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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2세 재산증식 지배구조 강화

김시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1.03 11:29

수정 2014.11.07 16:20

롯데그룹이 정초부터 증권가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연말 장 마감 후 야간공시를 통해 증여세를 내지 않는 결손기업에 지분을 증여하면서 자녀들에 대한 편법증여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증여가 미치는 파장과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 회장, 절세 목적 결손계열사에 주식증여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격호 회장은 지난해 12월 31일 올빼미 공시를 통해 약 1716억원 규모의 지분을 롯데미도파, 롯데알미늄, 롯데브랑제리, 롯데후레쉬델리카 등에 증여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롯데미도파 등에 롯데제과(2만6437주, 447억원), 롯데칠성(5만8250주, 611억원), 롯데삼강(4만7180주, 102억원), 롯데알미늄(6만2407주, 346억원), 롯데리아(3만450주, 129억원) 등 7개 계열사 주식 1716억원어치를 증여했다.

지난해 폐장 이후 야간공시를 이용해 투자자의 선택폭을 줄인 점은 그렇다고 해도 증권가에서는 770억원의 증여세를 피해간 점이 논란거리로 불거지고 있다.
신 회장이 지분을 증여한 대상 기업들은 결손법인으로 증여세 부과 대상이 아니어서 세테크 목적이 아니냐는 지적.

세테크뿐 아니다. 이번에 신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은 기업들은 신 회장 자녀들이 대주주로 있다. 때문에 궁극적으로 자녀들의 재산증식을 돕고 지배구조 강화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롯데쇼핑 기업가치 훼손됐나 해석 분분

신 회장의 지분 증여를 놓고 증권가에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일단 이번 증여를 놓고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롯데쇼핑 기업가치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증권 구창근 연구원은 “이번 증여가 롯데미도파(2827억원) 등 이월결손금이 있는 회사들에 증여한 것으로 볼 때 절세 목적이 강해 보인다”며 “자회사(롯데미도파)의 자산수증이익, 향후 줄어들 세제혜택 등을 종합하면 자산수증으로 인해 최대 주주인 롯데쇼핑의 기업가치 증가폭은 1% 내외에 불과해 롯데쇼핑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 홍성수 연구원은 “이번 증여로 인한 롯데미도파의 재무구조 개선이 롯데쇼핑 기업 가치에 긍정적이지만 투명성 논란은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홍 연구원은 “신 회장의 무상증여가 모두 결손기업에 대해 이뤄졌고 결과적으로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게 돼 편법과 투명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며 “하지만 롯데쇼핑 주가가 추가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고 이는 롯데미도파 무상증여의 긍정적 효과가 실질적으로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대주주가 자신의 재산을 경영이 어려운 계열사에 무상증여한 것을 무조건 비판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지주사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각이 엇갈린다.
푸르덴셜증권 이정인 연구원은 “롯데그룹은 지분구조가 상당히 복잡하고 대주주 지분율이 공고하기 때문에 당장 지주사 전환에 나설 필요는 없지만 정부 정책에 맞춰 롯데그룹도 지주사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증여는 큰 흐름 속에서 첫 단계를 밟아 나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구창근 연구원은 “이번 증여로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쇼핑→롯데미도파→롯데제과·롯데칠성 등 순환출자 형태가 오히려 강화됐다”며 “향후 대주주 지분 증여 및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현재로선 이 같은 변화가 롯데쇼핑 기업가치에 미칠 영향의 향방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주식시장에서 전날 상한가를 기록했던 롯데미도파는 3.85% 떨어지며 5거래일 만에 하락 반전했고 롯데쇼핑도 0.51% 하락한 39만500원을 기록하며 이틀째 약세를 보였다.

/sykim@fnnews.com 김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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