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새 패러다임 ‘지속가능 경영’/이병두 딜로이트 지속가능컨설팅 센터 소장

박찬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6.18 15:14

수정 2014.11.06 04:16



최근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시장경제라는 미명 아래 약육강식의 논리를 통해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현상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동산 업자들은 공공재 성격이 강한 부동산을 수요자에게 대안이 없다는 약점을 이용해 공급자 가격을 비싸게 결정하고도 수요자가 있는 한 시장경제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심지어는 개인 공급자들까지도 담합을 통해 가격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인수 합병 분야도 기업 경영을 더 잘 할 수 있는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해 가치를 높이는 순기능적인 역할을 하도록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인수해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이 되면 ‘되팔면 된다’는 논리에서 정당하지 않은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면서까지 추진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는 경영적인 이유가 아닌 가문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주식을 인수하고 이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기업도 있는 것이다. 외국의 기업들조차도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부당한 정보를 이용해 기업을 인수하고 매각하는 등 반사회적인 행위를 하면서도 오히려 떳떳하다고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우리 경제의 양극화를 극대화하고 사회적인 불안 및 갈등을 야기하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그로 인해 이윤을 극대화하고 있는 기업마저도 사회의 비난을 받아 생존하지 못하게 돼 국가 경제에도 피해를 끼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문제의 해결점을 얻기 위해 선진국에서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 경영이 어떻게 도입되게 되었는지에 대해 고려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업은 기업의 목적이 이윤 추구라고 알고 있다. 이러한 생각 속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기업가들도 이윤 극대화 방안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 90년대 이후 기업이 경제적인 성과만을 추구하다가는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교훈을 주는 사례들이 발생하면서 선진국의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자는 움직임이 대두되었다. 90년대 초 나이키가 인도네시아에서 ‘아동 노동’을 활용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기업의 주식가치가 37% 이상 급락했던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이 때 나이키는 인도네시아에서는 묵인될 수 있었던 아동노동이 글로벌 회사인 나이키의 이해 관계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것을 보고 윤리경영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노력을 하면서 기업의 이미지를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유니온 카바이드사는 80년대 중반 인도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수천명이 사망해 30억달러 이상 비용 부담이 발생했을 때 법적 투쟁으로 버티다가 기업의 이미지가 더욱 나빠져 결국 2001년 다우 케미컬사에 인수되었다. 2000년대 초에는 사회 구성원들의 영향력이 더욱 커져 거대한 엔론사도 회계부정 사건이 발생하자 바로 문을 닫게 되었다. 이러한 예를 보면서 기업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욕심을 부리다가는 사회의 이해 관계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아 생존마저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서 기업의 존폐에 영향을 미치는 위협 요인에 관심을 쏟게 되었다. 이러한 위협 요인에 대한 관심은 기업이 기업의 이윤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인 요인뿐만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고려하는 기업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지속가능 경영’을 도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즉 기업들은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법률을 위반 하건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행해지건 사회 구성원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위를 하고 있다면 이를 자발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지와 노력을 보이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시장경제라는 미명 아래 자행되는 약육강식의 사회 풍토에서는 높은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도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그 속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사회가 건전하게 존재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아무리 시장 경제 원리에 부합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사회 갈등을 유발하고 부당하게 사욕을 취하려고 할 경우에는 그 기업이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사회적 존경을 받지 못해 지속 성장의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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