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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피델리티의 자화자찬/신현상 기자

신현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4.11 14:41

수정 2014.11.06 07:49



11일 피델리티자산운용이 한국 진출 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40여명의 기자들이 참석해 뜨거운 취재열기를 보였다. "과연 피델리티"라고 입이 벌어질 정도로 기자들이 많이 몰린 것은 '세계적인 펀드운용 그룹'이라는 명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명성에 어울리는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시간이 흐를수록 사그라들었다. 먼저 피델리티가 지난 1년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제시한 운용사별 수익률 순위 자료부터가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3개월 수익률 4위를 비롯해 6개월 1위, 1년 2위 등 모두 상위권을 나타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자료는 전체 펀드가 아니라 지난 7일 기준 주식성장형(주식비중 70% 초과) 펀드 수탁고가 1000억원 이상인 운용사를 대상으로 작성한 것이다.
더욱이 간담회 질의응답 중에 피델리티는 3년 이상의 펀드수익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해 자료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들게 만들었다.

간담회 내용도 자화자찬 일색이었다. "한국에서의 1년 성과가 굉장히 좋았다"로 시작해 "한국 자산운용업을 육성·발전시켜 나가겠다, 한국에서 제1의 자산운용사가 되겠다"는 등. 하지만 어떻게 육성한다는지 알맹이는 빠져있었다. 특히 "세계적인 명성에 비해 지금까지의 성과가 다소 초라하지 않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피델리티측은 무(無)에서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고 전제한 뒤 "지금껏 올린 성과가 지난해 적립식 열풍에 편승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어느 자산운용사보다 탁월한 성과를 올렸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해 참석자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또 "피델리티라는 명성 때문에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았는데 수익률이나 수탁고 면에서 볼 때 다소 실망스러운 수준이 아니냐"는 질문에도 회사측은 "벤치마크 대비 5%가 넘는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 만족하고 있으며 단순 비교를 하는 한국식 펀드수익률 비교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욱이 "한국의 펀드 수가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은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며 "없어져야 할 펀드도 많다"는 등 다른 운용사를 자극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피델리티가 세계 최고 수준의 펀드 그룹인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국제적인 경험이나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 세계적인 운용 노하우가 있다고 할 지라도 자만에 빠져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현지화 전략을 소홀히 했다가는 1년 후 한국진출 2주년 기념 간담회에서는 자화자찬 조차도 하기 힘들지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 shs@fnnews.com 신현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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