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행복이란 “아이 손잡고 미술관에서 그림보는 것” ②

박현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7.19 14:04

수정 2014.11.05 09:38



■스누피 라이프 디자인전

하늘을 향해 온 몸을 쭉 펴고 누워 있는 스누피는 천하태평의 모습이다. 지붕위에 누워 잠을 자는 스누피부터 빨간 물방울 무늬, 화려한 금박, 나무모양의 옷을 입었지만 단박에 스누피라는 것을 알아챈다. 아이들은 깡총깡총 뛰놀고 연인들은 꼬옥 껴안은 채 동심의 세계로 빠져든다.

“오호∼ 찰리 브라운이야. 쟤는 누구지?” 관람객들은 인형들의 이름 알아맞추기 대회를 열기도 한다.

어린이부터 어른들까지 환호하는 스누피와 주인 소년 찰리 브라운은 만화주인공이지만 실제로 살았던 개와 아이들처럼 친근하기만 하다.

이번에 열리는 서울 ‘스누피 라이프 디자인전’은 ‘행복이란?’ 주제로 쿠사마 야오이 후카사와 나오토 등 세계적인 미술가와 디자이너 건축가 등 27명이 참여해 각양각색 행복한 스누피를 만들었다.
스누피로부터 영감을 받은 상상력 넘치는 그림과 조형물, 엽서, 전등, 찻잔, 향수, 목걸이 등 다채로운 작품들을 선보인다. 다채로운 피너츠 캐릭터를 보여주는 ‘아트스테이지’와 일상용품에 스누피가 새겨진 ‘리빙스테이지’로 나뉜다.

트라이엄프사의 관능적인 브래지어에 새겨진 스누피를 비롯해 커피잔, 향수병, 샹들리에, 스탠드 등에서 스누피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행복이란 주제아래 만화의 빈칸을 채워넣은 관람객들의 표정이 즐겁다.

행복은 나뭇가지 사이로 스미는 따뜻한 햇살, 샌드위치를 나누어 먹는 것, 행복은 즐거움 등 갖가지 행복한 모습이 둥둥 떠다닌다. 이 전시장은 행복이란 무얼까 잠시 생각하며 쉬었다 갈 수 있는 미소가 넘치는 공간이다. 전시는 9월16일까지.

■빛의 화가 모네전

“나도 모르게 눈물이 글썽했다”는 정윤철 영화감독(좋지 아니한가)의 말이 아니더라도 왠지 모르게 이 전시는 가슴이 울컥한다. 그저 미술시간에 미술책에서 많이 봐왔던 그림인데 바로 앞에서 보는 모네의 ‘수련꽃’ 연작은 순간 소름이 돋는다. 사물에 비치는 빛의 느낌까지도 화폭에 붙잡으려 애썼던 빛의 화가 클로드 모네전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현재까지 7만여명이 다녀갔다는 이 전시는 빛의 화가 모네에 대한 면모를 새롭게 전한다. 이 전시회는 프랑스 파리의 마르모땅 미술관을 비롯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대표작 60여점을 소개하고 있다. 가로 3m에 달하는 ‘수련’과 ‘등나무’ 등 ‘수련’인 작품 8점을 비롯해 모네가 인생 후반부 43년간 손수 가꿨던 지베르니 정원의 풍경 등 20여점이 전시의 주축이다. 지베르니 시절 초기 이후 모네가 만년에 백내장을 앓으면서 점차 추상으로 변해가는 ‘수련 연작’과 함께 ‘네덜란드의 튤립 밭’(1886년), ‘햇살 속의 쉬잔’(1890년), ‘런던 국회의사당, 웨스트민스터의 탑들’(1903년) 그림 앞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머물러 있다.

전시장은 테마별로 작품을 소개한다. 가장 잘 알려진 모네의 역작 ‘수련’ 시리즈에서부터 가족을 그린 인물화, 모네가 노년 생활을 보냈던 지베르니 정원, 모네의 눈에 비친 유럽의 풍경을 담은 유럽의 빛 등이 차례로 펼쳐진다. 전시장 곳곳에 모네의 예술관과 삶 작품설명을 해놓아 쉽게 그림을 감상할수 있다.

“모네가 가진 것은 눈밖에 없다. 그러나 이 얼마나 위대한 눈인가!” ‘현대 미술의 아버지’ 폴 세잔느가 모네를 향해 던진 찬사다. 9월 26일까지 계속된다.

■비엔나미술사 박물관전

어이없는 듯 약간 벌어진 입, 힘없이 기울어진 얼굴과 그 얼굴을 받치고 있는 오른손, 어찌할 수 없는 회한으로 가슴을 어루만지는 왼손…. 예수를 세 번 부인했던 베드로가 뒤늦게 이를 깨닫고 비탄으로 울부짖는 모습이다. 17세기 이탈리아의 대표화가 귀도 레니의 작품은 보는이의 심정까지 통한에 젖게 한다.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비엔나 미술사박물관전에 들어서면 유명일화에 나오는 초상화가 너무도 생생해 마치 살아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사실감 넘치게 표현한 얼굴에는 그 사람의 감정까지 그대로 보는이에게 전달된다. 초상화는 얼굴 속에 감춰진 주인공의 내면과 갈등을 읽어 내는 것이 매력이다.

특히 이 전시는 미술교과서에서 흔히 보던 16∼17세기 바로크시대의 거장들의 작품이 모두 나와 있다. 보기에도 앙증맞은 어린 왕녀 마르가리타 테레사의 다섯 살 시절의 모습과 강렬한 슬픔이 느껴지는 티치아노의 ‘그리스도의 죽음’도 있다.


바로크미술의 거장인 렘브란트, 루벤스, 벨라스케스, 티치아노, 얀브뤼헐 등의 명작 60여점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전성기를 누린 왕들이 수집한 작품들로 이 그림들이 어떻게 소장됐고 또 어떻게 후대에 계승됐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비엔나미술사 박물관은 프랑스 르브르 박물관, 스페인 프라도미술관과 함께 유럽의 3대 박물관으로 손꼽히며, 합스브르크 왕가가 수집한 예술품을 독점 소장하고 있다. 전시는 9월 30일까지.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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