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월드리포트

[월드리포트] 일본 소비자의 신경향/이경환 도쿄통신원

이경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1.30 18:35

수정 2014.11.04 15:41

일본에서는 김치가 기무치로, 불고기가 야키니쿠로, 돌솥 비빔밥이 이시야기비빔바로 통용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이를 일본 음식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본의 음식문화는 좀 독특하다. 특히 음식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높아 세계 각국으로부터 다양한 먹거리를 들여온 후 일본화하고 상품화한다. 의도적인 왜곡이라기보다는 다양한 문화를 흡수하고 상품화하는 일본인의 국민성이 이런 결과를 낳고 있다. 또한 일본의 식품시장은 매년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를 상품화해 시장을 확대, 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키고 있다.


올해 일본 식품시장의 최신 트렌드를 보면 크게 네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나만의 전용 조미료를 추구한다는 것’. 특화한 전용 조미료를 사용하는 것을 통해 보통 음식을 보다 맛있게 먹을 수 있고 자신만의 맛을 자랑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TV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한 음식점이 소개되면 그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전통적인 양념장(조미료)도 함께 소개되는데 이것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집에서도 간단하게 맛을 구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상품화로 이어져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는 ‘맛의 농후화(濃厚化) 트렌드’다. 식품 성분의 농후함를 강조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예가 초콜릿과 녹차 음료다. 초콜릿의 경우 맛에 대한 광고만이 아닌 초콜릿에 포함된 ‘카카오 성분 99%’, 녹차의 경우도 녹차의 특정 성분 함유량 ‘5배’라는 표현이 눈에 띄고 있다. ‘농후 바닐라, 농후 푸딩, 농후 밀크’ 등 올해 일본의 음식시장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었다.

한편, 스낵의 경우 한류 붐을 통해 매운 맛 과자의 판매가 늘어나 편의점을 중심으로 매운 맛, 진한 맛의 스낵류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컵라면 시장도 ‘진한 맛, 농후’라는 표현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최근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음식에 대한 맛의 취향이 바뀌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세번째는 ‘플러스 미네랄 워터’ 트렌드를 들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무당 탄산음료와 산소음료를 의미한다. 2005년 무당 탄산음료가 청량음료 시장에서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이 1.2%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현재 5.8%로 급증하고 있다. 기존의 탄산음료 시장이 포화 상태로 성장률 제로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당분 0%의 탄산음료가 새로운 타깃을 발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한편, 산소음료는 일반수의 산소 함유량보다 약 5배의 산소가 포함된 물로 건강을 의식하고 있는 중장년층과 산소를 통해 리플레시를 원하는 여성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다. 물을 통해서도 새로운 부가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네번째는 ‘식재료의 브랜드화’다. 예부터 건강에 좋다고 주목받아 온 식초, 두유 등의 건강식 재료가 보다 먹기 쉬운 형태로 소비자의 식탁에 제공되어 건강과 맛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예를 들어 미쓰칸 식초음료의 매출 규모가 올해 약 200%의 시장을 보이며 음료시장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가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은 원산지의 브랜드화로도 나타나고 있는데 외식체인점, 소매점을 중심으로 원산지가 명기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원산지를 브랜드화하여 맛, 안전, 건강이라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시장개방을 통한 식재료의 수입 증가와 더불어 안전한 식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일본 기업들은 일본 소비자들을 통해 트렌드를 확인하고 이를 제품화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시장을 리드하기 위해서는 트렌드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남이 만들어 낸 시장에 아무리 좋은 제품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성장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트렌드에 주목해야 한다. 즉 제품이 아닌 시장을 창조할 수 있어야만 한다.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시장을 리드해 나갈 때이며 그러한 기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다.

/leehwan@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