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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일본驛 구내 쇼핑센터 인기/이경환 도쿄 통신원

이경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9.28 17:11

수정 2014.11.05 11:38

일본철도(JR) 야마노테선 시나가와역에 가면 개찰구를 통과하기 전에 대규모 상가를 접하게 된다. 음식점은 물론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고급 인테리어로 전철 승객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기존의 역 구내 상가와 전혀 다른 밝고 쾌적한 쇼핑 분위기로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인구가 집중되는 도심부 특히 역 주변을 중심으로 상업시설이 발전해 왔다. 역과 일체화된 역 빌딩은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일본만의 독특한 형태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보행거리 제로라는 입지를 무기로 JR가 유통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JR의 자회사인 ‘루미네’를 통한 역 빌딩(에키비루·역 전체가 쇼핑센터와 연결된 형태) 사업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역내 쇼핑센터(에키나카·역 개찰구 내 쇼핑센터)를 개발하는 등 유통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경기 회복과 더불어 역 주변을 중심으로 한 유통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JR 유통부문 매출액 2조엔, 일본 유통업계 3위

JR의 유통부문 매출액은 2조엔에 달한다. 이것은 업계 선두그룹인 이온그룹과 세븐일레븐 홀딩스 다음가는 업계 3위의 규모다. 이런 성장에 대해 예상 밖이라는 말도 많이 있지만 JR의 집객 가능성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수치다.

예를 들어 신주쿠역 1일 이용자는 149만명, 연간 5억4000만명으로 도쿄디즈니랜드 집객력의 22배에 달한다. JR역이 최고의 집객 센터인 셈이다.

최근 JR 이용자가 막강한 소비력을 지닌 소비자들로 변신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JR가 고객 흡수력에서 자력에 비교될 정도로 엄청난 힘을 보이자 일본의 기존 유통업체로부터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새로운 역내 쇼핑센타의 탄생

JR 오미야역은 지난 2005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철 티켓 판매율이 전년 대비 1.5배나 증가했다. 역내 쇼핑센터 ‘에큐토 오미야’가 오픈한 것이 원인이다.

인기의 비밀은 점포의 화려함에 있다. ‘에큐토 오미야’는 백화점에 상당하는 68점포가 출점해 있고 의류, 잡화를 비롯해 일식·양식·중식 등 다양한 먹거리가 전철 승객을 유인하고 있다.

물론 역내 쇼핑센터를 이용하기 위해 일부러 티켓(130엔·기본구간 요금)을 구입해 쇼핑을 하는 고객들도 급증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05년 10월 시나가와에 문을 연 역내 쇼핑센터 ‘에큐토 시나가와’도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도는 영업 실적을 내고 있다. 이러한 역내 쇼핑센터의 인기로 입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져 보통 입점 경쟁률이 20배를 넘는다. 때문에 JR는 점포 임대를 통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이는 JR의 유통사업 투자에 원동력이 되고 있다.

역내 쇼핑센터의 가능성

철도라는 이미지에 가려져 왔던 JR의 유통사업이었지만 적극적인 투자로 다양한 수익원을 창출하고 있다. 먼저 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자화폐인 ‘스이카(SUICA)’는 요금 정산뿐만 아니라 쇼핑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넓히고 있다.

역내에는 JR의 편의점 브랜드인 ‘뉴데이즈’가 있는데 매출이 2년 연속 증가를 보이고 있고 1일 평균 매상이 59만엔으로 타 편의점에 뒤지지 않는다. 여기에 ‘루미네’라고 하는 JR 백화점과 새로운 형태의 역내 쇼핑센터가 조성되고 있다.

이 모든 곳에서 ‘SUICA’를 사용할 수 있게 돼 전철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쇼핑할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로 동선이 짧기 때문에 젊은층부터 장년층까지 손쉽게 왕래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쇼핑업계의 타깃층에서 제외되었던 장년층을 고객화함으로써 역내 쇼핑센터가 활기를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세번째로 JR의 본업인 철도사업과의 상승 효과를 들 수 있는데 쇼핑을 위해 철도를 이용하는 고객이 증가함에 따라 JR의 기존 비즈니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소비활동에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다.
수입이 있어도 적극적인 소비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때일수록 소비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수입이 소비로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국내 소비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일본의 역내 쇼핑센터와 같은 유통분야의 투자가 검토될 때다.

/leehwa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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