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경제지표 기준변경과 오해/이광준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

김용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6.06 15:12

수정 2014.11.06 04:49



한국은행은 올해 1·4분기부터 분기 경제성장률 주지표(主指標)를 전년 동기비에서 전기비로 변경해 공표했다. 성장률 주지표를 전기비로 바꾼 것은 경제정책 당국, 연구기관,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이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데 있어서 경기 변동의 방향과 속도를 보다 신속히 나타내주는 전기비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분기 국내총생산(GDP)의 전기비 성장률은 직전 분기가 비교 대상이 되므로 현재 분기의 경제 활동이 전분기보다 나아지고 있는지 또는 나빠지고 있는지를 판단하는데 유용한 지표다. 반면 지금까지 주지표로 이용해 왔던 전년 동기비는 4개 분기(1년) 동안의 성장률을 보여주므로 연간 성장률의 수준을 가늠하는데 도움이 된다.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1·4분기 경제성장률(잠정)을 전기비 1.2%, 전년 동기비 6.1%로 발표했다. 지난해 2·4분기부터 올해 1·4분기까지 우리 경제가 전년 동기비 기준으로 3.2%, 4.5%, 5.3%, 6.1%의 성장세를 지속해 성장세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던 일반인들은 1.2%의 낮은 전기비 성장률을 접하고 의아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1·4분기 경제성장률 1.2%는 새로운 기준 즉, 전기비에 의한 성장률로서 전년 동기비와는 그 격차가 크게 나타나는 것이 정상적인 현상이다. 굳이 전기비 성장률을 전년 동기비와 비교하고자 할 때에는 전년 동기비와 유사한 개념인 연율로 환산해야 한다. 즉 전기비 1.2%를 연율로 환산할 경우 4.9%에 달해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 목표치나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잠재성장률과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전기비 기준으로 우리 경제는 지난해 2·4분기 이후 1.4%, 1.6%, 1.6%, 1.2%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올해 1·4분기 1.2%만 놓고 볼 때는 전기비 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으나 비교 시점인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이 1.6%로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1·4분기 1.2%는 견조한 성장세가 유지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한편 전기비 성장률을 작성하는 데 기초가 되는 계절조정 통계는 1년을 주기로 유사한 패턴을 보이는 계절 요인은 제거되지만 불규칙 요인은 그대로 남아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변동성이 전년 동기비보다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다시 말해 불규칙 요인으로 인해 전분기 성장률이 높으면 이번 분기는 내려가고 다음 분기에 다시 올라가는 형태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기비 성장률을 이용해 경기의 흐름을 파악하고 성장률 수준을 가늠할 때에는 최근의 성장 추세와 전분기의 움직임(금액, 성장률 수준 등)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계절조정 통계에 내재하는 불규칙 요인의 영향을 완화시킨 3분기 이동 평균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일례로 지난해 증가세를 유지하던 설비투자가 올해 들어 감소한 점을 두고 향후의 경기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이는 전기비 지표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올해 1·4분기 설비투자 마이너스 0.4%는 지난해 4·4분기 4.2%의 큰 폭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Base Effect)에 기인했으며 2005년 1·4분기 이후 설비투자는 전기 대비 약 2%씩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기비는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직전 분기에 의해 당해 분기의 성장률 수준이 수시로 크게 오르내리고 심지어는 전년 동기비와 방향을 달리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따라서 전기비로 경제 상황을 해석할 때에는 전기비 지표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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