 때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사회부
2019-09-09 17:10:01
-
北, 북·미대화 '요행수' 바라나
북·미 대화가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실무협상을 7월 중·하순께 열어 비핵화를 진전시켜 나가기로 했지만 실무협상이 언제 열릴지 알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북한은 실무협상 개시에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번 북·미 실무협상과 북한이 바라는 연내 북·미 정상회담은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뛰어넘는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확약이 필수적이다.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명확하게 제시했더라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이미 하노이에서부터 풀렸을 가능성이 높다.'묵묵부답' 북한이 연내 북·미 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톱다운' 방식 결판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시간을 최대한 끌고, 정상 간 단독회담에서 트럼프의 통 큰 양보를 노리자는 전략이다.정공법대로라면 실무협상으로 북·미가 대안을 찾는 등 협상안을 구체화하고, 고위급회담을 통해 잠정합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대화가 지체된다면 이 과정은 생략되거나 긴박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즉 북한은 의도적으로 협상을 지연, 요행수를 바라고 있는 셈이다.북한은 여전히 미국에 '태도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대화를 바라면서도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서는 한 치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이은 '살라미 전술'에 여러 번 당해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국제사회의 질서는 냉엄하다. 미국은 강대국이고 북한은 약소국이다. 요행수를 바란들 미국이 핵을 가진 북한에 너그러운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 지금이라도 북한은 체제보장과 완전한 비핵화라는 협상 주제를 토대로 제재 문제에 조금씩 접근해야 한다.이제 북한이 변화를 보여줘야 할 때다.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고, 김 위원장의 말대로 경제를 발전시킬 의지가 있다면 대화에 나서는 것은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정치부
2019-09-09 17:09:59
-
팔수록 손해 나는 실손보험
국민 약 3400만이 가입한 제2의 건강보험. 보험사가 팔면 팔수록 손해인 보험. 실손의료보험 이야기다.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손해율 급증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실손보험 손해율은 129.1%.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에게 실손보험료 1000원을 받으면 보험금으로 1290원을 지급하는 셈이다. 손해율이 급증할수록 보험사 손실은 커지는 것이다. 상반기 보험사의 실손보험 적자액은 1조1500억원에 달하고 올해 적자폭은 1조7000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을 계속 팔아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외국계 손보사와 일부 생보사들은 실손보험 판매를 접었다. 실손보험 손해율 급증은 비단 보험사 수익성 악화만의 문제는 아니다. 손해율 급증은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국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손실이 커져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지할 경우, 실손보험으로 병원 진료비를 보완했던 국민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당장 병원에 입원할 경우 생각나는 것이 실손보험이니 말이다. 손해율을 낮추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모두가 원인을 알고 있지만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의 주범으로 꼽히는 것이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 증가다. 한번쯤은 들어봤을 도수치료, 비타민주사제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문제는 현행구조상 이 부분은 관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의사들의 진료권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비급여 진료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실손보험 손해율을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정상적인 비급여 진료 확대는 건강보험 재정의 누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고 국민의 의료비 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급여 확대에 따른 보장성 강화와 비급여 진료 관리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물론 의료계가 우려하는 진료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비급여 관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는 비정상적인 비급여 진료를 관리할 수 있기에 비급여 진료 관리에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의료계도 무조건 반대할 것이 아니라 국민을 생각해서 전향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hsk@fnnews.com 홍석근 금융부
2019-09-05 17:41:08
-
청약광풍, 결국 희망고문?
"얼마 전 위례 아파트 단지에 청약 신청했는데 떨어졌어요. 청약가점이 얼마냐고요? 69점이에요. 4인가족 만점이거든요. 정말 너무하지 않나요?"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오픈한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사당3구역)' 견본주택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청약계획을 묻는 기자에게 울분을 터뜨렸다. 두 아이를 키우며 장기전세주택(시프트)에 살고 있다는 이 여성은 자금사정이 넉넉지 않아 공공택지나 분양가가 저렴한 단지 위주로 청약을 넣을 수밖에 없는데 번번이 당첨에 실패한다고 하소연했다. 요즘 현장을 다니다보면 말 그대로 '청약광풍'이 불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낀다.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예고 이후 서울을 벗어나 주목을 받지 못했던 지역까지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 5일 1순위 청약접수를 한 '송도 더샵 센트럴파크 3차'는 258가구 모집에 5만3181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 206대 1을 기록했다. '부천 일루미스테이트' 일반분양 1647가구에 1만6405개의 1순위 청약통장이 몰렸다. 경쟁률이 치열해지면서 청약 당첨가점은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의 청약 당첨가점은 평균 50점으로 조사됐다. 5일 당첨자를 발표한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의 당첨 커트라인 평균은 67.06점이었다. 평균 최저가점은 56.33, 평균 최고가점은 79점을 기록했다. 견본주택에서 만난 방문객은 대부분 '구조가 답답하다' '유상옵션이 너무 많다' '별로 저렴한 것 같지 않다'는 불만을 털어놓으면서도 "그래서 청약신청 안하실 건가요"라고 물으면 "그래도 해야죠"라고 말한다. 천정부지로 비싸진 기존 아파트는 살 수 없으니 낮은 분양가로 내집 마련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런 기대감으로 8월 청약통장 가입자는 전체 인구의 절반 수준인 250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서울지역 청약종합저축 가입자가 한달 새 2.8배 급증했다.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재건축·재개발 사업 지연으로 일반분양 물량이 줄어들면 청약경쟁률은 더 높아질 것이다. 청약당첨을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희망고문'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건설부동산부
2019-09-05 17:41:06
-
'투어리즘 포비아' 태화강 국가정원
서울 북촌 한옥마을, 전남 여수시, 이탈리아 베네치아. 몇 년 전부터 이들 3곳을 상징하는 말은 바로 '투어리즘 포비아(Tourism Phobia)'다. 유명 관광지에서 생활하는 기존 주민들이 관광객들로 인해 겪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힘든지를 잘 보여주는 신조어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미명 아래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관광산업에 목을 매다보니 이처럼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이 최근 순천만에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면서 울산시가 고무돼 있다. 그런데 벌써부터 이 같은 투어리즘 포비아 조짐이 보이고 있다. 태화강 북단인 울산 태화동 일대에는 태화강 둔치를 이용한 인조잔디 축구장 3곳을 비롯해 각종 생활체육시설이 설치된 곳으로 주민뿐만 아니라 울산 시민의 애용공간으로 자리잡아왔다. 하지만 국가정원으로 지정도 되기 전 울산시의회 한 시의원이 축구장을 이전하고 관광객을 위한 주차장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울산지역 축구동호인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벌써 1곳은 빼앗긴 상황이다. 국가정원 지정 후 관광객 때문에 울산 시민이 고스란히 피해를 본 첫 사례인 셈이다.동네 주민들도 위기에 처했다. 일대는 평소에도 극심한 주차난을 겪고 있는 곳이지만 강변을 따라 들어선 상가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대형주차장이 설치되고 관광객이 몰려올 경우 매일같이 대형버스 등 차량들이 뿜어내는 매연, 교통정체 등에 시달릴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되살아난 태화강 일대의 생태계가 걱정이다. 이곳은 주변에 여름이면 1만여마리의 백로 등 여름철새와 5만마리 이상의 떼까마귀가 찾는 곳이다. 강 건너 새들의 둥지와 불과 100m 떨어진 곳 축구장 3개 크기의 면적에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바닥이 깔리고, 매연을 뿜어내는 버스들로 가득 차게 된다. 돈에 눈이 멀면 그보다 뛰어난 가치를 훼손하게 된다. 순천국가정원이 관광객 유치로 돈을 많이 번다고 울산도 그대로 따라가는 어리석음은 지양해야 한다. 당초 태화강 정원 조성 계기와 주된 목적은 울산 시민의 윤택한 삶과 생태계 복원이었다. 일부 상인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지금이라도 관광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이고 관광객보다는 주민이 우선돼야 한다는 인식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ulsan@fnnews.com 최수상 정책사회부
2019-09-02 16:57:04
-
한국투자를 꺼리는 이유
"한국 정부의 경제전략에 근본적 의문이 있다." 최근 만난 글로벌 사모펀드(PEF) 고위 관계자는 한국에 대한 신규 투자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현재 상황으로는 미래에 높은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는 기대가 희박하고, 투자 역시 주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카오를 제외하면 전 세계 합계출산율 1.0명 미만으로 초고령화가 예상되는 나라, 중후장대 산업의 부실을 정치 때문에 내버려둔 나라가 한국의 현주소라고 단언했다. 글로벌 투자자가 유입되려면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노동생산성 향상, 관치금융 타파 등의 시그널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부가 주도하는 혁신금융, 탈(脫)일본과 극(克)일본으로 대표되는 소재산업 육성은 하나의 대책일 뿐 근본적 해법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국내외 42개 기관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지난달 기준 2.0%로 전월(2.1%)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다. 1%대로 제시한 곳도 11곳이 된다. 한국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보는 것은 국내 기관투자자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은 오는 2024년까지 국내채권과 주식 비중을 각각 45.3%에서 35%, 18%에서 15%로 줄이기로 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자국 편중(home bias)이 심각하다"고 밝힌 바 있다. 포트폴리오 조정을 내세우고 있지만 미래성장률 둔화로 한국이 투자처로서 매력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걸핏하면 강성 노조에 생산이 중단되고, 이를 정부가 용인하는 분위기는 글로벌 관점에서 리스크가 높다"며 "목표수익률을 위해서라도 한국에 들여온 자본을 빼 잠재성장률이 높은 국가로 이전하는 것이 투자에 유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의 한국 포비아(공포증)는 결국 미래가 안 보인다는 데 있다. 현재를 위한 복지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이 시급하다. 이대로는 미래세대에 부담이 전가되고, 그로 인한 가치 하락은 자본을 한국에서 떠나게 할 뿐이다. ggg@fnnews.com 강구귀 증권부
2019-09-02 16:57:00
-
테니스와 90년대生
테니스 서브할 때마다 고개를 숙였다. 서브를 넣기 전 네트 너머 상대편에게 꾸벅 인사하는 게 테니스 매너라고 했다. 좀 이상했지만 초심자인 내가 잘 모르는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상대는 머리가 하얗게 샌 어르신이다. "테니스는 귀족 스포츠"라며 예의범절이 중요하다는 게 어르신 말씀이었다. 이달 초에는 대학 야외 테니스코트를 찾았다. 여름 더위에 친구들이 윗옷을 벗었다. 갑자기 다른 어르신들이 친구를 불렀다. 옷을 입으라고 했다.그럴 수 있다. 문제는 다음 주 코트를 찾으니 관리자가 불쾌한 얼굴로 우리를 맞았다. 어르신들에게 민원을 받았다며 조심해달라고 했다. 이게 이를 일일까.90년대생이 화두다.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 참모들에게 책 '90년생이 온다'를 선물했다. 기업계도 나섰다. 삼성전자는 1980년 이후 출생한 직원 30여명의 의견을 제품 개발에 반영한다. LG유플러스는 신입사원이 임원에게 멘토 역할을 한다. 테니스코트 저편처럼 세대 간에 긴 물리적 격차가 있다는 걸 정·재계도 공감하는 것 같다.조직과 규범에 익숙한 세대와 개인과 개성이 중요한 세대는 다르다. 가장 다른 점은 자신을 정의하는 잣대가 사회 혹은 스스로에게 있는지 여부다. 어르신들은 테니스는 1990년대 쉽게 배울 수 없던 중산층 스포츠인 점을 자주 말한다. '테니스 치는 사람의 행동양식은 이래야 한다'는 느낌이다. 마치 대학생은 이래야 해, 결혼은 해야지 같은 말과 비슷하게 들린다. 하지만 내게 테니스는 테니스일 뿐이다. 재밌는 놀이이니 자유롭게 적당히 하고 싶다. 앞서간 선배들이 만든 규칙, 예의. 얽매이는 건 때론 필요하다. 하지만 그 얽매임의 기준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때 받아들이기 어렵다. 동시에 어르신들 하는 말에 네 하고 순종하는 게 맞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더 어렵다. 어르신들은 내게 테니스 동호회에 나가는지, 얼마나 배웠는지를 묻는다. 답하기 어렵다. 유튜브로 배웠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동호회에 나가고 돈을 들여 코치한테 배워야 하나 싶다. 유튜브라고 답하는 나를 어르신들도 이상하게 볼 테다. 그런 대화가 오가다보면 테니스 네트 위로 겨우겨우 주고받는 공이 생각난다. 서로 너무 다른 세대. 서로를 넘나들다 네트에 턱 걸려버리는 공. 세대 간 거리는 테니스 반대편보다 더 멀게만 느껴진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산업2부
2019-08-29 17:56:05
-
과학기술인 자존심을 건 克日
"모든 부분에 대해 다 해결할 수 없지만 꼭 해야 하는 것은 과학기술로 해내야 한다. 이건 과학기술인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지난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투자전략 및 혁신대책'을 브리핑하면서 했던 말이다. 정부가 내년부터 3년간 5조원 이상의 예산을 소재·부품·장비 R&D에 투자해 핵심품목의 내재화·자립화를 이뤄내겠다는 것이다.김성수 본부장은 브리핑 중 잠시 울컥한 듯 말을 멈췄다. 목이 메는 것을 가다듬고 곧 말을 이어갔다. "R&D가 중요한 공공기관에서 일했다. 얼마 전까지 연구기관장도 했다. 누구보다도 책임감이 강하다. 믿음밖에 없다. 저는 분명히 예전과 다를 것이다고 말하겠다."그도 그럴 것이 김 본부장은 지난 30여년간 연구현장과 정부부처를 넘나들며 공직생활을 해왔다. 과기혁신본부장에 오른지 한달 남짓한 시점에 이번 일본 수출규제 사태가 터졌다. 현재 R&D 혁신정책을 주관하는 공직자로 일본이 저지른 일련의 사태와 그 대책을 마련하면서 가졌던 감정이 순간 드러난 듯하다. 과거 정부에서 새로운 대책이 나올 때마다 '공무원들이 책상에 앉아서 만든 거 뻔하지, 돈만 쏟아붓는 거 아냐,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단어만 바꾸고 재탕 아냐'라는 의심과 불신으로 가득했다.그는 6월 말 기자들과 식사 자리에서 "과학기술과 R&D의 문제점을 현장에서 답을 찾아 정부정책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브리핑 현장에 있던 과기정통부 국·과장들은 김 본부장이 이번 대책을 위해 관계부처와 기업, 연구실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고생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일본 수출규제 사태 대응책을 찾기 위해 자신이 했던 말을 직접 실천했다. 지금껏 경제에만 집중했던 우리나라 정치권과 정부, 국민들까지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를 겪으면서 과학기술로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과학기술과 R&D가 이슈의 중심에 섰던 적이 최근 얼마나 있었을까. 이제 과학기술이 '극일'의 중심에서 R&D정책의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어 보여줄때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정보미디어부
2019-08-29 17:56:01
-
한·일 갈등 못풀면 한·미·일 동맹까지 흔들
정부가 지난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선언 이후 연일 일본에 강경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군은 기존 '독도방어훈련'을 '동해 영토수호훈련'이란 새로운 이름을 붙여 지난 25일부터 이틀간 훈련에 나섰다. 일본에 대한 정치적 메시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자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직접 나서 "특정 국가를 상정해놓고 하는 훈련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지소미아 종료 사흘 만에 역대 최대 규모로 실시한 훈련을 두고 보면 당연히 정부의 대일(對日)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한·미·일 안보협력은 가장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고 평가한다. 정부는 일본과의 문제를 대화로 풀기 위해 노력했다지만 결국 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선택하면서 한·일 관계는 물론이고 한·미 관계까지 어려워진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지소미아 종료 발표 직후 쏟아진 미국 정부의 "강한 우려, 실망" 등 부정적 발표를 두고 보면 한·미 간 지소미아 종료가 합의되지 않았고, 끝내 미국은 우리 정부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미국 정부에 한국은 한·미·일 안보협력에 소홀하다는, 책임과 비용분담에서 이탈하겠다는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은 곧 펼쳐질 새로운 방위비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 정부에 두꺼운 청구서를 들이밀며 이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정부는 일단 일본과 꼬인 실타래를 먼저 풀어야 한다. 이때 가장 효과적인 건 국제여론전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배경을 설명하며 우리는 일본과 강제징용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자는 의견을 일본 측에 전달했지만 일본은 무시로 일관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애초 일본에 비공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공개적인 창구를 통해 구체적이고 확실한 대화 제안을 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처럼 일본이 무시하거나 응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일본 정부와 대화로 풀기 위해 내민 손을 일본이 잡지 않은 격이 되는 것이다. 국제사회 역시 우리 정부의 결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여론도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렇게 일본과도 대화의 물꼬를 트고 미국과도 신뢰를 재정립해 한·미·일 동맹을 다시 한번 공고히 해야 한다. 외교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이들의 중지를 모아 지혜를 발휘할 때다. ju0@fnnews.com 김주영 정치부
2019-08-26 17:25:11
-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경제정책 펼쳐야
경제정책이라 하면 정부가 의도적으로 국민의 경제생활을 간섭하거나 또는 이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취하는 조치다. 그만큼 정부의 의지가 경제정책에 반영되고, 국민은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 최근 한국 경제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경제보복 및 지소미아 폐기 등 대외 경제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내수시장을 살펴보면 높은 법인세율, 부동산 억제정책, 뿌리 깊은 각종 기업규제 등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한상의는 보고서를 통해 "민간투자 성장기여도가 올해 상반기 -2.2%포인트를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하락, 투자부진과 생산성 저하에 대한 획기적 조치가 없으면 잠재성장률이 1%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면서 "우리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민간투자를 되살리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최근 민간투자 성장기여도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7~2008년도 수준까지 떨어진 것은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왔음을 의미한다.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는데도 우리 정부는 경제정책을 집행하는 데 있어 유연성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주변에서 '경제정책의 방향성은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다'거나 '글로벌 경제환경이 매우 안 좋아졌음에도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철폐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더군다나 일본 경제보복 사태로 한국 경제성장에 대한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제 정부는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다. 초창기 때부터 밀어붙였던 경제정책들을 원점에서 검토할 때다. 그때의 경제 상황과 지금은 엄연히 다르다. 시간이 흘러 경제가 더 안좋아지기 전에 지금의 한국 경제가 겪는 어려움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정부가 힘이 부칠 수도 있다. 그럴 땐 경제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길을 선택했을 때 정부의 자존심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한 모임에서 만난 대기업 회장님의 말이 떠오른다. "한·일 경제전쟁이 오히려 기회예요. 그동안 꽁꽁 싸매두었던 기업규제를 이제는 진짜로 풀어야 할 때입니다." happyny777@fnnews.com 김은진 산업부
2019-08-26 17:25:09
-
‘총선 카드’로 변질된 분양가상한제
분양가상한제는 한마디로 분양가에 상한을 매겨 그 이상의 금액으로 분양을 못하게 하는 제도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또다시 최고가를 찍는 고분양가를 막기 위해 정부가 민간택지에도 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기존 분양가를 20~30% 낮추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환영보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더 크다.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면 집값은 내려가기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수익성이 낮아지고 추가분담금 부담으로 사업이 무기한 연기될 것이고, 이는 공급 축소로 이어진다. 새 아파트가 나오지 않으니 신축으로 쏠림은 커진다. 결국 이와 같은 가격통제로 인한 풍선효과와 왜곡된 시장의 역습이 5년 후 서울 집값 폭등을 이끌 우려가 크다. 또 분양가가 아무리 낮게 나온다 하더라도 기존 집값이 떨어지기보다는 낮아진 분양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은 문재인정부가 정말로 집값을 잡을 마음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미 부동산 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강남 집값을 잡는 방법을 수차례 이야기했다. 미국 맨해튼처럼 수십억원 하는 집을 가진 사람에게 1년에 1000만원 이상 보유세를 내게 한다면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고, 그만큼 공급은 늘어나 시장이 지금처럼 기형적으로 가격 폭등을 일으키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보유세 강화 카드를 내놓지 않았다. 재산세는 올랐지만 5억~6억 오른 아파트에 고작 100만~200만원 더 오른 수준에 그쳤다. 거래세와 양도세를 낮춰 매매를 통한 탈출구도 열어주지 않았다. 아예 거래 자체를 막아 집값을 올리지도 떨어뜨리지도 않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보유세를 올리지 못한 것은 기존 유주택자들의 표심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한 것은 무주택자의 표를 얻겠다는 판단이다.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정책의 의도가 진정 집 없는 서민을 위한 정책인지, 아니면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인지에 따라 결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결국 유권자가 판단할 것이다. 유권자 역시 제대로 판단하지 않는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다. kmk@fnnews.com 김민기 건설부동산부
2019-08-22 17:27:57
-
경찰, 언제까지 사과만 할까
"경찰의 본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한 일이 발생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사과만 할까. '한강 시신훼손 사건'의 피의자인 장대호가 자수를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찾아오자 "종로경찰서로 가라"고 했다는 황당한 사건이 터지자 경찰청장이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일선 경찰관의 대응에 경찰청장이 공식 대국민 사과까지 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대국민 사과만 처음일 뿐 올 들어 경찰은 잇따라 '사후약방문 처방'을 내놓고 있다. 정준영 불법촬영 사건에 대한 성동경찰서 경찰관의 조치, '진주 방화·살인사건' 현장조치, '고유정 사건 부실수사 의혹',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으로 드러난 경찰 유착비리 대책 등이 그것이다. 경찰은 이들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향후 대책을 올해 내내 발표했다. 조사 결과 대부분 초동수사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민의 우려를 샀다. 초동수사 미흡이 연이어 진상조사까지 이어지는 최근 경찰의 모습이 지지부진한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당장 지금도 장대호 자수 논란 관련 기사에 '이런데 경찰 수사권을 주자고?'라는 요지의 댓글이 보이는 상황이다. 국민이 경찰에게 바라는 것은 사과가 아니라 엄정한 치안서비스 제공이다. 경찰 서비스의 근간인 초동대처가 흔들린다면 오래전부터 역설해 온 '경찰의 수사권 필요성' 주장도 국민의 귀에 들어갈 리 없다. 물론 경찰 입장에서도 억울한 점은 있다. "매끈하게 처리된 사건은 당연히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때때로 나오는 흠결이 13만 경찰조직 전체의 문제처럼 지적된다"는 한 일선 경찰관의 토로는 경찰 내부의 정서를 잘 드러낸다. 그러나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치안서비스라는 측면에서 볼 때 경찰의 작은 흠결이라도 비판적 시각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는 점은 명백하다. 프로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이름을 모르는 심판이 최고'라는 말이 있다. 철저한 판정으로 심판에 대한 비판이 없어 관중들이 이름을 확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경찰의 연이은 부침이, 우리 사회의 '이름 모를 심판'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bhoon@fnnews.com 이병훈 사회부
2019-08-22 17:27:52
-
DLF 후폭풍에 뒷짐 진 금융권
"사모방식으로 판매하는 파생금융상품의 투자자 대부분이 투자경험이 많은 고액자산가들입니다."최근 수천억원의 손실 우려가 제기된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향후 후폭풍을 묻는 기자에게 내놓은 은행 관계자의 답변이다. 투자경험이 많은 고액자산가들이 주요 투자자인 만큼 언론이나 금융당국에서 우려하는 것보다 피해 발생에 따른 파급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일부 은행은 고액자산가들인 만큼 투자손실액 체감도가 일반고객과 다를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물론 당장은 각 상품의 만기가 도래하지 않아 구체적 손실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당국은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손실률이 90%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한다는 전제로 보면 일부 상품은 레버리지가 높아 만기 시 손실률이 최대 95%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현 금리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투자자들은 원금 전액을 손실볼 가능성이 높다.하지만 정작 이 상품을 제조하고 판매한 금융권의 태도는 담담하기만 하다. 특히 일반·법인 투자자에게 '판매'를 한 은행들은 '절차적 정당성'을 이유로 이번 사태에서 뒷짐을 진 모습이다. 사모방식으로 판매하는 파생금융상품은 최소 1억원 이상부터 투자 가능해 대부분 은행 PB들이 별도 센터에서 상품을 판매한다. 상품 금액규모도 큰 데다 내용도 복잡하다보니 전문적 상품분석이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 상품은 펀드투자 상담사 자격증을 가진 은행원이라면 누구나 판매할 수 있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펀드투자 상담사는 '은행 3종 자격증'에 포함될 정도로 은행 입사를 준비 중이라면 대부분 가지고 있는 자격증이다. 이 자격증을 보유한 은행원이면 상품 판매경험 등에 관계없이 상품을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투자상품을 대하는 기존 금융권의 관행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2016년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이와 연계된 파생결합증권(DLS) 상품도 원금손실 우려가 제기됐지만, 당시 당국과 은행은 민원이 제기된 직후 문제가 커지자 사태 파악에 나섰다. 고위험성을 알면서도 판매하다가 일이 터지면 부랴부랴 대비에 나서는 '사후약방문식' 대처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금융부
2019-08-19 17:25:54
-
범죄 표적이 된 거리의 동물들
국내 반려인구가 15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주인이 없는 동물을 상대로 한 끔찍한 범죄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목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여러 사람들로부터 돌봄을 받던 길고양이가 토막난 채 발견됐다. 한 캣맘은 길고양이 급식소의 물그릇 안에서 길고양이의 잘린 발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사건을 동물보호단체에 제보한 시민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고양이를 살해해 사체를 물그릇에 유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한 바 있다. 최근 서울시 마포구 경의선 책거리 숲길 고양이 살해사건도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지난달 경의선 숲길 인근 가게에서 30대 정모씨는 가게 주인이 키우던 고양이 자두를 붙잡은 뒤 바닥에 패대기친 끝에 죽음에 이르게 했다. 잔혹한 행동은 토요일 이른 시간이지만 근처에 있던 학생들의 눈에 포착돼 영상으로 기록됐으며 이를 본 시민들은 공분해 청와대 국민청원을 하기도 했다. 자두를 살해한 정모씨는 오래전 고양이에게 할큄을 당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 밖에도 화성시 고양이 연쇄살해 사건, 군산 머리에 못 박힌 고양이 사건 등 길고양이를 상대로 한 잔혹한 범죄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동물학대범죄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반면 처벌 수위는 여전히 매우 낮다. 현행법상 동물학대 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지난 5월까지 입건된 동물학대 1500여건의 사건 중 구속은 단 1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강제추행죄가 더해진 것으로, 실제 동물보호법에 따라 구속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행법상 동물은 생명이 아닌 사람의 소유물이다. 자두사건의 가해자 정씨에게 적용된 죄는 동물보호법 위반과 재물손괴 죄다. 자두가 길고양이가 아니라 주인이 있는 고양이였기 때문에 재물손괴죄가 적용됐다.주인 없는 동물을 겨냥한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물학대가 인간을 향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제 동물보호법을 확실하게 강화해야 할 때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생활경제부
2019-08-19 17:25:50
-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으려면
"잠자코 맞고만 있으면 조금만 수틀려도 사사건건 괴롭힐 거다. 받은 만큼은 못 돌려줘도 훅(hook) 한 번은 제대로 날려야 하지 않나." 요새는 어떤 자리에 가든 한·일 경제분쟁이 도마에 오른다. 최근 한 정부 고위 관계자와 가진 자리에서도 그랬다. 그는 맞을 땐 맞더라도 한번쯤은 매운맛을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번에도 얕보이면 역사·영토 분야에서 갈등이 생길 때마다 경제적 수단을 무기로 삼을 거란 뜻에서다. 그처럼 문재인 대통령도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입니다"라며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두 나라의 충돌이 잦을수록 상처만 커지는 건 우리 기업이고, 우리 국민이다. 다시는 지지 않는 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누군가는 그 해법을 보다 철저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서 찾는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상응하는 경제보복 조치'를 꼽는다. 전자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일부 품목과 분야에서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후자는 우리 기업들도 피해를 각오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모범사례는 의외로 일본에서 찾을 수 있었다. 2010년 9월 일본은 중국과 영유권을 놓고 분쟁 중인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인근에서 중국 어선을 나포, 선장을 송치했다. 격분한 중국은 각종 전자기기의 핵심 원료로 사용되는 희토류의 일본 수출을 전격 중단했다. 당시 중국 희토류 의존도가 90%에 달했던 일본은 즉각적 피해를 봤다. 하지만 일본은 인도, 베트남, 호주 등 수입국을 다원화하고 대체기술 확보에 매진했다. 그 결과 희토류 의존도는 절반으로 떨어졌다. WTO에 제소해 승리하면서 중국에 불공정 국가의 낙인을 찍은 건 덤이다. 우리 정부도 이번 일을 계기로 소재·부품 산업 국산화에 지원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일본 정부가 앞세우는 무기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다. 일단 올해 추경예산 2732억원을 풀고 내년엔 2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정부가 십수년 전부터 소재·부품 산업 국산화에 예산을 투입해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소재·부품은 우리 경제를 뒤흔드는 일본의 강력한 무기로 남아있다.장기적 호흡으로 묵직하게 이끌고 가야 한다. 한 소재사업 관계자는 "일본은 소재·부품은 100년의 전통이 있다"며 "그들이 가진 원천기술은 단기간에 대규모 투자로 한번에 따라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다시는 지지 않으려면 공격 타이밍을 무너뜨리는 데 그치지 말고 묵직한 타격 한 방을 남겨야 한다. ktop@fnnews.com 권승현 경제부
2019-08-15 17:19:34
-
몸값 낮춘 에스피시스템즈의 화려한 데뷔
에스피시스템즈는 14일 코스닥 증시에 입성했다. 한국거래소 홍보관이 리모델링에 들어간 탓에 상장기념식은 신관 로비에서 다소 조촐하게 열렸지만 에스피시스템즈의 데뷔는 눈에 띄게 화려했다. 상장과 동시에 첫날 상한가를 기록했고 공모가보다 150% 높은 주가를 보였다.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부터 뜨거운 열기는 체감할 수 있었다. 140만주 공모에 15억6300만주 가까운 주문이 접수돼 단순 경쟁률도 1100대 1을 넘겼다. 1187곳이나 몰린 기관들은 공모가도 높게 베팅했다. 희망공모가 밴드 안에서는 단 1곳만 가격을 써냈고, 밴드 최상단과 이를 훌쩍 넘긴 가격에 기관들의 주문이 들어왔다. 99.9%의 주문이 최상단 이상에 들어온 것이다. 밴드를 위로 뚫고 공모가를 선정해도 충분한 수요였지만 에스피시스템즈와 주관사는 밴드 최상단인 4900원에 공모가를 내놓았다. 증시가 부진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지만 새내기 상장기업들의 수요예측은 대부분 흥행을 이어왔다. 이 때문에 공모가 밴드를 뚫고 공모가를 선정한 기업 사례도 몇몇 있었다. 밴드 상단을 초과한 5만5000원에 공모가를 선정했던 세틀뱅크는 현재 4만2000원대로 주가가 추락했다. 7월 상장한 기업들은 현재 9곳 중 7곳이 공모가 대비 큰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에스피시스템즈는 이같이 앞서 상장한 기업의 주가 추이와 대외변수를 고려해 제시했던 밴드 내에서 가격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3개월의 보호예수가 걸려있는 주관사 입장에서도 상장 후 불확실한 대외환경 속에서 주가흐름을 지켜나갈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이제 에스피시스템즈는 상장기업으로서 자본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다. 지금 투자자들과 쌓은 신뢰는 앞으로의 자금조달과 사업 추진에 더없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시장 친화적 접근으로 깊은 첫인상을 남긴 에스피시스템즈를 응원한다. bjw@fnnews.com 배지원 증권부
2019-08-15 17:19:27
-
포방터 돈가스로 보는 자영업의 어려움
요즘 포방터 돈가스로 알려진 한 돈가스 가게가 다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홍은동 포방터시장에서 돈가스를 파는 '돈카2014'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최고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집이다.포방터시장은 교통이 불편해 유동인구가 적은 탓에 이 돈가스집은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식당'에서 김응서 사장의 장인정신이 조명되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최고의 돈가스라고 극찬하면서 전국구 맛집으로 떠올랐다.방송 후 이 집 돈가스를 먹겠다는 사람들이 포방터시장에 몰려들면서 새벽부터 문전성시를 이룬다. 돈가스를 먹으러 온 사람들이 다른 가게에도 들르면서 시장 상권이 전체적으로 살아났다. 다만 기존에 없던 문제가 생겼다. 사람들이 돈가스를 먹겠다며 새벽부터 밖에서 대기하다 보니 주민들이 시끄럽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김 사장이 사비를 들여 대기실을 마련했음에도 민원이 그치지 않아 인터넷 예약으로 손님을 받았다.그러자 다른 상인들이 시장 유동인구가 줄어들었다며 불만을 얘기했다. 김 사장은 다시 직접 번호표를 나눠주는 형태로 방식을 바꿨다. 대기실 공간을 더 늘렸지만 소음민원이 잇따르면서 김 사장은 이제 포방터시장을 떠날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매출이 적어 고민이었던 가게가 이제는 장사가 잘되는데도 새로운 문제에 봉착한 것이다.이처럼 자영업자들은 아무리 장사가 잘돼도 예상치 못한 난관을 겪게 된다. 장사가 좀 된다 싶으면 건물주가 나가라고 하거나 원재료 값이 급등하고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변수들을 극복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으니 '망할 가게는 망해야 한다'는 말을 함부로 하기도 그렇다.그래도 포방터 돈가스는 해결방안이 있지 않을까 싶다. 포방터시장 상인회 측에서 대기실 임대료를 어느 정도 분담하고 주민 민원 해결에 앞장서면 되는 것이다. 요즘 백화점들은 고객유치 차원에서 전국 맛집 모시기에 혈안이 돼 있다. 최고의 맛집으로 소문난 돈가스집이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면 포방터시장 상권 전체가 다시 가라앉을 수 있다. 한번 죽은 상권을 다시 살리는 것은 어려운 만큼 구청에서도 이 문제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산업2부
2019-08-12 17:42:04
-
체계적인 공무원 재교육 프로그램 절실
"제가 사무관일 땐 공직사회가 가진 지식의 총량이 가장 많았습니다." 한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이 본인의 사무관 시절을 회상하며 전한 말이다. 당시는 국회·학계·산업계보다도 정부에 축적된 지식의 양이 압도적이어서 적극적으로 국가정책을 설계하고 개선해나갈 수 있었다는 취지였다. 젊은 사무관이 나이 지긋한 국회의원들에게 법안을 설명해도 의견을 존중해주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자신의 손에서 태어난 법안이 국회를 거쳐 현실에 반영돼 문제점이 개선되는 성공의 경험들이 축적됐고, 책임감을 갖고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자신감도 덩달아 쌓였다는 것이다.그가 이 같은 말을 꺼낸 이유는 최근 젊은 공직자들이 느끼는 무력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지금은 지식의 총량이 국회와 민간으로 넘어갔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국회의원의 역량과 입법조사 기능이 크게 향상됐고, 산업계는 잘게 세분화돼 이미 각 분야가 고도의 전문성을 축적한 지 오래다. 국회가 쏟아내는 지적들과 산업계의 전문성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강박들이 한데 뭉쳐 젊은 공무원들이 무력감에 빠져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 하루하루 막아내기 급급한 업무 현실에 전문성을 쌓기도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민간 영역에서는 이미 구성원의 전문성을 위해 체계적인 재교육 프로그램들을 마련하고 있다. 반면 공직사회는 처음 합격한 이후 수습교육을 받고 나선 과장급 승진 직전까진 체계적인 재교육 체계가 전무하다. 전문성 향상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둔 실정이다. 국가공무원 인사를 담당하는 인사혁신처에도 교육담당 부서는 인재개발과 단 한 곳이다. 이마저도 정책을 다루기보다는 집행부서 성격이 강하다. 프랑스 정치학자 토크빌은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정부혁신을 강조하며 "우리 국민의 수준은 매우 높다. 정치와 행정 수준이 오히려 크게 뒤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토크빌은 한국 사회를 보면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국민들은 그들 공무원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말이다. eco@fnnews.com 안태호 정책사회부
2019-08-12 17:42:02
-
지역성만 쏙 빠진 유료방송 M&A
유료방송시장에서 인수합병(M&A)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도 이동통신사 중심의 케이블TV M&A다. 유료방송시장에서 M&A가 시작되자 어김없이 이해관계자별로 자신들의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발맞춰 각종 토론회도 열리고 있다. 토론회의 주인공은 주로 이통3사다. M&A 주체이기도 하지만, 경쟁사에 최대한 불리한 조건을 걸기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다.이번 M&A에서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알뜰폰(MVNO) 부문 인수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SK텔레콤의 CJ헬로 M&A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SK텔레콤과 KT는 알뜰폰 부문을 분리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알뜰폰 부문 인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열린 유료방송시장 M&A 토론회에서 자주 연출되는 장면이다.이통3사가 알뜰폰에 대한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지만, 정작 케이블TV 본연에 대한 고민은 빠져 있는 것 같다. 케이블TV는 지역에 기반을 둔 사업자다. 따라서 지역성 구현을 주요 책무로 하고 있다. 전국 단위 사업자인 인터넷(IP)TV가 지역 사업자인 케이블TV를 M&A하려면 지역성 구현에 대한 고민이 우선시돼야 한다.이통사들은 케이블TV M&A 이후 콘텐츠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 단위 사업자가 추진하는 콘텐츠 투자가 지역성을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될까. 케이블TV는 지역에 뿌리를 두고 지역민의 소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총선이나 지방선거가 열리면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지역의 후보들을 각각 조명해 가면서 일꾼을 뽑는 데 도움을 준다. 전국 단위 사업자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이통사가 약속하고 있는 콘텐츠 투자는 지상파와 비슷한 개념으로 읽히는 것이 사실이다. 중앙에서 만들어지는 콘텐츠가 지역으로 뿌려지는 형태다.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M&A 주체인 이통사에 요구하고 싶다. 단순히 뜬구름 잡는 콘텐츠 투자계획 말고 케이블TV의 지역성을 살릴 수 있는 지역채널 강화방안을 알려달라고. 분명 그 안에는 지역채널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콘텐츠 투자계획도 들어있어야 할 것이다. syj@fnnews.com 서영준 정보미디어부
2019-08-08 17:45:19
-
일본행 항공권 팔면 매국?
밥벌이는 고단하다. 하지만 요즘 우리 항공사 직원들처럼 일본행 항공권을 파는 제 밥벌이가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행위라면 그것처럼 괴로운 일도 없을 것 같다. 지난 7월 초만 해도 이 정도까지 심각해질 것이라곤 예상치 못했다. 당시만 해도 "너도나도 일본 특가 항공권을 내놓고 있지만 드러내놓고 홍보를 못하고 있다"며 "지금이 일본여행의 기회"라는 농담도 건넸다. 하지만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금 항공사 직원이 저런 농담을 했다면 그 자체가 기사거리다. 공영방송 뉴스 앵커가 "이 볼펜은 국산"이란 해명을 해야 할 정도로 '반일감정'이 커졌다. 일본행 항공권을 사는 건 비밀이다. 당연히 일본을 중심으로 국제선 영업을 하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비상이다. 이들은 지금도 일본노선을 축소하고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최근엔 여행 가서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자기 만족을 찾는 이들이 많다"며 "그런데 지금은 일본여행 취소 인증샷을 게재한다"고 말했다. 항공사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건 고꾸라지는 회사 실적만이 아니다. 다른 항공사 직원은 "일본행 항공권을 파는 걸 '이완용스럽다'는 듯 바라보는 시각이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이 와중에 일본여행 거부 운동으로 공석이 된 일본행 비행기 티켓을 대한항공 직원들이 헐값으로 대거 구매했다는 가짜뉴스까지 등장했다. 이 회사의 창립이념인 '수송보국'이 민망해졌다. 사명에서 '대한'을 떼야 한다는 비난이 거셌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다. 이 항공사 직원과 가족들은 최근 1개월간 일본행 티켓을 오히려 작년보다 30% 이상 덜 샀다. 최근 일본여행이 줄어 항공사들이 곤경에 처했다는 기사에 달리는 악성 댓글을 볼 때마다 씁쓸하다는 한 항공사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노 재팬(No Japan)' 머리띠라도 둘러야 할까봐요." 한·일 간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낸 주범은 일본 아베 정부다. 밥벌이를 두고 애국과 매국을 논하며 일삼는 우리 안의 손가락질이 '극일(克日)'에 과연 어떤 도움이 될까. fact0514@fnnews.com 김용훈 산업부
2019-08-08 17:45:17
-
'프레임의 덫' 자초한 한국당
"다들 우리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이유가 뭐라고 보세요?" 최근 만난 자유한국당 소속 한 초선 의원은 기자들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각자의 생각이 담긴 답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는 "더 고민해 보겠다"며 말을 맺었다.30%를 하회하며 정체된 지지율은 한국당의 큰 고민거리다. 당 지도부를 향한 의원들의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당내 계파갈등 논란이 거세진 것도 지지율 하락으로 인한 당 지도부의 장악력이 떨어진 여파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당의 지지율 하락세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한국당이 '프레임의 덫'에 빠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집권여당의 공세도 있었지만 상당부분은 한국당 스스로가 자초한 부분이 크다. 먼저 '막말 정당' 프레임이다. 김순례 한국당 최고위원은 지난 2월 5·18운동 관련 토론회에서 5·18 유공자를 "이상한 괴물 집단"으로 폄하했다. 4월에는 차명진 전 의원과 정진석 의원이 세월호 관련 막말로 논란을 야기했다.국민 정서를 거스르는 발언이 이어졌지만 당은 '솜방망이' 징계만 내리면서 한국당 전체로 막말 이미지가 파급되는 효과만 낳았다. 두 번째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친일 프레임'이다. 물론 집권여당이 친일 프레임을 야당에 대한 정치적 공세로 활용한 측면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한국당의 초기대응 실패로 보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일본을 규탄한다며 내놓은 메시지는 정부에 대한 맹목적 비판만 남았다.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지만 제1야당으로서 뚜렷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 일본의 조치를 '경제침략'으로 인식하고, 대다수 국민이 강한 분노를 느끼는 상황에서 한국당은 협치의 모습을 보이기보다 국가적 위기에도 발목 잡기에만 골몰한다는 인식을 줬다는 것이다.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는 최근 '꼰대'와 '기득권'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고 지도부에 보고했다고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 내세우면 결국 자충수에 빠지게 된다. 대안정당으로서 선명성을 드러내기 위한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할 때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정치부
2019-08-05 17:42:42
-
무늬만 토론회? 강남署 반부패 대책은
"강남의 좋은 점도 발견해 언론에서 '잘한다 잘한다'고 해줘야 경찰관도 기가 살아서 잘해요."
"경찰의 복지가 더 나아져야 비리가 없어지지, 경찰 격려 많이 해주세요."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경찰서의 시민들과 함께하는 '경찰 반부패 대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반부패 대토론회는 경찰청의 유착비리 근절대책 일환으로 전국 경찰서별로 진행되고 있다. 각종 유착과 비리 의혹으로 혁신 대상이 된 강남경찰서 역시 반부패 토론회를 개최하며 새로운 도약과 변화를 약속했다.
이날 취재 열기는 더운 날씨만큼이나 뜨거웠다. 언론사들이 강남경찰서와 일반 시민의 뜨거운 토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 탓이었다. 그만큼 강남경찰서가 '핫'하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그러나 토론회장에 참석한 40여명의 시민은 대부분 경찰 협력업체 회원이거나 지역 자율방범대원 등이었다. 이들은 반부패대책과 관련된 토론 대신 강남경찰서에 애정 어린 목소리를 쏟아냈다.
강남경찰서 협력단체 소속 회원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못한 부분을 야단치기도 하지만 자꾸 경찰에게 힘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구에서 자율방범대원을 하고 있다는 시민도 "털면 먼지는 매일 나는 법인데, 뉴스에서 먼지만 보도하고 미담 사례는 방송하지 않는다"며 "언론의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부패 '토론회'라고 이름 붙여진 행사치고는 딱딱한 분위기도 자유로운 토론을 방해하는 듯 보였다. 행사는 사회자가 지목하는 사람들이 돌아가며 발언하는 형식이었다. 행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관내 파출소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 해주시면 된다'는 연락을 받고 온 건데, 이렇게 분위기가 무거울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물론 현장의 어려움과 관련한 의미있는 질의도 나왔다. "왜 무허가 업소를 단속하지 않느냐"는 클럽 관계자의 질문에 경찰은 "나름 우선순위를 정해 단속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경찰의 "클럽 단속 시 가드가 많이 막는다고 하던데"란 질문에 클럽 관계자도 "그런 적 없으며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서로 질의응답하기도 했다.
강남경찰서가 '특별관리 1호'로 지정된 데는 강남서가 잘한 점이 홍보되지 않아서가 아니다. 비록 반부패와 관련된 열띤 토론을 기대한 시민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만한 토론회였지만, 강남경찰서가 힘주어 약속한 '새로운 도약과 변화'를 지금부터 지켜봐야 할 때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사회부
2019-08-05 17:42:40
-
부동산과 금융, 그리고 정치
금융부 출입기자 시절 우리나라 금융정책 수장과 점심 자리에서 물었다. "현재 가계부채가 1300조원에 달한다. 폭탄이 터질 수 있다고 하는데 대출규제 등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닌가?"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지만 대출과 부동산으로 지탱되는 한국 경제에서 부동산 시장이 죽으면 경제가 죽는다. 부동산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 미만으로, 대출규제를 하려면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다른 부처를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그때보다 200조원이 더 늘어난 1500조원이다. 문재인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 부동산 시장을 옥죄고 있다. 초강력 대출규제로 서울에서는 집을 살 때 대출이 40%밖에 나오지 않는다. 소득이 많고 상환여력이 충분한 서울에 사는 직장인 부부는 대출규제 때문에 집을 살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건설사들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소식에 "시장 경제를 역행하고 집값 폭등을 부를 수 있다"고 말한다. 부동산 옥죄기 정책으로 집 못 사는 무주택 신혼부부, 수익성 떨어진 건설사, 세금을 많이 내게 된 다주택 부자들 모두에게 욕을 먹으면서도 이 정부는 왜 부동산 옥죄기 정책을 고집할까. 앞선 정부처럼 빚내서 집 사라고 권장하고, 강바닥 파헤쳐 대국민 일자리도 만들고 건설사도 돈 벌면 좋은 일 아닐까. 비록 거품일지라도 각종 토건사업과 대규모 SOC사업을 과감하게 추진해 경제성장률이 올라가면 국정운영 홍보도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이 같은 비난 여론에 맞서며 정부가 어려운 길을 가는 이유는 뭘까. 대출규제도 풀어주고, 새로 짓는 아파트 건설사에서 자율적으로 분양가도 정하게 하고, 각종 세금도 줄여서 집 한 채 잘 사면 서민도 부자 되는 길을 막는 이유 말이다. 이렇게만 하면 주택공급도 풍부해지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적정 분양가도 형성되고, 가계자산 증가로 경제도 살릴 텐데 말이다. 잘은 모르지만 과거의 경험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 아닐까. 얼마 전 만난 국가건축정책위원회 한 민간위원은 부동산은 물론 도시 형성에서도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성세대와 정치인들이 미래세대가 누려야 할 여러가지 가치들을 당겨 쓰고 있다"며 "이를 디퓨처링(탈미래화)이라고 하는데 결국 이를 해결하는 것도 정치·시민의 견제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년이 총선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건설부동산부
2019-08-01 17:33:42
-
동물학대 예방, 무기 규제부터 시작하자
동물학대에 대한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가운데 잔인한 길고양이 학대사건으로 온라인이 한바탕 떠들썩했다. 지난 7월 29일 전북 군산시 대학로에서 머리에 화살촉이 박힌 채 길고양이가 발견돼서다. 당시 동물자유연대는 길고양이 돌보미로부터 군산시 대학로 일대에서 머리에 못이 박힌 채 생활하는 고양이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해당 고양이를 군산 길고양이 돌보미, SBS TV동물농장팀과 함께 구조에 성공했다. 이후 동물자유연대는 이 사건과 관련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군산경찰서에 정식 고발했다. 구조된 고양이는 광주 소재 병원으로 이송된 후 긴급히 치료를 받았는데 엑스레이 촬영 결과 고양이 머리에 박힌 것은 못이 아니라 화살촉으로 판명됐다. 고양이에게 중상을 입힌 화살촉은 '브로드 헤드'로 불리는 사냥용으로 쓰이는 화살촉이다. 동물에게 심각한 상해를 입히기 위해 화살촉에 3개의 날이 달려있는 제품으로 단시간에 과다출혈을 입히는 등의 위험성으로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고 해외배송으로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다. 동물학대에 자주 사용되는 새총과 같은 발사장치는 오는 9월 19일 시행될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11조에 의해 규제가 가능하지만 활에 대한 규제는 없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레포츠로서 활 또한 브로드헤드와 같은 화살촉을 사용할 경우 치명적 도구로 사용될 수 있어 허가제 등을 통한 안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물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동물에 대한 폭력이 결국 사람에게까지 향한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있는 이상 위험한 도구에 대한 규제가 도입돼야 할 것이다. 또한 동물학대를 방조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지 않으려면 경찰의 철저한 수사와 함께 사법부의 인식 변화도 함께 있어야 한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생활경제부
2019-08-01 17:33:37
-
인터넷은행, 이제는 '혁신'이 과제
지난 2017년 7월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이용고객 수가 이달 1000만명을 넘어섰다. 외형적으로 대성공을 거둔 셈이다. 특히 1000만이라는 숫자는 우리보다 인터넷전문은행 역사가 20여년 빨랐던 일본을 앞서는 것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10여개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을 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계좌수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은 라쿠텐은행으로 올해 1·4분기 기준 약 732만좌다. 라쿠텐은행은 영업을 시작한 지 올해로 18년이 넘었다. 2007년 출범한 일본 이온은행 계좌수는 656만좌, 2001년 영업을 개시한 일본 세븐은행은 484만좌에 그친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출범 2년 만에 1000만명 고객을 확보했다. 특히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의 역할이 컸다. 카카오뱅크는 편의성을 높인 상품을 중심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시중은행에서 유명무실하게 운영된 모임통장이 대표적이다. 각종 모임의 회비를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카카오톡과 연계한 카카오뱅크의 모임통장은 누적 이용자 수가 300만명에 육박한다. 간편하게 신용조회를 할 수 있는 서비스도 이용고객이 300만명을 넘어섰다.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체크카드는 866만장이 발급됐고, 정책 중금리 상품인 사잇돌대출도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대형 시중은행들이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와 별 차이는 없다. 시중은행들도 이미 인터넷전문은행 수준의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한 상태다. 특히 여전히 예대마진 중심의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카카오뱅크가 혁신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그동안 지배구조 불확실성, 자본확충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혁신에 속도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금융위원회는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지분을 34%까지 늘릴 수 있도록 승인했다. 앞서 카카오도 카카오뱅크 지분을 34%까지 취득하기 위한 이사회 결의를 마쳤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최대주주인 첫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예비인가 승인을 받은 지 약 4년 만이다. 새로운 혁신동력을 마련한 카카오뱅크. 출범 초처럼 다시 '메기'로 혁신을 주도해 금융권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기를 기대해본다. cjk@fnnews.com 최종근 금융부
2019-07-29 17:52:41
-
증권업계가 크라우드펀딩 손 놓은 이유
"기본적으로 수익이 적고, 청약기간 외에는 펀딩 정보를 게재할 수 없어 홍보수단이 마땅하지 않다. 광고규제가 심한 데다 담당부서가 투자나 경영자문을 할 여지도 없다." 중소기업특화증권사의 실무자가 말하는 소액투자중개(크라우드펀딩)의 현주소다. 낮은 수익성 탓에 중기특화증권사들이 온라인 크라우드펀딩에서 손을 떼고 있다는 지적이다.진행 중인 크라우드펀딩 18건 가운데 증권사가 중개를 맡은 것은 한 건도 없다. 6개 중기특화증권사 가운데 IBK투자증권만 최근까지 펀딩 중개에 나섰을 뿐 다른 증권사는 모두 하반기 실적이 전무하고, 일부는 중개업자 등록조차 하지 않았다. 이유는 돈이 되지 않아서다. 펀딩에 성공할 경우 증권사의 중개수수료는 펀딩 성공금액의 3~5%다. 올해 증권사와 전업중개사가 모은 펀딩금액을 다 합쳐야 216억원인데 6억~10억원의 수수료를 여러 곳이 나눠 가졌다는 얘기다.중개인이 크라우드펀딩 기업의 인수합병(M&A) 주선이나 경영자문 등 투자은행(IB) 업무를 할 수 없다는 점이 증권사가 소극적인 가장 큰 이유다. 2016년 제도가 생긴 이후 꾸준히 제기돼온 업계의 민원이기도 하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성공기업에 대한 중개업자의 사후 경영자문을 허용하는 법률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지만 정쟁으로 국회가 멈춰서면서 두 달 넘게 제자리다.증권사의 크라우드펀딩 중개는 펀딩 희망기업에 '코넥스-코스닥 상장'으로 가는 성장사다리로 통한다. 전업중개사에 비해 사업성 검증이 전문적이고 깐깐하기 때문이다. 펀딩을 거치며 기업정보가 축적돼 기업공개(IPO)와 관련한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장점도 있다.규제완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곧장 펀딩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확실하지 않다. 규제완화 민원이 빈번했음에도 개선되지 못했던 데는 업계와 정부의 소통이 효율적이지 못했던 탓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무조정실 산하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과 기획재정부, 중소기업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크라우드펀딩 규제개선과 관련해 설득하고 거쳐야 하는 곳이 너무 많아 소모적"이라며 "단일화된 창구 마련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map@fnnews.com 김정호 증권부
2019-07-29 17:52:38
-
자사고 지정취소 동의여부 신중해야
올해 시도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에 대한 평가가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 시도교육청은 올해 평가대상이었던 24개 학교 중 11개 학교에 대해 자사고 지정취소를 결정했다. 이제 공은 교육부로 넘어왔다. 25일부터 순차적으로 열리는 교육부의 '특목고 등 지정위원회' 이후 교육부 장관의 동의 또는 비동의 여부에 따라 최종 결정이 이뤄질 예정이다.교육부는 이번 동의 여부에서 엄격한 기준을 갖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자사고 폐지를 두고 사회적 갈등이 격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과 자사고 학부모단체는 '수월성 교육'을 강조한다. '수월성 교육'은 뛰어난 학생을 선별해 뛰어나게 만드는 교육이다. 자사고의 이 같은 수월성 교육으로 우수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는 게 보수 진영의 입장이다. 다만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 아이들이 비싼 사교육을 받고, 비싼 학비를 내야 자사고에 입학하는 현상이 보편화된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또 교육 과정의 자율성을 인정받은 자사고가 입시학원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반대로 진보 진영은 '평준화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평준화 교육'은 고교 서열화를 없애고, 모든 고등학교에서 같은 수준의 교육을 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광역단위 자사고가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끌어모으는 바람에 일반고는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다. 우수한 학생을 놓친 일반고들은 교내에서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평준화 교육은 다양성이라는 부분을 놓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키우기에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수월성과 평준화는 어느 한쪽을 택일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우수한 학생을 뽑아 육성을 해야 하며, 일반고를 살리기 위한 노력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결과적으로 교육부는 자사고 지정취소 동의 여부 결정 시 해당 자사고 지정취소로 무너진 일반고를 살릴 수 있을지 살펴봐야 한다. 자사고 논란 이후 일반고를 살리기 위한 정책도 고민해야 한다. 일반고가 지금처럼 평준화 교육만 한다면 학부모와 학생 모두에게 또 외면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leeyb@fnnews.com이유범 정책사회부
2019-07-25 17:50:46
-
융통성과 원칙, 그리고 추경
우리 사회에선 대개 융통성과 원칙(절차)이 충돌하게 되면 융통성이 우선시된다. 그러다 보니 융통성이 없는 사람이란 말은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이란 말과 동일한 의미로 쓰인다.
물론 원칙 앞에 융통성은 뼈도 추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법원이 대표적이다. 아무리 천인공노할 범죄 앞에서도, 수천만명이 넘는 국민 청원 앞에서도 법원은 원칙 내에서만 판결을 내려야 한다. 이유는 '신뢰' 때문이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동일한 절차와 질서가 적용된다는 '신뢰'를 법원은 심어줘야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를 이처럼 늘어놓는 이유는 최근 추경 심의 과정을 짚고 싶어서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불거지자 정부는 국회에서 심의 중인 추경안에 '일본 조치 대응예산'을 끼워넣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상황이 엄중한 만큼 추가 (예산)소요를 추경 심의 때 증액하는 것을 고려해달라"며 국회에 '융통성'을 요구했다.
하지만 야당은 '절차'가 우선이라고 맞섰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추경안을 제출한 이후에 부득이한 이유로 수정이 필요할 경우 국가재정법 제35조에 따라 수정예산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당 의원들은 사안이 위중한 만큼 신속하게 정부에 협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그 무엇보다 융통성을 요하는 사안인 것은 맞다. 피해 규모가 구체화되지 않은 터라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한국 반도체 생산이 10% 줄면 국내총생산(GDP)이 0.4% 감소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문제는 정부와 의원안으로 제시된 대안에 있다. 정부와 국회 간 '신뢰'를 등한시할 만큼의 융통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판단이 들지 않는다. 일례로 정부는 소재·부품 연구개발(R&D)에 2500억원 증액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R&D는 장기적 호흡에서 진행된다. 정부가 융통성만 강요하기엔 그 근거가 빈약하다. 또한 정부와 여당은 목적예비비 용도에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을 추가하고 3000억원 증액하는 방안도 추진했다. 어떻게 쓸지 모르겠으나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니 일단 비상금을 늘려놓자는 의미다.
야당 측은 "정부의 긴급 예산편성 규모가 당초 제시했던 1200억원에서 8000억원까지 '고무줄 추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상임위별 증액안을 취합할 때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금액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치적 이유로 '보여주기식' 증액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재정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왔다. 정말 정치적 이유로 예산권을 가진 국회에 '융통성'을 요구한 거라면 굳건히 보존돼야 할 국회·정부 간 신뢰는 어떻게 될까.
ktop@fnnews.com 권승현 경제부
2019-07-25 17:50:42
-
韓 모빌리티 앞날, 디테일에 달렸다
"앞으로 실무기구에서 어떻게 세부규칙을 정할지, 그 디테일에서 각 모빌리티 업계의 앞날을 좌우할 것이다." 지난 17일 국토교통부가 택시-플랫폼 상생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가 택시업계의 반발로 최종안에서 렌터카 허용을 빼면서 일부 모빌리티 스타트업과 이들을 대변하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우려를 표명했고, 국토부는 한국 모빌리티 혁신을 가로막았다는 뭇매를 맞았다. 사실 이번 상생안 방향성 가운데 한국에서 모빌리티 서비스를 하려면 '택시'만 활용하라는 것은 새롭지 않다. 지난 3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 합의안 1항에 포함된 '플랫폼 기술을 자가용이 아닌 택시와 결합한다'를 재확인한 내용이어서다. 다만 국토부가 '렌터카 업체에서 차를 빌리는 형태'를 먼저 제시해 타다를 설득하다가 최종안 발표 하루 전날 갑자기 제외한 부분은 정책 일관성이 부족하고 불확실성을 높였다는 측면에서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번에 국토부가 만든 안은 모빌리티 서비스를 하려면 플랫폼운송사업 허가를 받아야 하고, 수익 일부를 기여금으로 내라는 것이다. 택시 감차와 이용자 추이를 고려해 택시총량제 내에서 플랫폼운송사업을 관리하는 내용이 전부다. 법인택시 업계가 플랫폼 업계와 경쟁하며 발전하라는 취지에서 택시가맹사업 규제완화도 포함됐다. 모두 보도된 내용이다. 즉 세부적인 룰은 하나도 정해지지 않았다. 매년 택시 감차대수와 모빌리티 서비스 운영대수, 기여금을 어떻게 얼마나 낼 것인지, 요금·차종·외관 등 택시규제를 어디까지 풀지 등 모든 것이 미정이다. 국토부는 렌터카 허용 여부도 실무기구에서 의견을 수렴한다고 했다. 이에 모빌리티 업계와 택시4단체, 전문가, 협회 등 이해관계자가 꾸릴 실무기구에서 세부규칙을 두고 강한 샅바싸움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모빌리티 업계를 대표해 누가 룰을 만드는 데 참여할지도 관건이다. 모빌리티 업계도 서비스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서다. 타입1(플랫폼운송사업)과 타입2(플랫폼가맹사업)은 서로 다른 비즈니스로 실무기구를 나눠서 꾸리는 것도 실무기구 논의 속도를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국토부는 실무기구를 최대한 빨리 구성해 한국 모빌리티와 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줄여야 할 것이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정보미디어부
2019-07-22 17:23:13
-
직장인의 경제학
"영어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영어학원 보내고, 영어만 하면 한글 실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논술학원 보내고, 그러다보면 감성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피아노학원 보내고, 또 체력이 부족할 수 있으니 태권도학원 보내면 돼요. 그러면 여러분은 최종적으로 영어를 잘하는 직장인, 태권도·피아노·글을 잘 쓰는 직장인이 돼요." KBS 2TV 개그콘서트 인기 코너 중에 사마귀유치원이라고 있었다. 개그맨 최효종이 사교육을 풍자하는 내용이었다. 어릴 때 학원 쇼핑을 해봤자 결국 우리는 그냥 '직장인'이 된다는 거였다. 맞다. 대부분은 다 직장인이 된다. 하지만 그냥 직장인이 아니다. 한국 경제를 만드는 주축이다. '산업 역군'이란 단어가 틀리지 않는다. 기업이 나라 경제를 만들고 유지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사실 신입사원이 되어 처음 맞닥뜨리는 사회는 상상과 차이가 크다. 엑셀을 채운다거나 서류를 정리하는 등 단순 작업이 많다. 학교에서 가르치던 '훌륭한 사람'과는 많이 다르다. 한 취업포털에 따르면 직장인 절반이 1년 이내에 퇴사한다고 한다. 기업이미지와 실제로 맡는 일의 간극이 크다는 대답이 제일 많다. 일부 학과를 제외하면 기업에 들어올 때까지 기업을 제대로 배우는 경험은 거의 없다. 세금을 탈루하거나 직원들에게 갑질을 해대는 파렴치한 기업인들만 뉴스를 통해 접할 뿐이다. 기업이, 기업인이 뭘 한다고 하면 자동적으로 반감을 가지게 되는 것도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중소기업을 취재하면서 적잖이 놀란다. 품질에 대한 고집, 소비자에 대한 신념, 나라 경제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사명감까지 소위 '기업가 정신'을 현장에서 보게 된다. 설거지할 때도 주변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물 떨어지는 소리를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는 싱크볼기업, 공책 표지에 눈을 힐링시키는 기술을 적용하는 문구기업 등 끊임없이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소비자가 신경도 쓰지 못할 디테일까지 챙기는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기업도 많다. 기업은 곧 우리 경제다. 직장인들은 모두 경제를 이루는 세포다. 경제가 제대로 돌기 위해서는 세포가 가장 중요하다. 국내총생산(GDP)이 1800조원이니, 나라 예산이 500조원이니 하는 것이 남의 얘기가 아니다. psy@fnnews.com 박소연 산업2부
2019-07-22 17:23:10
-
韓 모빌리티 앞날 실무기구 디테일에 달렸다
"앞으로 실무기구에서 어떻게 세부규칙을 정할 지, 그 디테일에서 각 모빌리티 업계의 앞날을 좌우할 것이다."
지난 17일 국토교통부가 택시-플랫폼 상생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가 택시업계 반발로 최종안에서 렌터카 허용을 빼면서 일부 모빌리티 스타트업과 이들을 대변하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우려를 표명했고, 국토부는 한국 모빌리티 혁신을 가로막았다는 뭇매를 맞았다.
사실 이번 상생안 방향성 가운데 한국에서 모빌리티 서비스를 하려면 '택시'만 활용하라는 것은 새롭지 않다. 지난 3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 합의한 1항에 포함된 "플랫폼 기술을 자가용이 아닌 택시와 결합한다"를 재확인한 내용이어서다. 다만 국토부가 '렌터카 업체에서 차를 빌리는 형태'를 먼저 제시해 타다를 설득하다가 최종안 발표 하루 전날 갑자기 제외한 부분은 정책 일관성이 부족하고 불확실성을 높였다는 측면에서 비판받을 수 있다.
이번에 국토부가 만든 안은 모빌리티 서비스를 하려면 플랫폼운송사업 허가를 받아야 하고, 수익 일부를 기여금으로 내라는 것이다. 택시 감차와 이용자 추이를 고려해 택시총량제 내에서 플랫폼운송사업을 관리하는 내용이 전부다. 법인택시 업계가 플랫폼 업계와 경쟁하며 발전하라는 취지에서 택시가맹사업 규제 완화도 포함됐다. 모두 보도된 내용이다.
즉, 세부적인 룰은 하나도 정해지지 않았다. 매년 택시감차대수와 모빌리티 서비스 운영대수, 기여금을 어떻게 얼마나 낼 것인지, 요금·차종·외관 등 택시 규제를 어디까지 풀 지 등 모든 것이 미정이다. 국토부는 렌터카 허용 여부도 실무기구에서 의견을 수렴한다고 했다.
이에 모빌리티 업계와 택시4단체, 전문가, 협회 등 이해관계자가 꾸릴 실무기구에서 세부규칙을 두고 강한 샅바싸움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모빌리티 업계를 대표해 누가 룰을 만드는데 참여할 지도 관건이다. 모빌리티 업계도 서비스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서다. 타입1(플랫폼운송사업)과 타입2(플랫폼가맹사업)은 서로 다른 비즈니스로 실무기구를 나눠서 꾸리는 것도 실무기구 논의 속도를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국토부는 실무기구를 최대한 빨리 구성해 한국 모빌리티와 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줄여야 할 것이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2019-07-22 16:22:48
-
주세법 앞에 작아진 LG전자의 혁신
LG전자가 참 난감해졌다. 4년여 개발 끝에 세계에서 처음 캡슐형 수제맥주기계를 출시했는데, 국내 주세법에 가로막혀 마케팅이 쉽지 않게 됐다.
가전업체인 LG전자는 주류를 제조할 수 있는 면허가 없다. 이 때문에 제품 판매 과정에서 시음행사를 할 수 없는 게 치명적이란 평가다. 그 통에 16일 열린 제품 출시회도 국내법 적용을 면제받는 서울 세종대로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열었다.
시음행사를 하다가 법적 처벌을 당할 수 있으니 치외법권 지역인 대사관을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송대현 LG전자 사장은 제품 출시행사에서 답답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송 사장은 "주류와 관련된 법규가 까다로워서 지키기가 참 어려웠다. 앞으로 걸림돌이라고 하면 저희가 술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지 않느냐. LG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할 텐데 손님이 맛을 보여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도 맛을 보여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고객은 우선 맛을 봐야 한다. 그런데 맛을 보여드릴 수 없이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고 다시금 토로했다.
신발 한 켤레를 사도 여러번 신어보는 게 소비자 마음인데, 수백만원짜리 맥주 제조기를 맛도 보지 않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고민이 커 보였다.
LG전자는 제품 개발 중간에 이런 문제를 인지했는데 해결책이 없었다고 한다. 국내 시장부터 규제에 발목을 잡히면서 미국 등 해외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다행인 것은 주세법을 관장하는 국세청이 문제를 인식하고 활로를 찾기 위해 나섰다는 점이다.
국세청 팀장급 관계자는 기자에게 "시대가 바뀌어서 (LG전자가) 특이한 제품을 만들다 보니 국내 법규와 일부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같다"며 "이 회사 입장에서 (규제를) 풀어줄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고민을 해달라고 담당자에게 조치를 해놓았다"고 전했다.
정식 면허가 없어도 특별한 경우 임시면허를 부여하는 법상 예외조항이 있는 만큼 이번 사례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설명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새로운 규제를 적용하기보다 기업 자율과 시장 규범에 경영을 맡기고 과감한 규제개혁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가가 법규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법이 정당한 시장에 피해를 입힐 우려가 있다면 예외 방안을 찾는 것도 정부 역할이다. 이번 문제가 잘 해결되길 기대한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산업부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2019-07-18 17:40:43
-
제3지대의 ‘제3지대’는 없다
민주평화당이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 평화당 반(反)당권파 의원들은 오는 9월 신당 창당을 목표로 '대안정치 연대'를 출범시켰다. 유성엽 원내대표와 박지원 의원 등 10명의 국회의원이 참가했다. 평화당 반당권파는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들과 소통하며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 중 5명 이상이 신당 창당에 공감한다고 밝혔다.이들이 신당 창당에 내건 기치는 '제3지대론'이다. 아름다운 명분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다. 조금 멀리 가보면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와 2012년 대선 출마에 나선 안철수의 '새정치'가 떠오른다. 가깝게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탄생 과정이 생각난다.한국 정치에서 '제3지대론'은 무엇일까. 소수 정치세력들이 창당을 할 때마다 내건 정치 슬로건이지만 한국 정치는 여전히 달라진 것이 없다.그들이 소리 높여 외친 제3지대에서 새로운 정책, 새로운 인물, 새로운 정치를 보여줬느냐 묻는다면 단호히 아니라고 답하고 싶다.국민은 사람에게 충성하고 정파의 이해에 굴복하는 정치에 신물을 느끼고 있다. 이런 구태정치를 타파하려는 국민의 열망이 안철수를 낳았고, 실체조차 불분명한 제3지대론을 밀어올려 소수정당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미 제3지대에 올라선 이들이 또다시 제3지대에 새로운 당을 만든다 한다. 당 지지율이 낮으니 새로운 당이 필요하다는, 구태스러운 말까지 공공연히 흘러나온다. 게다가 결국 또 손을 뻗은 것이 한 배를 탈 수 없다며 정치적 결별을 선언한 바른정당 호남계 의원들이다.평화당의 분당 열차는 이미 출발했지만 이것만은 물어야겠다. 제3지대에서 출발한 분당 열차가 도착할 제3지대의 제3지대는 어디일까. 제3지대의 제3지대에선 완전히 새로운 정치를 보여줄 수 있을까? 없다고 본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정치부
2019-07-18 17:40:41
-
음주운전하고 경찰에 고성… 미국이었다면
대학 시절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미국 유학생활을 한 적이 있다.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듯 차가 없으면 집 근처 편의점도 가기 힘들었기에 부모님께 돈을 빌려 중고차를 한 대 샀다. 그렇게 한동안 중고차 한 대로 온갖 곳을 돌아다니다 문득 도로 분위기가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는 걸 느꼈다. 그 흔한 과속단속 카메라도 눈에 띄질 않았고, 도로를 막아놓고 하는 음주단속도 찾아보기 힘들었다.그래서 유학생활을 좀 더 오래한 친구에게 "한국보다 전반적으로 좀 널널한 것 같다"고 했더니 그 친구는 웃으면서 "한번 걸려봐라"고 했다. 그때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내 운전을 하다 차를 세우라는 경찰관의 목소리를 들었고, 천천히 차를 세웠다. 자연스레 차에서 내리려던 찰나 두명의 경찰이 고함을 치듯 "차에 있어(Stay in your car)!"라고 외치며 다가왔다. 이름을 묻고, 사는 곳을 묻고, 내 차의 주인이 누군지 물었다. 그러더니 질문은 "왜 차에서 내리려 했느냐, 다른 의도가 있었느냐"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알고 보니 경찰은 낡은 중고차의 등록갱신 여부를 확인하려고 차를 멈추라고 한 거였다. 그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더니 그 친구는 "그럴 때 차에서 내리면 절대 안된다. 무조건 경찰 말 들어야 된다"고 했다. 시간이 흘러 기자가 됐고, 우연찮은 기회로 음주단속을 나선 우리 경찰들과 동행 취재에 나섰다. '제2 윤창호법'이 시행된 날이었다. 수일 전부터 도로교통법 개정에 대해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음주운전자는 어김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부 음주운전자는 "제대로 안내해 주지도 않고 이렇게 단속하는 법이 어딨느냐"며 되레 큰소리를 냈다.하지만 진상 운전자들에 비해 우리 경찰들은 너무나 '젠틀'했다. 음주운전자와 대화할 땐 꼬박꼬박 '선생님'을 붙였고, 대화도 힘들어 보이는 이들에게 윤창호법의 바뀐 기준을 이해시키려 애를 썼다. 공권력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경찰이 제대로 범인을 제압하지 못해 불안하다는 이야기도 이어진다. 하지만 이 같은 것들이 경찰과 공권력에 대한 경시와 무시로 이어져선 안 된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이 있다.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지킬 건 지켜야 한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사회부
2019-07-15 17:44:01
-
정부 ‘강남 집값 잡기’, 맹모들에게 통할까
얼마 전 동네 아이 엄마들 얘기를 듣고 난 뒤 마음이 더욱 조급해졌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와 초등학교 저학년, 고학년 자녀를 둔 엄마들이 모이면 반드시 나오는 교육 얘기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비전통 학군에, 유명 학원가도 없는 동네에서 사립초등학교와 개인과외, 타 지역 유명학원 정보를 공유하며 버티던 '열혈' 엄마들이 하나둘씩 이삿짐을 싸고 있다는 얘기였다. 'OO엄마는 사는 집 전세 주고 서초동에 전세로 들어갔다더라' '결국 이사갈 거면 우리도 빨리 움직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오가더니 결국 그날 '날을 잡아 학군 좋은 동네들을 같이 돌아보자'며 임장 계획까지 세웠다.
지난주 정부가 서열화된 고교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서울 자율형사립고(자사고) 8곳을 지정 해제한다고 발표하자 부동산 시장이 어김없이 들썩이고 있다.
자사고가 폐지되고 일반고로 전환돼 교육이 평준화되면 학부모들이 강남·목동 등 전통적으로 우수한 학군에 다시 눈을 돌리면서 해당 지역 집값과 전·월세 값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2017년 11월 정부의 자사고 폐지정책 발표로 한 차례 강남지역 아파트 매매가가 급등한 적이 있다.
특히 이번에 자사고 지정이 취소된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 등 8개 학교 중 배재고(강동구 고덕동), 세화고(서초구 반포동)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는 모두 비강남권이라는 점에서 비강남권의 맹모들이 얼마나 이동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남권에서는 세화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 영향인지 강남구 대치·도곡·역삼동 일대에 매물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의 말도 들려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 8학군인 숙명여고와 단국사대부고 근처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 대치 팰리스'는 7월 첫째주 전셋값이 2500만~5500만원 상승했다. 지난해 12억원대에 거래된 래미안 대치 팰리스 전용 84㎡ 전세매물은 최근 13억5000만~15억원으로 호가가 뛰었다고 한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등 고강도 부동산대책을 예고하며 '강남 집값 잡기'를 선언한 가운데 이번 자사고 지정 해제 발표로 들썩이는 강남 집값이 어디로 흘러갈지 궁금하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건설부동산부
2019-07-15 17:43:55
-
'금융분쟁TF' 설치 늦었지만 적절
"국제적으로 복잡한 분쟁이 많지만 이에 전문적으로 대응할 만한 조직이 없다. 금융과 관련된 분쟁사항만 해도 대여섯가지이지만 대응체계는 부족하다." 올해 초 만난 금융위원회 한 국장은 이 같은 고민을 토로했다. 정부가 대응해야 할 국제분쟁이 점차 많아지고 있지만 정작 정부 차원의 대응여건은 신통치 않은 상황이라는 설명이었다. 그가 언급한 사항들은 모두 각 업권의 국내 주요 대기업과 얽혀 있었다. 이 같은 금융위 내부의 고민을 반영하듯 금융위는 오는 19일 금융위 사무처장 직속 금융분쟁대응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기로 했다.금융위 내에선 사실상 처음 생기는 조직이다. TF에는 그동안 금융위에서 ISD(Investor-State Dispute) 관련사항을 담당했던 실무진이 포함됐다. TF 단장도 론스타의 ISD 소송을 담당한 실무진이 맡았다. ISD는 해외투자자가 상대국의 법령·정책 등에 의해 피해를 봤다고 판단할 경우 국제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 제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번 TF 출범은 늦은 감이 있지만 적절했다. 사실상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하는 ISD가 빈번한 상황에서 부처 내 TF 역할은 필수적이다.금융권에선 앞으로 국제분쟁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올해 초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것과 관련, 경쟁국가들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는 과정은 민감한 사항 중 하나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결합심사 과정에서 경쟁국이 우리 정부에 불리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언급했다. 또 당장 일본의 반도체 핵심부품 규제와 관련해서도 우려가 적지 않다.일본 정부의 부당한 수출규제가 지속될 경우 오히려 한국 기업이 ISD에 피해를 제기할 수 있는 건전한 상호 관계도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TF 출범을 앞두고 과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사실이다. 그만큼 금융당국 차원의 국제분쟁 대응체계가 가지는 의미는 가볍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금융부
2019-07-11 17:04:01
-
동물학대 솜방망이 처벌 언제까지?
최근 경기 화성 남양읍에서 고양이를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학대자는 고양이를 패대기쳐 살해하고 분양받은 고양이 또한 살해해 하천에 유기했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는 학대자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 조치했으나 수원지방검찰청은 고양이 살해범에 대해 무성의한 수사와 솜방망이 처벌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학대자는 동네 주민들의 돌봄을 받으며 살아가던 길고양이 '시껌스'를 새벽 3시쯤 바닥에 수차례 패대기쳐 살해한 후 마을 한쪽 풀숲에 유기했다. CCTV 영상으로 확인된 고양이 살해 장면의 잔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학대자의 고양이 추가 살해 또한 확인됐다. 시껌스를 살해한 다음 날인 26일 인근 하천에서 추가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고, 경찰 조사 결과 이 고양이 또한 학대자가 분양을 받아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동물자유연대와 더불어 '시껌스'를 오랜 기간 돌봐 왔던 주민들은 끔찍한 학대자를 고발했다. 그러나 학대자는 범행을 반성하거나 죄책감을 갖기는커녕 보란 듯이 동네를 활보해 보복과 추가 범행 위험에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더욱 경악스럽게도 학대자는 추가 살해 후에도 2만원에 새끼 고양이를 다시 분양받아왔다. 그러나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자의 소유권 박탈 및 동물을 키우지 못하도록 소유를 제한하는 법이 없다. 따라서 학대자의 추가적 범행과 애꿎은 동물들의 희생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학대자는 새끼 고양이의 반환을 요구하며 지속적인 협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은 고양이 두 마리를 잔혹하게 살해, 유기하고 또다시 고양이를 분양받은 극악무도한 학대자에 대해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이는 학대자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동물자유연대의 주장이다. 무고한 생명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죽이고 고양이를 계속 살해할 것으로 예상돼 엄중한 처벌이 요구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검찰의 솜방망이 처벌은 동물학대를 방조하고 오히려 부추기는 처사다. 약한 동물을 학대하고 살해하는 이들에게 강력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생활경제부
2019-07-11 17:03:58
-
6돌 맞은 코넥스, 안전장치 필요하다
"코넥스 투자하려고 자료를 찾아봤다. 그런데 일단 자료 찾기가 너무 어렵고, 그나마 건진 몇몇의 재무제표를 보는 순간 눈을 의심케 한다. 동네 구멍가게보다 더 위태한 기업이 대부분이더라." 최근 코넥스시장에 대해 쓴 기사에 달린 댓글의 일부다. 출범 6년을 맞은 코넥스시장이 여전히 외면받고 있는 이유를 보여준다. 올해는 상황이 더 안 좋다. 지난달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6억원으로, 지난해(48억원)에 비해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든 데다 상반기 상장기업도 4개에 그쳤다. 전체 상장기업 수는 150개사(5월 말 기준)에 불과하다. 원대했던 목표치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지난 2013년 21개 종목을 상장시키며 출범한 코넥스시장은 2016년까지 300개, 2020년까지 700개 이상 상장시킨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초기 벤처기업들의 자금조달을 돕기 위해 만들었지만 올해는 자금조달도 신통치 않다. 지난해(3378억원)와 달리 올해 코넥스 상장기업들의 자금조달 규모는 774억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규제를 풀어주는 데만 급급하다. 애초 코넥스시장은 외국인, 기관투자자, 3억원 이상의 장기 개인투자자만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다 개인투자자의 기본예탁금을 2015년 1억원으로 낮췄고, 올해 4월 다시 3000만원으로 내렸다. 코넥스시장의 매매비중에서 개인이 82.9%로 가장 높고 외국인(2.4%), 기관(10.8%) 기타법인(3.9%)인 것을 감안할 때 개인투자자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시장 활성화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했을 법하다. 하지만 지난 5월 개인의 코넥스 매수·매도금액은 전월보다 더 줄었다. 문턱을 낮췄지만 초기벤처기업 특화시장이어서 투자자들은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무엇보다 상장을 위한 외형요건에 매출액·순이익 등의 재무요건이 필요치 않다. 또 거래소가 아닌, 지정자문인(증권사)이 신규상장 신청기업의 상장적격성을 심사한다. 분기 혹은 반기 보고서도 면제되고, 사외이사와 상근감사 설치의무도 면제된다. 사람 사이 관계에도 '밀당(밀고당기기)'이나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듯 정부정책에도 이 같은 법칙은 적용되는 것 같다. 초기벤처기업 전용시장이라 해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필요하다. 너무 혼탁한 물에는 고기도, 낚시꾼도 들어오지 않는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증권부
2019-07-08 17:12:31
-
日 규제로 드러난 韓경제 아킬레스건
지난 1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 제조 공정 등에 쓰이는 첨단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를 공식화했다. 단지 3개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임에도 우리 경제 전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한국 경제가 그만큼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먼저 반도체 강국이라고 자부하면서도 우리나라 독자적으로 반도체 제조 전체 공정을 장악하지는 못하고 있다. 장비나 소재 국산화율이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어서다. 지난 2017년 기준 국내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18.2%, 소재 국산화율은 50.3%에 불과하다. 반도체를 수출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소재나 장비에 더 투자했더라면 일본이 정치적인 문제로 수출규제라는 경제보복 카드를 꺼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반도체 이외에 '신성장동력'을 찾아뒀다면 반도체 산업의 우려가 전체 경제에 대한 우려로 번지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경제는 수출이 이끌고 수출을 견인하는 것이 반도체 하나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러다보니 반도체 하나의 위기가 경제 전반의 위기로 번지고 있다. 정부도 경제정책을 발표하면서 신성장동력 발굴을 앞부분에 포함시켜왔다. 하지만 반도체를 대신할 수출품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지난해에는 반도체를 제외한 기존 산업 대부분이 부진에 빠지면서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기는 상황도 찾아왔다. 예컨대 정부가 새로운 신사업 중 하나고 공유숙박이나 승차공유 등 공유경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언급한 것이 지난 2013년부터다. 한국판 '우버', 한국판 '에어비앤비'를 만들겠다는 포부였다. 햇수로 7년이 지난 지금 한국판 '우버', 한국판 '에어비앤비'는 출발도 못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발표된 이후 국내에서 다시 한번 소재·장비 산업에 대한 투자와 신성장동력 발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는 단기로 끝날 수도 있고 장기화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정부와 기업들의 소재·장비 산업에 대한 투자와 신성장동력 발굴 노력은 이번을 계기로 장기화되고 성과까지 만들어야 할 것이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경제부
2019-07-08 17:12:28
-
제주도 ‘청년 일자리 로드맵’ 걱정이 앞서는 이유
[제주=좌승훈 기자] 민선7기 원희룡 제주도정 출범이후 1년 만에 895명이 늘면서 공무원 전체 정원이 6107명으로 확대됐다. 민선7기 출범과 함께 공무원 정원이 241명 늘렸고, 170명의 소방공무원을 증원했다. 또 오는 15일 발표되는 신규 공무원 합격자 411명과 오는 8월 하반기 정기인사와 맞물려 73명을 증원한 데 따른 것이다.
■ 결국 세금…공직사회 비효율 제거 먼저
일반 공무원에 비해 안전·복지 인력은 부족한 게 현실이어서 증원이 불가피한 면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인력 수요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하다는 점이다. 또 이에 따른 재정 부담은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 설득력 있는 중기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 공직사회 내의 비효율을 제거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특별자치도 출범 취지와 달리, 읍면동 주민자치의 역할과 기능 강화를 위한 예산 지원은 뒷전이라는 지적과 함께, 공무원 인력 증원에 따른 인력 배치도 도 본청과 행정시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가분수형 구조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 좌남수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한경면·추자면)은 지난 4일 제375회 임시회를 통해 “읍·면·동사무소는 직원 한 명이 부족하거나 결원돼도 주민들이 불편을 느끼는 체감도가 크다”며 “특히 도 본청과 행정시에 인력이 집중되면서 특별자치도 출범이후 도민은 손해를 보고 공무원만 이익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철남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연동을)은 “공직사회 고위직이 크게 늘어나면서 인건비 비율이 전국 최고로 도민정서와는 거리가 먼 가분수형 조직으로 변했다”며 질타했다.
■ 세출 대비 인건비 비중 12.5% 전국 최고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제주도내 43개 읍·면·동 공무원은 1030명인데 반해 도 본청과 행정시·직속기관·사업소를 포함한 간부 고무원은 ▷2급 5명 ▷3급 23명 ▷4급 122명 ▷5급 457명 등 607명에 달한다.
한번 늘린 공무원을 줄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한 번 채용하면 정년까지 지속되는 일자리다. 대략 50~60년간 임금과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도는 지난해 세출 예산(5조297억원) 중 6300억원(12.5%)을 공무원 인건비로 지출했다. 세출 예산 대비 인건비 비율은 전국 평균이 9.28%인데 반해 도는 12.5%로 전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일각에선 공무원 증원을 두고 반시장·반기업 정책 탓에 민간에서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니 정부·지자체가 만드는 것이라는 비아냥도 있다. 게다가 공공부문이 민간부문을 구축해 내면, 세수 감소로까지 이어진다. 공무원 숫자가 늘면 그만큼 규제도 늘게 마련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022년까지 공공부문 청년 정규직 일자리 1만개를 만들어 청년이 머무르고, 돌아오는 제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영세기업이 대부분인 제주의 산업구조는 청년 일자리 마련에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 “좋은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든다”
공공일자리는 안정된 일자리다. 가장 생산성이 왕성할 시기의 많은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는 이유다. 또 취업난에 희망을 잃은 청년들을 생각하면,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다.
민간의 호주머니를 털어 만드는 일자리는 하수(下手) 대책이다. 결국 세금 부담만 늘 뿐이다. 같은 돈이라도 지자체보다는 민간기업이 더 창의적이고 효율적으로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공무원이 아니라 경제 활성화를 통해 진짜 일자리 늘리겠다고 해서 ‘공약 포기’라고 말할 유권자는 아무도 없다. 고용 절벽의 해법은 민간에 있다. 공무원 증원에 앞서 기업에서 고용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획기적인 대책 마련이 먼저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2019-07-08 07:59:59
-
일본에 대응하는 자세
어린 시절 '한·일전'이 열리는 날이면 온 가족이 TV 앞에서 "대한민국"을 외치곤 했었다. 야구, 축구 종목 보다는 한·일전에 의미를 뒀던 기억이 난다. 역사적인 배경 때문일까. 일본은 한국에 줄곧 '라이벌' 같은 존재였다. 지난 2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한 한국수출 규제를 결정하자,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우리 정부와 여론은 즉각 반응했다. 라이벌의 도발에 대응태세 갖추기에 여념이 없었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입장을 내놨고, SNS를 중심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 분위기도 확산됐다. 공교롭게도 이날 도쿄를 찾게된 기자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온라인상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반일(反日) 감정을 드러낸 댓글을 보며, 일본 여론도 반대 입장에서 비슷할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도쿄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사흘간 일본에서 마주한 어느 사람에게도 반한(反韓)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도쿄 시부야 중심에 위치한 타워레코드 건물에는 BTS의 대형사진이 걸려 있었다. 특히 현지 기업인들은 무엇보다 정부의 결정에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오히려 내년 올림픽 개최와 아베노믹스 경제 부양 효과로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는 일본기업들은 한국 인재 채용에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현지 한 기업인의 "인재 영입에서 국적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회사를 이끌어갈 인재를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발언에선 경제 호황기를 겪고 있는 일본의 자신감도 느껴졌다. 반면 한국 경제는 미·중 무역전쟁에 일본 경제보복 조치 등으로 위기론이 지속되고 있다. 내부에선 정치적 논쟁으로 경제정책은 손발이 묶인 상태다. 역사에서의 일본의 과를 덮어놓고 가자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인 대응보다는 실리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일본의 '취사선택' 전략이 지금 일본의 경제 호황기를 이끈 게 아닐까. longss@fnnews.com 성초롱 산업부
2019-07-04 17:45:13
-
‘반구대’는 알겠는데, ‘대곡천 암각화’는…
입신양명(立身揚名)은 출세해 자기 이름을 세상에 드날리는 일을 의미한다. 유교에서 여럿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이나, 작품의 가장 뛰어난 부분을 비유해 백미(白眉)라고 부른다. 뛰어난 능력을 갖춘 촉나라 장군 마량이 흰 눈썹을 가졌다는 데서 유래했다. 누구나 아는 이 이야기들의 키워드는 '이름'이다. 작명, 네이밍의 중요성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고 골치 아픈 것도 마찬가지다. 채팅용 별명부터 블로그, 동호회, 회사, 가게 등의 이름을 짓고 결정하는 데 적지 않은 에너지를 쓰게 된다. 이름의 역할과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울산에서는 요즘 유네스크 문화유산으로 등재 추진 중인 '대곡천 암각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울산시민 상당수는 대곡천 암각화를 잘 모른다. 따지고 보면 알면서도 모르는 것이 맞다. 반구대 암각화 앞을 지나 사연댐으로 흘러드는 하천의 이름이 대곡천이다. 이 일대에는 반구대 암각화 외에도 국보 제147호 천전리 각석에다 200개 넘는 공룡발자국이 있다. 사실 '반구대 암각화 유네스코 등재'로 널리 알려진 일련의 사업은 '대곡천 암각화 세계유산등재'라는 공식명칭이 따로 있다. 현재 울산박물관에서는 '대곡천 암각화 세계유산등재 기반마련 학술연구 용역'을 수행 중이며 2020년 5월 완료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세계유산 등재신청서를 작성하게 된다. 울산시민도 잘 알지 못하는 '대곡천 암각화'라는 이름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될 가능성이 높다.널리 알려진 '반구대 암각화'가 유네스코 등재 이름이 되지 못한 것은 천전리 각석과 공룡발자국 화석 등을 포함해 '덩치'를 키우려는 울산시의 의도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반구대 암각화'는 오랫동안 세계 암각화 학계에 알려져 있고, 울산을 알리는 '랜드마크' 기능을 해왔다는 점에서 굳이 생소한 '대곡천'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야 했는지 그 배경이 궁금하다.이는 미국인과 전 세계 산악인 다수가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아와니호텔'은 알아도 '마제스틱호텔'은 모르는 것과 같다. 아와니호텔은 오바바 대통령의 휴양지로, 영국 엘리자베스 2세도 방문했고, 특히 스티브 잡스가 결혼식을 올린 곳으로 유명하다. 마제스틱호텔은 최근 이 호텔의 새로운 이름이다. 이름 때문에 벌어진 소송이 한때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울산은 유네스코 등재 후 반구대암각화가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세계 도처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유네스코 유산이 더 많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ulsan@fnnews.com 최수상 정책사회부
2019-07-04 17:45:11
-
넥슨 매각 ‘없던 일’이라고 말을 해주세요
새해 벽두부터 난리가 났다. 기자가 처음 넥슨 매각 소식을 접한 건 회사 시무식에서였다. 우리 회사는 시무식 때마다 전 직원이 다 함께 여유로운 조찬을 가지는데 기자는 이 소식 덕분에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대충 입에 구겨넣고 넥슨 매각기사 한 면을 막아내야 했다. 그날 이후 지난 6개월간 "확인해줄 수 없다"는 넥슨·넷마블·카카오 관계자들과 "확인 후 기사작성 처리하라"는 우리 윗선의 지시 가운데에 끼인, 그야말로 샌드위치 신세였다. 여기저기서 단독이라며 쏟아져 나오는 기사들 속에서 받아서 기사를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뇌한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넥슨 내부 직원들은 기자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을 받았을 터다. 지난 20년간 성장가도를 달려온 탄탄한 회사를 다니던 직원들은 자신들의 앞길을 전혀 모른 채 외부에서 나오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사모펀드에 팔리기라도 하면 매각 이후 구조조정이 따를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었다. 계열사 포함, 넥슨 직원 6000여명과 딸린 식구까지 수만명이 당장 밥줄이 끊길까 두려워했다. 실제 넥슨이 매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넥슨 노조 '스타팅포인트'로 가입이 러시를 이루기도 했다. 넥슨과 계약 관계에 있던 각종 소기업들은 회사가 생사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넥슨 계열사들 주가는 매각설과 관련된 기사가 나올 때마다 출렁였다. 게임업계도 동요했다. 국내 1위 게임사인 넥슨이 해외자본에 매각될 경우 국내 게임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의 책임론이 대두되는 이유다. 김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현재 시나리오만 무성하다. 매각을 재추진할지, 아니면 그동안 붕 떠 있던 회사를 온전히 바로잡기 위해 집중할지 거취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 사건이 유야무야되는 것이 올 초 매각을 공식화하며 김 대표가 이야기한 "회사의 성장을 위한 최선의 방안"인지 묻고 싶다. 하다못해 "전부 없던 일로 하자"는 말 한마디라도 들어야 속이 시원할 것 같다. 얼마 전 넥슨 홍보팀 관계자를 만나 "이제 휴가 다녀오셔도 되겠다"며 웃지 못할 덕담을 건넸는데 그는 정말 맘 편히 휴가를 갈 수 있을까. true@fnnews.com 김아름 정보미디어부
2019-07-01 17:27:11
-
유튜버 시대를 바라보는 자세
바야흐로 유튜버의 시대가 왔다. 수십만명의 구독자 수를 확보한 유명 유튜버들의 연간 수익이 수십억원에 달한다고 소문이 나면서 유튜버가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 이들은 광고 콘텐츠 한 건당 수천만원에 계약한다. 연예인 메이크업을 해주던 이사배씨는 뷰티 유튜버로 성공하면서 샤넬 초청을 받아 프랑스 파리를 가는 등 20~30대 여성들에게 '워너비' 같은 존재가 됐다.요즘 초등학생들은 검색을 네이버가 아닌 유튜브로 한다고 한다. 더 나아가 혼자서 휴대폰으로 자신의 일상을 담는 '브이로그'를 찍으면서 노는 아이들도 있다. 유튜브는 그저 젊은이들만의 문화가 아니다. 최근에는 한국 50대 이상 장년층이 전 연령층에서 유튜브를 가장 많이 보는 세대가 됐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이에 기자도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프리미어'에 입문했다. 유튜버가 될 욕심보다는 요즘 트렌드에 맞춰 실제로 배우면서 무언가를 느끼기 위해서다. 작심삼일에 그칠까봐 7일짜리 체험판부터 받았는데 처음부터 문제에 부딪혔다. 평소 찍어둔 동영상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이것이 신문기자의 한계인가' '내가 시대에 뒤떨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언론사들이 유튜브에 뛰어들고 있으나 성공을 거둔 매체는 거의 없다. 아마도 많은 곳들이 별 계획 없이 그저 TF만 구성했거나 눈 앞에 보이는 실적만 요구하다 보니 기존 콘텐츠를 재가공하는 선에 그치거나 재미가 떨어져서 그런 것 같다. 요즘 화제인 박막례 할머니만 해도 손녀 김유라씨가 할머니와 여행을 가려다 회사에서 휴가를 안 내줘 과감히 퇴사 후 여행 가서 찍은 동영상이 우연히 대박이 나면서 지금에 이른 것이다. 유튜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채널로는 'SIMI TV'를 꼽고 싶다. 건축 전공인 듯한 유튜버가 골판지로 영화관, 목욕탕 같은 공간을 만든 뒤 그 안에서 자신이 키우는 햄스터가 노는 모습을 찍어 올린다. 처음엔 '이걸 왜 보지?' 싶었는데 어느 순간 힐링을 받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결국 유튜브에선 좀 더 다른 접근이 필요한 셈이다. SIMI TV 동영상 1건 조회수가 보통 수십만은 된다. 요즘 기사 조회수가 수십만은커녕 만대도 나오기 어려운 현실에서 나 포함, 많은 언론인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 같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산업2부
2019-07-01 17:27:06
-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의 헛된 기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를 계기로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이 다시금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휴대폰 판매와 이동통신사의 개통 서비스를 분리하자는 취지의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경쟁 활성화를 통한 통신요금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내포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여당 간사는 물론 정보통신부 차관을 지낸 의원이 직접 나서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역시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가장 극심한 반발을 하는 곳은 이통 유통점들이다. 이들은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6만명에 달하는 유통점 종사자들이 생업을 잃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이 국회에 물밑 작업을 펼치고 있다는 이유를 들며 영업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두고 각각의 주체마다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는 있다. 하지만 여기서 짚어봐야 할 점은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으로 당초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는 지다. 다시 말해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도입해 통신요금 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지가 핵심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통해 통신 서비스만 제공하게될 이통사에서는 통신요금 인하 효과를 어느정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단통법 시행,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 등으로 과거 불법 보조금을 통한 경쟁보다는 서비스 중심의 경쟁을 통해 통신요금이 조금이라도 내려간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여기다 정부가 직접 통신요금 인하를 종용하니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단말기를 살펴보자. 국내 단말시장의 70%를 삼성전자가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이 일어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도입해 가격이 내려가길 원한다는 것은 인위적으로 단말기 가격을 깎으라는 의미다. 삼성전자에는 고가의 프리미엄 단말기도 있지만 중저가 라인업도 존재한다. 다만, 소비자 대다수의 선택이 갤럭시S 시리즈와 같은 고가에 집중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비싼 통신요금의 주범이 고가의 단말기라며,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도입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애플이 최근 선보인 아이폰XS 시리즈 최고가 모델은 200만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애플이 스스로 단말기 가격을 내릴까. 국내 이통 유통구조에 수술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감으로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섣부른 도입에는 반대한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2018-10-18 15:01:30
-
전문가도 헷갈리는 부동산 대책
"근래 대책이 쏟아지긴 했지만 규제 강도만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비슷한 내용이라서요."정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추가 부동산대책에 따른 후폭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 업계 전문가가 웃으며 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5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대책만 벌써 8번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오는 21일 발표를 예고한 추가 공급대책까지 고려하면 한 주 만에 두 건의 대책이 나오는 셈이다.대책마다 정부가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슬로건이 있다. 바로 역대 정부 통틀어 가장 강도 높은 대책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8.2 부동산대책'을 시작으로 규제 범위를 넓히면서 일명 '부동산 규제 종합선물세트'를 발표해오고 있다. 이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어떨까. 업계는 '단기적 심리 위축' 효과에 공통된 목소리를 낸다.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대출 문턱을 높이다 보니 매도.매수자의 거래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도가 높아진 만큼 '촘촘하고 세밀한' 규제대책이 나왔는지에 대한 평가는 냉담하기만 하다. 한 업계 전문가는 "그간 초고강도로 쉴 새 없이 대책을 냈는데도 집값이 안잡히면 정부가 최후의 카드로 뭘 꺼낼지 궁금해진다"면서 "이렇게 규제만 하는 것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1차원적인 방법 아니냐"고 비판했다. 문제점은 또 있다. 근래 정부가 보여준 '손바닥 뒤집기식' 정책 전환에 상실된 수요자들의 '신뢰감'이다. 유명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 "자고 일어나면 또 대책이 바뀔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정부는 "다주택자에게 과도한 세금 혜택을 줘 오히려 투기꾼만 키웠다"는 여론의 뭇매에 발표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대책을 수정했다. 여기에 그린벨트 해제처럼 예민한 문제를 당정청이 협의하지도 않은 채 제각각 목소리를 내 서울 부동산 시장을 또 한번 혼란에 빠트렸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책 추진으로 상실된 수요자들의 신뢰감이 회복되기까지 상당 기간 진통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는 21일 정부는 추가 공급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 안팎에서 규제대책과 공급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부가 '오락가락 정부'라는 오명을 벗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부동산대책을 발표할 수 있을지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윤지영 건설부동산부
2018-09-17 17:18:29
-
정책 방향수정을 두려워 말아야
꽉 박힌 나사를 왼쪽으로 아무리 돌려도 잘 풀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괜히 더 힘줘 돌리다가는 나사 머리가 문드러진다. 다시는 못쓰게 된다. 방향을 바꿔 돌려보자. 오른쪽으로 돌려야 풀리는 '왼나사'였을 확률이 매우 높다. 뭔가 생각대로 잘 안될 때 방법을 바꿔보는 것은 중요하다. 조금 쑥스러워도 다시 하면 된다. 괜히 고집부리다간 일만 더 커진다.최근 문재인정부 정책 기조가 많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경제 쪽은 방향 수정이 두드러진다. 심상치 않은 경제지표들이 자꾸 눈에 밟힐 테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정부는 "난 변하지 않았어"라고 발끈한다. 무엇이 두려운 걸까.문재인 대통령은 규제혁신 현장방문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를 주문했다. 원래 기업들이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막아놨는데, 인터넷은행만큼은 예외적으로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혁신 아이콘'으로 불리는 인터넷은행이 규제 때문에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지적 때문이다.대통령이 '은산분리 완화'에 팔을 걷어 붙이자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은산분리 완화는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정책이다. 문 대통령도 반대 입장이었다.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이 뿔났다. 특히 문 대통령에게 큰 배신감을 느낀 듯하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대선공약 파기"라며 날 선 반응이다. 청와대는 공약 파기가 절대 아니라며 극구 부인하고 있다. 은산분리 대원칙을 훼손하지 않았다는 해명이다.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친기업화' 근거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 문 대통령은 인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경제계는 이 만남을 재벌정책 변화 신호로 받아들였다. 또 세제개편안엔 보유세 증세가 빠졌다. 최근엔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주문했다.상황이 이런데 청와대는 아직 '경제정책 보수화'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양새다. SOC 투자 확대방안을 발표하면서도 체육관, 도서관 등 생활밀착형 시설을 늘리는 '착한 SOC'임을 강조했다.정책 방향을 바꾸려니 기존 지지층의 눈치가 보일 거다.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 그러나 경제는 선악을 따지는 문제가 아니다. 이념의 잣대를 들이밀어선 곤란하다. 왼쪽으로 안 되면 오른쪽으로 돌려 풀어볼 줄도 알아야 한다. golee@fnnews.com 이태희 기자
2018-08-09 17:25:15
-
방향이 먼저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취임 후 80%가 넘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60%대로 하락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비판이 쏟아진다. 소득주도성장론, 빠른 최저임금 인상, 부동산투기 억제 정책, 주 52시간 근무 전격 도입 등이 그렇다. 실제 이달 첫주 한국갤럽이 발표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교, 대북정책 등에선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경제와 민생 문제 해결에서는 낙제점을 받았다.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1993년 8월 대통령긴급명령인 '긴급재정경제명령 제16호'를 발동해 '금융실명제'를 전격 실시했다. 각종 금융비리 사건과 부정부패로 1980년대부터 금융실명제 필요성이 논의됐으나 지지부진하던 차에 파격 행보를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주각 하락, 중소기업 부도 증가, 자본 유출 등의 부작용을 겪었으나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와 사회 전체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역사의 평가다. 대선에서 패한 김대중 전 대통령마저도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의 '금융실명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으로 편의점,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크다. 심지어 '아르바이트생보다 가게 사장 월급이 적다'는 푸념도 나온다. 주 52시간 근무로 직장인들이 '칼퇴'하면서 저녁 장사도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급 8000원을 받는 아르바이트생과 가게의 사장님 중 누가 더 어려울까. 최저 시급을 받는 사람일수록 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증가 비율도 높다. 소득이 늘어난 대학생은 식당, 편의점에서 돈을 더 쓸 것이다. "막상 월급을 주기도 힘든 자영업자는 어떻게 해"라는 푸념에 대기업을 다니다 퇴사하고 프랜차이즈 샌드위치 가게로 자영업을 시작, 6년 만에 30억원 자산을 이룬 한 30대는 "경쟁력 없는 자영업자는 시장에서 퇴출되는 편이 자영업 시장 전체에도 좋다"고 일갈했다. 이것이 시장이 돌아가는 원리다. '보이지 않는 손'이 만능은 아니다. 야심찬 한 30대의 말처럼 자본의 속성은 냉혹하다. 보이지 않는 손의 폭주를 막기 위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정부가 개입해도 때론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더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두 가지 선택사항이 있을 것이다. 속도와 방향. 다행히 현 정부의 방향에 대한 문제제기는 보이지 않는다. "방향이 잘못되면 속도는 의미가 없다." 간디의 말이다. 방향은 맞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한 정부. 평가는 역사의 몫일 것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건설부동산부
2018-08-06 17:05:29
-
자영업도 구조조정 필요하다
우리 경제는 '자영업 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자영업이 기형적으로 비대한 경제구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고용에서 자영업자 비중은 25.5%에 달했다. 일본은 10.6%, 미국은 6.4%였다. 이처럼 자영업이 비대해진 것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인건비 부담은 작았고 은퇴는 빨랐으며 재취업시장은 좁았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은퇴 이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자영업 창업이 유일했고, 비용에도 부담이 덜했기에 자영업 창업에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여기에 최근 청년층의 고용부진 해소를 위해 정부가 청년창업을 지원하다 보니 자영업이 더욱 비대해졌다. 정부에 자영업 비대화의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비대해진 자영업은 업체 간 과당경쟁을 낳았다. 그 결과 수익성은 낮아지고 버티지 못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했다. 폐업 신청자는 지난해 90만8076명으로 2016년에 이어 2년 연속 90만명을 넘었다. 폐업이 늘고 있지만 자영업 수는 줄지 않고 있다. 고용부진 심화로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임금노동자로 돌아가지 못하고 빚을 내서 재창업하고 다시 폐업하는 일이 반복하고 있어서다. 사실상 우리 경제에서 자영업 시장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봐야 한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더구나 내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되면서 자영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 늘어난 인건비에 버티지 못해 폐업하는 자영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여기까지 왔지만 정부에서 자영업 구조조정에 대한 구상은 없어 보인다. 자영업이 어렵다는 목소리에 정부가 내놓는 대책이라곤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카드 수수료 인하, 가맹점 수수료 인하, 상가 임대료 등 임시방편 외에는 보이지 않고 있다. 자영업을 어떻게 구조조정할 것인지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은 찾기 힘들다. 누구는 반대하고 누구는 불만이 있겠지만 수년 내에 최저임금 1만원은 물론이고 그 이상이 오르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영업 구조조정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한다면 정부는 임시방편만 열거할 것이 아니고 자영업 시장을 구조조정할 방안을 내놔야 한다. 자영업 비대화의 책임이 일정부분 정부에 있는 만큼 이들 구조조정에 대한 책임도 정부에 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경제부
2018-07-30 16:42:06
-
경영 행보 나선 이재용 부회장
얼마 전 구속 신분에서 벗어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움직였다. 출소 후 별다른 행보가 없던 이 부회장이 유럽 출장길에 오른 것이다. 이에 대해 그가 본격적인 경영 활동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유럽에 왜 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그가 자유롭게 해외를 오가며 '일을 한다'는 소식만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여전히 적폐로 규정된 지난 정권과 삼성의 관계를 곱지 않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총 책임자인 이 부회장으로선 조용하게 자숙하는 것이 욕을 덜 먹는 가장 쉬운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다른 방법을 택한 것 같다. 잘못에 대한 시비는 법정에 두고, 본인의 일을 하는 쪽으로 말이다. 과감히 해외로 간 이 부회장의 결정은 옳다. 이 부회장은 전 세계 50만명이 일하는 직장의 고용주다. 또 우리나라 수출의 30% 이상을 맡고 있는 거대 기업의 수장이다. 언제까지 먼 산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0월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오너로서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후 곧바로 구속돼 기회가 없었다. 기업인은 실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연필도 주지 않고 답을 못썼다'고 나무라는 건 가혹하다. 이 부회장이 구속 수사를 받던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삼성은 마치 자율주행차처럼 경영해왔다. 오너 부재라는 경험해보지 못한 초행길을 시스템에 기대어 더듬으면서 갔다. 그래도 삼성은 그 길에서 반도체 호황을 만나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사실이다. 하지만 '총수가 없으니까 기업이 더 잘된다'는 말은 말도 안되는 말이다. 이 길 역시 이미 몇년 전에 자율주행차의 오너가 내비게이션에 찍어둔 경로다. 삼성 자율주행차는 목적지까지 잘 운행됐다. 문제는 앞으로다. 삼성은 다음 목적지를 찍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인맥은 삼성의 다음 경로를 위한 자산이다. 냉정히 보자. 이 부회장이 두 손 놓고 일을 하지 않는 것이 국가나 개인에게 어떠한 이익인가. 지난 날의 과오는 법정에서 가리고, 잘못이 있으면 반성하면 된다. 일하지 않는 건 자숙이 아니다. 이 부회장도 주 40시간 이상 일하는 게 맞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18-03-26 17:19:40
-
'초대형IB' 경제논리도 들여다봐야
"사실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증권업계도 깜짝 놀랐고, 확대 해석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지만 이런 말씀 드리기도 조심스럽네요."(한 증권사 관계자)
금융위원회가 지난 9일 삼성증권을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초대형 투자은행(IB) 핵심사업인 발행어음 인가 심사를 보류한 뒤 증권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초대형 IB 후보 증권사들은 모두 최대주주의 적격성이나 제재 전력 등에서 각자의 사정이 있어서다.
금융위가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인가 심사를 보류한 근거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법률이다. 최대주주가 법인인 경우 최다출자자 1인을 최대주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증권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 지분을 0.06% 보유한 특수관계인이다. 금융위가 세밀하게 적용한 법규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으로 법인의 주요 경영사항을 지배하는 자가 있다면 그를 최대주주로 포함한다는 항목이다. 금융위는 지난 7일 이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로부터 12년형을 구형받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인가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요청받았다. 금융위는 이 부회장이 오는 25일 1심 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고, 이는 인가 심사에 중대한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금융위의 엄격한 법 적용에 지난해부터 자기자본을 증자하거나 다른 증권사와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운 초대형 IB 후보 증권사들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금융위의 법 적용이 정권이 바뀌면서 달라졌다는 인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직접 추진한 초대형 IB 육성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시장에서 나온다. 자본시장에 정통한 한 정치인은 "우리나라엔 실정법 위에 정서법이 있다"면서 "문재인정부가 탄생하고 재벌 개혁 문제가 국민 정서적으로 예민한 상황에서 정부는 비판 여론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의 전문가는 이를 정치적 논리와 경제적 논리가 상충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국민 정서는 이 부회장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초대형 IB 시장 환경 조성은 지금이 적기다. 금융위는 현재 정치적 논리에 손을 들었지만 초대형 IB 출범을 목전에 둔 상황이라면 모멘텀을 실어줄 수 있는 의사결정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2017-08-21 17:28:45
-
농식품부 발표, 이제 누가 믿을까
앞으로 우리 국민 중에 농림축산식품부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을 이가 얼마나 될까. 허둥지둥 엉터리 자료를 발표해 무고한 농가에 피해를 입힌 일에 대해선 사실 농식품부도 변명거리가 있다. 본래 50일가량 소요되는 조사를 사흘 만에 해야 했고, 이원화된 먹거리 행정체제 탓에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손발을 맞춰야 하는 번거로움 등등이다. 그러나 농식품부가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숨기고 이를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현재 농식품부가 이렇게 알고 있는 정보를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알려진 것만 벌써 두 건이다.
농식품부가 은폐하려고 했던 사실은 무척 충격적이다. 이미 40년 전 국내 사용이 금지된 맹독성 농약인 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DDT)이 경북 지역 친환경 농장 2곳의 계란에서 검출됐다는 사실이다. 이미 18일 친환경 농가 인증 기준미달 68곳을 발표하면서 이들 농가를 포함시켰지만 이들이 DDT를 썼다는 사실은 숨겼다.
다른 하나는 이미 지난 4~5월 진행한 친환경 계란 검사에서 살충제 성분을 검출한 바 있다는 사실이다. 당시 농식품부는 이를 폐기하도록 조처했을 뿐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물론 행정처분 내용은 농산물품질관리원이 운영하는 친환경 인증관리 정보시스템에 들어가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농가의 친환경 인증번호 등을 알아야 검색이 가능하고, 살충제 검출을 비롯해 처분을 내린 이유 등도 표시돼 있지 않다. "당시에는 일상적 행정처분이어서 따로 발표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젠 농식품부가 알고 있으면서 밝히지 않은 사실이 더 있을 것 같아 두려울 정도다.
명백히 국민을 기만한 행위다.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달라"고 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건 항명이기도 하다. 지난 정권을 두고 '이게 나라냐'고 물었던 국민들이, 이를 두고 '이게 정부 부처냐'고 따져 물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엄벌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만약 문 대통령이 이를 그대로 묵과하고 넘긴다면, 대통령이 국민들 앞에 약속했던 '나라다운 나라'는 그야말로 '공언(空言)'이 되고 만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선 그 무엇보다 정부 부처가 바로 서야 한다는 사실을 농식품부 공무원들이 하루빨리 인정했으면 한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2017-08-21 17:28:29
-
'부지하세월' 선거구 획정
4.13 총선이 불과 7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은 '식물국회'에 발목을 잡혀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이다. 이를 지켜보는 선거구 조정대상 지역구를 비롯한 예비후보자들의 답답함은 커져만 가고 있다. 불만의 목소리도 좀처럼 끊이질 않고 있다. 급기야 '선거구 부재' 장기화에 대한 항의를 위해 거리로 나서는 예비후보자까지 생겨났다. 충청권 예비후보자들은 지난 26일 국회의 '선거구 획정'을 촉구하기 위한 릴레이 마라톤을 시작했다. 이들은 청주를 출발해 천안, 오산, 안양을 거쳐 29일 국회의사당에 도착할 계획이다. 국회를 상대로 한 소송과 고발도 전국에서 계속되고 있다. 국회가 입법권을 전속해 갖는 헌법기관인데도 선거구를 재획정하라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행하지 않는 데 대해 '메아리 없는 외침'임을 알면서도 성토를 이어가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선거구를 획정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회는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협상 주체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정수(300석)와 지역구 수(253석)는 잠정 합의했지만 정작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선거구 획정을 놓고는 정치공세를 이어가며 논쟁만 거듭하면서 혼란은 여전한 상태다.현역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유지'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질 수밖에 없다. 지명도 올리기가 급한 정치신인 등 예비후보자들은 당장 선거구를 예측해 유권자와 접촉하고 지지를 호소해야 하지만 이미 인지도도 높고 정당 공천에 있어서도 유리한 고지에 있는 현역 국회의원들은 전혀 급할 것이 없고 자연히 선거구 획정을 서두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선거사무소를 마련하긴 했는데 현수막도 제대로 달지 못했다. 현수막을 달고 어느 지역 등을 문구에 넣어야 하는데 선거구 획정이 안되다보니 막막하다. 반면 현역 국회의원들은 할 수 있는 홍보활동이 많다. 예비후보자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이 큰 상황"이라는 한 예비후보의 하소연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앞서 여야는 19대 국회 들어 경쟁이라도 하듯 '기득권 내려놓기'를 주창했다. 그러나 작금의 행태를 보면 기득권을 내려놓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공고히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타를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미 출발선에서 한참이나 앞서 달려가고 있는 것도 부족해 예비후보자들을 출발선에 묶어두는 일까지 해서야 될는지 정치권은 자문해 봐야 한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
2016-01-28 17:02:31
-
장기적인 안목의 감염병 대책 필요
최근 한풀 꺾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는 열악한 학교 현장의 보건안전 실태를 그대로 드러냈다. 다행히 학생들의 대규모 감염 사태는 없었지만 한바탕 아수라장을 겪으며 제대로 된 보건안전 대책이 왜 중요한지를 알려줬다. 휴교령 등 학교현장 대책에 대한 인식차로 보건·교육 당국의 엇박자도 문제였지만 더 심각한 것은 기본적 보건의료 기기인 온도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학교 보건 현장의 '민낯'이었다. 이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일선 학교 교사들을 상대로 한 '메르스 현장의견 조사'를 보면 더욱 명확하다. "발열 체크를 하라면서 학급당 체온계 하나를 지급해주고 매일 체크하라니 말이 안 된다" "안전 책임을 학교로 미루는 관료적 행태는 고쳐져야 한다" "발열 온도, 마스크 착용 등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너무나 허술하다" "기본적인 발열 체크는 가정 역할이고, 학교가 모든 것을 다 책임져 줄 수는 없다" 등등의 하소연이 쏟아졌다. 특히 교사들은 가장 큰 고충거리로 교육부와 각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각종 공문 처리를 지목했다. 학교에서 매일 매시간 발열 체크를 하라면서 제대로 된 온도계를 구입할 수 있는 교부금 처리는 미적거리고, 상시 마스크 착용 지시는 내려오지만 전국적 품귀 상태로 개별 학교에서는 구할래야 구할 수도 없는 실정 등이 그것이다. 전국적 휴업 사태 역시 뚜렷한 지침이나 규정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자율적 휴업'이라는 명목으로 선택을 학교장에게 떠넘겨버려 일부 학부모의 강력 주장에 학교가 휩쓸려야 했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교육부도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달부터 '학생 감염병 대책팀'을 구성하고 상시 가동에 들어갔다. 학생 감염병 발생 추세는 2012년 3만6046명, 2013년 3만8993명에서 2014년 7만5116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에는 인플루엔자, 유행성이하선염, 수두 등이 잇따라 유행한 바 있다. 감염병 등 학교보건안전은 '사후약방문'은 의미가 없다. 제대로 된 예방대책만이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첫발'을 뗀 교육부의 학생 감염병 대책이 보다 현장맞춤형, 장기적 정책이기를 기대해본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15-07-13 17:19:21
-
뉴스테이가 시장에 정착하려면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이 연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뉴스테이는 민간 건설사와 투자사의 자금으로 임대주택을 건립해 중산층의 주거안정을 꾀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정작 뉴스테이 정책의 대상인 소비자와 건설사의 반응이 싸늘하다. 소비자들은 뉴스테이가 주변 시세에 비해 그리 싸지 않아 보증금과 매달 지출해야 하는 월세 부담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시큰둥하고 있다. 국토부가 서울 대림동에서 시범적으로 공급하는 뉴스테이(전용면적 35㎡)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이다. 국토부의 '2014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소득분위 5~8분위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중소득층의 평균 소득은 292만원가량이다. 이들이 월세 100만원을 부담하면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 지수)은 34%에 이른다. 우리나라 중소득층이 뉴스테이에 살려면 월 소득의 3분의 1 이상을 월세로 내야 한다는 얘기다. 더욱이 전세를 선호하는 마당에 과연 소득의 3분의 1을 선뜻 내고 살 만한 사람이 있는지 의문이다. 건설사들로서도 뉴스테이에 대한 투자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용적률 상향 △공공택지 우선공급 △초기임대료 규제 배제 등 대규모 규제완화 혜택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건설사들로서는 큰 '당근'이 아니다. 오히려 뉴스테이 참여를 통해 가져올 리스크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뉴스테이 투자로 인한 수익보다 재무제표상 임대보증금의 부채계산, 브랜드 가치 하락 등이 더 걱정이다. 사실 최근 전세난의 근본적 원인은 저금리다. 저금리로 은행이자 수익이 줄어든 집주인들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전세물량이 줄었고, 이는 전세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전세가격이 너무 올라 매매가격에 근접하자 세입자들은 차라리 대출을 받더라도 무리하게 주택을 마련하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다. 이런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뉴스테이 정책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영 신통치 않다. 뉴스테이 정책의 취지는 분명 옳지만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면 새로운 관점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혜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15-07-13 17:19:12
-
미래산업의 핵심은 물류
전 세계 물류업계가 요동 치고 있다. 아마존과 DHL 등 주요 전자상거래 및 물류기업이 무인기(드론)를 이용한 배송 기술 개발에 나서고, 구글도 물류업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팽창함에 따라 물류기술의 고도화, 즉 빠르고 정확한 배송이 경쟁력을 갖출 방법으로 떠오른 것이다. 소프트뱅크가 국내 소셜커머스 기업인 쿠팡에 1조원을 투자한 것 역시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물류기업으로 거듭나려는 쿠팡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결과다. 그러나 국내 물류업계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혁신에 나서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 중이다. 특히 전자상거래 혁신의 중심에 위치한 택배업은 매년 10% 이상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지만 법률상 물류산업의 한 분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과 관련 법이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매년 제기되는 불법택배차량 양성화 문제는 택배업이 운수사업법상 별도의 사업영역으로 분류되지 않아 발생한 대표적인 부작용 사례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3년부터 2년간 흰색 자가용 번호판을 부착하고 운행한 불법택배차량 2만5000여대를 대상으로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을 지급했지만 늘어나는 시장수요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택배업계의 고질적인 차량 부족 사태는 영업용 차량의 대량유입에 따른 과당경쟁을 우려한 용달업계의 반발로 시장수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 . 소셜커머스 업체의 '로켓배송'을 두고, 택배업계와 해당 업체가 불법영업 공방을 주고받는 것 역시 새로운 사업형태에 관련 법이 따라가지 못한 결과다. 이처럼 관련 법률을 정비해 물류선진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물류업계의 갈등이 계속 이어질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인 국내 전자상거래 기업의 경쟁력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다. 한편 물류사업의 선진화는 관련 법 정비에 의존해서 끝낼 문제가 아니다. 기업 스스로 혁신을 통해 혁신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특히 택배업의 고질적인 저임금·장시간 노동은 물류선진화를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물류업은 과거 화물차와 거대한 크레인으로 상징되는 전통적 사업영역에서, 전체 시장을 모세혈관으로 연결하는 최첨단산업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 과거의 테두리를 과감히 깨고 혁신을 준비할 시기다. lionking@fnnews.com 박지훈 기자
2015-07-06 18:01:39
-
오해살만한 다음카카오 세무조사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 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괜한 오해 살 일은 아예 하지 말라는 말이다.다음카카오에 대한 특별세무조사가 딱 그런 모양새다. 오해받기 좋은 일이라는 말이다. 그동안 다음카카오는 현 정권과 불편한 관계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다수의 여권 관계자들은 다음카카오의 포털 다음(DAUM) 얘기가 나오면 얼굴부터 찡그린다.3년 전 대통령선거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본부를 비롯해 선대위 출신 인사들은 '다음'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우선 다른 포털에 비해 여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쉽게 형성되는 것부터 불만이었다.특히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부정적 기사가 빈번하게 배치되는 뉴스편집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며, 다음을 손봐주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참았다는 후일담까지 떠돌 정도다.이런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지난해 연말 경찰이 다음카카오 이석우 공동대표를 피의자로 불러 아동 음란물 방치 혐의로 조사를 벌였다. 당시는 카카오톡에 대한 사이버 검열 논란으로 다음카카오가 감청 불응을 선언한 이후 진행된 수사라 다시 다음과 현 정권의 불화설이 돌았다.그런데 이번에는 국세청이 특별세무조사에 나섰다. 역시 업계에서는 갑작스러운 비정기 세무조사의 배경을 궁금해하고 있다.호사가들은 이번에도 정권과 다음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특별세무조사가 진행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말을 지어내고 있다. 그러나 한 나라의 국세청이 어디 그런 조직이겠는가. 정권과 불편한 관계가 있다고 마구잡이로 세무조사를 벌일 정도의 조직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또 재벌그룹도 아닌 일개 인터넷 기업과 정권이 불편한 관계일 이유는 또 뭐가 있겠는가.대한민국 정부가 일개 인터넷 포털 회사와 불편한 관계를 맺을 상대가 되겠느냐는 말이다. 지난해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이 성사되고, 세금 관련 후속처리가 제대로 됐는지 국세청이 면밀히 들여다 보겠다는 것이 이번 특별세무조사의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지금 딱 오해받기 쉬운 때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여론이 시끄러운 때 불편한 여론이 모이는 다음에 대해 정부가 손봐주고(?) 있다는 오해를 사기 쉬운 때라는 말이다. 그렇잖아도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지고 있는 때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가 인터넷 악성 여론을 부추기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2015-06-18 17:46:34
-
김문수의 대구行을 보는 시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내년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을 노린다는 소식에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야당에선 "비겁하다"는 논평을 냈고 여당에서도 반대 의견이 제기된다.김 전 지사의 대구행(行)을 비판하는 데엔 그가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거물급 정치인이라는 배경이 있다. 김 전 지사 정도라면 응당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어려운 지역에 나가야 한다는 논리다.비슷한 맥락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했던 안철수 전 대표와 오버랩된다. 그는 대권 잠룡도 아닌 대선 후보였다. 빗발치는 비난 여론에도 안 전 대표는 야당 텃밭의 힘을 빌려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그렇다고 안 전 대표가 대권 유력 후보군에서 밀려난 건 아니었다.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이 현 수준으로 떨어지는 데엔 노원병 출마가 영향을 준 게 아니라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는 게 결정적 역할을 했다.모든 정치인들이 공고한 지역주의를 깨야 한다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지역주의에 기대는 건 변함이 없다. 당장 문재인 대표를 놓고도 "호남 기반 없인 힘들다"는 평을 내리지 않는가. 텃밭 지지세를 확고히 해야 상대 진영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차원에서 꾸준히 수도권에서 활동했던 김 전 지사가 텃밭을 다지려는 게 나쁘다고만은 볼 수 없다.지역주의를 깨는 시도를 했다고 해서 모두 대선 후보가 되는 건 아니다. '분당 대첩'에 성공한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이듬해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 대표에게 패했다. 살신성인이 뭔 소용인가 싶을 듯하다.김 전 지사가 '자존심'을 접고 대구를 택한 건 그만큼 원내 진입이 절실하다는 걸 보여주는 방증인 것 같다.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원외 인사라는 이유 때문에 번번이 제동이 걸리지 않았나. 잠룡으로서 원내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게 더 많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른바 '김부겸 바람'을 차단했다는 명분도 만들 수 있다. 지금으로선 대구를 내줌으로써 지역주의 타파의 상징으로 급부상해 김부겸 전 의원을 단박에 대선 후보로 만들어주는 것보다 김 전 지사가 '살신성인'하는 게 공으로 치하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아니면 김 전 지사의 꿈이 의원 배지 하나 다는 것일 수도 있다. 모든 건 국민이 판단할 일이다.ys8584@fnnews.com 김영선 기자
2015-06-15 17:29:39
-
"은행이요? 다 거기서 거기죠"
밥집(은행)이 여럿 있다. 어느 식당 할 것 없이 손님(고객)이 오면 싼값(저금리)에 밥 한 상(금융상품)을 내놓는다. 특별한 반찬(이색상품)은 없다. 업주(은행권)들은 남는 이윤(순이자마진·NIM)이 적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단골손님(충성도 높은 장기고객)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어느 집을 가나 맛(서비스)도, 가격(금리)도 다 비슷하다. 요즘 은행들을 보면 이런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 은행을 찾는 금융소비자의 인식은 날로 높아지고 있고, 원하는 금융서비스 역시 다양하다. 하지만 어느 은행을 가나 고객의 구미를 확 끌어당길 만한 획기적인 금융 상품도, 서비스도 찾기 힘들다. 은행들은 항변한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수익구조 개선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하지만 은행들이 고민해 봐야 할 대목이 있다. 대중이 바라보는 은행은 색깔이 없다. 평소 취재를 위해 일선 지점을 자주 찾는 기자가 늘 듣던 얘기다. 얼마 전 은행권의 안심전환대출 취재차 여러 은행의 내방객들을 만났다. 놀라운 건 금융계 종사자의 생각과 달리 금융 소비자가 느끼는 은행업은 '거기서 거기'였다. 한 시중은행의 15년 장기고객이라고 밝힌 40대 주부는 해당 은행을 애용하는 이유에 대해 "집과 가까워서"라는 아주 단순한 답을 내놨다. 다른 30대 금융소비자는 "회사 주거래은행이어서"라고 말했다. 현재 특수은행이든 일반은행이든 너나없이 기술금융에 목을 매고 있다. 당장 7월로 예정된 혁신성평가에 따라 1위부터 꼴찌까지 순위가 매겨지기 때문이다. 단기 실적에 급급한 은행권의 자화상이다. 비단 은행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은행권이 단기실적 위주와 보여주기식 성과에 치우친 데는 금융당국 역시 한몫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후죽순 쏟아지는 정책금융과 시간이 지나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정책상품들. 녹색금융이 대표 사례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비이자 수익(수수료) 등을 확대하기 위해 여러 서비스를 개발하고 연구하고 있지만, 실제 시판하기까지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작용한다"면서 "금융사들에 무조건 일렬종대를 요구하는 당국의 관행이 결국 색깔 없는 은행을 만들어내는 주된 이유"라고 한탄했다. 계좌이동제 시행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색깔 없는 은행은 결국 고객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다. gms@fnnews.com 고민서 기자
2015-05-18 16:48:59
-
'젊은 산업단지' 만들고 싶다면
산업단지가 재도약을 위한 새단장에 분주하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었던 전국의 산업 허브는 시설 노후화로 활력이 예전만 못하다. 이에 따라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노후산업단지에 새 숨결을 불어넣기 위한 '구조고도화' 사업에 분주하다. 구로·시화·구미 등 전국 주요 산업단지는 외국 바이어의 숙박과 각종 행사를 위한 호텔, 공원, 유해물질 정화시설 등을 속속 갖추고 있다. 구조고도화 사업 덕택에 높은 굴뚝과 회색빛 연기를 떠올리던 예전 산업단지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부 시설은 불필요한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갖게 된다. 지난달 찾은 구미산업단지 역시 창조경제 핵심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구미단지는 옛 대우전자 부지를 산학연 클러스터로 재개발하며 입주기업의 만족도 역시 높았다. 구미산업단지는 현재 문화·체육시설로 아이스링크 건설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아이스링크가 산업단지에 적합한 시설이냐는 것이다. 상식선에서 생각해도 근로자와 입주기업 관계자를 제외하고 사람을 찾기 어려운 산업단지에 아이스링크는 어울리는 시설이 아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입주기업 사이에 온도차도 발생한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수익성 제고를 위해 아이스링크 운영을 외부업체에 위탁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입주기업은 근로자들이 큰 비용 없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기를 원한다. 가뜩이나 근무기피 현상이 심한 지방 산업단지는 근로자가 일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그동안 산단 구조고도화 과정이 외형적 성장에 집착한 결과다. 현재 서울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를 중심으로 전국 산업단지가 첨단산업과 최신식 시설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러나 젊은 근로자를 끌어들이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호텔과 대형 건물 위주의 시설 대신 문화와 복지, 각종 편의시설이 필요한 이유다. '잘살아 보세' 대신 '저녁이 있는 삶'에 귀를 기울이는 시대다. 산업단지도 삶의 질과 행복을 더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변화에 발맞춰야 한다. 산업단지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선 젊은 근로자 유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화려한 외형적 성장 대신 '일하고 싶은 근무환경'을 만들어 줘야 가능하다. lionking@fnnews.com 박지훈 기자
2015-05-18 16:48:45
-
갤럭시S6, 中에서의 성적표는
최근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갤럭시S6의 판매에 대한 질문에 "미주와 유럽지역의 반응이 좋다"며 "뭐니뭐니 해도 중국시장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답게 스마트폰에서도 위상이 대단하다. 그동안 비약적으로 확장하던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한풀 꺾여 6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이 감소세를 나타냈지만 여전히 중국은 중국이다. 중국 시장이 포화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최고급 제품이나 최저가 제품으로 시장이 급속히 양극화되고 있다고 한다. 새롭게 인도시장이 떠오르기는 한다지만 아직까지 중국시장은 규모가 워낙 큰 만큼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점점 둔화하고 있지만 중국의 8850만명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저사양 휴대폰을 쓰고 있어 고급형 휴대폰 시장의 미래는 밝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삼성전자는 중국시장을 탈환하기 위해 다양한 중저가폰을 출시하는 등 공을 기울였지만 한 발 늦은 모양새다. 갤럭시S6를 출시하면서 갤럭시의 공식 중국어 표기를 '가이러스'로 바꾸는 등 현지화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아직은 역부족으로 보인다. 애플의 태도를 따라 배워보면 어떨까 싶다. 세계적으로 고압적 마케팅을 하는 것에 이력이 난 애플이지만 유독 중국에서만큼은 그동안의 애플이 아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취임 초기부터 수차례 중국을 방문하며 공을 들여왔다. 이달 팀 쿡의 중국 방문은 취임 후 벌써 6번째다. 이번 방문에서는 류옌둥 부총리와 회동하기도 했다. 또한 애플은 중국판 트위터인 시나웨이보 계정을 개설해 중국 삼림조성사업이라는 환경보호 카드를 내밀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했다. 알리바바, 중국은행들과 애플페이의 중국 진출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진행하는 중이다. 제품에서도 현지화 공략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중국시장을 겨냥해 일찍이 사양을 낮추고 색상을 다양화한 아이폰5C를 내놓기도했다. 팀 쿡은 "중국은 놀라운 시장"이라며 "중국은 우리의 중요한 신자들"이라고 강조한다. 삼성과 샤오미를 제치고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애플의 비결은 오랜 기간 공을 들인 것이었다. 수년 전부터 중국시장에 심혈을 기울이며 현지마케팅에 힘을 쏟은 결과 중국을 아이폰 최대 판매시장으로 등극시킨 것 아닐까. CEO까지 나서서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애플의 행보를 참고해야 할 이유다. 이미 삼성은 1년 만에 1위에서 4위까지 떨어졌다. 더 이상의 추락을 막기 위해서는 '현지 마케팅'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할 때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2015-05-14 17:02:06
-
'어벤져스급' 돈의 힘
왜 자꾸 씁쓸한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다. 도무지 '만들어진 흥행'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이 '1000만 영화' 등극을 눈앞에 뒀다. 지난 9일 외화로는 최단기간인 17일 만에 누적관객수 900만명을 돌파했다. 이후 관객수가 절반 가까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전국 1000여개 상영관에서 하루 5000회 이상 상영을 하고 있으니 1000만 관객 돌파는 단지 시간문제다. 사실 그만큼 관객몰이를 할 영화는 아니었다. 개인 취향의 얘기가 아니다. 또 다른 1000만 외화인 '인터스텔라'나 '아바타'와 비교하면 스토리도, 구성도, 감동도 모두 엉성했다. 하지만 개봉 전 그들의 홍보는 말 그대로 '어벤져스급'이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마크 러팔로, 크리스 에번스 등 스타들이 한국을 찾았다. 그들은 한국식 바비큐를 먹었고, 인사동을 쇼핑했고, 한국말로 '건배'를 외쳤다. 한국 팬들과 만나는 레드카펫 행사도 가졌다. 2박3일의 짧은 방한이었지만 이들의 방문은 영화에 대한 기대에 불을 댕겼다. 개봉 직전 '어벤져스2'의 예매율은 96%에 육박했다. 영화가 개봉한 첫 주말 상영관은 전국에서 총 1843개가 열렸다. 한국 전체 스크린 수의 약 80% 수준이다. 총 상영횟수는 1만건이 넘는다. 지난해 개봉해 한국영화 역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명량'보다 3000회나 많다. '어벤져스2'는 2일 만에 100만, 3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900만까지 최단기록 행진을 이어왔다. 누적 매출액은 이미 800억원을 넘어섰다. 이대로라면 누적 매출은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어벤져스2'의 제작비는 2억5000만달러 수준, 우리돈 2500억원이 넘는다. '어벤져스2'에 출연한 한국 배우 수현은 그렇게 말했다. "그들에게 예산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1편보다 나은 2편을 만들 수 있을까에만 집중해 아낌없이 투자한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생태계다.한국이 얻은 것은 뭘까. 지난해 '어벤져스2'의 한국 촬영이 결정됐을 당시, 한국관광공사는 4000억원의 직접홍보 효과와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 등 2조원의 간접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어벤져스2'에 나온 서울의 모습은 반가웠다. 하지만 10분이 채 되지 않는 분량에 4000억원, 2조원을 들먹인 건 과한 호들갑이었다. 그리고 마블은 이 호들갑을 정확히 예상했다. '어벤져스2'가 미국보다 한국에서 먼저 개봉한 건 단지 한국이 세계 영화시장의 블루칩이기 때문이었을까.어쨌든 '어벤져스2'는 흥행에 성공했다. 아낌없이 투자했고 그 이상의 돈을 벌어들였다. 자본의 논리를 여실히 드러낸 영화였다. 어쩌겠는가. 많이 가진 자가 결국 이기는 곳이 시장인 것을. 그래도 이 씁쓸함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2015-05-14 17:01:58
-
'가짜 백수오' 불똥 맞은 홈쇼핑
'가짜 백수오' 불똥을 맞은 홈쇼핑업계는 곤혹스럽다. 백수오는 여성 갱년기 증상 완화에 좋다고 알려지며 홈쇼핑을 통해 대표 건강기능식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되는 백수오 제품 10개 중 약 9개가 가짜라고 밝히며 상황이 급반전됐다. 국내 1위 백수오 생산업체인 내츄럴엔도텍은 소비자원 발표 이후에도 '100% 백수오만 사용했다'는 거짓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약 2주 뒤인 지난 6일 공식 사과하고, (가짜) 백수오 원료를 모두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사과문에서 내츄럴엔도텍은 '가짜 백수오인 줄 몰랐다'며 고의성 없음을 주장했다. 하지만 소비자원 발표를 앞두고 이 회사 대주주 4명은 주식을 몰래 매각하는 비양심적 행동을 했다. 업체의 비도덕적 행동에 소비자의 분노가 들끓었다. 이어 백수오 제품 환불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업계는 발 빠르게 모든 백수오 제품을 환불해 주겠다고 선언했다. 피해 규모가 작아 수익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신속한 환불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하루 약 4억원의 건강식품이 판매되는데 그중 백수오 비중은 0.5%(200만원)에 불과하다. 문제는 홈쇼핑업계다. 홈쇼핑은 현재 '구입한 지 30일 이내의 미개봉 상품'만 환불해주는 일반환불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 2~3년간 6개 홈쇼핑사를 통해 판매된 백수오 매출만 2000억~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홈쇼핑에서 샀으니 홈쇼핑이 책임져라'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소비자원도 지난 4일 간담회를 열고 홈쇼핑업계에 전면 환불을 주문했다. 홈쇼핑업체도 억울한 면이 없지는 않다. 홈쇼핑 업계 주장대로 백수오가 '불량식품'이라는 것을 모르고 팔았다. 감독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앞선 조사에서 가짜 백수오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식약처가 허술한 감독 임무에 대한 면피용 발언으로 의심되는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가 위해하지 않다'고 말해 소비자의 혼란이 더 커졌다. 가짜 백수오 사태의 1차 피해자는 물론 소비자와 주주다. 2차 피해자는 선량한 백수오 농가다. 홈쇼핑도 범죄자 취급받는 것에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억울한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번 사태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동안 갑질 논란의 중심에 있던 홈쇼핑업체들이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생활경제부 기자
2015-05-07 16:50:48
-
신뢰 잃은 증권사 기업분석 보고서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사태로 증권사가 내놓는 기업분석 보고서의 신뢰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장밋빛 일색 투자전망을 쏟아냈던 증권사들은 가짜 백수오 사태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발간된 내츄럴엔도텍 분석 보고서는 44개에 달하지만 이번 사태 이후 사과나 자기반성의 보고서를 내놓은 증권사는 찾아볼 수 없다. 증권사 보고서를 믿고 내츄럴엔도텍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은 황당할 따름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목표주가가 상향되며 낙관적 전망 일색이던 기업이 하루아침에 존폐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사실 백수오 사태 이전에도 증권사들의 이런 행태에 대한 비판은 많았다. 증권사가 발표한 보고서들은 언제나 '매수' 추천 일색으로 수년간 경기부진으로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조차 '매도' 의견을 내놓는 증권사는 거의 없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년간 국내 증권사가 낸 기업분석 보고서 가운데 매도 리포트는 0.1%였던 반면 외국계 지점이 낸 매도 리포트는 9.2%였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우간다 수준으로 전락한 원인 중 하나는 증권업계가 과감하게 매도 리포트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증권사들이 투자자 보호보다 회사의 이익을 우선시했던 게 오늘날 단기투기 성향이 강한 자본시장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달 말부터 도입되는 '매도 리포트 비율 공시' 제도에 거는 기대가 크다. 오는 29일부터 모든 증권사는 리포트를 발간할 때 매수·중립·매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보고서에 명기해야 한다. 금융투자협회는 이를 바탕으로 투자자가 금융투자회사별 투자의견 제시 현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증권사별 투자의견 비율을 협회 홈페이지에 분기마다 공시할 계획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들은 매도 보고서를 내면 해당 기업의 탐방이나 직원 면담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투자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제2, 제3의 내츄럴엔도텍 사건이 반복된다면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신뢰는 더욱 추락하고 투자자는 증시를 떠나게 될 것이다. 실제 '가짜 백수오' 사태로 7년여 만에 지수 700을 돌파하며 순항하던 코스닥 시장은 투자열기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증권업계에 투자자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영업관행이 자리잡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증권부 기자
2015-05-07 16:50:40
-
통신산업에 시장과 기업은 없다
기자는 통신산업을 출입처로 받은 지 한달 남짓 된 신출내기다. 짧은 기간이지만 기자로서 통신산업에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머리에 깊이 박혔다. 통신산업은 시장이라는 게 있을까. 통신산업에서 기업의 역할은 무엇일까. 새 출입처를 배정받은 직후 단말기 지원금을 받지 않는 소비자의 통신요금 할인폭을 기존 12%에서 20%로 늘리기로 했다는 정부의 발표를 들었다. 헷갈렸다. 요금인하 폭을 정부가 발표하는 게 민간 기업이 경쟁하는 시장에 맞는 방식인가? 취재를 하면서는 점점 더 헷갈리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동전화, 초고속인터넷, 인터넷TV(IPTV)의 결합상품 요금에 대한 규제정책이 논의 중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요금할인을 정부가 규제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무엇을 가지고 마케팅을 할까. 최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가계통신비 절감이라는 국가적 어젠다를 위해 기본료 폐지 등 충격적인 요법도 포함해서 중장기적인 과제를 연구해 올 상반기 내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동통신 요금을 인하하겠다며 1만원 안팎의 기본요금을 폐지하고 정부가 이용약관 변경 명령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통신 담당 기자이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 왜 소비자단체들이 정부를 향해 통신요금을 깎아달라고 하는지…. 최근에야 깨달았다. 통신산업의 서비스요금은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었다. 통신회사는 요금 자체도 정부에 의해 결정당하고, 할인폭·이용약관 모두 법이나 정책이 결정하는 것이다. 결국 통신산업에 시장과 기업은 허울뿐이었다. "이래서 통신산업을 '규제 백화점'이라고 하는구나" 하고 깨달았다. 적어도 통신산업에서 통신기업은 스스로 자신의 서비스요금도 결정할 수 없고 마케팅 방식도 결정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 방식이 타당한지는 좀 더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듯하다. 자본주의 시장 경쟁체제라는 것이 결국 시장에서 기업 간 경쟁을 통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들의 혜택도 높아지도록 하는 구조 아니던가? 정부의 개입이 커질수록 시장과 기업의 역할은 줄어드는 게 자본주의 경쟁체제의 섭리다. 세계 최고 정보기술(IT) 국가라고 장담하는 우리나라에서 자기 서비스요금조차 결정하지 못하는 통신기업들의 경쟁력이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진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2015-04-27 17:07:40
-
뮤지컬 '사비타'가 두 개인 이유
지난달 한국 뮤지컬 1세대로 꾸준히 활약하고 있는 뮤지컬 배우 최정원을 만났다.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이하 사비타) 얘기가 나왔다. '사비타'는 1995년 초연돼 '소극장 뮤지컬'이라는 영역을 개척한 한국 창작뮤지컬의 효시 격이다. 최정원은 초연 당시 남경읍, 남경주와 함께 무대를 달궜다. 현재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우 오만석, 김다현, 김소현, 소유진 등이 이 작품을 거쳤고 지난 2008년에는 일본에 판권을 수출하며 한국 뮤지컬 사상 첫 해외진출 뮤지컬로 등극하기도 했다. 이 뮤지컬이 올해 20주년을 맞아 기념공연을 한다. 최정원은 초연 때를 회상하며 "오랜만에 '사비타'를 다시 볼 수 있게 돼 흥분된다"고 했다. '오랜만에'라는 단어가 귀에 꽂혔다. 처음엔 바빠서 '사비타'를 볼 겨를이 없었다는 말로 이해했다. 하지만 다른 의미가 포함돼 있었다. 오랜만에 '원작'을 보게 됐다는 뜻이다. 현재 인터넷 검색창에 '사랑은 비를 타고'를 치면 공연을 앞둔 동명의 2개 작품이 나오는 희한한 일이 벌어진다. 하나는 6월 6일 개막하는 '사랑은 비를 타고(SABITA)'이고 다른 하나는 5월 1일 개막하는 '사랑은 비를 타고(Between Raindrops)'다. 전자는 초연 스토리를 그대로 살린 원작이고, 후자는 제목만 남기고 스토리와 음악을 완전히 바꾼 새 작품이다. 부제가 조금 다르지만 제목만 보고서는 같은 이름의 다른 공연이란 사실도, 둘 중 무엇이 원작인지도 알기 어렵다. 티켓을 예매하려는 관객이 혼란에 빠지는 지점이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2004년 '사비타'의 각본가·작곡가와 제작·기획·연출자 사이의 저작권 싸움이 발단이다. 2007년 고등법원은 창작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각본가와 작곡가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제목에 대해선 법적으로 제한할 수 없다고 판결하면서 소송은 일단락됐다. 같은 이름의 다른 작품이 비슷한 시기에 격돌하게 된 이유다. 공연계의 저작권 논란은 해묵은 과제다. 관계자들은 "공연 저작물에 대한 보호법이나 기준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다른 공연인데도 원작의 명칭을 사용해도 된다는 법적 판결을 받은 '사비타'가 있는 반면 최근 '어린이 캣츠'는 뮤지컬 '캣츠'의 제작사 설앤컴퍼니가 제기한 제호사용금지 소송에서 해당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한 관계자는 "창작자가 권리를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를 정립하지 않는 이상 한국 공연예술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문화 융성의 열매를 기대하려면 밭부터 잘 갈아야 한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2015-04-27 17:0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