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파생상품 컨퍼런스] 인덱스·외환관련 시장만 비대 ‘반쪽 성장’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8.29 18:03

수정 2014.11.05 03:18



세계 파생상품 시장이 폭발적인 증가세다. 거래 규모는 90년 3조5000억달러에서 2006년 453조달러로 16년새 무려 130배나 증가했다.

파생상품이 이처럼 각광받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위험관리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파생상품은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수익률을 달성, 거래의 효율성을 높여주고 위기 관리를 통해 새로운 수익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인덱스와 외환관련 시장만 불륨이 큰 불균형 시장이라는 지적도 많다.
세계 파생상품 시장 조류를 통해 국내 파생상품 시장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짚어봤다.

■빠르게 진화하는 세계 파생상품시장

파생상품 거래는 미래 특정 시점에 특정 상품을 고정된 가격으로 팔고 살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한다. 선도, 선물, 옵션과 스와프 등 네가지 기본형을 바탕으로 다양한 변형 설계를 통해 상품으로 개발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금융공학 발달로 기업의 신용(회사채, 매출채권 등)을 기초로 하는 신용 파생상품을 비롯해 날씨, 탄소 파생상품도 시장에 등장, 점차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 파생상품이 신용파생상품이다. 채권의 금리위험으로부터 신용위험을 분리시켜 만든 것으로 리스크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부도 위험에 대해 일정한 돈을 지불하고 다른 투자자에게 부도 위험을 이전할 수 있게 고안됐다. 위험 선호 경향이 높은 투자자들은 위험을 감수하는 만큼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또 위험자산이라도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전체 경제 생산성도 늘어날 수 있다.

부채담보부증권(CDO)은 각종 대출과 채권을 하나로 묶어 여러 계층(tranche)으로 나눠 분배한다. 모기지가 상환되면 가장 먼저 돈을 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계층, 슈퍼-시니어(super-senior)부터 가장 순위가 늦는 에쿼티(Equity)까지 4단계로 나눠진다. 이 과정에서 위험은 모두 에쿼티 계층이 지는 대신 부도가 나지 않을 경우 가장 높은 수익을 얻는다.

신용디폴트스와프(CDS)는 선물과 보험이 결합된 상품이다. 한쪽에서는 보장권(protection)을 사고 한쪽에서는 보장권을 판다. 채권에 대한 보험을 사고 파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실제 디폴트가 발생하면 보장권을 산 사람은 보장권을 판 사람으로부터 채권 액면에 대한 보상을 받도록 되는 구조다. 이밖에 모기지 집단이 다양한 투자자들로부터 떠안게 될 만기 전 상환 위험을 분산하는 주택저당채권담보부증권(MBS) 등 파생상품은 안정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파생상품이 나타날 수 있다.

스티븐 피글스키 뉴욕대 교수는 “금리스와프가 처음 도입된 이후 신용 파생상품이야말로 파생상품 시장의 가장 큰 혁신”이라며 “앞으로 많은 신종 파생상품의 기반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미래 파생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날씨 파생상품이다. 온도뿐 아니라 강설량, 강우량 등 기후 급변에 따른 손실을 피하기 위해 농업은 물론 여행, 건설, 에너지 등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다. 지난 99년 시카고 상업거래소에서 관련 계약이 시작된 후 현재 유럽과 일본으로 빠르게 확장되는 추세다. 미국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 경제 30∼40%에 해당되는 것이 날씨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지니아 파커 파커 스트레티지 대표는 “날씨 파생상품이 잠재력이 높은 것은 전세계적으로 지구 온난화 등 기후 관련 이슈가 진행 중이고 우리 모두가 그 문제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라며 “아직 날씨 파생상품은 작은 시장이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멀지 않은 미래에 주목해봐야 할 시장”이라고 말했다.

■국내 파생상품시장 추격

국내 파생상품시장 역시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장외파생상품시장은 외환관련 시장이다. 올 1·4분기 현재 외환관련 장외파생상품시장은 지난해보다 27.9% 성장한 1198조원에 달한다. 특히 선도 관련 시장은 1076조4420억원으로 가장 많은 부문을 차지하고 있다. 주식과 금리 관련 시장도 각각 37조원, 361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2%, 33.3% 성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파생상품시장이 한쪽으로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규제 심화로 시장 효율성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증권선물거래소가 올해 상반기 국내 파생상품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상장종목은 주식, 금리, 통화, 일반 상품을 포함, 14개에 그쳤다. 하루 평균 거래현황은 코스피200옵션이 1070만 계약으로 가장 많았고 코스피200선물은 17만 계약 수준이었다. 3년 국채 선물이 약 5만 계약, 미국 달러선물에 1만6000계약 규모. 나머지는 거래가 미미했다.

하나대투증권 강창주 상무는 “한국 시장 선물거래량은 세계 5위, 옵션거래량은 세계 1위”라며 “파생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인덱스 선물과 옵션에 치우쳐 있어서 전문적이고 선진화된 롱·쇼트 전략을 수행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은행 트레이딩센터 윤재근 금융파생팀장은 “F/X옵션 시장은 수출회사들의 해외수요에 거의 의존을 하고 있고 금리 옵션 시장도 거래가 대부분 구조화 채권에서 오고 있다”면서 “국내 시장에서 유동성이 그나마 제일 큰 스와프시장에서도 스와프 베이시스 변동성이 크고 스와프스프레드(국채와 금리 스와프의 차이)가 지난 5년간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 국내 파생시장이 초기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파생상품 시장의 활성화에 가장 큰 걸림돌은 ‘규제’라는 데 동의했다. 윤 팀장은 “감독 당국이 장단기 외화차입을 규제 및 제한하고 기업이 통화스와프(CRS) 등을 통해 외화차입을 원화로 전환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어 스와프 베이시스를 확대시키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단기적인 처방에 그치고 있는 감독당국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증권 김필규 연구원은 “각 금융 권역간 불균형한 규제 시스템으로 시장 활성화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기관이 아니라 기능별 규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새로운 상품 개발과 상품 다양화에 대한 요구도 이어졌다. 김 연구원은 “장내파생상품 시장의 경우 코스피200옵션 상품의 거래량이나 회전율이 정체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상품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상품 개발을 위해서 기초자산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데이터의 구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위원회 윤용로 부위원장은 “외국 금융기관이 설계한 상품을 그대로 매입해 되파는 백투백 헤지에 의존하지 말고 자체 파생상품 개발능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감독당국은 지수, 금리, 통화관련 상품 이외에도 돈육선물 등 다양한 상품이 상장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기자

■사진설명=파이낸셜뉴스와 증권선물거래소가 공동 주최한 '제5회 서울 국제 파생상품 컨퍼런스' 둘째날 일정이 29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세계 주요 석학들이 주제 발표자의 강연에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김범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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