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경영계의 바람처럼 시행이 유예될 가능성은 전무하다.
개정 노조법의 핵심은 원청에 대한 하청노조의 협상의 길이 열리고,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에도 노동쟁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보지 않은 입법 사례다.
그렇기에 시행 첫해 일정 혼란을 감수해야 할 것이란 점은 노사정 모두 인정하는 부분이다. 노사 간 소송과 분쟁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교섭의 당사자인 노사는 서로를 의심하고 있다. 경영계는 하청노조를 포함한 노동계의 교섭이 무분별하게 난무할 것을, 노동계는 경영계가 사용자성과 교섭을 미루기 위해 소송을 벌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 노사의 우려 모두 이해가 된다.
이런 배경을 두고 법 시행 후 혼란과 부작용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선 행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교섭의 기준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은 결국 행정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기대보다 걱정이 된다. 심판을 맡을 노동위원회에 대한 지원·보충방안이 눈에 띄지 않는 점이 아쉽다. 노동위는 법 시행 이후 사용자성·교섭 여부 판단, 교섭단위 분리 등의 중책을 맡게 된다. 특히 시행 첫해엔 노사의 문의와 중재·판단 요청이 쇄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현재 인프라로는 쏟아질 문의·요청을 노동위가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노동위 인력 부족 문제는 매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되는 부분일 정도로 내부 인력의 피로감이 많이 쌓인 분야다.
법 시행 이후 노동위의 공정하면서도 명확한 판단은 필수적이다. 단순 '법정 기한 내 쳐내기식 처리'와 같은 불량한 결정은 결코 있어선 안 된다. 이런 판단은 노사 모두의 불만과 불신을 살 수밖에 없다. 새로운 노사관계 정착 과정에서 심판을 맡을 노동위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2026년 3월 10일까지 시간은 남아 있다. 추후 나올 정부의 개정 노조법 관련 대책이 노사의 우려를 조금이라도 줄여줄 수 있길 바란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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