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신시장 프런티어를 찾아서] ③싱가포르 현대자동차

홍순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7.11 21:42

수정 2014.11.05 11:04



【싱가포르=홍순재기자】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의 전시장이 밀집해 있는 싱가포르 퀸스웨이 거리. 도요타·닛산·벤츠·아우디 등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격전을 벌이는 현장이다.

이 자동차 거리 한복판에는 현대차 딜러인 코모코 모터스도 자리하고 있다.

“하루하루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합니다. 자고 나면 달라지는 점유율에 업체마다 전 직원이 경쟁사 동향 파악에 매달리고 있는 형편입니다.”

마커스 안 코모코 마커스 지점장의 말이다. 싱가포르는 동남아 자동차 시장 최대 격전지다.


인구 400만명에 서울 정도의 작은 섬나라지만 이곳에서의 성패 여부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인근 국가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는 시험무대로 통한다.

싱가포르는 경제 규모나 국민 삶의 질로 봤을 때 동남아 지역 가운데 구매력이 가장 큰 선진국가인 동시에 중국계·인도계·말레이계를 비롯해 유럽계 등 여러 인종이 거주하고 있어 다양한 계층의 소비자 욕구를 시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벤츠·아우디·BMW 등 글로벌 메이커들은 신차를 출시하면 제일 먼저 싱가포르에 선보여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핀다.

요즘 싱가포르 자동차 시장 최대 이슈는 ‘현다이’(Hyundai·현지 영어 발음)와 도요타·닛산 3개사의 점유율 경쟁이다. 그야말로 한국과 일본의 자존심 대결이 점입가경이다.

준중형 차량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부문에서 거의 10년 이상 1위를 달려 오던 도요타와 닛산 등 일본 업체들에 한국의 현대차가 본격 도전장을 던진 것은 2004년, 2000cc급 쏘나타와 그랜저를 선보이며 브랜드를 알리기 시작한 현대차는 2004년 SUV인 투싼을 앞세워 파상공세에 나섰다.

콤팩트한 사이즈에 깜찍한 디자인, 저렴한 가격으로 무장한 투싼은 싱가포르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여기에다 한류까지 가세해 ‘메이드 인 코리아’ 투싼의 인기는 급상승 가도를 탔다. 2005년 투싼은 2100대가 팔려 도요타의 자존심 RX330을 밀어내고 1위에 올라섰다.

RX330의 대당 가격은 8만 싱가포르달러 (약 5000만원), 반면 투싼은 6만 싱가포르달러(약 3700만원)로 저렴하면서도 성능은 결코 RX330에 뒤지지 않는다는 게 현지 소비자들의 평가다.

현대차의 또 다른 SUV인 신형 싼타페도 바람몰이에 나섰다. 올해부터 본격 출시된 싼타페는 지난 5월까지 168대가 팔려 246대 판매고를 올린 스즈키 ‘그랜드 비타라’에 이어 중형 SUV 부문 2위에 올라 있다.

쏘나타도 5월 누적 판매 대수 1183대, 점유율 23.58%로 1607대를 판매해 중형 부문 1위를 차지한 도요타 캠리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현대차가 각 부문에서 치고 나오자 일본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일본은 올해 들어 대폭 가격을 낮추는 저가 공세로 맞서기 시작했다.

업체별 가격 할인폭을 보면 미쓰비시 ‘랜서’가 8000 싱가포르달러, 닛산 ‘써니’ 6000 싱가포르달러, 도요타 ‘뉴비오스’ 5000 싱가포르달러 등으로 업체마다 약 5000∼8000 싱가포르달러 파격 인하했다.

그동안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해 온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가격 할인 정책을 전개하기는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라는 게 현지 업계의 반응이다.

일본의 가격 공세에 현대차는 주춤하며 한 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각 세그먼트별 판매 대수 증가세가 전체적으로 정체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예상했던 반격이다. 이제부터는 가격이 아닌 품질과 명성으로 승부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아쉬운 대목은 현대차만의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도요타·닛산·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연합전선을 구축해 마케팅 공세를 퍼붓는 반면 한국은 오로지 현대차만이 이들과 맞서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3대 1로 싸우고 있는 현대차가 나름대로 분전하고 있지만 힘에 부친다”며 “기아차가 하루빨리 소모적인 노조파업을 철회하고 제품 경쟁력을 확보해 현대차의 우군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namu@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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