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침묵의 살인자’ 고혈압 찬바람 조심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11.16 17:09

수정 2014.11.04 19:44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어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 것을 느낄 수 있다. 요즘과 같은 환절기는 심한 기온 변화에 몸이 적응하지 못해 각종 질환에 걸릴 수 있는 계절이다. 심한 기온 변화에 생체균형이 무너지기 쉽기 때문. 겨울철 환절기에 주의해야 할 질병들에 대해 알아본다.

■ 환절기 대표적 불청객 감기

최근 서울 마포의 한 의원에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대부분의 환자가 기침과 두통 등 전형적인 감기 증상을 호소했다. 같은 지역 마포구보건소 아현진료소에는 10월까지 하루 평균 5∼6명 찾던 감기 환자가 11월 들어 15명 정도에 달한다고 밝혔다.
종합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 강북삼성병원 관계자는 감기로 찾아온 환자가 20%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환절기의 대표적인 불청객은 바로 감기다. 차고 건조한 공기로 호흡기 점막이 마르는 탓에 외부세균 저항력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평소 몸이 약한 사람이나 어린이는 폐렴, 중이염, 인후염 등 합병증으로 증세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전문의들은 감기 예방에는 충분한 습도를 유지하고 평소 손발 씻기 등 기초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독감은 보통 11월말부터 다음해 3월까지 많이 발생한다. 독감에 걸리면 높은 열이 나고 인후통, 기침, 근육통 등이 더 심하고 오래간다. 이로 인해 폐렴 등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하며, 때로는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질환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매년 유행하는 유형이 조금씩 달라서 접종 백신도 해마다 다르며,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매년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예방효과가 접종 후 2주∼4주 후 항체가 생기기 때문에 보통 10월까지 접종하지만 11월에 접종해도 늦지 않다.

■추운 날씨가 더 무서운 만성질환

추운 날씨 때문에 심해지는 질병은 고혈압,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질병이다. 특히 고혈압은 별다른 자각없이 생명을 빼앗기 때문에 ‘침묵의 살인자’라 불린다. 특히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 이후 급격히 상승하기 때문에 겨울철 관리가 중요하다.온도가 1도 내려 갈 때마다 수축기 혈압은 1.3mmHg 정도 올라가고 이완기 혈압은 0.6mmHg 정도 높아지므로 기온이 10도 내려가면 혈압은 13mmHg나 올라가게 된다. 또 겨울철 추위에 노출되는 낮에는 외부로 열의 발산을 막아야하므로 체내의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상승하게 된다.

외출 시에는 갑자기 추위에 노출되지 않게 번거롭더라도 한 겹 더 챙겨 입어야 한다. 추운 밤에도 두껍고 무거운 이불을 덮는 것보다 얇고 가벼우며 보온성이 좋은 이불을 겹쳐 덮는 것이 좋다. 특히 겨울에는 조심성 없게 일어나다가 발작으로 쓰러지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므로 언제나 이불 속과 방안의 온도 차가 적도록 난방에 유의해야 한다. 또 날씨가 추워지면 외부 활동이 적어져 운동량이 떨어지고, 연말 각종 모임 등으로 잦아진 술자리와 기름진 음식 등은 심혈관계 질환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신호철 교수는 “직장인들은 연말 결산 등의 업무 스트레스가 더해지는 12월에 만성질환들이 더욱 악화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할 것”이라며 “규칙적인 운동과 과일, 채소 위주의 건강한 식습관, 충분한 수분 섭취 등으로 생활 습관을 조절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것이 제일”이라고 덧붙였다.

■ 주의해야 할 노인 질환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에 전립선 비대증 환자는 20∼30%가량 증가한다. 날이 추워지면 특히 60세 이상 노인은 잔뇨감, 빈뇨 등 증세가 심해질 수 있다. 낮은 온도에 전립선을 둘러싼 근육이 수축, 전립선이 단단해진다는 것. 추운 날씨에 몸을 웅크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서산중앙병원 비뇨기과 김성용 전문의는 “겨울철 전립선 비대증을 완화하려면 장시간 앉는 것을 피하고 좌욕, 스트레칭 등으로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종합감기약에 있는 기관지확장 성분은 전립선 주위의 근육을 수축시킬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의 후 복용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환절기 노인 질환 중 특이한 것이 가을, 겨울에 심해지는 계절성 우울증. 자식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노인이 많아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뚜렷한 이유 없이 전신피로감, 식사량 감소, 수면 감소 등을 호소하는 노인이라면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특히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간단한 약물 투여만으로도 증세를 호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노인성 피부건조증 등도 조심해야 한다. 가려운 증세는 건조한 환절기에 특히 심해지기 때문이다.
평소 보습제 등의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김정현 전문의는 “노인들은 가벼운 감기가 합병증으로 발전하여 위험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65세 이상의 노인은 독감과 폐렴 백신의 접종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김성은기자

■사진설명=찬바람이 불면 고혈압, 뇌졸증,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을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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