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방화는 매국이다/황정연 소방방재청 차장

김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5.11 14:49

수정 2014.11.06 06:07



최근 세계문화유산인 경기 수원 ‘서장대’와 서울 창경궁 ‘문정전’ 그리고 북한산 산불까지 방화에 따른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화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화재 건수는 3만6169건으로 5년 전 3만2340건보다 10%가량 줄었지만 방화 건수는 오히려 3325건으로 같은 기간 2709건보다 23%나 늘었다. 누전이나 과실에 따른 후진국형 화재는 줄고 스스로 불특정 다수를 향해 불을 지르는 선진국형 화재인 방화는 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방화사건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내재된 불만 해소를 위한 우발 방화와 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한 모방 방화로 나눌 수 있다. 종전에는 주로 방화 장소가 주택, 차량, 점포였지만 최근에는 문화재, 산림 등으로 다양화돼 가는 양상으로 ‘묻지마’식 방화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특히 모방 방화는 사회적·경제적·정치적·문화적·정신심리학적 등 주변적·복합적인 환경과 관련돼 있어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모방 방화는 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게 대부분이므로 보도는 자제하되 그에 관련한 범죄에는 강력한 처벌과 대응 의지를 밝혀 범의를 차단하는 강온전략을 적절히 구사해야 한다.

방화 범죄를 일으킨 사람들의 인적 특성은 학력이 낮고 경제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더 주목할 만한 것은 한번 방화를 저질러 전과가 있는 사람의 재범이 전체의 71%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대부분 방화로 어떤 결과가 생길지 크게 걱정하지도 않았고 심한 경우엔 죄책감조차 없었다. 방화는 개인 심리적 원인으로 저질러지기도 하지만 사회 불안과도 깊은 연계가 있다. 최근 연쇄적으로 발생되고 있는 문화재, 국립공원 등 공공장소에 불을 지르는 이유는 사회에 대한 개인적 불만해소, 대중의 관심을 끌고 싶어 하는 비뚤어진 욕망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가 지키고 가꿔 후손에 물려줘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과 산림을 한 줌의 재로 만들어 버리는 방화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 및 대응이 필요하다. 방화 재발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 및 보급 또한 필수적이다.

방화 범죄가 늘어나고 피해도 커지고 있지만 처벌은 아직 솜방망이다. 지난해 기소된 방화 범죄에 법원이 실형을 내린 비율은 30.9%(235건)에 불과하다. 62.8%(478건)의 경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우리나라는 주택·상가가 밀집해 있어 화재로 인한 피해가 크다. 방화는 사회적 범죄로 중형을 선고해야 마땅한 이유다.

미국은 방화를 연방수사국(FBI)이 인명과 재산을 함께 손상하는 중요 범죄로 분류한다. 양형 기준도 강도보다 높고 납치·유괴와 같은 수준으로 취급하고 있다.

방화 예방을 위해서는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 사람, 방화 전과자들을 특별 관리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이들을 의무적으로 주기적인 정신과적 문제 치료를 받도록 하는 방법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실직자, 사업 실패자, 가정 파탄자, 학업을 포기한 청소년을 잘 보호하고 치료해야 한다.

또 예산이 들겠지만 산림과 문화재 감시원을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이고 문화유산도 많다. 그런데 이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사람의 수는 절대로 부족하다. 방화가 갈수록 증가한 만큼 우리의 감시 능력도 높여야 한다.

방화사건의 예방을 위해서는 단순한 화재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소방은 물론 경찰, 지방자치단체 등 유관기관과의 심도 있는 협력관계를 유지해 정책적으로 공동대처해야 한다.


소방방재청은 방화 혐의가 있는 화재 현장 조사에 대한 유관기관간 공조 체제를 유지하면서 화재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이 방화에 대한 증거 자료를 수집해 경찰 등 수사기관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방화에 대한 전문 인력을 확보해 방화예방 대책, 방화예방 환경조성 등 과학적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청소년, 어린이 등에 대한 방화예방 프로그램도 개발·보급해 궁극적으로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 대한민국이 안전한 나라’ 실현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나라를 팔아야만 매국이 아니라 개인과 국가 재산을 태워 없애는 것이야 말로 가장 큰 죄악이며 매국인 것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